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4화(4/110)
4
처음 핸드폰을 뒤적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뭔가 좀 불안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최악일 줄이야.
“로운아? 오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들어?”
매니저가 몹시 신중한 태도로 말을 골랐다.
“형은 말이야? 네가 연기를 열심히 하려는 걸 정말 높게 평가하고 있단다. 방법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니! 연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부터가 노력하는 자세지!”
그 세심하고도 눈물겨운 배려에 로운은 이 착한 사람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쯤되면 업계 평판도 최악일 텐데.’
굳이 매니저에게 묻지 않아도 뻔했다.
다만 궁금한 것은, 어떻게 연기력이 개판인 본체가 여러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돈이 많아서 가능했나? 근데 그 돈은 또 어디서 났냔 말이지. SNS 팔로워가 많으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딱히 광고처럼 보이는 피드도 없었고.’
오히려 본체의 sns는 얼마나 돈지랄을 잘하느냐를 보여 주는 진기명기쇼에 더 가까웠다.
광고를 들이밀었다가는 감히 그따위걸 내 피드에 묻히느냐며 무엄하다고 외칠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 역시… 집안인가?’
말도 돌릴 겸 생각난 김에 마저 묻기로 했다.
“아! 맞다, 형… 저 또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핸드폰을 봤는데 가족은 아무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거 같아서요. 의사까지 올 정도인데 아무도 연락이 없는 것도 그렇고, 좀 궁금해서요.”
“아… 가족 말이지…….”
다행히 이번에는 매니저가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그쪽은 잘……. 로운이 네가 가족 얘기는 정말 질색을 했었거든. 아, 사장님께서는 아실지도 모르겠다. 계약도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셨거든. 네가 미성년자일 때 소속사에 들어왔으니까… 네 가족에 관해선 아마 사장님은 알고 계실지도 몰라. 궁금하면 한번 물어볼까?”
안타깝게도 딱히 건질 만한 정보는 없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궁금한 건 아니라서요.”
본체가 일부러 감췄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
‘…혹시라도 사이가 안 좋으면 어떡해.’
가족관계에 대해서라면 로운 역시 제 코가 석자였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라도 만들게 된다면?
‘그래. 말하기도 싫어했다잖아. 그냥 일단은 놔두자.’
지금 중요한 것은 사이가 좋을지 나쁠지도 모르는 가족이 아니다.
어떻게하면 그 ‘공덕’이란 것을 쌓아서 죽지 않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 터.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졌다.
그리고.
띠링!
[D-7]그것이 떴다.
알 수 없는 알림과 함께.
* * *
로운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아. 이거 빨리 어떻게 안 하면 X 된다.’
라고.
멤버들이 사고를 쳤던 그때도 이렇게까지 불길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었다.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새 발의 피라고나 할까?
“진짜 형 가도 돼? 너 혼자 있는 거 좀 그렇지 않겠어? 형이 같이 있어 줘야 할 것 같은데……. 너 기억도 잃었는데 정말 괜찮겠어?”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카운트다운이 뜬 후.
로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매니저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형도 쉬어야죠. 저야 사지도 멀쩡한데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요.”
저 알 수 없는 알림 때문에 정신이 괜찮지 않았지만 일단 로운은 차분하게 둘러댔다.
“아니, 정말 하룻밤 자고 가는 것 정도는 나도 괜찮거든. 너만 괜찮다면… 아니, 혹시 너. 설마?”
그러나 매니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미심쩍은 눈을 했다.
그것도 곧 잠시.
“아니지. 쟤가 굳이 날 쉬라는 이상한 핑계를 대며 날 내보낼 애가 아니지. 저렇게 착하게 말할 리도 없고. 나가고 싶으면 스케줄이건 뭐건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그럴 만큼 스케줄이 많지도 않았지만…….”
중얼중얼.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린다.
그의 혼잣말인지 뭔지는 더 이어졌다.
“이니, 애초에 쟤가 그렇게 연기력이 뛰어난 애도 아니고. 의사 선생님만 보면 맨날 한결같이 발작하던 애였는데도 얌전하게 있는 걸 보면 연기라고 할 수도 없는데 말이야…….”
“……?”
“아! 그러고 보니 애당초 그렇게 굴릴 만한 머리가 없구나! 아이, 괜히 이상한 생각만 했네.”
“…….”
온통 신경이 정체불명의 카운트다운에 쏠려 있는 환장할 만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칫할 만한 얘기들이었다.
로운은 혼란스러웠다.
‘욕인가? 아니면 신뢰인가? 신뢰해 주는 거 같긴 한데 어째 내용이 좀……?’
대체 이 본체는 얼마나 심한 녀석이었길래 평가가 저리도 박한 것인가.
“그래. 형이 믿고 오늘은 돌아갈게. 선생님이 너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했으니까.”
“그… 감사합니다……?”
“…네가 기억을 잃으니 고맙다는 말도 다 들어본다. 기억상실증이 꼭 나쁜것만은 아닐지도…….”
매니저 형, 지금 마음의 소리가 다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믿음 전에 불신이 한가득이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됐다.
“저거 진짜로 뭔가 불길한데.”
조용해진 넓은 집 안에서, 로운이 손톱을 깨문 채로 빙글빙글 돌았다.
“보통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저건 앞으로 7일 후에 죽는다는 소리나 마찬가진데…….”
다년간 멤버들이 벌인 온갖 사고와 루머에 시달리며 발달한 위기본능이 그에게 맹렬하게 속삭였다.
더구나 청화가 사라지기 전 남겼던 단서.
‘삯’.
그 단어가 무척이나 위기감을 자극했다.
‘덕을 쌓는 건 보통 착한 일을 하면 된다던데.’
전래동화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 아니던가.
‘아니면 종교?’
하필이면 로운은 무교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믿을 것을!
본체는 악마를 믿지나 않으면 다행일 놈이라 애초에 기대조차 없었다.
‘맞다. 기부가 있었지?’
예로부터 돈이란 면죄부도 살 수 있는 만능템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본체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면… 로운도 별로 알고싶지 않았다.
‘이렇게 호화롭고 넓은 집에서 온갖 명품을 휘감고 비싼 술을 빼곡하게 채워 넣은 양반의 재산이 0원이라니?’
진짜로 0원은 아니었지만 몹시 빈곤하기는 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슨 돈으로 이렇게 사는 거람?
‘또 남은 방법이 뭐가 있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집 안을 돌기를 수차례.
매니저를 먼저 보내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집 안을 뱅글뱅글 돌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가 하늘을 보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가 땅을 치며 엉엉거리다가 다시 서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집안을 도는 것도 모자라…….
“청화 님! 지금 잠잘 때가 아니거든요?”
“시스템!”
“상태창!”
온갖 이상한 소리를 다 외치는 로운을 미친 사람처럼 보았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 로운의 간절함이 어딘가에 닿은 덕분일까.
띠링!
“헉?”
청아한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알림이 눈앞에 떴다.
[다수의 별빛이 당신의 행동을 주시합니다!]“…응?”
설마 카운트다운이 벌써 줄어들었나 싶어서 쫄아들었건만.
‘별빛?’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다수의 별빛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격의 차이에 의해 필터링이 진행됩니다.]또 한 번 알림이 떴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별빛? 설마 저… 위?’
청화가 천기누설 어쩌구하더니만 설마, 정말로 하늘 위의 존재들이란 말인가?
로운이 막 하늘 위를 쳐다볼 때였다.
띠링!
온 세상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별빛 1이 입장하셨습니다.] [별빛 2가 입장하셨습니다.] [별빛 3이 입장하셨습니다.].
.
.
끝도 없이 올라가는 숫자와 함께 주르륵 창이 떴다.
로운은 직감했다.
‘이거다.’
드디어 애타게 찾아 헤매던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을.
* * *
로운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혹시, 청화 님이 말했던 그 ‘양반들’이 저분들인가?’
어떻게 잡은 힌트인데, 그냥 놓칠 수는 없다.
죽기 전까지의 로운이 그저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삶이었다면.
죽다 깨어난 지금은 삶에 대한 의지가 이보다 더 강렬할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이 시스템 만드신 분들이세요?”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거는 모습을 매니저가 봤다면 기겁했을 터.
그를 먼저 보내기로 한 것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던진 질문에.
[일부 별빛이 당신의 발언에 난감함을 드러냅니다!]예상외로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 별빛이 크게 헛기침을 합니다.] [일부 별빛이 당신의 눈치를 살핍니다.] [일부 별빛이 ‘이 시@스@#% @$%#@’ 라고 외칩니다!]‘대충 금기 때문이라는 소리인가?’
확답은 없지만 로운은 눈치껏 알아들었다.
어쨌거나 이거저거 궁금한 게 많기는 하지만…….
지금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이거다.
“그럼 혹시 이 카운트다운이 뭔지 아시는 분 계세요?”
[다수의 별빛이 숨을 죽입니다.]와글와글 떠오르던 메시지 창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마치 모두가 숨을 죽이고 로운만을 응시하는 듯한 그런 기묘한 감각이었다.
마치 누가 먼저 말할 것인지 눈치를 보는 것만 같달까?
그때.
[별빛 51이 당신에게 주의 깊게 주변을 돌아보기를 조심스레 권합니다.]눈이 가는 메시지가 하나 떴다.
“주변을 돌아보라고요?”
단박에 촉이 돋았다.
이거 분명 힌트다!
밑져야 본전. 로운은 바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침실이랑 드레스룸, 그리고 주방은 뒤져 봤으니까 다른 쪽을 찾아봐야 한다는 소리겠군.’
이미 찾아본 곳을 일부러 찾아보게 할 리가 없다.
문제는 남은 장소가 엄청나게 광활하다는 것.
‘일단… 다 뒤진다.’
무려 두 개 층을 사용하는 펜트하우스.
꼭대기 층인데도 드넓은 정원까지 딸려 있는 거대한 집.
다 둘러보려면 한시가 급하다.
로운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 * *
로운은 생각했다.
‘이거 힌트 맞아?’
7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
일분일초 모두가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소중한 몇 시간을 미친 듯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집 안을 뒤집어 놓은 로운은 불신에 차 있었다.
[별빛 51이 당신을 응원합니다!]“…응원 말고 다른 거 주시면 안 될까요?”
[별빛 51이 시무룩하게 당신을 응시합니다.]하늘에 계신 높은 분들은 참 여러모로 금제가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D-6]12시가 지나자 카운트다운의 숫자가 하나 줄어들기까지 했다.
‘진짜 일주일 남은 거 맞았네.’
이런 식으로 진실을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저 지금 다섯 시간째 찾고 있거든요? 여기 뭐 있는 거 맞아요?”
[별빛 51이 당신을 향해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힘을 북돋습니다!]“…….”
이거 진짜 믿어도 되나?
상대는 그래도 하늘 위의 특별한 존재다.
‘그런 것치고는 웬 쬐끄만 참새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는 걸 보는 느낌이란 말이지…….’
로운은 솟아오르려는 의심을 내리눌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성현들의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무튼 이제 남은 곳은 하나.
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