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8화(58/110)
58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인생은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진다 했던가…….’
갓 본체의 몸에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로 격세지감이 따로 없었다.
그가 광고를, 그것도 태운으로 첫 시작을 끊다니.
그것도 계열사 광고가 아니라 그룹명으로 나가는 브랜딩 광고다.
그 때문일까.
“녹화 뜨고 백업해 둬야지. 혹시 모르니까 클라우드에도 해 두고 외장 하드에도 해 두고 내 메일 보내기에도 해 둬야겠네.”
매니저는 로운보다 더 설레며 첫 송출일을 고대하는 카운트다운까지 했더랬다.
달력에 그어지는 새빨간 작대기의 향연이 그의 설렘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작대기가 그어진 오늘.
“혹시 모르니까 개인 계정이랑 회사 계정에도 업로드를 해 두는 게 좋겠지?”
매니저가 마치 자식의 첫 유치원 장기자랑을 고대하는 극성 부모처럼 굴었다.
자랑하지는 않고 못 배기는 것처럼 매니저의 손이 핸드폰에서 떨어지지를 못했다.
“크흐흐. 아주 부러워 미치려고 드는구만. 우리 로운이는 무려 태운이라고. 태운. 그것도 회장이 직접 손수 삼배구고두해서 모셔 갔구만.”
삼… 뭐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가 몹시 흡족하다 못해 직업 만족도 1,000퍼센트를 돌파하는 것 같다.
그간 매니저도 솔찬히 한을 퍼먹었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하면 본체가 매니저 형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도 같고.’
정말이지 여러모로 생각해도 본체는 복에 겨운 인간이었다.
왜 그렇게 엇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나저나 로운아.”
“네, 형.”
“그, 정말 그 사람이랑은 더 일할 생각은 없는 거고?”
“아, 그때 그거요?”
“어엉. 그거. 진짜 생각 없어? 그쪽은 너랑 어떻게 더 일해 보고 싶어서 아주 죽으려고 하는 것 같던데.”
매니저의 말대로였다.
세 번째 촬영 중반까지도 제대로 말을 못 하던 이진명이다.
안 들으면 서운한 ‘이리 와서 보세요. 어떻습니까?’ 질문만 주야장천 하던 이진명.
그가 달라진 것은 세 번째 촬영이 막바지에 들어서였다.
잠시 휴식 시간을 틈타 그가 말을 걸었던 것이다.
-저, 이, 로운 씨?
방금까지도 멀쩡하게 불렀던 이름을 버벅이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놀랐다.
무려! 저 이진명이 용기를 내어! 촬영 외적인 이유로 말을 걸다니!
-괜, 괜찮으시, 시면, 연락, 연락…….
그는 버퍼링에 걸린 기계처럼 한참을 ‘연락’이라는 단어만 내뱉었고, 결국 그의 어시스턴트가 다가와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로운 씨.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일해 보실 생각 있으세요?
-일이요?
지금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으로 바라보자 어시가 재빨리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에 저희 디렉터님이 해외에서 Y브랜드에서 오퍼가 들어오셨거든요.
로운도 들어본 해외 유명 브랜드였다.
참고로 본체의 드레스룸에도 있어서 한때 ‘이 인간이 돈은 대체 어디서 나서…….’ 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아아, 네에. 축하드려요.
-하하. 감사합니다. 거기가 좀 싹바가지가 없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하여간 그쪽 동네도 차별이 좀 심해서. …그런데! 무려! 우리 디렉터님께 연락이 왔지 뭡니까? 우리 디렉터님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자기네 좀 살려 달라고~ 자기네 이번 캠페인은 꼭 디렉터님이 맡아 주셔야 한다고~ 아주 사정사정을 하더라고요. 본래는 모델 같은건 다 브랜드 쪽에서 알아서 공수하는데 이번은 좀 특이케이스여서요.
졸지에 업계 뒷사정까지 들었다.
디렉터가 말이 없는 대신 그 말을 어시가 다 호로록 가져갔는지 어마어마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 쏟아졌다.
-아무튼 그래서 디렉터님이 로운 씨랑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저한테 염불을 외시더라고요. 악! 왜 때려요! 저 아니면 설명해 줄 사람 누가 있다고!
그러다가 결국 이진명에게 옆구리를 맞아 버렸지만.
-여튼 그래서 로운 씨를 데려다가 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디렉터님이 데려온 모델이라면 Y브랜드도 아무 말 않고 오케이 할걸요?
쉬는 시간이라 그런지 현장에 있던 업계인들이 슬금슬금 모이더니 그 말에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 디렉터님 정도면 따로 모델을 데려와도 인정이지.
-그러고 보니까 Y브랜드랑 로운 씨랑 이미지가 괜찮을 거 같은데? 옴므라인으로 갈 테니 길쭉하고 슬렌더한 체형도 딱이고.
-솔직히 귀로에서도 보고 놀랐다니까요? 거기선 청순 그 자체인데 여기서는 또 이미지가 확 달라서. Y쪽으로 가면 또 어떨지~
다들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반응이… 예상외인데?’
낙하산으로 꽂히다시피 한 태운의 광고.
거기에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인맥을 타고 간다니.
딱 욕먹기 좋은 조건 아닌가?
-그래서 로운 씨 생각은 어떤데요?
제각기 떠들던 사람들의 시선이 로운을 향했다.
사실상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 좋은 조건 말씀 주셨는데 우선 생각을 좀 해 봐도 될까요?
-아. 하긴.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긴 어렵죠! 로운 씨도 스케줄 바쁘실 거고!
그렇지 않다.
스케줄은커녕 아무것도 없어서 또다시 빙의 초창기의 백수 라이프로 돌아간 기분이니까.
어쨌든 소기의 목적이었던 연락처 교환은 무사히 완료할 수 있었다.
‘점점 내 지분이 늘어나고 있어. 좀 묘하네…….’
본체의 인간관계로 가득 차 있던 핸드폰이 어느새 점점 로운의 것으로 변하고 있다.
매니저가 질색하던 부류와 아예 연락을 끊은 이후로는 더 그랬다.
여전히 쌓이는 메시지는 가득했지만, 가랑잎 하나도 조심해야 할 시기에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다.
“형은 디렉터님 괜찮게 보셨나 봐요.”
어미 새처럼 로운을 끼고돌던 양반이 웬일로 일을 권하는 게 신기해서 묻자, 그가 머쓱하게 뺨을 긁적였다.
“사실 그 양반 정도면 나쁘지 않기도 하고. 게다가 무려 해외잖니. 요새는 해외 시장도 미리미리 공략해 둬야 한다더라. 괜히 우리나라 가수들이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야. 판매되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고 하더라고.”
“그건 그렇기는 한데…….”
“…별로야?”
“우선은 국내부터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매니저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제 갓 국내 활동 커리어를 쌓아 가는 중이었다.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흐름이 끊기는 것이 조금 애매하달까.
‘국내 공백기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 자리 잡기 어려워하던 사람들도 있고.’
대중은 한번 잊으면 다시 기억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여러 방식으로 노출되며 존재감을 각인시켜야만 한다.
‘강차헌처럼 해외에서부터 역수입되어 들어오는 케이스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강차헌이고.’
유일무이하다 싶은 특수 케이스가 아니던가.
그 바쁜 사람이 어째서.
[이로운. 한 피디님이 같이 밥 한번 먹자는데 ㄱ?]자꾸 이런 쓰잘데기없는 영양가 제로인 메시지를 자꾸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매니저 형이 하는 말 들어보면 지금 죽어 나갈 거라고 했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연예인을 꼽으라면 당당히 1위를 할 양반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뭐, 덕분에 본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연락을 주고받고 있기는 하지만.
“네 말도 맞긴 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근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가 않잖아.”
그건 그랬다.
남들은 대본이며 시나리오가 밀려든다는데…….
“그리고 Y브랜드는 아무래도 놓치기가 좀 아까워서 그래. 어차피 그냥 이렇게 있을 바엔 그쪽으로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서. 그리고 그쪽 캠페인 일정이 뭐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거고. 길어 봐야 몇 달?”
결과적으로는 로운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아무리 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성심성의껏 관리하는 연예인의 미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척이나 고맙기도 하여 로운은 결국 숨겨 두었던 소식을 꺼내기로 했다.
‘그 인간이랑은 작품 외적으로는 더 안 얽히는 게 좋겠다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형. 제가 말씀 못 드린 게 하나 있는데요.”
“으응? 뭔데. 뭐길래 그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니고요. 정식으로 제안 들어온 게 아니어서 말씀을 못 드렸었는데… 저 예능 프로그램 하나 같이하자고 하더라고요.”
“예능?”
좋아할 줄 알았던 매니저의 분위기가 심각했다.
“로운아. 일이 들어온 건 좋은데, 지금 상황에서 예능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아직 네 이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분명히 그거 물고 늘어질 거거든.”
귀로 이후.
완전히 복귀에 성공한 김 감독이 대놓고 가는 곳마다 로운을 자랑하다 못해 찬양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지.’
로운이 유명해질수록, 로운의 과거 또한 같이 끌어올려졌다.
-나 업계인인데 이로운 가식 믿지 말길
-이거 예전에 누가 풀었던 오디션 후기인데 주어 이로운 맞지?
-아 좀 깨네. 더 캐면 뭐 줄줄이 나오는 거 아니냐?
물론 이런 부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였다.
본체의 업보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그런 한 중간 말이다.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물고 늘어지기만 할걸? 어쨌든 어그로만 제대로 끌면 자기네는 된 거거든. 로운이 네가 곤란하든 말든 간에. 사전에 최대한 조율해도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또 말이 달라지는 게 그쪽이라서. 나는 지금은 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회사나 나를 통하지 않고 너한테만 접근해서 꼬드기는 거 보면 벌써 각 나오지. 누군데. 누구야? 그 개 같은 새키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 권한 사람이 강차헌이 아니었다면.
“그… 강차헌이요.”
“…응?”
여기서 나올 리 없는 이름에 매니저가 잠시 스턴에 걸렸다.
“형이 잘못 들은 거 같은데.”
“강차헌이 그러더라고요. 한 피디님이 예능 기획하고 있는데 일단 강차헌 쪽에 먼저 얘기를 했다나 봐요.”
“뭐?”
매니저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한 피디? 그 한예주 피디?”
“네… 아마 맞을 거예요.”
“잡자. 당장 미팅잡자. 형이 한 말 싹 잊어버려. 한 피디 예능이면 말이 다르지.”
어째 매니저의 눈동자가 맑은 광기로 반짝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