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0화(30/110)
30
하늘의 존재이자 그를 살리기 위해 가진 힘을 다 끌어썼다는 청화.
그렇기에 본인마저 소멸의 위기에 놓였다지만 그는 로운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청화 님이 그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
아마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화는 선택한 것이다.
[뭐라고? 지금 인간들은 이런 쓰기만 한 물을 마신단 말이냐? 으왓. 뭐냐, 이 독극물 같은 것은?]비록 가끔 이런 엉뚱한 말을 하는 터라 하늘의 존재는커녕 뭔가 귀여운 반려동물 같고 그런 청화라지만…….
‘청화 님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살아날 수 있었을 리도 없지.’
비록 갚을 은혜가 있다는 이유로 로운을 살렸다지만.
청화가 그에게 준 것은 두 번째 삶뿐만이 아니다.
그가 준 것은 기회였다.
후회로 점철되었던 삶을 바로잡을 기회였으며.
쳇바퀴 돌리듯 단조롭고 허무했던 삶에서는 알지 못했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한때 골방에 틀어박혀 이대로 짓눌려 사라질 것 같던 로운의 세상은 어느새 넓어지고 다채로워졌다.
[…무슨 생각을 하나 했더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 내, 내, 내가 이런다고 감동을 받… 받았다……!]대체 어느새 나타났는지 동그란 물방울에서 그보다 작은 방울들이 퐁퐁 솟아났다.
게다가…….
[별빛 39가 당신의 선량한 마음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립니다!] [별빛 98이 옷자락으로 젖은 눈가를 훔칩니다!] [별빛(의뢰자)가 당신을 보며 눈물을 글썽입니다!]로운이 연기를 할 때면 가끔 팝콘을 튀기며 나타나는 관조자들의 메시지도 띠롱거리며 떴다.
‘…이건 좀 부끄러운데.’
하지만 강차헌의 말을 듣고 모호하던 것이 명확해졌다.
청화만 해도 가족은 아니라지만 그를 지탱해 주는 소중한 존재 아니던가.
“고마워요.”
“…음? 뭐가.”
“강차헌 씨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요.”
한결 개운한 표정의 로운과 달리, 강차헌의 얼굴이 미묘했다.
“…벌써 알아들었다고?”
그는 아주 희한한 것을 보는 눈으로 로운을 구석구석 살피더니 말했다.
“좋아. 그럼 맞춰 보자.”
강차헌이 능숙하게 카메라를 세팅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진짜네?”
그는 아까 전 찍었던 영상과 방금 전 찍은 영상을 주의 깊게 돌려보더니 인상을 썼다.
“왜요? 이상해요?”
“아니. 좋아졌어. 그것도 아까랑 비교도 안 되게.”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흉내를 대충이나마 낼 수는 있었다지만… 그뿐이었다.
휘몰아치는 감정선이 중요한 씬인 만큼 그런 어설픈 연기로는 어색함만이 더해질 터.
특히 상대가 강차헌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그러게. 아까까지만 해도 뭔가 어딘지 겉핥기만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조금 달라진 느낌이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서슴없이 학교도 때려치우려는 이서준이 낯설었다면.
‘지금은 왠지… 알 것 같아. 왜 이서준이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는지.’
그를 지탱해 주던 세상이 무너지려 한다면 로운 또한 이서준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릴지도 몰랐다.
그건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었다.
이미 받은 거대한 애정과 지지가 있기에 로운 또한 되돌려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거 진짜 신기하네.”
‘설마 ‘이거’가 나를 가리키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그 설마가 맞았다.
“입까지 떠먹여 줘도 삼킬 줄 모르는 놈들이 이 바닥에 아주 천지로 깔려 있거든?”
갑자기 강차헌이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그런 놈들 특징은 아무리 곱게 씹어서 알려 줘도 영 알아듣지를 못한단 말이지.”
근데 그 얘기를 하면서 왜 저를 보시나요.
‘끄응. 진짜 내 얘기였나.’
정확히는 본체의 얘기겠지만.
“더 심각한 건 자기가 뭐가 부족한지도 모르는 놈들이 한 트럭이야. 연기 조금 한다고 전부 다 아는 것처럼 으스대는 인간들도 넘쳐나거든. 그런 놈들은 또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해서 남의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아. 근데 말이야.”
강차헌의 시선이 로운을 향했다.
“가끔가다가 정말 돌연변이같이 툭 튀어나오는 신기한 것들이 있단 말이야?”
바라보기만 해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시선이 로운을 빤히 들여다본다.
“뭘 어떻게 하지 않아도 알아서 쑥쑥 자라서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괴물이 되고는 하는데……. 굉장히 드물단 말이지. 이때까지 제대로 발견한 사람이 몇 안 될 정도로.”
로운은 눈을 굴렸다.
‘뭐지. 본체 얘기가 아닌가?’
그런 로운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강차헌의 형형한 눈동자가 로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가 물었다.
“너, 이로운 아니지.”
* * *
로운은 이 말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 강차헌을 만났을 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데.’
말도 더듬었나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로운은 달랐다.
“그럼 뭐 같은데요?”
한번 들어봤다고 면역이 생긴 모양이었다.
“글쎄. 지금까지 내가 보기엔 외계인에게 납치돼 개조됐다는 가설이 제일 유력하거든.”
“……?”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만…….
강차헌이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쪽 집안이 싸고도는 걸 보면 쌍둥이는 아닌 것 같고……. 근데 아까 하는 말을 들어보면 또 아주 사랑만 받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는 진지하게 로운을 휙휙 살피며 중얼거렸다.
“딱히 누가 얼굴 거죽 뒤집어쓴 것 같지도 않고.”
“네?”
“점찍고 돌아온 것 같지도 않은데.”
“…….”
강차헌이 몇 주간 계속된 강행군과 밤샘 촬영에도 깨끗하기만 한 피부를 흘끗 응시했다.
“내가 아는 이로운은 이럴 리 없거든?”
“개과천선했을 수도 있잖아요.”
“모르나 본데, 사람은 안 변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강차헌 씨에게만 알려 드릴게요. 저 사실, 이로운이 아니에요. 이로운의 몸에 들어온 다른 이로운이에요.”
어차피 안 믿을 거, 로운은 진실을 던져 줬다.
그런데.
“아, 그래? 확실히 그쪽이 더 말이 되겠는데.”
뭐지.
이 인간?
“그걸 믿는다고요?”
“안 믿을 이유가 없잖아? 그 망나니가 갱생해서 이런 연기를 보여 줬다는 것보단 다른 영혼이라는 게 더 말이 되는데.”
“…….”
이걸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본체의 최악인 이미지를 벗어났다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로운의 빙의 사실을 표면적으로나마 믿어 주는 사람이 생겼지만 그게 저 강차헌이라는 부분이 조금 애매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게다가 처음에만 그랬을 뿐 강차헌은 나름대로 괜찮은 상대였다.
지금만 해도 로운의 고민을 비웃거나 하지 않고 진지하게 듣고 제법 진지하게 대꾸해 주지 않았던가.
‘생각만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헛소리 그만하고 다시 한번 해 봐요. 감 잡은 김에 익혀 두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요.”
“이로운 몸에 들어온 영혼, 아주 마음에 드는데.”
“네, 네. 알겠으니 카메라 다시 돌려요.”
피식 웃은 강차헌이 다시 카메라를 세팅하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 찍을 버전은 또 얼마나 그 잠깐 사이에 달라졌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결같이 입가엔 엄빠 미소를 띠운 채였다.
“애기들이 제일 열심히네.”
“그러게나 말이야. 우리도 열심히 하자구.”
“아휴.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현장이 대체 얼마만이야.”
비싼 출연료를 받고서도 대충 구색 맞춘 듯한 허술한 연기만 해 주고 때우던 배우들도 여럿이건만.
저렇게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영화에 진지하게 임하는 젊은 배우들이라니.
모두의 분위기가 훈훈해지는 데에는 아주 충분하고도 넘치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틀 뒤.
마지막 학교에서의 마지막 촬영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컷!”
김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슬레이트를 내려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이로써 과거 편은 끝인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공을 들인 최종 장면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실핏줄이 터져 벌게진 눈을 한 이서준이 입술을 짓씹으며 병원 옥상을 떠나고.
채유정은 차마 더 권하지도, 그렇다고 미련을 놔버리지도 못한 복잡한 얼굴로 그 뒤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린다.
시선의 끝자락에 걸리는 하얀 구름 한 점.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흘러가는 모습이 잠시 잡혔다가 그대로 장면이 페이드 아웃된다.
“아주 잘 나왔어. 하나도 버릴 곳이 없어. 전체는 이걸로 가고 서준이가 떠나는 컷만 다른 방향에서 찍고 마무리하면 될 것 같다.”
지시를 내린 이상의 결과물을 받아 든 감독이 흥분으로 반짝거리는 눈으로 지시를 내렸다.
온갖 복잡한 심정이 드러난 표정을 갈무리한 로운이 후련한 마음으로 프레임을 벗어났다.
‘시원섭섭하네.’
로운의 공식적인 촬영도 끝이었다.
앞으로 몇 번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강차헌과 심새로 위주로 흘러갈 것이다.
그 뒤는 현재 팀으로 포커싱이 넘어가게 될 터.
“아이고. 오늘로 로운이를 보는 건 끝인가?”
본인들의 촬영도 아닌데 내려와 있던 현재 팀이 축하 인사와 함께 아쉬움을 드러냈다.
“계속 온다고 구박하지만 않으시면 앞으로도 촬영장에는 계속 나오려구요.”
촬영은 끝났지만 아직 의뢰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 그럼. 당연하지. 배우가 촬영장에 온다는데 누가 뭐라 해?”
“안 그래도 김 감독이 아쉬워서 어쩔 줄 모르더만 그 얘기 들으면 아주 즐거워하겠네.”
막촬에 고생 참 많았다는 뜻인지 로운에게 건네지는 주전부리의 양이 상당했다.
그 하나하나 모두가 로운에 대한 호의 어린 관심이기에 로운은 감사히 그들의 애정을 받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많은 게 달라졌네.’
두 달도 채 되지 못하는 고작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로운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제일 큰 변화는 역시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처음엔 감독님을 제외하면 모두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호의가, 호감이, 친절이.
그 모든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이 아니라면 대화도 하기 싫은 태도였던 사람들은 어느새 살갑게 다가왔고.
특히 틱틱거리며 매니저의 혈압을 올리던 단역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로운에게 깍듯했다.
‘점점 더 달라지겠지.’
아직은 이 촬영장에 한정된 변화.
그러나 로운은 그 변화가 곧 더 넓게, 더 멀리 퍼져 나갈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노력이 온전한 보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로운은 그 무엇보다도 더 뿌듯하고 기뻤다.
‘의뢰를 하러 왔을 뿐인데…….’
도리어 로운이 더 많은 것을 얻어 가게 된 셈이다.
연기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된 것부터.
노력하는 대로 발전하는 것이 느껴지고.
그것을 모두가 인정해 주기까지 한다.
그 벅찬 감정은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비로소 로운은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을 마침내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조심스럽지만 용기 있는 첫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