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5화(35/110)
35
‘부를 사람이라…….’
‘귀로’는 로운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었다.
새롭게 얻은 두 번째 기회에 주어진 첫 도전이었으며.
노력에는 결실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 또한 그중 하나였다.
더 이상 의뢰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소중한 대상이 되어 버렸다.
‘두 번째 기회를 얻었어도 달라지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구나.’
눕는 것만으로 꽉 차는 좁은 골방 같은 집에서 언제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는 더 이상 좁지 않은 넓은 집에서 지내며 조금만 노력해도 모두의 인정을 받는 달콤한 삶을 살고 있다지만…….
‘…가족이라.’
이전 생도, 지금도.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운은 둘 다 없는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이럴 때 부를 사람이 없다는 건 동일하다니.
즐거운 우연은 아니다.
입맛이 씁쓸했다.
‘하긴. 어떤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초대할 수는 없지. 의심을 사면 곤란한 건 이쪽이고…….’
게다가 애초에 본체의 가족은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연락 한번 없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벤트를 해 볼까? 마침 좋은 기회 같은데.’
로운은 얼마 전 들었던 소식을 떠올렸다.
‘시사회에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추첨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었지……?’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며칠 후.
김 감독은 곧장 시사회 날짜를 잡았다.
보통 제작발표회와 시사회를 연달아 이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귀로’는 일부러 둘을 분리했다.
부정적인 이슈를 제작발표회로 탱킹하고 남은 관심들만 영화에 온전히 집중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이 방법은 꽤 잘 먹혀들었는데, 그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제작발표회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치솟았다는 점이었다.
-설마 자리가 텅텅 비지는 않겠지? 반만 차 있으면 되게 민망할 것 같은데.
시사회 인원 반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나머지 반을 일반 관객들에게 배정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던 김 감독을 로운은 기억했다.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몰려도 너무 몰렸다고 그랬었나? 확실히 감독님은 좀 당황하신 것 같기는 했어.’
하지만 로운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이런 반응을 위해 어그로를 끈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야 의뢰도 무사히 완료할 수 있고.’
초반부터 반응이 오는 건 아주 긍정적인 신호였다.
“형. 혹시 제가 받은 시사회 초대권, 이벤트로 나눔 해도 괜찮을까요?”
“이벤트로 풀려고?”
“네. 어차피 초대할 사람도 없고…….”
대충 로운의 상황을 아는 매니저가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허락도 얻었겠다, 로운은 실로 몇 달 만에 개인 SNS를 열었다.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
뭐지.
왜 팔로워수가 늘어 있지?
포스팅을 다 밀 때까지만 해도 500만이었던 팔로워 수.
‘줄어들겠지.’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570……?”
이 숫자는 대체 뭔데?
‘대체 아무것도 없는 계정을 대체 왜 팔로우 하는 거지……?’
짐작할 수 있는 건 그나마 하나다.
‘…그렇게까지 어그로가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해 보면 성공할 게 분명한 작품이니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린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했다.
게다가 이벤트를 하기에는 사람이 많은 게 홍보에는 더 도움이 될 테니 좋을 터.
톡, 톡톡!
로운의 손가락이 휴대폰을 바지런히 두드렸다.
해시태그까지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이윽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 거람…….”
포스팅이 완료되었다는 표시와 함께 0이었던 숫자가 1로 바뀌었다.
“휴우…….”
로운이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도 팬들과 직접 이렇게 메시지로 소통해 본 적은 없었는데 전 회사가 모든 sns 사용을 금지했었기 때문이다.
비공식 해체 이후에는 두려워서 감히 뭔가 소식을 알릴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그에 비하면 지금은…….’
로운은 새삼스레 달라진 스스로를 자각했다.
비록 본체의 원죄를 모두 청산하기엔 아직 갈 길이 구만리라지만.
이전처럼 팬들을 생각하면 그리움과 동시에 찾아오던 숨막히는 듯한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두 번째 기회.
그것이 로운에게 준 것은 새로운 삶뿐만이 아니다.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두 번째 기회가 준 것은 삶이자 희망 그 자체였다.
‘판은 깔렸으니 부디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물론 벌써부터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로운은 밤잠을 설치며 노력했던 무수히 많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결코 헛되지 않은 노력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잠시 뒤.
“…어?”
로운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무수히 많은 좋아요 알림이 쉴 새 없이 갱신되고 있었다.
로운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발 빠르게 온라인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 * *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림만으로도 핸드폰이 방전될 수 있는 거였구나.’
로운은 새로운 세상을 알고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SNS로 이렇게나 많은 반응이 온다는 것이 첫 번째 충격이요.
두 번째로는 570만이라는 숫자가 생각보다도 더 어마어마했다는 것이 놀람 포인트였다.
이전 생에는 최신형은커녕 기기값 0원인 효도폰을 사용했던 로운.
그렇기에 이런 최첨단 최신식 소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것은 많구나.’
이럴 때면 그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는지.
얼마나 작은 세상에 갇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이지만…….
‘어차피 이제 더 이상의 후회는 없을 테니까.’
아쉬움을 남기는 삶은 이제는 사양이다.
어쨌거나 알림으로 뻗어 버린 폰은 혹독하게 단련되어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로운에게도 새로운 컬쳐 쇼크였다.
‘조금 아쉬워. 더 읽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트와 댓글로 이루어진 거대 쓰나미 사이로 로운을 응원하는 듯한 문구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관종이니 뭐니 하는 욕설도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자체 필터링되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근데 그나저나… 그 인간은 대체 댓글을 왜 단거람?’
로운의 최신형 핸드폰이 완전히 방전된 것에는 또 다른 사람의 혁혁한 공로가 있었다.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화력에 기름을 콸콸 부어 주는 그 댓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차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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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강차헌이 댓글을 왜 다는데?
이거 사칭 계정이겠지?
…했지만 옆에 붙어 있는 선명하고 파란 마크가 공식임을 알려 주었다.
‘본체와는 정반대로 SNS 안 하기로 유명한 사람 아니었냐구?’
그런데 그런 강차헌의 첫 댓글을 받아 버렸다.
폭발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문제는 로운이 그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방전되었다는 것이다!
“충, 충전기.”
깜짝 놀라 충전기를 찾아 연결했지만…….
“…왜 다시 꺼지는데?”
연결해도 켜지기가 무섭게 다시 꺼지기를 반복했다.
로운은 그제야 먹통이 된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추첨… 할 수 있겠지?’
* * *
다행히 추첨을 못하게 될 일은 없었다.
핸드폰이 방전돼 넋이 나간 로운을 아침에 픽업하기 위해 온 매니저가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며 상황을 정리해 준 덕분이었다.
“네가 갑자기 ‘형…….’ 하면서 목소리 까니까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진짜 놀랐잖아.”
매니저가 기억이 돌아온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곧 뿌듯한 얼굴로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봐봐. 벌써 기사화됐더라.”
“‘배우 이로운, 인별그램이 화제인 이유? 훈훈한 나눔의 현장’. …이게 뭐예요?”
“뭐긴 뭐야. 어제 네가 올린 인별 얘기지. 여러 커뮤에 퍼져서 그런가 기자들이 낼름 소스로 써먹더라. 안 그래도 요새 ‘귀로’에 관심이 제법 몰려서 그런 거 같더라고.”
슥슥 스크롤을 내리니 기사가 한 개도 아니고 심지어 여러 개였다!
“와……?”
기사가 아예 없는 것과 있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인터넷 기사의 클릭수는 곧 돈인 법.
그러니 돈이 될 만한 이야기는 모조리 기사화시키는데, 이게 곧 대중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지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찮지? 반응도 나쁘지 않아.”
매니저는 로운이 글을 잘 썼다며 칭찬했다.
글 곳곳에서 조심스럽고 수줍음이 묻어나는 데다가 내용은 팬분들을 위해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기특한 내용이다.
여러 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의외로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안 그래도 시사회 추첨이 박 터진다는 게 이슈 된 상황에서 로운이 네가 적절히 양념을 친 거지.”
타이밍도 딱 좋았다며 매니저가 흐뭇한 얼굴을 했다.
“근데 강차헌이랑은 언제 어떻게 그렇게 친해졌어? 강차헌이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별로 안 친해요…….”
친하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관찰을 당하는 쪽에 더 가깝다.
“안 친하다니. 그럼 걔가 네 인스타엔 왜 찾아왔대?”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해프닝까지 기사화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리니까.
벌써부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성공이란 달콤하기 짝이 없는 냄새가.
게다가 신기한 것은 아무도 그 생각을 설레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 로운이! 우리 복덩이!”
“네, 네?”
“안 그래도 어제 올린 인별 대박 난 거 봤지. 나도 하트 눌렀는데 봤어?”
물론 못 봤다.
“앞으로 대박 나면 이제 바빠질 일밖에 없으니까 더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기 전에 미리미리 해 둡시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오늘 이렇게 감독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다.
조만간 올라갈 유튜브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
본래 채널 홍보차 인사만 간단히 찍는다고 들었으나 와서 보니 뭔가 대폭 늘어 있었다.
제작발표회 때의 한을 풀 모양이었다.
“요즘은 이렇게 정보를 먼저 줘야 호기심을 가지고 보러들 오거든. 일단 이거부터 찍고, 그다음에 홍보 영상 따고, 그다음은 간단한 질의응답하고…….”
기왕이면 연기도 일부분 보여 주면 좋겠다고 하더니만 즉석에서 촬영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해. 내 생각엔 이건 물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홍수급일 거야, 홍수급.”
김 감독의 진두지휘하에 스태프들도 갈렸는지 큐시트를 나눠 주는 그들의 눈 밑이 새카맸다.
그런데도 행복해서 그런지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조금은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다…….
로운이 먼저 오늘 촬영이 있을 스튜디오를 살폈다.
이제는 거의 버릇이 되어 버린 루틴이었다.
그때, 강차헌이 막 도착했는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오늘 일정과 큐시트까지 알뜰하게 챙긴 강차헌은…….
‘…왜 여기로 오는데?’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로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