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9)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39화(39/110)
39
개봉 4일차.
3일째의 스코어까지 나온 상황.
비록 개봉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지만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이건… 될 작이다!’
이건 알못이 봐도 될 수밖에 없는 추이였다.
개봉 3일차가 되자 관객수가 정확히 전날의 두 배를 찍었던 것이다.
무슨 천재지변급의 일이 터지지 않는 이상,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야 이거… 진짜 가능하겠는데?”
비록 주말이 껴 있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마저도 프로모션의 일부다.
개봉 날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도 대진운이 달라지고 관객 수가 달라지며 스코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소고기를 사게 생겼구만.”
평소 말수가 적고 감정 기복이 적어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구일환마저도 허허 웃으며 한마디 보탤 정도였다.
“맞다. 형님이 저번에 그랬었죠? 우리 대박 나면 한우 투쁠로 쏘겠다고. 아, 간만에 배에 기름칠하게 생겼네.”
“경사가 대체 몇 겹이야? 일환 선생님은 복귀작으로 대박이 나시고 우리 감독님도 완전 금의환향하시는 거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정 탈까 쉬쉬하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작 3일차건만 벌써 누적 관객수가 77만이다.
이대로라면 4일차인 오늘의 관객수를 더하면 백만은 가볍게 넘고도 남을 터.
다들 첫날의 신중함은 내다버린 채 본격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진지하게 점치기 시작했다.
“근데 난 지금 이 상황에서는 대박보다 우리 제발회에서 입 털던 기자들 엿먹은 게 더 좋다.”
흥행의 조짐을 읽어 낸 것은 귀로팀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발 빠른 언론들은 앞다투어 귀로의 추이에 대한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던 것.
로운의 공약에 대한 주목도가 어마어마했다.
과연 일주일에 백만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
어쨌거나 대중은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재미있어 했다.
결과가 어쨌든 호감이 붙은 것만은 확실했다.
기자들은 이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때 우리 막내가 진짜 잘 말했지.”
로운이 던진 어그로가 신의 한 수였다며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잔뼈가 굵은 만큼 별소리가 다 나오는 제작발표회에서도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들이다.
하지만 사실 그들도 속으로는 몹시 거슬리고 짜증이 났던 모양이었다.
“기억나, 기억나. 그때 로운이가 대놓고 백만 부르는데 하나같이 다들 멍 때리더라. 거기서 그런 얘기가 나올 줄 몰랐다는 거겠지.”
다시 생각만 해도 웃겼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온다.
“근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우리 막내의 그 한마디가 신의 한 수 같아. 아니었으면 지금 이런 얘기 대신 정반대 기사만 쏟아져 나왔을 거 같단 말이야?”
관객들의 수준이 어쩌니저쩌니 하며 시끄럽게 씹어 댔을 거라며 한숨 쉬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막내, 혹시 다 예상하고 던진 얘기 아냐? 그게 아니면 이렇게 상황이 절묘하게 흐를 수가 없을 텐데.”
호기심이 가득 찬 눈들이 로운을 향한다.
‘사실 그거 맞는데.’
맞다.
다 알고 한 거다.
자신 있기에 승부수를 어그로라는 형태로 던져 본 것일 뿐.
‘그쯤에서 끊어 주지 않았다면 계속 질질 끌려다닐 게 뻔히 보였으니까.’
포커스는 어디까지나 영화에 맞춰져야 한다.
영화의 성공이 전부는 아니지만 성공을 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미끼를 던져 본 건데… 훌륭하게 통했지.’
본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그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물론 그 이미지가 지속되면 곤란하지만 로운은 자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말은 할 수 없으므로 로운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다행히 주제는 금방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백만이 곧인데, 우리 공약은 어떻게 해?”
“프리 허그 말이지? 다 늙은 우리랑 포옹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아휴. 뭘 고민해. 저기 일당백들이 있는데!”
로운은 모두가 강차헌을 바라볼 줄 알았다.
로운이 끈 어그로에 프리허그라는 양념을 친 것은 강차헌이니까.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왜 나도 같이 보시는 거지?’
강차헌이야 이름값과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당연히 모두가 반길 테지만.
대체 자신은 왜 보는 거람……?
“음. 괜찮네.”
“교복 입혀 내보내면 딱일 거 같지?”
“어, 뭘 좀 아네?”
“우리 딸이 이런 거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좀 알아봤지.”
로운의 의사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큰 틀이 착착 잡히기 시작했다.
“무대 인사 돌 때 하는 건 좀… 뭔가 약한데.”
“동의. 차라리 하루를 빼서 이벤트로 진행하면 어떨까 싶은데.”
“게릴라식으로 진행하는 게 낫겠지? 미리 고지하면 사람이 너무 몰려서 곤란할 것 같은데.”
“위치는 알리지 말고 프리허그가 언제 열린다 정도만 알려 두는 거지.”
이미 백만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아니, 잠깐. 게릴라 프리허그? 그거 너무 좋은데요? 한곳에서만 하지 말고 기왕이면 여러 번 다양한 곳에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그럼 반응도 다양하게 나올 테니까…….”
화장실에 다녀온 김성하 감독까지 뒤늦게 합세했다.
순식간에 판이 불어났다.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신나서 내놓으니 금방 기틀이 잡히고 뚝딱 기획이 완성됐다.
듣고 있으면 더 이상 공약 이행이 아니라 무슨 단발성 프로그램이 된 것만 같았다.
뭔가 열심히 수군수군거리며 계획을 짜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흐뭇한 얼굴로 로운을, 그리고 강차헌과 심새로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우리 애기들이 고생하겠구만.”
“허허. 이런. 내가 고기를 많이 사야겠네.”
네?
아니, 강차헌만이 아니라 저도요?
“시작은 누가 했는데. 같이해야지? 사람 만나면 꼬리 흔들기 바쁘면서 뭘 또 빼려고 그래?”
“네? 꼬리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들은 로운이 스턴에 걸린 사이.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강차헌이 몹시 친근한 태도로 어깨에 팔을 걸쳤다.
“설마 나 혼자 보내려고 했었어, 친구야? 서로 도우며 살아야지. 내가 도왔는데 그렇게 뒤도 안 보고 내빼기 있기야?”
로운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퇴로가 없다.
‘무대 인사 때마다 좀 심하게 들뜨긴 했지만 그건 영화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그런 거고……!’
프리 허그는 얘기가 좀 달랐다.
“가는 거야. 너도.”
“…….”
그리고.
5일째 되는 날.
로운의 예견대로 귀로의 누적 관객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무려 예견했던 일주일보다 이틀이나 더 빠른 수치였다.
100만이 확실하게 된 그날 늦은 새벽.
김성하 감독의 인별에 새로운 피드가 하나 업데이트되었다.
* * *
“…제가 가면 역효과 나지 않을까요?”
벌써 무대인사도 2주차에 들어섰다.
2주차 스케줄을 끝으로 4주차가 되기 전까지 귀로 팀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선다.
사실 말만 휴식이지 이때 배우들은 여러 가지 개인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하고, 무대 인사 외의 일정을 뛰기도 한다.
프리 허그 역시 이때를 맞춰 일정이 픽스되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게릴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게릴라 일정이 하루 통으로 뺀 기획으로 돌변한 스케줄을 보고 로운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아쉽게도 기절하지 못한 채 자세한 일정 논의를 위해 사무실로 모이게 됐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간신히 물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로운이 네가 안 가면 누가 간다고 그래. 게다가 역효과라니. 나는 오히려 효과가 너무 날까 봐 무섭구만.”
그럼 안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강차헌이 그를 물고 늘어진 이상 로운은 무조건 가야만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인간인지 알 수 없었다.
“근데 로운 씨…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혹시… 반응 안 찾아보세요?”
정답이었다.
같이 회의실 세팅을 하며 의자를 나르던 조감독의 물음에 로운은 눈만 슬쩍 굴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정도로 반응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무대 인사를 다니며 익숙해지기는 했다지만.
솔직히 말하면 로운은 아직까지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웠다.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는 가리온의 여파였다.
게다가 하필이면 본체도 업보 스택을 열심히 쌓은 놈이라 말할 것도 없었다.
-뭐? 무서워? 알겠어. 그럼 이 형이 대신 찾아봐 주마!
그런 로운을 대신해 반응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한 것은 매니저였다.
얼마나 열정적인지 변방의 알 수 없는 출처 모를 곳의 반응까지도 알뜰살뜰하게 다 긁어모아 로운에게 보내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들은 소식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홈마 이야기였다.
* * *
“홈마요? 제가요? 홈마? 그 홈마?”
“그래. 그 홈마!”
잘못 들었나 해서 혹시나 해 물었는데 진짜였다.
‘홈마……? 나한테 홈마라고?’
홈마라고 하면 성공의 상징 아니던가?
일단 다른 곳은 몰라도 전 아이돌 입장에선 그랬다.
‘홈마가 붙으면 그야말로 될성부른 씨앗이라는 확실한 도장이니까!’
그들이 붙으면 일단 성공은 확실하다고 봐도 좋다.
홈마가 생기면 코어가 생긴다는 뜻이고, 코어는 곧 탄탄한 콘크리트 팬층을 의미한다.
이런 코어 팬층이 두꺼우면 두꺼워질수록 대중적인 인지도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홈마가… 나한테 붙었다고?’
가리온 때에도 다른 멤버에게나 붙었던 전설 속의 존재 아니던가?
물론 사고를 친 이후 모두 어레스트 걸고 사라지기는 했지만.
로운이 얼떨떨해하는 사이.
매니저는 몹시 뿌듯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게 레전드라고 하더라.”
“레… 뭐요?”
“레전드. 이게 말이야 알티가 무려…….”
매니저가 보여 준 화면엔 로운 자신이 동물귀 머리띠를 한 채로 방긋 웃으며 카메라와 아이컨택을 하고 있었다.
‘아. 이거 그때……!’
무대 인사를 돈 지 삼 일째 되던 날.
로운이 본격적으로 설렘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던 시점이었다.
로운을 콕 짚어 처음으로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스태프나 배우들이야 나랑 몇 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그럴만하다지만…….’
안 그래도 여러모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던 만큼.
로운은 그를 향한 대중의 호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거라 막연하게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때 반응이 좋았었지.’
조심스레 내밀어진 머리띠를 착용하자 객석에서 몹시 우렁찬 반응이 터져 나왔던 기억이 난다.
로운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조심스러움과 어색함이 스르르 녹아내렸던 계기이기도 했다.
‘그때의 사진이 반응이 좋다니… 뭔가 신기해.’
가슴속에서 뭔가 뿌듯하게 차오르는 것이 퍽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치만 게릴라는 또 다른 얘기잖아.’
무대인사는 기본적으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로운이 성공을 점친 만큼 그 한 축을 담당하는 로운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은 일.
그러나 프리허그는 얘기가 좀 달랐다.
영화와 관련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되기에 반응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이 착착 짜이는 순간에도 로운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망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기획이 마무리되고 스케줄이 코앞까지 다가온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로운은 고민했다.
‘이거 완전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같은데?’
차라리 로운 자신보다는 구일환 선생님이나 다른 중견 배우분들이 나서는 게 더 반응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분들은.
-허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건 우리 같은 사람보다 젊은이들이 해야지.
라며 웃는 얼굴로 거절하셨지만.
결국.
“이거 안 되겠네. 가만히 놔두면 무슨 지구 내핵까지 뚫고 들어가겠어?”
혀를 차며 나타난 강차헌에게 목덜미를 붙들린 채 끌려 나가고 말았다.
조금 충격이었던 점은 매니저가 강차헌을 말리기는커녕.
“아이고, 우리 애 잘 좀 부탁합니다.”
도리어 부탁까지 하며 그를 고이 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끌려 나간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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