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1화(51/110)
51
[업보 수치가 3 증가하였습니다.]‘아니, 수치가 증가하기도 해?’
기껏 좋아졌던 이미지가 방금의 발언으로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요즘 트렌드가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거라더니만 독특한 친구일세, 그래?”
서 회장은 허허 웃어넘기려는 기색이었다.
뜬금없는 사이비 같은 말이 던져진 것에 비하면 분위기도 나름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자꾸 크고 작은 사고도 나셨을 거고요.”
“음……?”
얼핏 언짢은 듯한 기색이 서 회장의 미간을 스치고 지나갔다.
[업보 수치가 1 증가하였습니다.]말도 안 되는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 같지만 지금 로운은 몹시 필사적이었다.
‘궁극적으로 내 말을 믿게 하려면 빌드업을 잘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툭툭 던지는 말도 미친 인간의 미친 소리 같겠지만.
[별빛(의뢰자)가 얼마 전 사고가 있었다며 당신에게 알립니다!]상대의 조상까지 참전한 일종의 치열한 심리전이었다.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해도 뭔가 자꾸 걸리적걸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겠지.’
처음부터 다 믿어 줄 거라는 기대는 하나도 없었다.
중요한 건 ‘진짜 그런가? 그럴싸하던데. 설마?’ 하는 의심을 심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싹을 틔운 의심은 결국 묘를 파 보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 테니까.
“꿈자리도 사나우실 텐데요. 요새 잠을 설치지는 않으시나요?”
“차헌 군. 이 친구 대체 뭔가? 정말 이 회장네 사람이 맞는가?”
그때까지만 해도 서 회장은 계속해서 웃는 낯이었다.
재벌 총수의 짬밥이 어디 가지 않는 듯, 흔들림 없는 웃는 얼굴을 했다.
“내 거기 막내아들이 이런 사람이라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혹시 이래서 안 내놓았던 겐가?”
다만 불쾌함을 숨길 생각은 없는지 허허 웃으며 하는 말속에 뼈가 들어 있었다.
[업보 수치가 1 증가하였습니다.]증가하는 업보 수치는 덤이었다.
[저거저거, 말하는 싹퉁머리 보소? 지금 귀인을 못 알아보고 어디서 골을 내고 있어?] [별빛(의뢰자)가 말은 그래도 속은 착한 아이라며 상대를 감쌉니다!] [아이고 영감탱이, 저거 지금 액면가는 당신보다 더 나이 들었어! 애는 무슨 애야? 애는 우리 애가 애지!]두 오래 묵은 존재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로운은 어색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그건 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데요, 회장님.”
“허, 이거 생각보다 더 맹랑한 친구였구만?”
“꿈에 계속 같은 분이 나오시지는 않나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겐가?”
“분명히 나오실 텐데요.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시고 있고요.”
서 회장의 입에 걸린 미소가 점점 옅어졌다.
그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한 것은 로운이 그다음 얘기를 꺼낼 때였다.
“요새 일이 잘 안 풀리시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알아듣기 어려우시려나……. 얼마 전까지 술술 풀리던 일이 갑자기 막히기도 하셨네요. 그 때문에 많이 곤란하신 것 같은데.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고… 바다 건너 일 같은데. 맞나요?”
그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다고 우길 수 있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차헌 군. 혹시 자네가 무슨 언질이라도 준 겐가?”
“죄송하지만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직관하고 있던 강차헌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자네가 뭔가 알 리가 없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운은 하늘에 계신 높은 분께 전해 듣고 있었지만 이건 서 회장의 그룹 내에서도 최측근인 몇몇과 책임자만이 아는 극비였으니까.
현지 사정으로 갑자기 돌연 잘 진행되던 큰 수주 건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얼마 전, 서 회장의 최측근이 현지로 날아가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극비리에 상황을 파악 중이었디.
비록 사람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주가가 오르내릴 만큼 민감한 사안은 최대한 막을 만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잘못된다면 손해 단위가 몇억도 아니고 몇백억 단위로 날 판이었다.
그뿐만인가?
그 정도로 회사가 휘청거리면 서 회장 그의 자리마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어디서 듣고 온 겐가. 원하는 게 뭐지? 어디서 사주를 받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로는 안 될걸세.”
그렇게 말하는 서 회장의 눈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기밀이 어디서 새어 나갔든 이 자리에서 단도리라도 할 기세였다.
그 기세를 받아내는 로운은 어땠냐면…….
‘저기요! 역효과 나는데요?’
차근차근 쌓아 가던 빌드업이 와르르 멘션이 되어 버리는 것을 눈앞에 둔 수달의 마음이 절절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지금 상황에서는 못 먹어도 고GO뿐이었다.
“제가 뭘 원하는 줄 아시고요?”
“뭐가 됐든 이 나를 앞에 두고 그런 협잡을 벌였으니 쉽게 빠져나갈 생각은 그만두는 것이 좋을걸세.”
…설마 여기서 어디 콘크리트로 재탄생 하는 건 아니겠지?
로운은 슬쩍 강차헌을 바라보았다.
여차하면 강차헌을 붙들고 탈출각을 재야겠다.
“제가 회장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기는 합니다. 그치만 회장님이 무엇을 생각하시든 지금 하시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 거라고 장담하겠습니다.”
“허허, 그런가?”
“네.”
“좋아. 나를 협박하려면 그런 자신감은 있어야지. 어디 한번 들어봅세.”
[협박이라니! 이런 온화한 설득을 가지고! 거참, 진짜 벽창호가 따로 없네. 아주 자기 생각만 옳다고 사고가 꽉 막혀 있구만!] [별빛(의뢰자)가 우리 애가 그런 경향이 좀 있다며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았겠어.] [별빛(의뢰자)가 그렇다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기 시작합니다.]“일단 제가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산업 스파이 같은 게 아니라는 건 이걸로 증명하겠습니다.”
“호오.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군.”
“요새 집안에 우환이 있으시죠?”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잔병치레는 있는 법이지.”
“아뇨. 회장님 말고요. 좀 더 어린 친구가 근래에 큰 병이 생겼군요.”
그때까지는 무슨 말을 하는지 두고 보겠다며 눈을 형형하게 뜨고 있던 서 회장이었다.
그러나 도둑놈을 대하는 것처럼 적대적이었던 서 회장의 태도는 로운이 마지막 말을 끝마치자마자 완전히 돌변했다.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아연한 표정이 된 것이다.
“자네… 대체 그건…….”
바로 며칠 전.
서 회장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증손주가 골수섬유증이라는,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무거운 병명을 진단받았다.
어지러움을 심하게 타고 멍이 잘 드는 것이 좀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지만.
전반적으로는 활달하게 잘 지내던 아이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고 녀석이 내 증손주인 걸 아는 사람은 우리 가족밖에 없는데, 대체 어떻게……?’
이건 회사 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낙인처럼 따라붙는 집안의 이름이 지긋지긋하다고 절연하다시피 나갔던 아들의 피붙이다.
아주 오래전에 가계도에서도 축출되었으며 지금 와서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마저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아들마저 그럴진대 그 아들의 손자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산업 스파이라 할지라도 기업과 관계없는 방계의 혈족까지 면밀히 파악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자네… 대체 누구지? 내게 부탁하고 싶다는 게 대체 무어야.”
얼굴색까지 변한 서 회장이 손끝을 바르르 떨었다.
달라진 태도를 확인한 로운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몇 번의 휘청휘청하는 위태로운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적인 빌드업이었다.
로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제 부탁을 들어주실 생각이 드셨나요?”
* * *
중간에 좀 엇나가는 일이 있어서 엎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과는 달리.
“이장이라… 이장을 하라 이 말이지? 그것만 하면 되나?”
“네.”
“자네가 앞서 한 말 모두가 이 부탁을 위해서라고?”
“네.”
마지막 쐐기를 박은 이후의 서 회장은 의외로 순순하게 로운의 말을 받아들였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던 묫자리는 의외로 쿨하게 넘어갔던 것이다.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겐가? 자네도 이제는 알겠지만, 자네가 꺼낸 주제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뿐이었네. 내가 오해할 거라는 염려는 전혀 하지 않은 겐가?”
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물론 미친 사람 취급당할 거라 생각했지 산업 스파이 취급을 당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다면 다 된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이렇게 알려드려야 하는 일도 있는 거니까요.”
로운의 대답이 서 회장의 무엇을 자극했는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네. 내가 나이가 들어 이런 귀인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아.”
“정정하실 겁니다. 이장만 제대로 하시면 지금 걱정하시는 일들 모두 해결되실 거예요.”
“정말이겠지? 내 의심하는 건 아니고 간절해서 그래.”
“그럴 겁니다.”
무려 하늘의 존재가 보장하는 일이니 맞을 테지.
턱턱 내놓는 공덕도 그렇고 힘깨나 쓰는 양반인 것 같으니 말이다.
“정말… 고맙네. 내 꼭 자네가 한 말을 지키겠네.”
로운은 그저 은은한 미소만을 지었다.
‘이로써 두 번째도 무사히 완료인가?’
정확히는 서 회장이 이장을 마쳐야만 끝이 나겠지만.
그래도 40일 동안의 마지막 잎새를 새는 처량한 최후는 피해 갈 수 있게 되었다.
로운에게는 최고로 다행인 일이었다.
* * *
들어올 때와 달리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돌아가는 길.
흥미로운 눈길이 내려꽂힌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상대는 한 명뿐이었다.
“뭔데.”
“…뭐가요?”
“너 뭐 신이라도 받았어? 그럼 사람이 좀 변한다고 하던데.”
이 예리한 인간 같으니.
물론 이쪽에서 벌인 일이 있으니 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신 안 받았고 점 안 봅니다.”
“그럼 방금은 뭔데?”
“부탁받았어요.”
거짓말은 아니다.
비록 그 부탁이 저 하늘 위에 있는 영험한 존재에게서 목숨을 담보로 받은 의뢰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잖은가?
“부탁이라. 흐음. 그래. 누군가 친히 그 무덤에 물이 찼으니 옮겨 달라고 네게 찾아와 부탁을 했단 말이지?”
“…….”
스스로 생각해도 수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3자의 입으로 들으니 더 수상쩍기 짝이 없다.
그래도 진실을 말할 수 없으니 로운은 그저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뭐… 좋아. 그거야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이대로 넘어가나?
“대신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건 잊지 말고.”
“…….”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철저한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