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46화(46/110)
46
‘아쉽다.’
모든 증거만 제대로 밝힐 수 있다면 저런 식으로 도망가게 두지는 않았을 텐데.
뭐, 그래도 중요한 건 김 감독의 의사였다.
어디까지나 로운은 조력자의 역할이었으니까.
“감독님, 괜찮으세요?”
기자회견 종료 이후.
이걸 어이없어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속 시원해야 하는 건지 갑론을박하던 스태프들이 나간 뒤.
로운이 김 감독에게 물었다.
그의 표정이 조금 멍한 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어… 괜찮아. 아니… 괜찮은 것보다는 좀 통쾌한데?”
“네?”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체 그 기자회견의 어디가 통쾌하단 말인가?
로운이 의아해하자 감독이 설명했다.
“로운이가 쟤 학창 시절을 못 봐서 그래. 쟤 아쉬운 소리 정말 하나도 못 하는 인간이거든. 집안도 좀 살고 그래서 선생님도 절절매는 편이었고. 애초에 아쉬운 소리 하기 싫다고 회사 차리는 애라서. 내 기준으론 저 정도는 진짜 석고대죄급이야.”
공중파가 아닌 게 아쉽지만 영원히 박제될 영상이 남았다며 김 감독이 몹시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마 나 모르게 치고 빠질 생각에 저렇게 진행한 거겠지만 뭐. 소식이야 뭐, 뿌리면 되는 거니까.”
김 감독이 상대가 기겁할 만한 이야기를 상큼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 나도 공개까지는 가고 싶지 않기는 해서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증거를 찾아준 로운이 네게는 미안하지만.”
“아니요. 중요한 건 감독님이죠.”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내가… 요새 복이 참 많다고 생각해. 로운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마음 차분하게 있지도 못했을 거야. 애초에 영화를 시작하지도 못했을지도 모르고.”
김 감독이 쑥쓰러운 듯 뺨을 긁적였다.
그동안 표절범으로 몰렸던 낙인에서 드디어 자유로워져서 그런가.
미소 짓는 김 감독의 표정에서 후련함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털어 버린 듯한 개운함과 모든 그늘이 걷힌 듯한 김 감독의 미소.
“그 친구랑 만든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약속했던 걸 지켜야 하니까.”
현재를 지나 미래를 그리며 반짝이는 눈동자.
그 모습을 보며 로운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아. 드디어.’
비로소 길었던 의뢰가 끝이 났다는 사실을.
그날 밤.
로운의 생각을 증명하듯 알림이 떴다.
* * *
빠바바밤!
화려하게 터지는 팡파레 소리.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뜨는 반투명한 창까지.
바로 로운이 몹시 기다리고 바라던 의뢰 완료 안내 메시지였다.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습니다!]‘드디어……!’
벅찬 감정이 뿌듯하게 차오른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 이름은 아마도 성취감이리라.
기념비적인 첫 의뢰 성공.
이대로 죽나 했던 것이 전생같다.
그러는 사이.
띠링!
[의뢰 완료 평가 내역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해당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연이어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예/아니오]첫 의뢰 완료라 그런지 모두 생소한 내용이다.
로운은 주저없이 ‘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장 반투명한 창의 내용이 바뀌었다.
[의뢰명: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의뢰 달성도: 120%
-총평: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결과!
[의뢰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여 공덕이 지급됩니다!] [의뢰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여 공덕이 지@#$□급□□…….]“……?”
뿌듯함과 벅차오르는 보람을 한껏 느끼던 로운의 미소가 굳었다.
‘에러?’
눈앞의 창은 몇 번 더 읽을 수 없는 공백을 띄우더니만.
[주의! 청산되지 않은 인과가 존재합니다.]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청산되지 않은 업보에 의해 획득하는 공덕이 불규칙적인 확률과 비율로 차감됩니다!]“……?”
즐거운 분위기에 한껏 재를 뿌렸다.
더 기겁할 만한 일은.
[현재 업보 수치: -1,080,000]그 업보의 수치가 어마어마했다는 것.
‘실화냐?’
첫 의뢰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 불과 방금 전이건만.
듣도 보도 못한 업보 수치라는 것이 갑자기 생겨났다.
그것도 백만이 넘는 숫자의 업보가.
[드디어 끝이 났구나! 고생했다!]축하해 주던 청화도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응? 왜 그러느냐? 표정이 영 신나 보이지 않는데?]“청화 님. 업보 수치라는 게 생겼는데, 저 혹시… 감옥가나요?”
[뭐? 업보라고?]갑자기 에러가 떴던 상황까지 알려 주자 청화가 잠시 기다려 보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뒤.
다시 나타난 청화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과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뭔가 열심히 설명해 주기는 하는데 복잡해서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청화 님 말씀은 저나 본체나 몸과 영혼이 이상 결합이 된 탓에 뭔가 복잡하게 꼬였다, 이 말씀인 거죠?”
[그렇지.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그 있을 수 없는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난 지금.
뭐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인 건 왜 하필 지금 이런 게 나타났느냐다.
[추측컨대 네가 처음으로 공덕을 얻어서가 아닐까 싶구나. 서로 상충되는 것인 만큼 네 육신에 남아 있던 흔적이 그제야 자극받아 활성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로운은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똥을 뿌리고 가다니……!’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백팔만이라는 수치가 나온단 말인가?
[일단 내 알아본 바로는 육신에 들러붙은 흔적 정도만 남은 것 같더구나. 네가 그놈의 모든 죄업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니라.]흔적만 남은 게 백팔만이라니.
대체 뭐하던 놈이지?
“흔적이라면…….”
[일단 대충 파악한 바로는 그 육신에 들러붙은 평판과 그 육신으로 인해 어그러진 운명들을 바로잡을 책임이라든가, 그런 부류일 것이다.]한마디로 평판작을 하라는 소리다.
개판 치고 간 흔적을 AS 하는 것은 덤이고.
로운은 현재 업보 수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재 업보 수치: -1,080,000]정말이지 한숨이 나오는 수치다.
‘하루살이 목숨도 모자라서 업보까지 청산해야 한다니.’
기껏 다시 살아났더니 생존 난이도가 너무 극악한 거 아니냐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덕 수치와 업보 수치가 따로 각각 정산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업보 수치부터 제해야 하는 거라면… 어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기껏 살아났다가 바로 죽을 게 뻔한 수치였다.
‘이런 디버프까지 있다니. 앞으로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첫 번째 의뢰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온다.
[그래서 공덕은 얼마나 얻었느냐?]“절반 차감되어서 350이요.”
로운은 기다렸다는 듯 뜨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업보 수치의 영향으로 지급 받는 공덕의 수치가 5할의 비율로 차감되었습니다!] [현재 보유한 공덕 수치: 350] [뭣? 350? 절반이나 까였는데도 350이라니. 그럼 김 선비가 제법 통 크게 썼구나. 꿈 걸음을 그렇게 자주 했으니 거기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들었을 것인데.]“많은 건가요?”
[그럼. 많고말고. 덕이라는 게 그냥 숨만 쉰다고 쌓이는 게 아니다. 수련을 하거나 어진 일을 할 때야말로 쌓이는 것이 공덕이니까.]대충 어렵다는 것만 알아듣겠다.
때마침 또 한 번 시스템 알림이 떴다.
[공덕을 수명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의뢰의 대가로 공덕을 얻어 수명으로 바꾸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예’를 누르자 상태창의 내용이 곧장 바뀌었다.
[수명으로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남은 수명: 35일]35일.
한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그러나 로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안심되는 기간이었다.
‘만약 업보만 아니었다면 두 달은 넘었을 텐데.’
아쉬움에 입맛이 썼다.
하지만 아쉽다고 거기에만 사로잡히는 것도 곤란하다.
후회에만 매몰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로운은 이번 첫 의뢰를 무사히 끝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쨌거나 잘 끝나서 다행이에요. 후련한 건지 아니면 아쉬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몇 달간의 고생, 아니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처음에는 그저 의무감으로 시작한 의뢰다.
실패하면 남는 것은 죽음뿐.
좋으나 싫으나 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도중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그냥 의무만으로 생각할 게 아니었지. 재미… 있었으니까.’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 보았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몹시 뿌듯한 일이었고 말이다.
[그렇지. 이보다 더 잘 끝낼 수는 없었지. 암.]달성도가 120퍼센트니 말 다 했다.
‘근데 이 달성도는 뭐에 쓰는 거지? 의뢰인 만족도를 계산한 건가?’
로운이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띠링!
기다렸다는 듯 또 한 번의 알림이 떴다.
[의뢰 달성도가 최대치를 돌파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응?’
로운이 상태창의 메시지를 채 읽기도 전이었다.
허공에서 무언가 툭, 로운의 앞으로 떨어졌다.
로운이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띠롱!
짧은 알림과 함께 눈앞에 창이 떴다.
[???의 씨앗]아직 발화하지 못한 씨앗.
성심을 다하여 정성껏 키우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씨앗……?”
로운은 손바닥 안에 든 주먹만 한 크기의 씨앗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씨앗이라기보다는 무슨 돌멩이처럼 생겼는데. 이게 씨앗이라고?’
이름은 물음표투성이에 설명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치만 하늘이 아무거나 줄 리도 없고.’
[흐음. 선기가 느껴지는 게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만. 일단 키워 보는 것이 좋겠구나.]청화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모르긴 해도 로운이 알지 못하는 영험한 무언가의 씨앗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로운은 일단 잘 심어서 가꿔 보기로 했다.
자랑스럽다는 듯 웃던 청화가 멈칫했다.
당황스러운 것은 로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물방울이… 발광해?’
정확히 말하자면 청화에게서 갑자기 웬 빛이 뿜어져 나왔던 것.
[어, 어어? 이거 왜 이래? 잠깐만. 이거 뭔데?]근엄하던 말투가 갑자기 다급하게 짧아졌지만 로운과 청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 물, 물 가져올까요?”
[아니, 이거 불도 아닌데 물 가져와서 뭐하게!]“그래도 빛을 꺼야……!”
[잠깐만! 기다려 봐. 오… 으오오오?]허둥지둥하던 두 사람이 멈춘 것은 청화가 무언가 느낀 것처럼 부르르 떨 때였다.
[힘이… 힘이 느껴진다……!]발광하는 청화의 빛이 더 강해졌다.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빛이 로운의 눈앞을 물들였다.
마침내 모든 것을 새하얗게 태울 것만 같은 거대한 빛이 사라졌을 때.
“……?”
로운은 당황했다.
[으오오! 힘이 넘쳐흐르는구나!]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며 로운의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청화에게.
‘…꼬리?’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힘이 넘치는구나! 이것은 필히 승격의 기운! 어떠느냐! 무언가 달라진 것이 보이느냐?]“그…….”
[내 본체의 모습이 돌아왔다면 분명 늠름하고 멋있을 테지! 네 녀석이 말을 잃은 것도 이해가 된다!]“꼬리가… 생기셨는데요?”
[으응? 뭐라고? 꼬리? 내 본체가 아니라?]물음표 살인마처럼 두다다 질문을 던진 청화가 거울 앞으로 쪼르르 날아갔다.
주먹만 한 자그마한 물방울 뒤로 손가락 길이만 한 작은 꼬리가 살랑대며 따라붙었다.
[이게, 이게 뭐야……! 내 늠름한 본체는 어딜 가고 꼬리만 왔단 말이냐!]심지어 그 꼬리도 탱글탱글한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킬링 포인트였다.
그냥 물방울에서 이제는 꼬리가 달린 물방울이 된 청화가 현실을 받아들인 듯 빙글빙글 돌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끄응. 그렇지. 이 영감탱이들이 한 번에 남 좋은 일을 해 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잊었느니라.]어떻게 마련한 인간계와의 교두보인데.
그걸 쉽게 잃으려 하겠냐며 청화가 쓰읍 혀를 찼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힘을 얻는 걸 보면 아무래도 네가 의뢰를 성공할 때 나 역시 그 덕의 일부를 나눠 받는 모양이다.]“그럼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청화 님은 제 은인이시니까요.”
청화는 그를 보고 은인이라 했지만 로운은 다르게 생각했다.
‘아무리 과거의 내가 청화 님을 구해 줬다지만 그거야 과거의 나고. 지금의 나에게는 모르는 때의 일이니까.’
청화가 없었다면 미끄러진 그 자리에서 로운은 즉시 죽음을 맞이했을 터.
그런 로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청화는 제 존재 자체를 걸었다.
청화야말로 로운의 은인인 셈이다.
‘내가 죽지 않아야 청화 님도 죽지 않는 건 알았는데 청화 님의 힘까지 되찾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비록 업보 수치라는 전임자의 거한 흔적이 남아 있다지만.
밑도 끝도 없이 카운트다운을 때려 죽다 살아난 그를 당황시켰던 의뢰가 이런 식으로 전화위복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진짜 세상은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