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9)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49화(49/110)
49
“나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둘이나 될 것 같아?”
너무 당당한 대답.
그에 슬쩍 피어오르던 의심이 피시식 식어 버렸다.
로운은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고 물었다.
“뭐. 그래요……. 그쪽 같은 사람이 둘이나 되면 큰일이긴 하네요. 근데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린데요?”
“제안 들어온 게 있어서. 공중파는 아니고 케이블이지만 인지도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연출 담당한 피디가 유명해. 한 피디라고 알아?”
강차헌이 읊어 주는 프로그램명이 익숙했다.
로운도 알 만큼 유명한 예능들이었다.
일단 한 피디 예능에 출연하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해도 무관했다.
그만큼 한 피디의 예능은 원하는 사람도 많고 찾는 사람도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분이 저를 왜요?”
“정확히는 너랑 나지. 우리 둘을 괜찮게 본 것 같던데.”
귀로는 여전히 순항 중이었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스크린에 걸려 있기도 했고, 김 감독은 얼마 전 감독판을 출시하겠다는 소식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근데 섭외는 왜 안 들어오는 건데……?’
대중의 인지도와 호감은 부쩍 뛰었다지만.
아직까지 귀로 팀을 제외한 곳에서의 평가는 애매하게 긴가민가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잡는 게 맞기는 한데.’
문제는 강차헌이 제안한 이 한 피디가 주로 즐겨 쓰는 포멧이 여행이라는데 있었다.
“그… 바로 대답해야 해요?”
“그건 아니지만. 거절하려고?”
네가? 감히?
그런 생략된 단어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모은 영감탱이들인데! 조신하게 딱 기다리고 있어야지 어딜 쏘다닌단 말이냐! 결전의 날이 곧 이거늘!]꼬리 달린 물방울의 지엄한 호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닌데,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컨택 들어온 거 없다며?”
“…그래도 사람은 바쁠 수 있거든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느냔 말이다!
“뭐. 알겠어. 나도 당장 일정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 그쪽 말로는 감독판 개봉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니까.”
기간은 넉넉하다며 강차헌이 덧붙였다.
그러고는 그 말이 전부였던지 깔끔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거 보면 진짜 날 친… 친……. 아니야. 그만 생각하자.’
친구.
이전 생에도 가져 본 적 없는 존재.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에선 걷돌은 데다가 자퇴까지 해서 친구라 부를 만한 존재가 없었다.
같은 연습생들은 친구라기보다는 경쟁자에 더 가까웠고.
가리온 멤버들 역시 친구보단 비즈니스 파트너와 다름없었다고나 할까.
‘…설마. 아니겠지. 그런… 낯간지러운 단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야. 음. 그래. 내가 불쌍해서 챙겨 준 것일지도.’
강차헌도 인간인 이상 측은지심이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예능 출연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예능이라면 작품과 달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날 밤.
[자,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올 만한 양반들은 다 왔겠지! 우리 애 수명도 줄어들고 있으니 더 이상은 못 기다려 줘! 다들 어느 정도는 준비들 했을 테니 오늘 밤부터 경매 들어갈 거니까 알아두라고!]청화의 최후통첩이 내려졌다.
* * *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밤.
로운 혼자만이 있는 넓은 집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나 로운은 알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이 저 높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구나.
[하. 저 영감탱이들에게 최대한 많이 뜯어내야 하는데.]이렇게 눈앞에서 종알종알 말랑거리며 돌아다니는 물방울이 있어서야.
적막함을 느끼려야 느낄 수가 없었다.
“근데 청화 님. 입찰 상한선이 있다고 저번에 시스템에 그랬던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지.]물방울이 근엄하게 아래위로 끄덕였다.
[하지만 입찰의 횟수를 제한하는 일은 없었잖느냐.]“……!”
아니, 그런 꼼수가?
[흐흐흐. 영감탱들. 나는 언제나 길을 찾아낼 것이니라. 어떠냐. 이 몸의 생각이!]물방울이 비열하게 웃었다.
짝짝!
로운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박수를 쳤다.
[크흠흠. 그러니 너는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되느니라. 이 몸이 알아서 꿩도 먹고 알도 먹게 해 줄 테니 말이다!]이윽고.
[자, 다들 모였지? 이제 시작들 합시다!]기다리던 경매, 아니, 의뢰 접수 시간이 시작되었다.
* * *
‘이게 맞아?’
로운은 생각했다.
하지만 차마.
[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니까? 좀생이처럼 굴지 말고 팍팍 좀 써!] [아니, 뭐. 싫으면 말던가? 나야 다른 영감에게 넘기면 되지?] [앞으로 내가 10 세면 입찰 중단한다? 잘 생각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우리 애처럼 완벽하게 당신들 한 풀어주는 기회가 어디 또 있는 줄 알아?] [자, 열 센다. 생각 있는 영감들은 얼른얼른 입찰하는 거 잊지 말고.] [여얼.]띠로롱.
띠롱.
띠롱 띠롱!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능숙한 경매 진행을 하는 청화.
그리고 대체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지 확인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갱신되는 메시지 창.
‘그래. 알아서들 하시겠지.’
로운은 침착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의뢰였지, 그 의뢰가 어떤 식으로 접수되는지가 아니었다.
청화의 말대로 꿩이나 먹고 알이나 먹으면 될 일이었다.
[셋]띠로롱!
띠롱!
[둘]띠롱!
띠롱띠롱!
[하나. 끝!]마침내 숨막히던 접전이 끝났다.
모두가 긴장한 채로 청화를 주시하는 것이 보이지 않음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의뢰 선정을 위한 무기명 입찰이 종료되었습니다.]뭔가 시스템 메시지가 떨떠름해하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입찰 집계 결과, 387번의 의뢰가 선정되었습니다.]시스템의 알림이 끝나자마자.
[별빛 387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합니다!]낙찰에 성공한 관조자가 승리의 세레모니를 펼쳤다.
[선정된 공덕은 의뢰 완료 후 사용자에게 정산됩니다.]‘그나저나 387이라고?’
그동안 관조자의 숫자가 두 자리, 많게는 백 자리 초반대였던 것과 비교해 보자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셈이다.
‘이래서 청화 님이 기다리라고 하셨던 거구나.’
그사이 번호 대신 의뢰자로 바뀐 387번 관조자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장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당신에게 의뢰가 도착하였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제한 시간: 7일] [*주의! 기간 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저번처럼 제한 시간과 페널티라는 단어가 위협적으로 번쩍거렸지만 더는 겁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무려 40일이 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첫 번째 의뢰는 시나리오를 만졌을 때야 갱신됐는데. 뭔가 좀 의뢰 내용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나?’
로운은 침착하게 의뢰를 수락했다.
눈앞에 떠오른 창이 곧바로 갱신되었다.
천천히 눈앞의 문구를 확인한 로운이 생각했다.
‘이번 의뢰는 좀 쉬운데?’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불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 *
“이름이… 뭐라고요?”
[별빛(의뢰자)가 안동 서씨 48대손이라고 당신에게 말합니다.]이 정도 검색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의외로 남의 집안 족보도 인터넷에 잘 정리되어 있었던 덕이다.
의뢰자가 지칭한 대상이 유명한 집안인 덕도 있었다.
문제는…….
“진짜 이 사람 맞아요……?”
[별빛(의뢰자)가 침침한 눈을 들어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별빛(의뢰자)가 자신의 후손이 맞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긍정적인 답이 돌아왔지만 로운의 표정은 더 심각해지기만 했다.
‘그냥 사람만 찾아서 메시지만 전하면 되는 쉬운 의뢰인 줄 알았는데…….’
메시지를 전달할 그 대상이 전혀 쉽지 않았다.
로운은 안동 서씨 48대손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노려보았다.
서양철.
이름보다 더 중요한 건 약력에 적혀 있는 경력사항이었다.
[태운그룹 제 2대 회장]보기만 해도 갑자기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약력이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없겠지…….’
무려 의뢰자가 직접 확인해 준 대상이 아니던가.
후우…….
깊은 한숨이 차올랐다.
[의뢰: 안동 서씨 48대손에게 전하는 전언] [각박해진 현대 사회. 꿈속으로 현신한 조상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한 후손에게 의뢰자의 부탁을 전달하라.] [보상: ????]딱 보기엔 그냥 말이나 전하면 되는 쉬운 의뢰였건만…….
상대가 그룹의 회장이라는 점에서 난이도가 수직상승해 버렸다.
‘대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담?’
처음엔 넉넉하다 못해 넘친다 생각했던 7일이 갑자기 짧게 느껴졌다.
후우우…….
로운의 한숨이 깊어졌다.
* * *
[집안일은 알아서 해결하면 안 돼? 우리 애가 고민하잖아!] [별빛(의뢰자)가 자신은 정당하게 의뢰를 따냈다고 주장합니다!] [하… 이 영감탱이가 덕이 어떻게 이렇게 넘쳐나나 했더니만. 후손빨을 제대로 받았네, 아주.] [별빛(의뢰자)가 자신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의뢰를 따냈으며 어서 의뢰를 이행해 달라고 당신을 재촉합니다!]“저기요, 두 분.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잠시 조용히 해 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대놓고 판을 키우더니.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중간에라도 말릴 걸 그랬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누군가 그랬다.
그게 이런 식으로도 적용되는 줄은 몰랐지만.
[많이 어려울 것 같으냐? 어떡하지? 내가 저 영감탱이 주리를 틀 수도 없고…….]청화가 곁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해야 하는 내용 자체도 문제였다.
누가 들어도 딱 ‘아, 이거 사이비 아닌가?’ 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 취급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이번 의뢰자가 전달을 원한 메시지는 이렇다.
‘대체 조상님 묫자리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