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2)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42화(42/110)
42
‘왠지 약 파는 기분이었는데……. 어쨌거나 잘 넘어간 거니 다행으로 생각하자.’
결론을 알고 있으니 중간이야 끼워 맞추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 몇 가지를 대자 이렇게 호로록 넘어오지 않았던가.
‘뭔가 양심이 좀 찔리기는 한데. 이쪽은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니까 괜찮겠지.’
어쨌거나 로운이 하려는 일은 김 감독을 돕는 일이다.
이유야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로운은 굳이 김 감독의 오해를 풀지 않았다.
사실은 저 하늘의 존재에게 의뢰를 받아 당신에 대해 좀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설명해 줄 수도 없지 않은가.
“로운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진실을 밝혀야 할까?”
“저는 다른 걸 여쭤볼게요. 감독님은 왜 진실을 밝힐지 말지를 고민하시는 건데요?”
“그건…….”
감독이 머뭇거렸다.
로운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감독이 입안으로 삼킨 저 이유.
그것이 마지막 남은 의뢰 달성률을 채울 해답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로운은 망설이는 김 감독을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이럴 때야말로 기다림의 미덕이 빛을 발하는 법.
“…오명을 묻히고 싶지 않아.”
조가비처럼 꽉 다물렸던 김 감독의 입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 온전하게 보존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그 얘기를.”
“으응. 그렇지…….”
“감독님이 문제제기를 하면 필연적으로 상대가 훔쳐 간 작품도 끌려 나오게 되어서 주저하시는 거고요.”
“으응. 맞아…….”
힘없이 끄덕이는 고개.
김 감독의 어깨가 축 처졌다.
‘생각보다 친구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모양인데.’
상대는 알까?
친구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추억을 지키려고 한다는걸?
‘알고 있죠?’
로운은 흘끗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러자 마치 범인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띠롱거리며 메시지가 떴다.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쯧쯧. 저렇게 어설퍼서야 어찌 대의를……! 쯧.]어찌나 어설펐는지 지켜보던 청화까지도 혀를 차며 쯧쯧거렸다.
“비록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와의 추억이 담겨져 있으니까 거기에 오명이 묻게 하고 싶지 않아.”
남들이 듣는다면 참 괴상한 이유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운은 왠지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자신의 작업물에 차마 이름을 붙이지 못했던 것은 로운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납득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이쪽은 죽느냐 사느냐가 걸려 있다.
더구나…….
[별빛(의뢰자)가 그건 아니라며 단호히 고개를 젓습니다!]의뢰자가 원하는 바 역시 명확하다.
로운이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다.
“하지만 감독님. 잘 생각해 보세요.”
“으응? 어떻게?”
“그 이야기는 두 분의 이야기잖아요. 맞죠?”
“그렇지.”
“그럼 전혀 상관없는 제3자가 훔쳐서 만든 이야기가 감독님이 생각한 두 분 사이의 이야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어?”
“감독님도 이미 아시겠지만, 종이 위에 적혀 있는 내용이 다가 아니잖아요.”
시나리오에서는 고작 몇 줄짜리인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로운이 연기한 채유정만 하더라도 그렇다.
지병이 있는 병약한 캐릭터이며 주인공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이라고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훔쳐 간 사람은 그저 적혀진 내용만 겉핥기로 보고 만든 거잖아요? 두 분이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는지, 왜 그런 내용을 쓰게 되었는지, 그 스토리를 통해서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
“가장 중요한 게 결여되어 있는 이야기를 두 분의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지금 감독님의 생각을 안다면 친구분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저라면 추억을 훔쳐 간 놈을 혼내주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더 싫을 것 같아요.”
“…그럴까?”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침중한 얼굴이던 김 감독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별빛(의뢰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그럴 거예요.”
[별빛(의뢰자)가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다집니다!]“반드시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할걸요?”
[별빛(의뢰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제 말이 맞대요.”
“응?”
“아. 제 말이 맞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잖아요!’
[그래. 김 선비 자네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더 개입하다가는 규율 때문에 자네가 위험할 수도 있어.]그러는 사이, 김 감독이 결정을 내린 듯 결연한 표정을 했다.
“그래. 사실 이만큼 왔으니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지. 내가 아니더라도 결국은 상대가 나를 걸고넘어질 거야.”
김 감독이 화려하게 복귀를 알렸으니 상대 입장에서도 매우 초조할 터.
그의 말대로 어떻게든 그 문제의 표절작은 끌려 나오게 되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김성하 감독과 상대인 조승완 감독 사이의 이야기를 은근하게 떠들고 있지 않던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직접 모든 걸 밝히는 게 가장 깨끗하게 해결하는 방법이겠지.”
언제 갈등했었냐는 듯, 김 감독이 의지로 불타올랐다.
“고맙다, 로운아. 네 말대로 그놈이 훔쳐 간 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지. 그놈이 멋대로 훔쳐 간 걸 친구의 유산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그러더니 로운의 두 손을 덥석 잡는다.
“네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계속 혼자 고민만 하다가 더 진흙탕에 처박혔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귀로를 함께해 준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실례겠지.”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이 무색하게도 김 감독의 눈이 샛별처럼 빛났다.
이왕 결심한 김에 빠르게 진행해야겠다며 부지런히 어디론가 연락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날 밤.
[현재 의뢰 달성률: 91%]로운은 한참 동안 90퍼센트에서 머물던 달성률이 마침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요즘 아예 신드롬이나 다름없죠. 요새 이거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어요.”
“아, 그쵸. 얼마 전 오백만을 넘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백만.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 아닙니까?”
“그만큼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주고 계시다는 뜻이겠죠! 각박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낭만주의자. 우리 김성하 감독님을 모셔 보겠습니다!”
말재간이 넘치는 두 엠씨가 주거니 받거니 소개를 한다.
그들의 멘트 다음으로 대기하고 있던 김 감독이 세트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정말 언제 한 번 꼭 뵙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저희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이 워낙 바쁘셔서 정말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저희가 영광스럽게도 첫 인터뷰라고 하시던데 정말입니까?”
김 감독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누퀴즈.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토크쇼였다.
유명 mc가 진행하는 만큼 인지도가 꽤 높은 프로그램이며 파급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었다.
‘웬만한 연예 프로그램이나 매거진 인터뷰보다 이쪽이 더 영향력이 있을 테니까.’
인지도가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운이 좋았다.
구일환을 통해 계속해서 컨택하더니만 김 감독이 연락을 하기가 무섭게 바로 기다렸다는 듯 편성을 빼 준 것이다.
‘엄청 들떠 있던데. 감독님이 여기서 처음으로 입장 표명한다고 하니까.’
신나 하는 건 누퀴즈 스태프들뿐만이 아니었다.
-진짜? 드디어 나가시는 거래? 아이고 내가 다 답답했는데 드디어 마음 먹으셨나 보네.
-로운이 네가 큰일했다. 우리야 그렇다 쳐도 감독님 마음에 말이 아니셨을 거야. 이제라도 사실을 알리신다니 다행이지.
-우리 감독님은 진짜 로운이에게 절해야 해, 절.
소식을 들은 배우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들 역시 김 감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얼마 전에 구일환 선생님이 썰을 많이 풀고 가셨어요. 촬영장 에피소드도 뭐가 재밌는 게 엄청 많던데요.”
“그러고 보니 감독판도 공개하실 거라는 소리가 있었어요!”
“아, 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미 얘기가 되어 있는 만큼 진행은 아주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을 감독 개인의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솜씨가 과연 일류 진행자다웠다.
“그나저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감독님도 주인공과 비슷한 일을 겪으셨다고요.”
어디까지나 가볍게 묻는 듯한 질문.
그러나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의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드디어.’
로운은 스튜디오를 채운 스탭들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자전적인 이야기가 귀로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주인공처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요.”
“아, 저희가 웬만하면 편을 들어 드리는데요, 이건 어쩔 수 없이 인정을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강차헌 씨는 대체 불가능한 분 아니겠습니까?”
약간의 웃음이 흘러나온다.
분위기는 여전히 유머러스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이 역시 로운이 의도한 바였다.
‘무겁게 접근할수록 영화가 가진 의도가 퇴색되니까.’
비록 귀로가 김 감독의 의도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서 끝나야 한다.
앞으로 폭로할 진실이 영화가 존재하는 의의 자체를 모두 덮어서는 곤란하다.
귀로는 김 감독의 자기 증명이요, 살아 숨쉬기 위해 만들어 낸 세상과의 연결 통로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품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폭로의 수단으로만 전락해서는 안 된다.
‘영화와 폭로는 어디까지나 별개로 진행되어야 해.’
다행히 토크는 너무 무겁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푼다는 느낌으로 김 감독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 부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많이 기다리셨을 테니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는 게 좋겠네요.”
“아, 맞습니다. 안 그래도 다들 궁금해했거든요. 그게 진짜냐, 아니냐 하고요. 그래서 진짜입니까?”
“예. 진짜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 말하는 것 같네요. 정확히는 작품이 들어 있는 노트북을 잃어버린 것은 맞습니다.”
“도난인가요?”
“처음에는 분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가품이기도 하고, 저도 좀 덜렁대는 편이라.”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아마 상대 쪽 이야기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그 누구도 상대를 정확히 지칭하지 않지만 이미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확해 보였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도 서준이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예. 거듭 말씀드리지만 외모는 관계 없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렇죠. 작품 내에서는 스포가 될까 봐 말하긴 어렵지만, 증거가 없었죠?”
“습작은 오직 그 노트북에만 있었죠. 그보다는… 증거도 증거지만, 저는 소중한 친구와의 추억에 이런 식으로 흙탕물이 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하는 쪽이 더 가깝겠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오랜 시간 뒤에 진실을 말씀하실 결심을 하게 되셨습니까?”
“어느 날,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김 감독의 눈동자가 기억을 더듬는 듯 초점이 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