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3화(53/110)
53
“자네같이 올곧고 바른 사람은 흔치 않지. 내 나이쯤 되면 통달한 도사처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람 보는 눈은 생기기 마련이야.”
[업보 수치가 30 감소하였습니다.]이렇게 갑자기요?
갑자기 시작된 칭찬과 함께 큰 수치가 감소한 탓에 로운은 어리둥절해졌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사람을 감화시킬수록 수치 또한 커지는 모양인 듯했다.
새로운 사실에 신기해하는 와중에도 서 회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맙다고 하면 대부분 태도가 달라지고는 한다네.”
“…태도가요?”
이해되지 않아 눈만 깜빡이자 서 회장이 인자한 표정으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누군가. 태운의 회장이야. 이런 내가 고맙다고 하니 당장 머릿속으로 주판부터 튕기게 되지 않겠어?”
재계 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의 회장이다.
그런 회장이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면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아니, 저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요? 그럴 생각으로 온 것도 아니고요!”
로운이 깜짝 놀라자 이제는 껄껄 웃음을 터트린다.
[업보 수치가 20 감소하였습니다.]추가로 감소하는 수치는 덤이었다.
“하지만 보게나. 자네 말대로 하니 정말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네. 아니지. 정상이 뭔가? 어찌 보면 더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겠구만.”
회장은 묘를 이장한 이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했다.
“일단은 내게 자잘하게 일어나던 사고부터가 싹 사라졌네. 집에서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항상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일이 잦았거든. 그 때문에 안과 검진도 받았고. 그런데 그런 일이 싹 사라졌다네.”
두 번째는 현지 사정으로 중단되었던 공사가 다시 재개되었단다.
그것도 그쪽 로열블러드가 직접 개입해서 진두지휘를 하기까지 했다고.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오던데. 봤는지 모르겠구만. 덕분에 우리 회사 주가가 벌써 30퍼센트 넘게 뛰었지 뭔가.”
껄껄 웃는 회장의 모습은 몹시 만족스러움 그 자체였다.
“우리 증손주도 공여자가 나타났다네. 정말 기적적이지 않은가? 아니, 나는 그냥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어린 나이에 끔찍한 고통을 겪을 뻔했던 증손주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정말 타이밍 좋게 공여자가 나타나 곧 수술을 앞두게 된 것.
물론 수술을 받고 나서도 계속 추적관찰을 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척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공여자를 빨리 찾게 된 게 아주 컸네. 아직 병증이 크게 진행되기 전이기도 하고……. 수술만 잘 끝난다면 예후도 좋을 거라 예측하더군. 정말 잘됐지 뭔가.”
흐뭇하게 말을 잇던 서 회장이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자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끔찍하기만 해. 사실 묫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 모든 게 가능한가 싶기는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겪어 보니 믿을 수밖에 없더구먼.”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아직 세상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고 아집을 부려 끝까지 외면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군.’
말년에 자신이 이룬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쓰러질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날 것만 같다.
정작 그 참사를 막아 준 청년은 말간 얼굴로 자신을 보며 온몸으로 ‘다행이에요!’라는 기색만 뿜어 대고 있었다.
“게다가 꿈에서 조부님이 내게 신신당부하셨네. 꼭 자네에게 반드시 이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보다 정확히는 반드시 그 청년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었지만.
이미 황혼에 접어는 노련한 장년인은 그 말은 꿀꺽 속으로 삼켰다.
눈앞에 있는 이 말간 청년은 붙들어 놓으려 하면 금방 시들 것이 분명했다.
‘이 청년을 잡아야만 앞으로 우리 일가가 더 크게 된다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아니 될 일이지.’
저 말갛고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의 청년을 잡아야만 회사가 성장하고 앞으로 운이 트여 대길만이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평소라면 사람 하나 잡는다고 그게 가능하겠냐며 재고의 여지도 없이 무시했겠지만, 서 회장은 알았다.
몇 주 전의 저 청년이 맑고 무해한 얼굴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던 때를 생각하면 믿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때는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 같았는데 말이지.’
마치 계시를 내려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오죽하면 서 회장이 정말 인간인가 싶어 강차헌에게 연락하여 로운의 소재를 다시 한번 확인까지 했겠는가?
다행히 상대는 인간이 맞았다.
그때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는데.
지금 다시 본 청년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모르는 채로 여전히 말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그… 저는 이미 보상은 받았는데요?”
“무슨 보상 말인가? 나는 준 적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구먼.”
“그러니까 그게…….”
“거, 일단 받았다니 내 것도 같이 받는 걸로 함세. 나이가 이래서 그런지 영 은혜를 갚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 이제 천국 갈 날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 모양이야. 안 그래도 지옥 갈까 봐 무서운데 다 죽어가는 늙은이의 불안함을 자네가 이해해 주겠지?”
“네, 네? …네?”
서 회장의 현란한 말 돌리기에 로운의 정신이 잠시 혼미해진 사이.
서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로운에게 냅다 선물을 하나 안겼다.
“광고를요?”
“별거 아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네. 우리 계열사 하나를 떼어 준다 해도 자네에겐 고역이지 않겠는가.”
“…안 주실 거죠? 주시면 안 돼요. 회사를 제가 어떻게 받아요?”
보통은 이럴 때 그냥 일단 챙기고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 진심으로 기겁해서 펄쩍 뛰는 청년을 보니 신선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실무진에게 물어보니 지금의 자네에겐 광고가 제일 필요할 거라던데. 맞는지 모르겠군.”
“아니, 근데… 저 정말 뭐 더 안 주셔도 돼요.”
로운으로서는 진심이었다.
이미 그는 의뢰자에게 넘치고도 차게 받은 수명과 추가 능력치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서 회장은 막강한 상대였다.
“광고가 싫으면 회사를 받겠나? 우리 계열사 중에 자네에게 줄 만한 게…….”
“받겠습니다. 광고.”
“잘 생각했네.”
그제야 서 회장이 만족한 듯 다시 너털웃음을 머금었다.
“만약 모자라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얘기하게나. 내 자네에게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용의도 있으니 영화를 한 편 더 찍어도 좋네.”
“…네? 아니에요. 그냥 광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흐음. 아쉽구만.”
분명 아무것도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광고가 품에 떠넘겨져 버렸다.
보은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로운과 연결된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업가의 노련함이었다.
물론 로운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모셔올 때와 마찬가지로 곱게 다시 모셔진 로운이 얼떨떨한 채로 되돌아왔다.
“오늘 약속 있다더니 벌써 왔어? 저녁은?”
로운의 끼니에 집착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매니저가 물었다.
“어… 형? 저 일감 생긴 거 같은데요.”
로운이 여전히 멍한 채로 매니저를 바라보며 말했다.
* * *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약속 있어서 나간 거 아니었어?”
“맞긴 한데… 저 광고 하나 받아 왔어요.”
“광고? 혹시 이상한 사람이 접근한 건 아니지?”
걱정스러운 매니저의 표정.
“로운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사람들 눈이 삔 거지. 이 형이 꼭 네 발치에 다들 매달리게 해 주마!”
사실 조급해하는 것은 로운보다 매니저였지만 매니저는 로운이 마음이 급해 이상한 건을 물어왔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로운을 위로하려 들었다.
“형이 오늘도 네 프로필 열심히 돌리고 왔어. 오늘 30군데 돌리고 왔으니까 곧 연락 올 거야. 형이 굵직한 곳만 찾아다녔다. 잔챙이는 거들떠도 안 봤어.”
그러니 그 이상한 광고는 잊어버리라며 매니저가 로운을 토닥였다.
“그치만 형, 태운인데요?”
“태운라니! 그런 곳은 신경도 안 써도… 응? 어디라고?”
매니저가 잘못 들었다는 듯 로운에게 되물었다.
“혹시 태운? 태운전자 할 때의 그 태운? 다른 태운이 아니고?”
“네. 그 태운요.”
“거기서 너한테 광고를 맡긴다고? …왜?”
저기요, 형?
방금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온 것 같은데요…….
‘왜냐고 물으신다면 받으라고 해서 받았을 뿐인데 왜 받았냐고 물으시면 받으라 해서 받았다고 할 수밖에…….’
따지고 보자면.
광고하기 vs 갑자기 회사 받기.
이 둘 중 하나에서 전자를 택했을 뿐이다.
그의 인생도 경영하기 빡센데 웬 회사를 경영한단 말인가?
“아니! 아니아니. 로운이 네가 모자라다거나 그런 게 아니고!”
실수를 알아챘는지 매니저가 황급히 부연 설명을 덧붙였지만 어떻게 들어도 그게 맞았다.
하지만 로운은 불곰같이 생겼지만 속내는 몹시 섬세하고 가녀린 매니저를 자비롭게 구해 주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제가 도움 드린 게 있어서요.”
“…혹시 뭐 회장 목숨이라고 구했어?”
신은 매니저에게 내린 것이 틀림없다.
‘따지고 보자면… 목숨 구한 게 맞으려나?’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생명의 위협에서 구한 것은 아니라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 집안의 뒤를 봐주는 조상신들의 근원을 쇠약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거해 주었으니까.
더구나 그만큼 덩치가 큰 공룡 기업이 엎어진다면 그 여파는 또 어떨 것인가.
‘서 회장 하나만이 아니라 수백, 어쩌면 수천 명까지도 위태로웠을지도…….’
물론 그 사실을 매니저에게 다 말하기는 어려웠다.
서 회장을 애초에 왜 찾아갔느냐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대체 잠깐 약속 있다고 나갔다 오던 애한테 무슨 일이……. 태운라니. 다른 곳도 아니고 태운……?”
“별로예요?”
“아니? 좋아도 엄청 좋은 거지. 다른 것도 아니고 태운 광고라면. 거긴 한 번 맡으면 전속이나 다름없잖아.”
“네?”
그건 또 금시초문인 소식이다.
매니저는 언제 프로필을 돌리며 로운을 알아보지 못하는 업계인들의 저급한 안목을 욕했냐는 듯.
두 어깨에 단단히 힘이 들어간 채로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유인즉슨.
‘그게 그렇게 따내기 힘든 광고였다고?’
태운의 광고는 광고에도 등급이 있다면 그야말로 탑티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한 광고려니 생각했던 로운은 매니저가 어째서 저렇게 의기양양하게 되었는지 이해했다.
“태운은 광고 모델을 뽑을 때도 그냥 뽑지 않아. 일단 대중적인 인지도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논란이 있는 연예인은 절대로 뽑지 않거든. 거기에 웬만큼 커리어가 받쳐 주지 않으면 또 안 써요. 그러니까 태운의 광고를 맡았다? 그럼 당신이 잘나가고 있습니다, 하는 일종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거지.”
페이도 업계 최고인데다가 워낙 좋은 이미지의 기업인 만큼, 반대로 그 광고를 맡은 모델 또한 인지도며 업계 내 위상이며 덩달아 함께 급이 올라간단다.
“놀라운 건 거기가 몇 번 신인을 데려다가 찍어서 다들 의아해했는데, 그 신인들이 하나같이 다 대박을 쳤다더라고.”
사생활이 클린한 것은 물론이요, 자기 분야에서 레전드라 불릴 정도로 탑급을 먹는 인재들이란다.
“로운이 너, 연예인이 얼마나 이미지가 중요한지 알지.”
알다마다.
그렇기에 본체의 망나니 이미지를 벗으려고 로운이 이 개고생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근데 네가 태운의 광고를 맡았다? 그럼 이제 게임 끝난 거지.”
크으으!
매니저가 자부심을 한 사발 말아 거하게 드링킹한 것처럼 얼큰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