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화(3/110)
3
기껏 살아났는데 다시 죽는다니.
이 무슨 어이 없는 일이란 말인가!
‘아니,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죽기 직전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후회투성이의 과거들.
만약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기 전처럼은 살지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이건 뭐 뭘 해 보기도 전에 또 요단강 건너게 생겼는데……?’
다급한 위기감이 로운을 엄습했다.
로운이 황급히 물었다.
“잠깐만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어떻게 갚으면 되는 건데요?”
그런데 이 물방울이 영 딴소리만 해 댔다.
[그건 말이다, 네게도 나쁜 일은 아닐 거다. 하늘의 관심은 어지간해서는 받기 어려운 거거든! 근데 그 어려운 일을! 네가 해냈다! 정확히는 너와 나 우리 둘의 합작이지.]하늘의 존재들이니 대가는 섭섭하지 않게 넉넉히 베풀 것이라며 설명인지 위로인지 모를 소리를 해 대던 청화가 비로소 로운이 궁금한 부분을 꺼내 들었다.
[일단 네가 모아야 할 것은 바로 ‘공덕’이니라. 하늘의 존재들은 모두 공덕을 쌓아야 오를 수 있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나 역시 그 공덕이 필요하다. 그게 이 몸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너를 살린 힘은 이 몸에게서 온 것이므로 내가 소멸하면 너도 함께 소멸하게 된다.]“알겠어요. 공덕을 모으면 된다는 거죠. 근데 그건 어떻게 모으는데요?”
굉장히 추상적이고도 막연하기 짝이 없는 개념이다.
무엇을 모으면 되는지도 알았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방법을 들을 차례.
그런데.
[그러니까 네가 할 일은…….]뭔가 이상했다.
왜 물방울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지?
“청화 님? 청화 님!”
당황한 것은 물방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아니, 미친… 잠이 왜 지금……. 미친 영감탱이들…. 그러니까 너는 덕을 모아야……. 업보…….]“그건 알겠어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모으는지를 알려 주셔야……!”
로운은 무척이나 다급했다.
기껏 얻은 두 번째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으니까!
‘죽으면 냉장고에 있는 도시락들도 다 못 먹게 되는 거잖아!’
편의점을 들를 때마다 자린고비의 기분으로 늘 바라보기만 했던 고급형 특상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도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컨셉으로 나와 가격도, 내용물도 엄청났던 바로 그 도시락!
‘정말 생긴 것만큼 맛도 끝내줬었지.’
몇 달 동안 주변을 맴맴 돌다 기어코 먹게 되었을 때의 그 감격이란.
죽으면 다시는 먹을 수 없을 것 아닌가!
고작 도시락에 불과하지만, 고작 그 도시락이 그렇게 끝내줄 정도라면.
그동안 그가 놓쳤던 다른 것들은 얼마나 더 끝내줬겠는가?
그뿐만인가?
로운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동안 만들어 두기만 했던 노래들도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고, 사고 이후 늘 바라보기만 했던 무대에 올라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했다.
아직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부탁을 들어… 그들… 이행…….]하지만 동그랗게 뭉쳐 있던 물방울은 더 빠르게 흐려지기만 했다.
“무슨 부탁요? 어떤 부탁요! 그들이 누군데요? 누구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건데요?”
그러나 로운이 대답을 채 듣기도 전.
[…망할 영감탱…….]청화는 누구를 향한 말인지 모를 원망을 남긴 채로 호로록 사라져 버렸다.
“…….”
남은 것은 허망해진 로운뿐이었다.
로운은 생각했다.
실화인가?
죽었다 살아났는데, 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이 사실이 정녕 실화란 말인가?
하지만 대답을 해 줄 당사자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청화가 남기고 간 애매모호한 힌트뿐이었다.
‘공덕이라니. 공덕을 대체 어떻게 쌓아야 하는 거지? 부탁은 누구의 부탁을 어떻게 들어주라는 건데?’
게다가 언뜻 스치고 지나간,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단어.
‘업보는 또 뭔데!’
갑자기 죽게 생겨서 그런가 입맛도 뚝 떨어졌다.
들고 있던 동물성 유지방 100퍼센트 도넛도 내려놓은 채 로운은 생각에 잠겼다.
‘덕이라고 하면 일단 착하게 지내야 쌓이는 것 같은데. 착하게 지내라는 건가? 그럼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건 또 뭔데? 절이라도 가 봐?’
백날 고민해도 답을 줄 존재가 사라지니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겠다.’
우선은 이 몸 주인인 본체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매니저와 대화하면서 몇 가지 단서를 얻기는 했지만, 아직 턱없이 모자랐다.
‘앞으로 이 몸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었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는 법.
심란함을 애써 수습한 로운은 집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배우, 그것도 단역부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배우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 집은 어떤가.
우풍이 심하게 드는 40년 넘은 구옥에서 살다가 갑자기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으리으리한 2층짜리 펜트하우스로 떨어져서 더 극명하게 그 차이가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재벌집 숨겨진 자식이라도 되나?’
그치만 재벌집 자식이 무명일 수가 있나?
짧게나마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로운은 안다.
실력도 뭣도 없어도 돈만 있다면 모든 것이 커버가 된다는 것을.
‘게다가 의사를 개인적으로 부르기까지 했어.’
매니저에게 슬쩍 물어보니 로운을 진단한 그 중년인은 개인 주치의라고 했다.
매니저가 부른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로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연락을 넣으라는 안내를 받았단다.
-자주 뵙긴 했지. 로운이 네가 술병 날 때마다 그분이 와서 링겔 놔주고 가셨거든.
아무리 그의 학력이 좀 많이 모자란다지만, 의사가 고급 인력의 최고봉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집을 샅샅이 뒤질 때마다 로운의 의문은 깊어져 갔다.
‘매니저 형이 학을 떼더니만… 진짜 술만 마시고 살았나?’
그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 한가운데 덩그라니 놓여 있는 편의점 도시락들을 제외한다면, 그 넓은 냉장고 안을 채운 것은 여러 종류의 술뿐이었다.
그뿐만인가?
꼬부랑 글씨 라벨이 붙어 있는 값비싼 술들도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압권은 따로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듣던 와인 셀러….’
원룸에서 쓰던 냉장고랑 비슷한 크기의 작은 냉장고가 있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만.
알고 보니 빈티지 와인들이 빼곡하게 든 럭셔리한 술장고였다.
‘옷들도 죄다 명품 브랜드에 확실히 잘사는 사람이 맞는 거 같기는 한데.’
아직도 무명이라는 게 좀 이상했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딱인데.”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
그 얼굴이 곧이라도 대답해 줄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디로 갔는지 못 들었네.’
이유는 모르지만 청화가 그랬다.
이제 이 몸의 주인은 로운이라고.
게다가 그는 그런 말도 하지 않았던가.
-드디어 본래 자리를 찾는구나. 원레는 네 것이어… 으걉!
뭔가가 그의 입을 막은 것처럼 중간에 막히기는 했지만, 분명 그리 말했었다.
‘천기누설이라는 말도 했었고.’
어리둥절한 상황에서도 로운은 토씨 하나 빼트리지 않고 모든 말을 귀담아들어 두었다.
본래부터 한번 들은 건 잘 잊지 않는데다가 기억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편이다.
‘그럼 지금 이 몸이 원래 내 몸이라는 소린가? 영혼이 뒤바껴 태어난 사람이라니. 무슨 소설에나 나오는 얘기 같잖아.’
생각해 보니 허무맹랑한 소리가 따로 없다.
대답해 줄 존재가 없으니 생각이 이상한데로 뻗어 나갔다.
그러는 와중, 로운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음? 저건?’
반짝반짝.
흠집 하나 없는 매끄러운 존재감을 자랑하는 몸체.
바로 본체의 것으로 추정되는 핸드폰이었다.
그것도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된 최신식이었다.
‘좋아. 이거만 있으면 되겠어.’
현대인들의 영혼이라 다름없다는 핸드폰.
얼굴로 잠금을 해제한 로운은 일단 이 사람의 신상을 털어 보기로 했다.
시작은 주소록이었다.
‘어디 보자…….’
슥슥.
최신식 핸드폰은 처음이라 조금 헤맸지만 몸의 기억 덕분인지 곧 익숙해졌다.
슥슥.
슥슥.
“……?”
스크롤을 내리는 로운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뭐지, 이 사람? 가족이 없나?”
전화목록부에 사람은 많았으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없었다.
혹시나 하여 통화 목록과 문자함 그리고 메신저까지 훑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재벌 3세도 아닌가? 친구는 많은 것 같긴 한데.’
▶야, 이로운. 오늘 밤에 xx 고?
▶뭐해? 오늘 애들 모인다는데 오실?
▶오늘 죽이는 거 들어왔다 함 님만 오심 ㄱ
각기 다른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로 메신저가 터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기껏해야 가족에게서 오는 문자 몇 개가 다였던 전을 생각해 보니 좀 부끄러워졌다.
‘음… 매니저 형이 왜 술이라는 단어에 기절할 것처럼 굴었는지 알 것도 같네.’
사적인 부분은 대충 훑었으니 이제 남은 건 본격적인 검색이다.
검색창에 ‘이로운’ 석자를 치자 거울 속에서 본 얼굴이 뜨기는 했다.
‘어디 보자… 검색하면 나오는 거 보니까 배우가 맞기는 한데.’
심지어 소속사도 멀쩡히 있었다.
막내 호범의 이적설이 돌던 소속사라 이름이 낯익었다.
실력파 배우 위주로 소수 정예처럼 운영되는, 이른바 1티어 소속사라던가.
로운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너네만 아니었어도 우리 호범이 벌써 소속사에서 서포트 잘 받으면서 커리어 잘 쌓고 있었을 텐데 ㅅ1ㅂ 다 처망한 주제에 왜 애를 안 놔주는 거냐고 미친 소속사야
호범의 개인팬이 대놓고 소속사와 그룹을 저격하며 욕을 거하게 했던 것이 한때 소소하게 화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던 로운이 멈칫했다.
‘…왜, 왜 다 욕이지?’
무명이라면 보통 반응도 없기 마련.
그런데 이 본체는 좀 달랐다.
쥐꼬리만큼이라지만 반응이 존재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 쥐꼬리가 하필이면 죄다 부정적인 평가다.
-얼굴은 깔 수 없는데 얼굴 외에는 다 깔거리라 얼굴도 디버프 먹음 ㅅㄱ
-야 가서 대본이나 한 줄 더 외워라
-얘 본업 이쯤되면 배우 아니고 걍 인플루언서임. 제발 인별에 박제돼서 쳐나오지 좀 말았으면;;
-내 배우 작품 망치지 말고 제발 영원히 영화판에서 꺼져 주면 좋겠다^^!
멤버들이 사고치는 바람에 함께 도매급으로 묶여 이백 세는 거뜬할 만큼 욕을 먹어 봤던 경험이 있던 로운에게도 충격적일 만큼 원색적인 비난들이었다.
‘…혹시 무명이 아니라, 악명이 높은 건가?’
프로필에 링크된 작품으로 들어가자 작품에 대한 코멘트와 더불어 본체에 대한 욕이 아주 대놓고 한가득이었다.
그 본체를 뒤집어쓰게 된 로운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치 누군가 불을 끄고 나서 ‘어둡지? 바로 이게 네 미래란다’ 라고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섣불리 속단하지 말자. 물어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
로운은 침착하게 댓글에서 언급됐던 sns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눈을 의심했다.
‘오백만?’
5만도 아니고 50만도 아니고, 정말로 500만?
로운은 다시 한번 침착하게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때 1군으로 곧 자리매김하리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장력을 보였던 가리온이 한창 전성기 때의 팔로워가 1,200만이었다.
그것도 멤버 개인이 아니라 그룹 공식 인별이 그랬다.
‘그런데 오백만……? 오백만이라고?’
별다른 필모도 없는 무명의 배우가, 이만한 팔로워 수를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인플루언서라고 그랬던 건가?
확실히 그룹 활동을 하며 온갖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봐왔다 생각했던 로운의 눈에도 본체는 눈에 확 띄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선이 좀 동태눈깔인 게 걸리기는 하지만…….
마스크가 워낙 뛰어나니 대충 찍은 셀카 같은데 웬 잡지 화보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트와 댓글수도 어마어마했는데 웃긴 건 반은 영어고 반은 한국어인데 그 반절의 한국어가 대부분 욕이라는 부분이었다.
‘대체 이 본체, 뭐 하던 사람이지?’
몇 번인지 모를 의문이 다시금 솟아났다.
때마침 통화를 마쳤는지 매니저가 돌아왔다.
“형.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저 혹시… 연기 못 하나요?”
툭.
매니저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게, 그, 무슨, 무슨 소리일까, 로운아?”
그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며 동공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보니까 저 욕하는 사람들이 좀 많아서요. 그런데 신기하게 또 작품 출연은 많이 한 것 같고…….”
그렇게 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링크되어 있는 작품 수가 꽤 많다는 게 좀 놀라웠다.
심지어 몇 개는 로운도 들어본 작품이었다. 물론 본체가 출연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지만.
그래서 물어보았을 뿐인데.
“…….”
아니, 잠깐만요.
지금 울려는 건 아니죠?
거의 눈물을 흘릴 기세인 매니저가 어찌나 가여운 모습인지 로운은 자신도 모르게 사과를 할 뻔했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가장 임팩트 있는 법.
로운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아니, 잠깐만. 이 착한 형이 선의의 거짓말도 못 할 정도라니.’
안 그래도 죽음이 코앞인 마당에.
새로 잡은 기회가 최악의 평판을 달리는 몸이란다.
‘이거 x 된 거 같지……?’
아니, 살아남는 게 이런 미친 난이도라고는 말 안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