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41화(41/110)
41
“…제 과거사가요?”
“어어. 이번 영화로 워낙 반응도 좋고 해서 그런지 널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그… 문제 생기는 거 아닐까요?”
로운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체의 과거는 알려져서 좋을 것 없어보였기 때 문이다.
“아니? 반응은 오히려 괜찮아. 네 예전 평판도 끌올되고 있기는 한데… 네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 네가 그렇게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니냐 뭐 그런 얘기도 있고.”
매니저가 영화 개봉 전부터 한 몸이 된 듯한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네가 제작발표회 때 일부러 공약 건 것처럼 예전 태도 논란도 일부러 어그로 끌려고 그랬던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더라고.”
엄청난 오해였다.
‘다행인가? 다행인 거겠지?’
양심이 조금 따끔거렸지만 본체의 업보를 청산해야 하는 로운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그래. 오해를 진실로 만들려면 앞으로도 잘하면 될 거야.’
이번 프리허그를 진행하며 로운은 느꼈다.
걱정을 한 것이 무색하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로운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로운이 조심스레 호의를 보이면 그 배로 호감이 되돌아왔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거였어.’
두렵다고 피하기만 한다면 절대로 몰랐을 일이다.
세상에는 그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의뢰 덕분인가?’
세상 모두가 그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다못해 예수도 부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세상 모두가 그를 싫어할 리도 없다.
둘 사이의 비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터.
‘…그때도 지금처럼 생각했으면 뭔가 조금 달라졌을까?’
로운은 한때 골방에 처박혀 스스로를 가두던 시절을 떠올렸다.
모두가 그를 외면하고 비난하며 배척하던 그때.
만약 조금이라도 용기를 냈다면 죽음의 순간 후회만 떠올리는 일은 없었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결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 간단한 진리를 로운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로운의 오랜 트라우마 하나가 치유되었다.
* * *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초반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 백만을 가볍게 찍으며 흥행의 신호탄을 올린 귀로.
거기에 주연 배우들이 내걸었던 프리 허그 공약 이행도 엄청난 화제가 되어 예매율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예매율 1순위를 굳건히 지키며 한동안 뜸하던 영화관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은 1등 공신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N차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은데다가 입소문을 제대로 탄 덕에 관객수도 빠르게 증가해서 이제는 삼백만을 넘어 오백만까지도 넘볼 만하다는 예측도 나왔다.
다만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와중에도 로운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달성률이 안 오르네…….”
[현재 의뢰 달성률: 90%]개봉 전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73퍼센트였던 달성률은 어느새 90퍼센트까지 올랐다.
문제는 달성률이 90퍼센트를 찍은 지 꽤 되었다는 점이었다.
“관객수가 오르는데도 달성률이 그대로라는 건 역시 추가적인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겠죠?”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느냐?]“쉽지 않네요.”
[여벌의 목숨을 붙여 주는 의뢰인데 쉬울 리가 있겠느냐. 그래도 난이도가 영 마뜩찮구나. 영감탱이들 하여간 심술궂기는. 떼잉.]로운이 영화 촬영에 매진하는 사이,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청화가 며칠 전 다시 돌아왔다.
몇백 년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열심히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핸드폰이나 TV를 봐도 놀라지 않았다.
[혹시 천만 가면 채워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천만이라는 수치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하던데. 충분히 목표로 삼을 만하지 않느냐?]열심히 공부한 게 맞는지 청화가 제법 그럴듯한 가설을 내놓았다.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의뢰 내용도 그렇고 뭔가가 더 있는 게 틀림없어요.”
속 시원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음을 애절하게 울리는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자면 힐링물에 가까운 영화.
그런 영화가 오백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강차헌과 구일환의 복귀작이라 하더라도 영화 자체가 재미없다면 이 정도 수치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재미만 있으면 잔잔한 힐링 영화도 오백만을 가볍게 찍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엎어질 뻔한 영화를 이만큼 성공적으로 만들어놨으면 된 게지. 무어가 더 있겠느냐?]곰곰이 생각하던 로운이 대답했다.
“복수요.”
[…응? 뭐라고?]“아직 복수가 끝나지 않았잖아요.”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의뢰 완료에 영화 흥행 외에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을 인지했을 때부터.
로운은 고민했다.
[의뢰: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실수는 일어날 수 있는 법. 자책에 빠진 남자를 수렁에서 구하라.]문제를 풀 때에는 먼저 출제자의 의도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러자 답은 의외로 손쉽게 나왔다.
“김 감독님의 ‘실수’를 바로 잡아야 될 것 같아요.”
[실수라니 그게 무슨 소리더냐?]“간단하게 말하자면 김 감독님을 수렁에 빠트린 상대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소리예요. 그래야 김 감독님이 내린 결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누명을 벗어야 한다는 뜻인게야?]“맞아요.”
[상대에게 복수하면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소리고?]“네.”
김 감독은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귀로’를 만들었다.
귀로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김 감독의 자전적이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보면 또 다른 내용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귀로의 숨은 뜻?] [알고 보면 두 배로 재밌다! 귀로와 김성하 감독의 상관관계] [귀로, 픽션인가 실제인가?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이런 수많은 분석과 포스팅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제작발표회에서부터 떡밥을 뿌리기도 했었고…….’
의미심장하게 뿌린 이야기는 영화 내용과 맞물려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후속타가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감독님이 왠지 갈등하고 계신 것 같거든요?”
[아니, 복수해야 한다면서 갈등을 왜 해?]“그거야 저도 모르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감독님이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신 적이 없어요.”
영화가 잘되는 만큼 여기저기서 귀로 팀을 찾는 곳은 많았다.
크게는 메이저 언론사부터 작게는 마이너한 잡지나 월간지 같은 곳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
인터뷰를 원하는 곳도 있고 아예 특집으로 프로그램 내 편성을 해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미 몇몇 배우들은 홍보차 여러 스케줄을 잡기도 했다.
‘감독님도 홍보활동을 아예 안 하시는건 아니지만 제작발표회 이후에는 개인적인 얘기를 거의 안 꺼내셨지.’
특히 김성하 감독 개인에게 들어오는 인터뷰는 모조리 거절한다고 조감독이 한탄하는 것을 얼핏 들은 것도 같다.
‘뭐… 구일환 선생님이 거의 홍보대사급으로 활동해 주시니까 상관없기는 한데.’
그게 의뢰 실패로 이어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로운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만약 그 인간이 복수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큰일이지 않느냐?]청화의 물음에 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것부터 확인을 해 봐야겠어요.”
* * *
만남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애초부터 로운에 한해서는 언제나 열린 문이었던 김성하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 바빠질 텐데 쉬지 무슨 일이야.”
그렇게 말하는 김 감독의 얼굴은 영화가 잘되어 가는 사람 같지 않았다.
모르고 본다면 세상 고뇌란 고뇌는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보였다.
“혹시 잠 못 주무셨어요?”
“으응? 그건 왜?”
“감독님 지금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어요.”
“그, 그래? 아니 별로 그렇게 잠을 설친 건 아닌데…….”
김 감독이 눈밑을 만지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일어서서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안 그래도 로운이 너 보면 할 얘기 있었는데 마침 잘 왔어. 내 지인들이 널 좀 써 보고 싶다고 나한테 다리 좀 놔 달라고 사정사정하더라고.”
거의 책상을 뒤집어 엎다시피 하며 뭔가를 찾아낸 김 감독이 테이블로 돌아왔다.
“괜찮은 사람들이야. 의리도 있고. 로운이 너도 알아두면 좋을 사람들이라 소개시켜 주면 좋을 거 같아서 언제 전해주나 했는데 딱 이렇게 기회가 되네.”
로운은 김 감독이 건네는 얇은 책자 몇 개를 얌전히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살펴보는 대신, 김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요새 고민 있으시죠.”
“…응? 아니? 그런 거 없… 는데?”
“그럴 리가요. 분명히 고민이 있으실 텐데요.”
“아니, 내가 고민이랄 게 뭐가 있어. 영화도 다 잘 풀리고 있는데.”
김 감독이 능숙하게 화제를 돌리려 했지만 로운은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 드러나시는걸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왔다는 소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얘기. 그건 즉 감독님이 잠을 설칠 만큼 신경 쓰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죠. 방금 말씀하셨듯이 귀로는 순항하고 있으니 스코어가 문제는 제외할게요.”
“그…….”
“그럼 남은 건 감독님의 개인사인데……. 제가 감독님을 지켜본 결과 스코어가 늘어날 때마다 감독님은 기뻐하시기보다는 어딘가 조금 망설이시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그랬어?”
“네.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영화가 성공하면 분명히 기뻐하셔야 할 텐데 왜 도리어 고민을 하실까? 확신을 하게 된 건 감독님이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셨을 때예요. 여기까지 지켜봤을 때 도출되는 답은 하나밖에 없죠.”
“…뭔데?”
어느새 로운의 페이스에 넘어간 김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지금 고민하시고 계신 거죠? 감독님이 그간 침묵하셨던 진실에 대해서.”
“……!”
김 감독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래졌다.
몹시 놀란 것처럼 입까지 쩍 벌린 김 감독이 벌떡 일어서더니 집 안을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거렸다.
그러더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는데 대체 어떻게……?”
김 감독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차례 쓸어내리더니 로운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니?”
“감독님께서 힌트를 주셨어요.”
“내가?”
“네. 가장 결정적인 건 인터뷰를 거절하셨던 거죠. 그럴 수밖에 없으셨을 거예요. 인터뷰를 받아들인다면 진실을 얘기를 할 수밖에 없으실 테니까요.”
“다른 이유도 얼마든지 있잖아. 내가 부화뇌동하는 미디어에 질색하게 됐다던가,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싶다던가.”
“그래서 제가 틀렸나요?”
“…아니, 맞아.”
미친 사람처럼 방 안을 서성이며 돌아다니던 김 감독이 패배를 선언했다.
로운의 맞은편 소파에 풀썩 앉은 그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로운이 너는 처음부터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나를 놀라게 했었지…….”
과거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를 떠올렸는지 김 감독의 눈가가 아련해졌다.
그런 김 감독을 보며 로운은 생각했다.
‘…이게 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