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1화(31/110)
31
뿌듯함과 기쁨이 혼재된 알 수 없는 감정.
아마도 골방에 홀로 처박혀 확신 없는 미래와 후회 그리고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과거에서의 성장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별빛(의뢰자)가 당신을 보며 대견함에 눈물을 훔칩니다!]그때, 이제는 익숙해진 메시지가 떴다.
‘그러고 보면 저분도 마음이 참 여려.’
어떻게 생각하면 청화와 함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자 속에 갇혀 메아리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홀로 침잠하던 이전이 떠오른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던.
그저 필요하기에 다른 모든 것을 억누르고 살았던.
살아 숨쉬고 있음에도 사는 것 같지 않았던 과거가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호의가 호의로, 선의가 선의로 돌아온다는 건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야.’
당연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때로는 잊고 살던 사실.
그것을 떠올리자 이 자리의 모든 것이 눈부셔 보였다.
심지어.
“뭔데?”
무표정이 디폴트인 저 강차헌마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아니. 진짜 후광인 건가?
타인의 가감 없는 호의를 받으며 느낀 바가 있던 로운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강차헌 씨, 잘생기셨네요?”
“뭐?”
강차헌의 한쪽 눈썹이 슥 치솟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만 지어 보이는 영업용 미소를 로운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인간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헐리우드에서도 먹힌 마스크니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것은 맞았다.
‘비록 처음에 시비를 걸어서 평가절하되기는 했지만, 뭐…….’
“…넌 부끄럽지도 않아?”
“네?”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는데 왜 사실을 사실이라 하시냐고 물으시면…….
“그런 말 많이 듣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뻔뻔한 얼굴로 ‘나도 알아’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다.
로운은 황급히 분장을 수정해야 한다며 자리를 뜨는 강차헌을 보며 생각했다.
왜 저래 진짜…….
* * *
하드코어하게 진행되었던 과거 편 일정.
스태프들도 너무 빡센 것 아니냐고 앓는 소리를 하던 스케줄을 아무 말 없이 성실하게 연기에 임했던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어딜 가도 네 칭찬뿐이다, 로운아. 이 형은 너무 뿌듯해요!”
날이면 날마다 눈물을 흘리는 감성적인 사람은 여기도 있었다.
“내가 친해진 배우들한테 물었는데 요새 네 얘기를 주로 한대. 뭐, 제일 아쉬워하는 건 김 감독이지만.”
여기서 친해진 배우들이란 단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들이다.
과거 편에서는 학교 친구로, 현재 편에서는 다양한 배역으로 등장할 엑스트라들이었다.
“언제는 알못들이라고 욕하지 않았어요?”
“그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너 욕할 때나 그랬지. 네가 얼마나 챙겨 줬는데 욕을 하겠어? 사비 보태서 식사도 챙겨 줬는데 말이야.”
엑스트라의 경우 촬영이 길어지면 기본적으로 식대를 지급하거나 식사를 제공한다.
김 감독은 좋은 사람이었으므로 차등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우했다.
거기에 로운이 조금 더 보탰을 뿐이었다.
‘일정이 빡빡한 만큼 잘 챙겨 줘야지 불만이 없을 테니까.’
피로는 곧 퀄리티 저하로 이어진다.
한 번 찍을 것을 두 번 찍고, 세 번 찍게 되면 전체적인 스케줄도 딜레이된다.
반드시 영화를 성공시켜 어떻게든 김 감독을 다시 영화계로 화려하게 복귀시켜야 하는 로운으로서는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배고프면 서럽잖아.’
로운은 라면 한 개로 며칠을 때우던 과거를 여전히 기억했다.
배고프면 능률이 떨어지고 결과물의 수준이 별로라는 사실은 직접 체득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보양이 될 만한 건강식품과 때때로 간식까지 잊지 않고 열심히 챙겼을 뿐인데…….
‘이게 또 그렇게 되네……?’
역시 선의는 베풀수록 크게 돌아오는 듯하다.
로운은 다시 한번 잊고 있던 세상의 긍정적인 부분을 되새겼다.
‘어쨌거나 그럼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는 확실히 성공한 셈이구나.’
아직은 반절만 온 셈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좁은 바닥인 만큼 소문도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그 소문을 들은 이들이 믿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
‘그거야 앞으로 계속 증명해 나가면 될 일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첫 시작이 성공적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고무적이었다.
로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비록 과거 편 촬영은 끝났지만 로운은 여전히 촬영장을 꾸준히 찾았다.
여전히 배울 것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이 분위기도 좋고.’
누구 하나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기분 좋은 열기가 가까이 있는 로운에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또 왔냐?”
“네. 아직 배울 게 많아서요. 그러는 강차헌 씨는 왜 또 왔는데요?”
“난 아직 촬영이 안 끝났잖아.”
“로케 때문에 스케줄이 전부 미뤄져서 선생님들 분량부터 우선적으로 먼저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분위기가 이어져야지, 분위기가.”
강차헌이 출연하는 씬보다 훨씬 뒷 장면들 아니던가?
‘뭐. 촬영이 항상 순서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니까.’
강차헌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배우이니 그가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던 로운이 무심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몇 번이고 눈이 마주쳐 익숙해진 까만 렌즈가 그들을 찍고 있었다.
“앗, 이번엔 안 들키나 했는데……!”
상대는 다름 아닌 초반부터 쭉 이어졌던 메이킹 필름을 담당하는 연출부 스태프였다.
김 감독은 크랭크인을 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를 기획해 두었다.
고사를 지내는 것부터 따로 필름에 담아 두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 것도 제법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에 영화 개봉할 때쯤 함께 풀면 반응이 괜찮을 겁니다.
라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엔 김 감독의 노림수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강차헌이었다.
작품 외에 사적인 모습은 거의 공개하지 않는 강차헌.
그런 강차헌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니 반응은 아마도 폭발적일 터.
‘…근데 왜 자꾸 나랑 눈이 마주치는 거지?’
포커스는 강차헌이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로운은 때때로 저 작은 핸디캠의 렌즈와 자꾸 눈이 마주치고는 했다.
“봐. 또 들킨다 했지? 백 원씩 내놔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우들이 익숙한 듯 판돈을 걷어 갔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음향감독님……? 조명감독님까지……?’
조감독까지 슬그머니 껴서 동전을 내민다.
대체 언제 판이 그렇게 커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왜 강차헌 씨도 당연한 것처럼 분배받는 건데요?”
“나도 발견한다에 걸었으니까.”
“…….”
처음 핸디캠을 담당하던 스태프가 ‘자연스럽게 있어 달라’며 난처해하던 것과 달리.
어째서인지 지금은 다들 로운의 이 기행 아닌 기행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찾아내나 몰라.”
“아주 귀신이야, 귀신.”
“저번에는 숨어서 찍는 것도 발견했잖아. 그때 카메라 든 친구가 완전 까무라치려고 그랬었지?”
그러면서 다들 기특하다며 주전부리를 또다시 한가득 쥐여준다.
“하여간 일하러 오는 건데도 재미있다니까.”
“말도 마. 다른 곳에서 촬영하는 애들 말 들어보면 거긴 우리 같지가 않대.”
“하긴. 원래 그게 보통이긴 하지. NG 몇 번 내고 시간 늦어지고 하다 보면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하니까…….”
귀로는 달랐다.
연기를 곧잘 하면서도 거들먹거리거나 게으름 부리지 않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열심히 배우려는 막내가 있으니 험악해지려야 험악해질 수가 없었다.
더구나 제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매일같이 방문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니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확실히 되었다.
서로의 촬영 날에도 찾아가며 진심으로 애정을 쏟으니 귀로의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화기애애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여간 김 감독 보는 눈은 정말 알아줘야 해. 어디서 저런 기특한 애를 데려와 가지고는.”
“거 애기한테 부끄럽지 않게 오늘도 열심히 해 봅시다!”
배우들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 길이 없는 로운.
그런 로운에게 비하인드 담당 스태프가 말했다.
“이거 감독님께 말해서 코너 속 코너로 제작해 보려고요.”
“…네?”
“‘카메라를 찾아라!’로 이름 지으면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뭔진 몰라도 완전 좋을 거라며 싱글벙글 웃으니 로운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거 직업병인데…….’
배우는 카메라 무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만 미리 숙지해 두기만 하면 그 뒤는 더 이상 렌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촬영 기법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아이돌은 그러면 큰일 나지.’
회사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번호를 붙인 카메라를 여러 대 배치해 두고 해당 번호를 호출하면 곧장 반응해야 한다.
그래야 무대에 설 때 헤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병이 이런 식으로도 도움이 될 때가 있네……?’
로운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배우들이 제대로 의기투합한데다가 스태프들까지 모두 열정이 넘쳐서일까.
귀로의 촬영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너지가 일어난 덕분이었다.
그사이, 로운도 예정되어 있던 몇 장면을 추가로 더 찍었다.
갈 때마다 맛있는 것을 쥐여 주고 자식을 대하는 것처럼 본인의 노하우를 나눠 주고 과거 얘기를 들려주는 배우들 사이에서 로운이 여러 가지를 듣고 배우며 제법 시간이 지났을 무렵.
모든 촬영이 마무리되고 어느새 개봉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 * *
“쫄지 마.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쫄 필요 없어!”
개봉에 앞서 여러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앞으로 한 시간만 있으면 열릴 제작발표회가 그중 하나였다.
“자, 심호흡 크게 하고! 떨지 말고! 잘못한 거 하나 없으니까 당당하게! 쫄지 말고!”
마치 세뇌라도 하듯 염불을 외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매니저였다.
일반 시사회와 달리 제작발표회는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과 업계인들이 주 대상이었다.
‘그리고 본체는 기자들이랑 사이가 개판이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무명인 주제에 기자들과 그렇게까지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참 대단하다 싶기는 했다.
그 업보를 자신이 책임져야 해서 문제지만.
“형. 일단 진정해요. 저 걱정 하나도 안 돼서 괜찮아요.”
“…지금 나 떨고 있니?”
“네. 아까부터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 있어요.”
“크… 크흠……!”
“근데 진짜로 저 괜찮으니까 형도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분명 질문을 빙자한 칼을 문 비난들이 쏟아질 터.
그러나.
‘무섭다고 도망만 갈 수는 없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도망가는 것보다 더 당당하게 구는 것이 맞다.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먹이를 포착한 것처럼 더 신나게 물어뜯을 테니까.
“스탠바이. 입장 10분 전입니다!”
스태프 하나가 시간을 알렸다.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를 문 너머의 세상.
이제 정말 곧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