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0화(50/110)
50
이장.
쉽게 풀어 말하자면 무덤을 옮긴다는 뜻이다.
의뢰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 이장이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후손에게 이장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달해 달라는 것이지만.
‘도를 믿으십니까도 아니고…….’
거리를 걷다 보면 흔히들 만날 수 있다.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으시네요.
-그런데 요즘 일이 잘 안 풀리시죠 그건 다 조상님이 노하셔서…….
-저희와 제사를 지내시면 조상님도 만족하시고 문제도 싹 사라질 겁니다!
도르미에게 좀 잡혀 본 사람이라면 이런 레파토리가 아주 익숙할 것이다.
문제는 이게 다 사이비고 돈을 뜯고자 하는 사기 행각에 불과하다는 것.
‘아니야.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메시지 자체는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야.’
사이비 취급?
당하면 좀 어떤가.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걸리면 사이비가 대순가.
사이비 할애비라도 뒤집어쓸 수 있다.
게다가 로운은 상대에게 사기를 치려는 것도 아니고 무려 본인이 직접 의뢰를 넣은 진짜였다.
[별빛(의뢰자)가 자신을 믿으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청화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내가 좀 보니까 쟤 후손 맞긴 했어. 애초에 함부로 타인의 유해를 훼손하는 건 큰 죄악이니라. 그 재액이 본인과 그 핏줄을 따라 내려가는데 함부로 굴 만한 것은 아니지.]아무튼 본인이 맞다는 소리다.
거기까지는 좋다.
거짓도 아니고 진실만을 전달한다는 숭고한 목적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들어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이 말을 전해야 할 대상이 태운그룹 회장이라는 것이었다.
인페르노급 난이도 실화냐고.
[끄응… 다음번엔 내 면밀히 검토하여 이런 일은 없도록 노력해 보겠느니라.]“무기명 입찰인데 어떻게 관리를 해요…….”
[그건 그렇다만…….]공덕에 눈이 먼 죄였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되겠죠.”
쉽게 보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어쩌겠는가.
‘죽기 싫으면 해야지.’
마지막 잎새처럼 40일 동안 하루하루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느니 일단 뭐라도 해 보는 게 낫다.
로운은 마음을 굳건히 먹었다.
하지만 태운그룹 본사 건물 앞에 서자, 그 굳건했던 마음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새로 지었다더니 엄청 크네.’
거대하다 못해 웅장한 기운마저 넘쳐흐르는 건물이었다.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로운은 어쩐지 위축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로운에게 회사라는 공간 자체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지금 소속사에 드나들면서 나름 면역력을 기르는 중이라지만.
전 소속사에서는 항상 그 낡고 지저분한 회사에 불려갈 때마다 괴로웠던 기억밖에 없었다.
멤버들이 사고를 쳤다는 최악의 소식을 듣지를 않나.
윽박지름을 당하질 않나.
이렇게 하다가는 돈을 줄 수 없다는 협박을 당하질 않나…….
‘그래도 들어가야지. 네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
로운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떼지지 않는 발을 옮겨 조심스럽게 정문으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초반부터 장애물이 있었다.
‘…들어가는 사람 아무나 몰래 따라 들어가면 안 되겠지?’
그룹의 본사인 만큼 보안이 엄중했던 것이다.
전용 출입 카드가 없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한 내부.
입구에 두 명, 좌우로 각 한 명.
코너마다 또 한 명씩 존재하는 시큐리티까지.
슬그머니 따라 들어가려다가도 곧장 잡혀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생겼다.
로운은 얌전히 한쪽에 위치한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미소와 함께 건네진 친절한 말.
로운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회, 회장님을 뵙고 싶은데요.”
[좋아, 잘하고 있어!]지켜보던 청화도 로운의 큰 용기에 칭찬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실을 차가웠다.
“혹시 약속이 되어 있으실까요? 성함을 알려 주시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통같은 직원의 방어에 로운의 용기가 또다시 쪼그라들었다.
“약속은… 안, 안 되어 있는데요. 그… 뵙기가 많이 어려울까요?”
직원의 표정이 살짝 미묘해졌다.
“선약이 없으시다면 따로 방문은 어려우십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어투.
이런 뜬금없는 잡상인과 뜨내기들은 수도 없이 만나 봤다는 듯 능숙한 태도였다.
지켜보던 시큐리티가 데스크 직원의 신호를 받고 다가오는 찰나였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여기서 들릴 리 없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차헌 씨……?”
로운의 눈이 커다래졌다.
* * *
소속사 1층 카페에 갑자기 쳐들어왔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뭐지? 왜 자꾸 이 인간이랑 마주치는 거 같지?’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던데.
기분 탓이겠지?
평소라면 왜 아는 척하지 의심부터 들 인간이었으나 지금만큼은 달랐다.
“와, 강차헌 씨. 여기서 다 뵙네요……!”
절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왠지 강차헌의 머리 뒤에서 그의 팬들이 가끔씩 목격하고는 한다는 후광을 본 것도 같았다.
“……? 너 어디 아파?”
“아뇨. 하나도 안 아픈데요?”
미심쩍은 눈이 로운을 훑었다.
“제정신은 아닌 거 같은데……. 뭐, 좋아. 여기는 네가 웬일인데. 바쁘다지 않았어?”
남들은 없어서 못 주워 먹는다는 한 피디표 예능을 거절했으면서 여기엔 웬 볼일이냐는 물음이다.
로운은 데스크 직원과 시큐리티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피하며 강차헌을 향해 반갑게 다가갔다.
“그러는 강차헌 씨는 여기엔 웬일인데요?”
“볼일이 있어서. 잠깐 회장님을 뵐 일이 있거든.”
‘회장? 강차헌이 태운그룹 회장을 만날 일이 뭐가 있지? 아니, 그보다.’
의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로운의 머릿속으로 또 한 번 샹투스가 울려 퍼졌다.
이것은… 운명이었다!
“저도, 저도 같이 갑시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평소엔 아는 척만 해도 천적을 만난 토끼처럼 놀라더니만.
지금은 아예 눈을 반짝이며 먼저 다가서기까지 한다.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강차헌에게 로운이 변명하듯 덧붙였다.
“마침 저도 회장님을 뵐 일이 있어서요.”
“그럼 들어가면 되잖아?”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안 그래도 지금 쫓겨날 판이었는데.”
“흐음?”
강차헌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로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대답 여부에 따라 40일간의 마지막 잎새를 찍을지, 아니면 의뢰를 완료할지가 달렸다.
한 시간 같은 일 초 일 초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좋아.”
마침내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감사합……!”
“대신.”
“…네?”
“너도 내 부탁 하나 들어주든가.”
“…….”
뭔가 짙은 사짜 향이 나는 조건이 붙었지만.
“싫으면 말든가. 뭐, 아쉬운 건 너지 내가 아니니까.”
“…좋아요. 오케이. 콜.”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
로운이 조건을 받아들이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언제 로운을 잡상인처럼 취급했냐는 듯, 극진한 안내를 받으며 안쪽으로 이동되어 회장실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레베이터까지 탑승했던 것이다.
회장실에 도착하자 비서가 안쪽으로 연락을 넣었다.
곧 문이 열리며 앉아 있던 풍채 좋은 장년인이 몸을 일으키며 둘을, 아니 강차헌을 반겼다.
“아니, 이게 누구야. 차헌 군 아니야.”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안 그래도 영화 출연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잘되고 있다지?”
“예. 덕분입니다.”
“허허. 바쁘다더니만 뭘 여기까지 왔어 그래.”
“할아버님께서 전하라는 선물도 있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얼굴 뵙고 인사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선물? 그 영감탱이가?”
마치 드라마에서나 보는 한 장면 같았다.
‘뭐지? 둘이 잘 아는 사이인가?’
그러니 회장을 직통으로 만나러 올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한 기업의 총수를 그냥 편안하게 만난다고?
모임이니 참석이니 하며 오가는 얘기가 별세계 같다.
로운은 둘의 관계를 파악하기를 포기했다.
복잡한 머리가 파업을 외친 탓이었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안 쫓겨나면서 얘기를 잘 전달하느냐니까!’
쫓겨나면 언제 다시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른다.
안 그래도 생각할 것도 많은데 여기서 더 과부하가 걸리면 곤란했다.
로운은 침착하게 두 사람의 재회 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저 훤칠한 친구는 누군가? 자네가 또래랑 어울리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강차헌 친구 없는 건 연예계를 막론하고 유명하구나……?’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강차헌이 로운을 소개했다.
“이 회장님 댁 막내입니다. 재작년에 금융기업 출범하여 이번에 얼마 전 크게 광고했던…….”
“아, 그 영감탱이 손자?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전자 하겠다고 까불던 큰 거 말고 작은 거?”
“하하. 그 형님이 들으시면 서운해하시겠는데요.”
“어딜. 내 영역에 주둥이 들이밀려는 놈 가만히 지켜봐 주는데 이 정도 말도 못 하남?”
뭔데. 나 말고 무슨 얘기가 오가는 건데.
분명 자신에 관련된 얘기 같건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은근하게 흐려진 뒷말이 궁금해 미치겠는데 회장이 아는 척을 하자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얼마나 끼고 도는지 도통 얼굴 보여 줄 생각을 안 하더니만. 이렇게 보게 되는구만! 반갑네. 나 서양철이네.”
“아, 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로운은 서 회장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악수를 끝내자 서 회장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 이제 회사에 들어갈 예정인가?”
“…네?”
“아, 이 친구 저랑 같이 작품 들어갑니다.”
“으응? 아니, 나라를 끌어갈 동량들이 제대로 된 일은 안 하고 노는 것만 하면 어떡해! 자네 조부도 속이 말이 아니겠어. 기껏 잘나게 낳아놨더니만 놀기만 좋아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 친구가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던데요.”
“으응,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들어봅시다.”
얼떨결에 판이 깔렸다.
본능적으로 로운은 지금 말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심지어.
[업보 수치가 5 감소하였습니다.]그를 좋게 봐주었는지 업보 수치도 감소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이 말을 하면 100퍼센트 미친 인간 취급을 당한다는 각이 섰다는 것이다.
‘난이도가 무슨…….’
조상님이 직접 후손이 말을 안 듣는다며 의뢰를 넣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로운은 최대한 사이비 같지 않은 선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요새… 일이 잘 안 풀리시죠?”
냅다 돌직구를 꽂았다.
“음? 허허.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자네 조부가 보낸 겐가? 흠. 그 친구가 이런 식으로 유머가 넘치는 친구가 아닌데?”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