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화(5/110)
5
‘거긴 그냥 창고나 다름없던데.’
이 층 맨 구석에 위치한 서재는 말이 서재지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둔 창고에 더 가까웠다.
저런 신령스러운 존재들이 알려 주는 힌트라면 무언가 값지고 귀중하지 않을까?
창고나 다름없는 서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낮았지만….
[별빛 51이 당신을 향해 간절하게 두 손 모아 눈을 빛냅니다!]비록 그의 카운트다운은 D-6이 되었다지만.
‘…그래, 뭐. 저렇게 간절히 부탁하는데. 어차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방 하나 더 찾는 게 뭐 대수겠어.’
고귀할 존재가 저렇게까지 부탁하니 좀 마음이 약해진다.
로운도 한때 저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할 때가 있었다.
비록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었지만.
“…알았어요. 일단 한 번 볼 테니까 너무 그렇게 애타하지 마세요.”
그가 두 번째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저들이 청화를 도왔기 때문일 터.
까치도 은혜를 갚는 마당.
방 하나 더 보는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비록 6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6일씩이나 남은 셈이니까.
그런데 띠링거리며 갑자기 메시지들이 떴다.
[별빛 일부가 당신의 선한 마음씨에 감복합니다!] [다수의 별빛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확인합니다.] [일부 별빛이…….]로운은 조금 멋쩍은 채로 서재 문을 열었다.
안쪽은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처럼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넓기도 넓은데 온갖 물건들이 중구난방으로 쌓여 있다.
크게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볼 것 같은 기구들부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여러 개의 소파들까지.
사방에 널려 있는 쇼핑백들과 각종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는 한 무더기의 상자들 등등.
그야말로 뭔가 그의 목숨을 살려 줄 무언가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풍경이었다.
‘이런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둘러보기로 했으니까.’
일단 다 둘러보기는 할 테지만 로운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뭐가 될 리가…….
“……?”
로운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가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종이 더미들 앞에서였다.
그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저 종이 더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것은 분명…….
“빛……?”
빛이었다.
그러니까, 빛이 나는 종이였다.
[별빛 51이 당신을 향해 고개를 크게 끄덕입니다!] [별빛 51이 당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별빛 51이 뿌듯하게 가슴을 폅니다!]연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 창이 이것이 정답이라고 알려왔다.
로운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이게… 되네?”
* * *
빛을 발하는 종이.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웬 얇은 책자였다.
“시나리오?”
가제라고 이름 붙은 표지 아래 적혀 있는 이름이 왠지 익숙했다.
그러나 누구지, 하고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로운이 손을 댔을 때.
“……!”
갑자기 시나리오를 감싸고 있던 빛이 확 터졌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귓가를 울리는 경쾌한 소리.
그와 함께 드디어 정답을 맞혔냐는 듯 시스템 창이 떴다.
[당신에게 의뢰가 도착하였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여기까지도 놀랄 일이었는데.
더한 것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한 시간: 6일]하필이면 카운트다운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숫자였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러나.
[*주의! 기간 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이 부분만큼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페널티? 뭔데 이렇게 불길하지?’
D-day 카운트다운보다 더 불길하다.
로운은 침착하게 그다음 시스템 알림 문구를 읽었다.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이거 약간 막내가 했던 게임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유저들에게 부여되는, 의뢰라 쓰고 강제라 읽는 퀘스트.
딱 그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니나 다를까.
[*주의! 기간 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일단 이것만 봐도 각이 나온다.
저런 불길한 문구가 붙어 있는 퀘스트치고 그냥 넘겨도 되는 건 없다.
그나저나.
[의뢰: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실수는 일어날 수 있는 법. 자책에 빠진 남자를 수렁에서 구하라.] [보상: ????]저 의뢰 문구와 내용이 로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군가를 도우라는 뜻인가?’
문제는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건데…….
로운은 들고 있던 시나리오를 내려다봤다.
“설마, 이거 쓴 사람을 도우라는 거예요?”
괜히 힌트를 줘서 여기까지 시나리오를 손에 쥐여 준 이유가 있을 터.
혹시 해서 묻자.
[별빛(의뢰자)가 당신을 바라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정답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별빛 51 옆으로 숫자 대신 의뢰자라는 부분이 붙어 있었다.
로운은 시나리오 표지를 눈으로 훑었다.
[귀로(가제)] [각본, 연출/ 김성하]김성하.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어째 익숙하더라니.’
한때 스크린에 걸리는 유명 작품마다 김성하 감독 거라는 얘기가 있던 때가 있었다.
해외 블록버스터가 아닌 국내 영화로 천만을 몇 번씩이나 달성했던 감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감독이었던 김성하.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치명적인 스캔들에 휩싸이며 나락으로 처박혔다.
심지어 업계에 얽힌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문인지 감독은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거의 매장되다시피 되어 버렸다.
가진 게 많을수록 추락은 뼈아픈 법.
한때는 찬란히 빛나던 감독이라지만, 지금은 잊혀진 지 오래다.
‘…어째 남일 같지가 않네.’
이름을 보고 뒤늦게 누구인지 떠올렸을 뿐인데 어째 왠지 입맛이 좀 씁쓸했다.
[별빛(의뢰자)가 당신의 선택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립니다!]그래서였다.
설명은 불친절하며 주의 문구는 살벌한 그 퀘스트를 수락한 것은.
“에휴, 어쩔 수 없지.”
이로운이 손을 들어 [예]를 선택했다.
누구보다 도움이 절실한 그 마음을 알기에 로운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아아아아니이이이! 이런 사기 계약이 어딨어?]“아니, 그게 좀 사정이 딱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야 어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고!]로운이 퀘스트를 수락하고 나서 얼마 뒤.
꼬르륵 잠이 들었던 청화가 깨어났다.
[…? 뭐…지? 왜 이렇게 지켜보는 양반들이 많아?]그는 일어나자마자 끔뻑이며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로운에게 진상을 듣자마자 성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 양반들이 미쳤나!]시작은 카운트다운이 떴다는 얘기였다.
그 후 관조자들이 입장하며 힌트를 주었고, 의뢰가 떠서 수락했다는 얘기까지 일사천리로 상황을 전해 들은 청화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래서 실무도 모르는 양반들이 앉아 있으면 안 된다니까!]한참이나 누군가를 향하는지 모를 욕을 쏟아냈다.
슬쩍 훔쳐 들으니 꼬장꼬장한 노친네들, 융통성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영감탱이들, 이런 상도덕 없는 날강도들, 등등. 아주 험한 표현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니, 진짜 괜찮아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아니, 너는 화가 나지도 않느냐?]“뭐…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그 역시 살아나는 대가로 ‘삯’을 치르기로 했잖은가.
로운이 겪은 상황에 대해 청화는 이렇게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너는 죽을 때가 아닌데 죽게 생겨서 다른 이들에게 힘을 빌렸고, 이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다.]한마디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목숨값.
-그럼 카운트다운은 뭔데요?
그리고 그 카운트다운은.
-끄응. 그건 삯을 치러야 하는 시간이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갚아야 하는 거라면 빨리 받아들이고 갚는 게 낫잖아요.”
[끄응.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이 양반들이 그렇게나 빨리 닦달을 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뭐, 나쁘게만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저 양반들은 앞으로 네 목숨을 유지해 줄 생명팩이나 다름없거든. 격이 높은 이들이니 충분히 네게 값을 치를 것이고.]삯을 치르는데 또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단다.
‘아니, 그래도 돼? 나야 좋긴 한데…….’
[당연히 그래야지! 어딜 사람을 공짜로 부려먹으려고!]“제가 갚아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지만 그 양반들은 네게 빚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얻을 만큼 다 얻었느니라. 그러니 받는 건 또 다른 일이지.]“네?”
[그거야 네 녀석이 아니면 언제 또 인세에 관여할 수 있는 합법적인 루트를 마련하겠냐는 이유 때문이지. 내 예전에도 말했지만 함부로 지상에 개입해서는 안 되거든. 힘을 가지고 있으면 뭘 하겠느냐. 필요한데 쓰지를 못하는데.]한마디로 로운이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창구라는 뜻이었다.
[아무튼 네가 없으면 저 양반들도 몹시 아쉬울 거란 말이지. 이른바 공생관계라 할 수 있느니라. 그러니 네 녀석을 어떻게든 사수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쉬운 쪽이 뭐라도 더 내야 하는 건 당연한 법.]뭐지?
이 든든한 느낌은?
게다가 조금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누가 편들어 준 게 대체 얼마만이더라……?’
늘상 듣는 소리는 한결같았다.
-로운이 네가 이해 좀 해 줘라.
-아, 쟤들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얘기 들었지? 그렇게 됐으니 네가 좀 참아라.
상대가 잘못한 것이 분명할 때조차 그랬었다.
그런데.
[절대로 노친네들이 공짜로 부려먹으려 들어도 말려들면 안 되느니라. 하여간 이 영감탱이들! 간절한 사람을 돕지는 못할망정 거기에 좋다꾸나 끼어서 거래나 하자고 하다니! 떼이잉!]청화는 아니었다.
분명 꼬장꼬장한 느낌이 잔뜩 든 옛 존재 같았건만.
이제 고작해야 두 번 봤지만 어째 그의 편이 생긴 것처럼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청화 님은 나를 살렸잖아. 그 때문에 빚을 갚아야 한다고는 했지만 정작 왜 살렸는지는 안 알려 주셨지.’
한 가지 더.
청화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것 같지만 로운이 눈치챈 사실은 더 있었다.
‘말을 들어보면 죽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청화 님도 마찬가지인 거 같던데. 내 죽음에 자기 죽음까지 묶었으면서도 따로 별다른 말도 없었지.’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청화는 로운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운의 편이라는 것 말이다.
[왜 갑자기 웃고 그러느냐? …혹시 실성이라도 하였느냐?]“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럼?]“그냥… 청화 님이 계시니까 갑자기 든든해지는 것 같아서요.”
이런 대가 없는 호의와 걱정을 받아 본 적이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너어는……! 어째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한결같이……!]갑자기 물방울이 사방으로 수분을 뿌렸다.
왠지 왈칵한 느낌이었다.
[그그래! 앞으로는 나만 믿거라! 이 몸께서 다 해결해 주겠다! 이 시스템도 이 몸께서 한참을 손본 것은 아느냐? 내가 뜯어고치지 않았다면 꿈에서 수수께끼 같은 염불 소리나 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러니 앞으로도 걱정 말라며 청화가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 순간.
[D-5]카운트다운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남은 시간은 5일.
다시 퀘스트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 * *
로운은 손에 들린 시나리오를 노려보았다.
‘의뢰를 받은 건 좋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남은 것은 5일.
[의뢰: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그 시간 안에 이 애매모호한 퀘스트를 끝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