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7화(37/110)
37
넓은 상영관 안을 가득 채운 황금빛의 바다.
‘아름다워.’
보는 순간 숨이 멎을 만큼 소름 돋게 아름다운 광경.
마치 로운의 선택이 옳았다는 듯 상처럼 내려진 찰나 간의 황홀한 세계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다시 평범하게 돌아온 상영관이었지만.
로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확실했다.
‘이건 성공이야.’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다시 불이 켜졌음에도.
상영관은 여전히 조용했다.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로운은 그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모두가 여운에 젖어 있는 탓이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침묵이 깨졌다.
짝… 짝짝.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래서일까.
자그맣게 들리던 박수소리는 어느새.
짝짝짝!
모두에게 옮아간 것처럼 상영관 안을 가득 메웠다.
일부는 슬쩍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저 사람들은 어떤 판정을 내릴까.’
불이 꺼지기 전까지만 해도 로운은 그것이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의 결정이 곧 그간 로운이 고대하던 변화의 시작일 터.
그러나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찬란한 황금색으로 가득 찼던 상영관이 그걸 증명했으니까.
‘이제야 드디어 제대로 된 시작이네.’
비로소 로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세상을 향해 내딛는 로운의 성공적인 첫걸음이었다.
* * *
‘정말 예뻤지.’
황금을 녹여 바다를 만들면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넘실거리던 황금빛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다시 볼 수는 있는 걸까?’
단순히 아름다워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건 일종의 증명이었다.
로운의 노력이 끝내 틀리지 않고 결실을 맺었다는 증명 말이다.
‘그저 살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해서 연기를 했을 뿐인데.’
그 노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무언가 의미가 되고, 그 의미는 다시 빛이 되어 로운에게 되돌아왔다.
‘마치 무대에 서는 것 같았어.’
생각해 보면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어떤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드러내냐의 차이일 뿐.
[채유정 역: 이로운]크레딧에 오른 그의 이름.
그것을 본 순간 벅차오르던 감정을 로운은 절대 잊을 수 없으리라 직감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 감정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 일깨워 준 것이다.
“로운아, 로운아!”
로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황금빛 물결을 되새기는 사이.
로운보다 더 열광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던 매니저가 로운을 불렀다.
“형, 피곤하지 않아요? 벌써 새벽인데…….”
언제나 어미 새처럼 로운을 챙기는 매니저다.
새벽까지 촬영이 있으면 같이 버티는 것은 물론이요.
연달아 대기가 있어도 지루해하기는커녕 알뜰살뜰 로운을 챙겨 주었다.
가리온 때의 매니저를 생각하면 선녀, 아니, 천사 그 자체였다.
“피곤은 무슨 피곤. 너 지금 봐야 할 거 있어. 이거 봐봐.”
“뭔데요?”
“이 사람, 되게 유명한 영화 평론가인데 엄청 깐깐하고 가차 없이 보기로 유명하거든?”
“한향?”
“되게 유명한 사람이야. 자기 기준 이하라면 아무리 천금을 준대도 절대 좋은 말은 안 쓴다는 대쪽 같은 양반이거든.”
“그래요?”
슬쩍 보니 프로필상의 인상이 씨알도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굉장히 깐깐하게 보이기는 했다.
“듣기로는 협찬이나 광고 이런 거 절대 안 받아서 이 사람 평을 참고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 쪽에서 초청장을 보내긴 했는데 답이 따로 없어서 안 왔나 싶었거든? 그런데……!”
매니저가 커다란 손을 움직여 섬세하게 화면을 터치했다.
“이렇게 벌써 글을 올렸단 말이지! 자, 한번 읽어 봐 봐.”
몹시 뿌듯한 표정으로 내미는 핸드폰을 로운이 얌전히 받아들었다.
그의 눈이 천천히 화면을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 * *
@한향_Onefragrance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작품이 있다. ‘귀로’가 그렇다.
작품 사주에 구설수가 끼어 있는지 감독부터 배우까지 아주 다양하게 별별 말이 많았다.
누군가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글쎄.
클릭수와 조회수로 먹고 사는 요즘 세상. 말이 아예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영화라는 매체는 클릭수와 조회수와는 무관하다.
손가락으로, 눈으로 훑는 공짜 재화와는 달리 영화관은 직접 영화관까지 가서, 적지 않은 돈까지 내고서야 볼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 ‘귀로’는 첫 행보부터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사회 역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갈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야 차치하고서라도 구일환 배우와 강차헌 배우가 나오다니? 그들의 작품 보는 눈이 유명한 건 이제 말하기도 입 아픈 주지의 사실이다. 당연하지만 이건 불가항력이거든.
자리에 앉으며 퍽 걱정했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서정적이고 잔잔한 제목으로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중략)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불이 켜졌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 각박한 세상에 던져진 나를 위해 존재한 위로에게 말이다.
(중략)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돈 있고 빽 있는 자가 득세하는 세상이라고.
그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서 귀로는 약자의 편을 들고 있다. 거기에 요즘은 잊혀진 가치를 내세운다.
권선징악. 착한 사람이 승리하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보편타당한 명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사회에서는 사장되다시피 한 진리다. 그러나 귀로는 이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가치를 꺼내 들었다.
(중략)
과장되게 꾸며진 극은 재밌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동시에 일장춘몽에서 깨어나듯, 그 이야기도 끝이 난다. 어차피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나와 완전히 분리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귀로’는 그렇지 않다.
비록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사이다’가 과장되게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노력하는 사람이 결실을 얻고, 부정한 자가 벌을 받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사회의 질서.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그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과장되지 않기에 우리의 삶과 연계성을 가진다. 스쳐 지나가며 본 우리의 이웃 이야기같이 친밀하며, 그렇기에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보편적인 이야기는 그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산다. 귀로가 그렇다.
(중략)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귀로를 보며 자꾸 어떤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묘하게 누명을 쓰는 주인공의 상황이 어딘지 익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의도된 것일까?
안 그래도 구설이 많은 영화에 마찬가지로 구설이 많은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감독은 과연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것이 김성하 감독이 의도한 이스터에그라면 그 영리함에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권선징악은 과연 어디까지 적용이 될 것인가.
(후략)
* * *
“어때? 봐봐. 벌써 좋아요 수가 대박이지.”
포스터와 함께 올라온 장문의 글은 인별에 게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십만의 하트 수를 기록했다.
‘나도 눌러도 되나……?’
로운은 조금 이따 그의 계정으로 하트를 누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한데. 벌써 댓글도 관련 이야기가 좀 달린 것 같고.’
김성하 감독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작품의 관람과는 별개로 의문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시사회밖에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추측이어서 그런가 벌써부터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처럼 여기저기 퍼날라지고 있었다.
‘뭐, 내게는 좋은 일이니까.’
로운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확인했던 의뢰 달성률 수치를 떠올렸다.
[현재 의뢰 달성률: 73%]완성된 영화에서 황금빛이 넘실거리던 것과는 달리 어딘가 조금 어설퍼 보이는 수치였다.
‘왜지? 영화 촬영도 잘 마쳤고 완성도 됐고, 시사회 반응도 괜찮은데.’
로운은 의아했다.
‘아. 혹시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아서?’
시사회 반응이 개봉 후에도 전반적으로 죽 이어지는 기조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식 개봉은 아니다.
아예 박스오피스에 집계조차 되지 않으니 객관적인 성적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애매한 달성률 수치가 말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근데 이상하게 그게 다가 아닐 것만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벌써부터 치솟는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보면 분명 이건 된다는 감이 오건만.
그것과는 별개로 의뢰 달성률을 올리는 것은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 않았다.
‘다른 뭔가가 더 있는 건가?’
의뢰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자책에 빠진 남자를 수렁에서 구하기’다.
달리 말하자면 영화를 흥행시키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는 소리다.
‘다시 영화판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거군.’
처음에는 영화 제작을 성공시키는 것이 이 의뢰의 가장 큰 중요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달성률을 보면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만이 강하게 들었다.
‘좋아. 일단은 지켜봐야겠어.’
이틀 뒤로 다가온 개봉.
로운은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어디까지 개입하면 될지, 곧 윤곽이 드러날 테니까.
* * *
개봉과 동시에 귀로 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개봉 직전까지도 유튜브용 영상을 찍는 등 영화 촬영 때보다도 더 바빴다지만 영화 후는 어나더 클라쓰였다.
“아이고.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힘들어 죽겠네.”
영화는 개봉한다고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촬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어지는 홍보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면 음방을 비롯해 온갖 매체에 얼굴을 들이밀게 된다.
고작해야 이주 남짓인 활동기간.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홍보를 하기 위해 예능도 나가고 인터뷰도 하며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하면서 여러 군데에 얼굴을 비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까.’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개봉 첫날인 오늘.
그들은 지금 미친 듯이 무대인사 뻉뺑이를 도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