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6화(36/110)
36
‘아니지. 나 때문이 아닐 수도 있잖아?’
자의식 과잉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어디서 본지 모를 문구가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아니 그치만!’
신종 괴롭힘인 것인가?
로운이야 강차헌과 합을 맞춰 보며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강차헌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 것인가?
비록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처음의 인상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근데 그럼 댓글은 왜 달았는데?’
매니저가 모든 알람을 손수 차단해 준 이후에 간신히 확인할 수 있었던 댓글.
[K_chacha_h 첫 초청장 나 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대체 언제 이런 약속을 했다고?
정말로 괴롭히기 위해서?
하지만 굳이 이렇게 귀찮은 짓을 하면서까지 남을 괴롭힐 만한 사람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로운은 그냥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 대체 그 댓글은 뭐예요?”
“댓글? 아. 인별.”
턱을 매만지던 강차헌이 물었다.
“왜. 도움 안 됐어? 열심히 하려는 것 같아서 지원사격 좀 나가 준 것뿐인데.”
“도움이야… 되기는 했는데…….”
그건 지원 지원사격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폭탄을 한복판에 떨군 수준이라는 게 문제였다.
무려 ‘그 강차헌이 욕심냈던 표’라는 프리미엄 딱지가 붙어 반응이 제대로 폭발했던 것이다.
“그럼 됐지. 뭐가 문젠데.”
“강차헌 씨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로운은 강렬했던 첫인상을 되새기며 물었다.
그런데.
“아니?”
“……?”
“내가 너 싫어한다고 누가 그런 말 했어?”
“네? 아니. 그건 아니고요. 강차헌 씨가 대놓고 그랬었잖아요. 기억 안 나요?”
턱을 매만지던 강차헌이 이번엔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사람을 꿰뚫는 듯한 눈으로 로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긴 했지. 근데 너 내가 싫어하던 그놈 아니라며.”
그놈이란 본체를 뜻하는 말이다.
‘아니, 진짜 그 말을 믿는다고?’
물론 여태까지 몇 번이나 다른 영혼이라고 얘기했고 상대도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 것 같기는 했지만.
“설마 거짓말이었냐?”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럼 뭐가 문젠데.”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지금까지의 했던 말들을 정말 진심으로 믿는다고?
“연기도 곧잘 하고. 소심한 게 좀 아쉽긴 한데, 그 정도면 성격도 나쁘진 않고.”
…칭찬인가? 칭찬이겠지?
“처음엔 의심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니라 좀 지켜보기는 했는데.”
설마했는데 진짜 관찰한 게 맞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어느 순간은 본인이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는 때가 있거든. 그런데 넌…….”
살피는 듯한 눈이 로운을 훑었다.
“내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면 넌 이미 예전에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나갔을걸. 대놓고 헐리우드 가고 싶다고 입 털고 다녔으니까.”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욕심은 대놓고 그득하던 게 정말 본체나 할법한 소리였다.
“뭐, 그런 이유로 지금의 너를 내가 굳이 싫어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왜. 싫어했으면 좋겠어?”
“그,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됐네. 뭐가 문제야?”
쓸데없는 걸로 별 고민을 다 한다는 투다.
‘…뭔가 말려든 것 같은 기분인데, 뭐지?’
아무튼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는 배우에게 미움을 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히 다행인 일이기는 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로운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넘기기로 했다.
세팅이 된 스튜디오 쪽으로 배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야. 장소 때깔부터 다르네.”
“그러게요. 우리 대본 리딩 하던 곳 생각하면…….”
“우리 감독님이 정말 한이 맺히셨나 봐, 한이.”
평소라면 메인 카메라 뒤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을 감독도 이번에는 스튜디오로 들어와 자리에 착석했다.
하루 만에 찍어야 하는 분량이 꽤 빡빡했다.
게다가 한편에는 메이킹 필름을 담당하는 스태프마저 있었다.
감독이 얼마나 눈에 불을 켜고 준비했는지 보이는 대목이었다.
“오늘 일정 좀 봐. 어째 영화 찍는 것보다 더 빡세 보이네.”
“그래도 해야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까.”
제작발표회 때 개설한 채널에 구독자가 어느 정도 붙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들은 자신들이 더 의욕에 찬 것처럼 나섰다.
찍어야 할 분량은 꽤 많았지만 촬영 자체는 즐거웠다.
‘말솜씨가 더 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헤맨 것 같았지만.
채유정이 아닌 배우 이로운으로서 진행한 촬영은 뭔가 낯설면서도 조금 느낌이 달랐다.
뭐랄까…….
‘쑥쓰럽기도 하고 헤맨 거 같기도 한데……. 감독님이 다시 찍는 건 없다고 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
바쁜 진행 스케줄도 그렇고 자연스러움을 한껏 극대화시키겠다는 김 감독의 당부가 미리 있었기에 웬만한 NG도 그냥 넘어갔다.
문제는 로운을 제외한 배우들은 다들 베테랑이라는 것이었고, 로운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근데 정말 그대로 나가도 되는 거 맞겠지? 아무리 유튜브용 영상이래도 이렇게까지 자유로워도 되는가 싶기는 한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운이 말을 할 때마다 같이 자리한 배우들이 하나같이 흐뭇한 얼굴을 했다.
심지어 김 감독마저 로운을 볼 때면 한층 더 싱글벙글한 미소를 띠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평소에도 다들 로운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분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그랬다.
로운이 뭔가 어설프게 굴거나 실수를 할 때마다 그의 손에 쥐여지는 먹거리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났다.
다행히 그걸 야금야금 먹고 있으려니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기는 했다.
‘그래. 안 되는 거면 감독님이 커트해 주시겠지!’
촬영은 식사 시간에도 쭈욱 이어졌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일부러 식사 시간까지 촬영에 포함시킨 것이다.
평소처럼 여러 배우들이 로운에게 접시를 밀어주었다.
언젠가 그 이유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 유정이 볼 때마다 늘 안쓰러워 가지고… 이렇게 복스럽게 먹는데 늘 새모이만큼밖에 안 먹잖아.
라는.
로운으로서는 조금 의아한 답이 돌아왔었다.
옆에서 강차헌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으면 된다’고 알려 주어서 그 뒤로는 얌전히 주시는 대로 감사히 받아먹고 있었다.
‘그치만! 이건 촬영인데 정말 이래도 돼?’
결국 걱정이 된 로운은 휴식 시간에 감독에게 찾아가 물었다.
물론.
“돼. 완전 돼. 이대로가 딱 좋아. 뭘 더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지금처럼 평소대로만 하면 딱이야! 딱 그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전혀 납득되지 않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왠지 자꾸 뭔가 받아먹기만 하는 것 같은데 정말 이런 방송, 괜찮은 것인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감독이 괜찮다고 하니 로운은 걱정을 놓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늦은 새벽이었다.
“김 감독, 이거 언제 올라온다고 했지?”
“내일 오후 중으로 올릴 겁니다. 그래야 내일모레 있을 시사회에 맞출 수 있거든요.”
김 감독이 택한 전략은 신비주의 전략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였다.
어찌저찌 처음 스타트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 반응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양념을 칠 필요가 있었다.
한참 주목도가 높을 때 최대한의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것이다.
그다음 날.
미리 말을 전해 들은 대로 김 감독의 채널에 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었다.
‘와. 벌써 조회수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몇십만 뷰를 훌쩍 넘긴 조회수가 현실감을 주었다.
정말로 개봉이 코앞이었다.
노력의 결실을 볼 시간이었다.
* * *
“형, 괜찮아요?”
“괜찮, 우욱, 괜찮아.”
대망의 아침이 밝았다.
“진짜 저 혼자 가도 된다니까요…….”
로운도 긴장이 되긴 마찬가지였지만 더 긴장한 것은 매니저였다.
당사자인 로운보다 더 토할 것 같은 얼굴로 매니저가 간신히 시사회가 열리는 장소로 그를 데려다주었다.
‘오늘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지.’
정식 개봉 전의 시사회는 영화의 전체적인 성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일종의 압축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사회는 여러모로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신청하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이때 관객들이 내린 평가지수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관계자들이 아닌 일반관람객이 참여한 시사회는 더욱더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그래서 보통 이런 때에 우호적인 기자들을 불러서 긍정적인 기사를 미리 부탁하기도 한다던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그런 기자가 있었다면 제작발표회에서 그 난리가 났을 리가 없었다.
혹은 영화에 관련된 컨텐츠를 다루는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단다.
물론 김 감독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시간이 되자 대기실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후의 전투를 치르러 가는 사람들처럼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긴장돼?”
누군가 로운을 축 치며 물었다. 강차헌이었다.
“제작발표 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만.”
“그때는 기자분들만 와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언론사에서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순수한 관객들일 터.
대중이라는 존재는 로운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였다.
그들이 있어야 로운도 존재할 수 있으며.
그들의 평가로 그의 가치가 정해지고는 했으니까.
무릇 연예인이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거나 먹던가.”
“……?”
무심코 받아 보니 사탕이었다.
“…선생님들한테 옮았어요?”
인간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던데.
아무튼 강차헌의 돌발 행동 때문에 긴장하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입장하시겠습니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배우들은 곧장 시사회가 진행될 영화관 안으로 들어섰다.
엄청난 인원이 추첨에 몰렸다더니만 제법 커다란 관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아.’
인별그램이 팬들과의 기념비적인 첫 소통이었다면.
시사회는 대중과의 기념비적인 첫 공식 만남이었다.
로운은 수천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꼈다.
일부는 적의를.
대다수는 호기심을.
그리고 그중 아주 소수는 미약한 호의를.
제각기 다른 감정을 품은 눈길이 로운을 응시한다.
비록 엄중한 판단을 내리는 수백 명의 심사위원 앞에 선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아.’
마치 발가벗기듯 로운을 응시하는 저 시선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감정은 단 하나다.
호기심.
호나 불호 같은 그 어떤 가치판단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
달리 말하자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편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리고 로운은 자신이 있었다.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을 한 저들을 모두 제 편으로 만들 자신이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귀로’가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감독인…….”
인사를 하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기를 여러 차례.
다시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배정된 좌석에 착석한 상태였다.
곧 안내와 함께 상영관이 어두워지며 모든 불빛이 소등되었다.
뒤이어 어둡게 변한 커다란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그저 조용히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그리게 만드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목소리로 알리는 ‘귀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와…….’
마침내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까지 모두 올라가고 상영관의 불이 켜졌을 때.
로운은 볼 수 있었다.
넘실대는 황금빛의 바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