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21화(21/110)
21
‘배우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엘레베이터 표면에 비치는 상대의 외행이 그만큼 수려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상대가 두르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뭔가 남달랐다.
“……?”
그런데 왜 노려 보는 것 같지?
‘눈매가 날카로워서 그런가?’
로운은 전방의 거울 같은 표면을 이용해 조심스레 상대를 살폈다.
전직 아이돌로서 온갖 화려한 얼굴을 제법 봐왔다고 자부하는 로운에게도 제법 놀라울 만큼 준수했다.
선이 굵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눈매도 그렇고 굳게 다물린 매끄러운 입술이 고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상대의 시선이 더 위에 있는 터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 대체 얼마나 큰 거야?’
180 중반이었던 본래의 키보다는 작다지만 본체의 키도 제법 큰 편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본체보다 어림잡아 한 뼘이나 더 큰 듯한 느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체격이었다.
‘호범이랑 비슷한가? 아니, 좀 더 좋으려나?’
가리온 시절 막내 차호범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에서 최장신을 자랑했다.
거기에 체격도 좋아서 이름처럼 호랑이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는 했다.
늘씬한 육식동물 같은 분위기라 같은 동작이라도 춤선부터가 달라 보였다고나 할까?
‘…대체 이 몸은 언제쯤 좋아질런지.’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본체의 몸은 정말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얼마나 기초체력이 없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헉헉대기 일쑤였고, 몸은 마른 작대기 같았다.
대체 그러면서 집에 호화찬란한 트레이닝 룸을 꾸며 놓은 건 뭐란 말인가?
‘덕분에 잘 쓰긴 했지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이다.
흔히 집중력을 정신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체력싸움이다.
이전 생에서도 로운은 작업하는 시간 외에는 나름대로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을 유지했었다.
비록 돈이 한 푼도 없어 뒷산을 오르내리는 정도였지만.
‘뭐… 덕분에 열심히 정화수도 길어올 수 있었고.’
번쩍번쩍한 트레이닝 룸 덕에 걸어 다니는 시체 같은 몸을 꽤나 인간답게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로운은 조금씩 근육이 붙기 시작한 팔뚝을 슬그머니 매만졌다.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본체는 근육이 잘 붙지 않는 타입 같았다…….
“……?”
기분 탓인가?
또 눈이 마주친 것 같다.
가만히 서 있다 갑자기 팔뚝을 주무르는 게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뭐지. 진짜 노려 본 건가? 혹시 아는 사람인가? 아, 왜 낯이 익지?’
저런 잘생긴 얼굴은 쉽게 잊기 어려운데.
안 그래도 계속 저 잘생긴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영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더구나 눈이 이 정도로 마주치는 것은 분명 뭔가 있다는 건데…….
“저기…….”
로운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을 때였다.
“아. 아예 무시하나 했더니 그건 아닌가 보네.”
“…네?”
상대가 무려 아는 척을 해 왔다!
로운이 버퍼링에 걸린 사이, 상대가 완전히 몸을 이쪽으로 돌렸다.
기물 표면으로가 아닌, 정통으로 면대면이 마주치자 로운은 그제야 상대가 왜 익숙한지 떠올릴 수 있었다.
“강차헌?”
“아하. 이제는 아주 막 나가시겠다?”
날카롭게 생긴 준수한 얼굴에 사나운 미소가 걸린다.
아무리 봐도 호감은 아니었다.
로운은 생각했다.
잠깐만.
갱생 난이도가 이렇게까지 높다고는 말 안 했잖아요?
* * *
저 잘생긴 얼굴이 익숙한 이유가 있었다.
강차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배우를 고르라면 저 사람이 아닐까.
준수한 외모와 더불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
헐리우드의 모 유명 감독이 그에게 러브콜을 삼고초려하듯 여러 번 보내 결국 작품을 찍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마나 대박이 났냐면 아직까지도 박스오피스 3위권 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강차헌 여권부터 빨리 숨겨;
-국부 유출 반대한다 반대한다
-강차헌 발바닥에 마데 인 코리아 써놔야 함 아니 ㅅ1ㅂ 별군데서 다 침 바르려 하고 있어 우리 건데
한국인이, 그것도 헐리우드에서 주연으로 대박이 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강차헌이 헐리우드에 뿌리를 내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강차헌은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그것이 강차헌의 평가와 인지도를 더욱더 올려 주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강차헌이랑… 사이가 안 좋다고요……? 정말 이러기야?’
퀘스트를 하는 건 좋다.
로운도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거 살 수는 있는 거냐고. 난이도 대체 무슨 일인데?’
로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든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퀘스트의 주인공인 감독의 원한도 풀고 급살맞을 것도 피해 갈 것 아닌가!
“왜. 내가 올 줄은 몰랐나 보지?”
강차헌이 미소를 지었다.
날카롭게 보이던 눈꼬리가 살짝 접히며 고혹적으로 변했다.
“그러게 늘 하던 대로 굴지 그랬어. 갑자기 영악하게 머리를 쓰니까 내가 올 수밖에 없었잖아.”
“그…….”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돈 자랑을 하더니 이번에는 용케 제대로 써먹을 곳을 찾아냈나 봐. 그런데 어쩌지? 내가 왔으니 네 마음대로는 안 될 텐데.”
그때까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던 강차헌의 얼굴에서 표정이 가시며 돌연 사나운 기세가 흘렀다.
“간절한 사람 가지고 놀 생각 하지 말고 평소대로 놀아, 평소대로.”
“아니…….”
“아. 이렇게 말하면 그 멍청한 머리로는 못 알아들으려나?”
나긋한 목소리가 적대감을 품고 비수처럼 날아든다.
“웬만하면 눈치 챙겨서 알아서 나가 주면 더 좋고. 서로 괜히 얼굴 붉힐 일은 만들지 말자고. 이슈가 되면 손해인 건 내가 아니라 이로운 너니까.”
간절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에게 명성이 걸려 있다면 이쪽은 찐으로 생사가 걸려 있었으니까!
난데없는 상황에 로운이 얼어 있는 사이.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강차헌은 얼어 있는 로운을 놔두고 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닫히는 문 사이로 로운은 보았다.
닫힘 버튼까지 야무지게 누르는 모양 좋은 길쭉한 손가락을.
“어? 로운아, 왜 안 올라가고 있어?”
“형…….”
때마침 매니저가 양손 한가득 커피를 들고 왔다.
“너 설마 형 힘들까 봐 같이 올라가려고 기다린 거야? 아이고, 이 착한 녀석. 얼른 올라가자.”
“혀엉…….”
“아니,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어떻게든 잘 살아 보겠다고 마음먹었건만.
대본 리딩으로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시작부터 대차게 망하게 생겼다.
‘실환가……?’
그치만 이 선량한 사람에게까지 심려를 끼칠 수는 없다.
“형, 혹시 강차헌 알아요?”
양쪽에서 서라운드로 망했다는 노래가 샹투스처럼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로운은 단단히 정신을 붙잡았다.
‘일단 전후 사정부터 제대로 파악해야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으니까.’
이 경우에도 통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무슨 악연이 있는지를 알아야 대처 방법도 생각날 터.
“강차헌? 당연히 알지! 강차헌 모르면 이 나라에서는 간첩 아냐? 무려 헐리우드까지 다녀온 배우인데.”
그 헐리우드 다녀온 배우가 그의 명줄을 끊게 생겼다.
“형, 혹시 저… 강차헌이랑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요?”
“문제? 네가? …강차헌이랑?”
매니저가 눈을 굴리며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없는데.”
“진짜요?”
“어어.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런데… 둘이 얽힐 일이 없거든.”
“네?”
“뭐라고 해야 하나… 어울리는 풀이 좀 많이 차이 났다고 해야 하나… 달랐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한 매니저가 아차, 하는 기색으로 덧붙였다.
“아니! 이상한 뜻은 아니고, 강차헌이 술자리 싫어하는 걸로 좀 많이 유명해서 그래.”
“네에…….”
어쨌거나 대충 정리하자면 급이 달랐다는 소리다.
하기야, 단역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빌빌거리는 업계 평판 최악의 망나니가 명실상부한 탑스타와 감히 어떻게 겸상을 하겠는가?
‘…그럼 대체 강차헌은 본체를 어떻게 아는 건데?’
매니저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
그런데 강차헌의 태도를 보면 뭔가 서로를 아주 잘 알다 못해 사이가 개판이 났다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띵!
알림 소리와 동시에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귀로’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가자 이미 일부가 채워진 넓은 강당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로운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일단 인사부터 냅다 하는 것이 옳다.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다시 말하면 인사도 제대로 안 하는 양반들이 다수라는 소리다.
과연 로운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는지 들어서자마자 느껴졌던 떨떠름한 기색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아이구, 고생들 하십니다. 여기 커피 좀 드시고 하세요. 방금 사 와서 아직 얼음도 안 녹았습니다.”
매니저도 타이밍 좋게 커피를 나르며 로운을 지원사격했다.
그 옆으로 슬쩍 따라붙은 로운이 같이 커피를 날랐다.
매니저에게서는 기특하다는 눈빛이, 커피를 받아드는 상대에게서는 뭐 잘못 먹었나 하는 시선이 돌아왔다.
‘예로부터 먹을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했으니까.’
로운이 찾아갈 때면 항상 인상부터 찡그리며 싫어하던 전 회사의 거지 같은 실장도 뭔가 손에 들고 갈 때면 표정부터 달라지고는 했었다.
과연 인사로도 어쩔 수 없던 경직된 분위기가 약간은 풀린 듯한 느낌이었다.
강당 중앙에는 기다란 타원형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위로 배역명과 배우의 이름이 놓여져 있었다.
로운은 그중 자신의 배역을 찾아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
“…….”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무려 강차헌이 주인공이라고 이름표가 붙은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게 바로 맞은편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근데 표정이 왜 저러지?’
극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 대놓고 반감을 표한다면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자리는 더욱더 위태해질 터.
더구나 올라오기 직전, 강차헌은 대놓고 말했다.
로운이 알아서 하차하기를 바란다고.
인지도며 연기력이며 뭐로 비교해도 새 발의 피인 로운이 불리한 상황.
혹시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올라왔는데.
‘…당장 나가라고 할 생각은 아닌가?’
기묘한 것을 보는 듯한 저 표정을 보자니 당장 내쳐지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강차헌의 옆에는 눈에 익은 인물이 있었다.
함께 오디션을 보았던 심새로였다.
‘이크.’
반가움에 반사적으로 손을 흔들다 또다시 강차헌과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로운은 얌전히 손을 내리며 시선을 조용히 돌렸다.
절대 밉보이고 싶어서는 아니다.
이건 다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
“오. 우리 배우들이 벌써 모여 있었군요!”
때마침 문이 열리며 활기찬 목소리의 주인공이 들어섰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모든 일의 중심인 김성하 감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