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4화(54/110)
54
“거기가 의리가 있어요. 광고 한 번 찍는다고 끝이 아니야. 광고계의 평생직장이라고 들어봤니?”
“아뇨…….”
금시초문이다.
“이제 알게 될 거야, 로운아. 왜냐? 네가 이제 그 평생직장에 다니게 되었으니까!”
매니저가 다시금 크으으, 하는 기묘한 감탄사를 터트렸다.
“최근 몇 년간은 새로운 모델 교체가 없었거든. 워낙 한번 하면 끝까지 가는 기업이라. 이미 자리잡은 검증된 인재들이 있는데 뭐하러 새로 모험을 하며 쓰겠어? 워낙 태운이 까다롭기도 하고.”
태운 기업의 광고를 바라는 사람들은 수두룩하게 널렸단다.
일단 맡기만 하면 ‘믿고 보는’ 보증수표가 되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연예인들이 대부업 광고를 거절하는 이유가 뭐겠어?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 어떤 회사의 어떤 광고 제안이 들어오느냐가 사실상 그 사람의 급이거든.”
급을 매겨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
그러나 시장 논리며 자본주의에 따른 논리로는 사람에게도 값어치가 매겨지는 게 현실이란다.
“그런데 우리 로운이가 태운라니. 흐흐. 흐흐흐. 그간 나보고 불쌍하다고 지껄이던 놈들 이제 배아파 죽게 생겼구만. 아주 꼴좋다. 흐흐. 흐흐흣. 꼴좋아.”
그간 쌓인 게 많은지 그 순하던 사람이 그늘진 얼굴로 흐흐하는 이상한 웃음소리까지 흘린다.
‘그러니까 일단 내 이미지에는 도움이 된다는 거군.’
로운은 안심했다.
대뜸 회사 따위를 받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였으니까.
그 이후.
“로운아, 형 꿈꾼 거 아니지? 태운광고 찍는 거 맞지?”
라고 물어오는 매니저에게 그렇다고 답하기를 며칠이 지났을까.
“네? 어디시라고요? 태운요? 네? 네. 네네! 알겠습니다. 넵!”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은 매니저가 활짝 갠 얼굴로 로운에게 알렸다.
“로운아! 촬영 날짜 잡혔댄다!”
* * *
-은혜를 갚는다 해 놓고서 시간을 질질 끄는 건 소인배나 할 일이지! 내 바로 조율해서 자네 매니저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네.
그렇게 말했던 서 회장의 말대로 과연 엄청나게 빠른 진행이었다.
보통 오퍼가 들어오면 어떤 광고인지 제안서와 금액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조율이 여러 번 오갈 수도 있으며 실무진끼리 몇 단계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여러 조율과 확인 끝에 모든 항목에서 합의가 되면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의견 합치가 잘되지 않는다면 이 과정은 한없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 같네.’
미팅부터 촬영 진행까지 사흘이 채 지나지도 않은 상황.
빨라도 너무 빨랐다.
‘모든 조건을 다 이쪽에다 맞췄다는 소린가? 아니, 그보다. 애초에 광고라는게 이렇게 빨리 준비될 수 있는거였어?’
이쪽 분야에 알못인 로운이라지만.
광고라는 게 그렇게 쉽게 뚝딱- 하고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그냥 찍는다고 다가 아니니까!
기획이란 게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일까.
‘…설마 내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건 아니겠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회장님 그럼 이건 보은이 아니라 본체의 업보 수치에 플러스되는 악수나 다름없는데요.’
회장님의 보은이 아니라 회장님의 복수가 될 판이다.
태운의 광고를 갑자기 빼앗긴 누군가의 원망은 대체 얼마나 처절할 것인가!
수치가 얼마나 증가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뒤늦은 걱정을 하는 사이.
빼도 박도 못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해 버렸다.
‘괜찮겠지……?’
로운이 일말의 걱정을 안고 조심스레 약속 장소로 향했다.
며칠간 열심히 관리한 덕에 평소보다 더 말갛고 뽀얀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
“…….”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뭔가 아주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예민하고 험상궂어 보이는 남자와.
* * *
남자. 이진명은 이 바닥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직업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광고를 여러 의미로 다루는 것이다.
다만 보통 아트디렉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이미 이진명이라는 이름 하나로 브랜드화된 능력자라는 점이었다.
다른 아트디렉터들이 광고주의 눈치를 본다면 이진명은 광고주가 그의 눈치를 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광고. ‘이진명’] [세상의 경계를 떠나 모두에게 와닿는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미디어의 마법사, 이진명] [당신을 사로잡은 환상적인 1분. 이진명, 그는 누구인가?]실제로도 이런 찬사가 넘쳐났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그는 해외 여러 유수 예술제와 광고제에서 다수의 공신력 있는 수상 경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는 어워즈에도 당당하게 노미네이트되어 수상하기를 여러 차례.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당연하게도 국내에서 그를 향한 관심을 보였다.
물론.
-광고라는 정체성을 잃고 본인의 자아를 드러내는 데에 집중하는 예술 병자.
-남의 돈으로 예술 하기, 참 쉽죠?
-해외에서 잘나간다고 덮어 놓고 칭찬부터 하는 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나?
그를 향한 비방도 당연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진명은 생각했다.
‘알 게 뭐람?’
우매한 것들이 아무리 짖어 댄다 하더라도 이진명은 1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보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도 그는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1분, 아니. 30초면 충분하지.’
그의 광고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세상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달라진다.
잊혀졌던 가치관을 일깨우고 소중함을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한다.
고작해야 30초 남짓한 그 짧은 시간.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그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세상 또한 바뀔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도록 디렉팅하는 사람이라니. 자부심을 가져도 맞지 않나?’
그의 광고 한 번으로 낙후된 아프리카 오지산간에 식수가 생기고 아이들이 교육을 받게 된다.
파괴되는 자연의 실태를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워 복원받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한다.
탄압받는 소수민족의 실체를 사람들이 알게 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도록 돕는다.
그뿐만인가?
[마법의 손]철저한 상업 영역에서조차 그를 아는 업계인들은 그런 낯간지러운 칭호로 그를 부르기도 했다.
광고와 예술을 기가 막히게 배분하여 절묘하게 섞이도록 한 덕이다.
이진명과 함께 작업한 이들은 광고 이후로 몸값이 두 배는 더 뛰는 진귀한 마법을 경험하고는 했으니까.
심지어 그가 광고로 잡아 준 이미지로 아예 지금까지 먹고사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한때는 그와 작업을 하려면 3년은 미리 연락해야 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까지 돌았더랬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지만.’
그만큼 이진명을 찾는 곳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런 그가 태운와 계속 일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자네가 이진명이군.
막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을 무렵의 이진명은 그때도 넘쳐나는 재능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시기질투를 샀었다.
그 당시의 이진명은 아직 자기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너 정도 되는 재능은 널린 게 이 판이니까 괜히 자만하면 곤란해.
그래서 이런 되도 않는 가스라이팅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었다.
주눅든 채로 접수했던 태운기업 주관 공모전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자네처럼 재능이 넘치는 친구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라네.
집안이 어려워 쓰는 장비도 어렵게 마련한 이진명이었다.
태운의 만남은 그런 이진명의 삶을 180도 변하게 해 주었다.
아무것도 아닐 때의 그를 유일하게 알아보고 가능성을 점쳐 투자까지 해 준 유일한 곳이었으니까!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진명이 스케줄을 빼는 것은 태운이 유일했다.
‘인재를 알아볼 줄 아는 곳은 더 잘되어야 해.’
그래야 제2, 제3의 이진명이 나타나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요새 이진명은 태운의 브랜딩에 아주 세심하게 공을 들이는 중이었다.
브랜딩.
쉽게 말하자면 해당 기업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과를 베어 문 기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느낌들이 바로 예시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며 힙한 이미지는 바로 그 브랜딩의 산물이다.
이진명이 하려는 것도 비슷했다.
태운이 가지는 이미지 혹은 특유의 감성이나 느낌을 강화하여 구체화시킨다.
그리하여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여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 각인된 이미지는 기업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기업에 대한 호감은 궁극적으로는 매출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사과만큼이나 글로벌한 인지도를 가진 기업이 나올 때도 됐지.’
이진명은 그 기업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히 아이디어를 손보고 스케치하며 스토리를 짜지 않았던가.
바쁜 틈을 타서도 콘티를 비롯해 스토리 보드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 태운에게 컨펌까지 받아두었다.
‘문제는 적당한 모델이 없다는 거지.’
기존 태운의 모델들도 하나같이 훌륭하고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이 너무 오랫동안 태운와 함께한 탓에 신선한 느낌이 모자라다는 점이었다.
‘신선하면서도 프레시하고 그러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상큼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웬만하면 대중 노출이 오래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러면서도 신인 특유의 어설픔이 보여서는 곤란하고.’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였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이 넓은 세상에 그런 사람 하나 없으려고?
‘…진짜 없을 줄이야.’
아껴둔 작업인 만큼 이진명은 이 프로젝트를 태운와 합의하에 미뤄 두었다.
그렇게 단 하나의 퍼즐 조각만을 남겨 둔 채로 미완성으로 잠든 프로젝트.
그 마지막 조각이 채워졌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일주일 전, 그가 해외 비엔날레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다녀온 직후였다.
“…사람을 구했다고요?”
굉장히 뜬금없는 연락이었다.
‘사람을 구해? 어떻게?’
후보가 추려진 것도 아니라 정해졌다고? 확정?
이진명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회장님이 그러실 분이 아닌데?’
본인의 눈을 믿는 만큼 타인의 능력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바로 서양철이다.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전적으로 이진명에게 자유를 보장해 주는.
전폭적인 믿음과 지원이 바로 서양철의 주특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상의도 없이 모델을 밀어넣다니?
‘이상한데?’
특히나 그가 알아본 결과, 서양철이 추천해 준 인물은 여러모로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이번 영화가 조금 잘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태운의 메인을 꿰차기엔 아직 햇병아리가 아니던가?
‘역시 직접 알아보는 게 확실하겠지.’
시차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진명은 서양철 회장과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그렇게 회장을 대면했을 때.
태운의 회장 서양철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진명에게 말했다.
“이로운 그 친구, 아주 물건이야. 절대 자네가 실망하는 일은 없을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