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9)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59화(59/110)
59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듯한 기세의 매니저.
“형. 아직 구체적인 얘기도 안 나왔어요.”
“아니, 왜?”
“강차헌이 바빠서요.”
“아.”
너무나도 납득가는 이유에 벌떡 일어섰던 매니저가 다시 피시식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로운이 너, 강차헌이랑 연락해?”
“네. 뭐… 가끔요.”
어째서인지 매니저는 또다시 흐뭇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도 매번 붙어 다니더니만. 많이 친해졌나 보다.”
친해지다니.
물론 그쪽에서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친한 건가?’
일부러 직접 찾아오고 아직 픽스되지 않은 일정까지 말해 주는 것을 보면 친분이 없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음. 역시 내가 불쌍해서 챙겨 준 게 더 맞을지도.’
틈만 나면 보내오는 메시지는 심심해서 그런 것 같고 말이다.
아무튼 로운은 매니저의 착각을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아니라고 부정했다가는 왠지 눈물을 글썽일 것 같았으니까.
“그래. 그런 제안이 있으면 해외로 나가는 건 좀 아쉽지. Y브랜드가 유명하기는 해도 한 피디 예능이 좀 더 확실하지.”
출연하기만 하면 그 누구든 스타로 만들어 버린다는 한 피디다.
한 피디 예능에 얼마나 두꺼운 팬층이 있는지 안다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건이었다.
“알겠어. 그럼 Y브랜드 건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게. 근데 그 예능은 언제 진행될지 따로 나온 말은 없고?”
“아무래도 메인인 강차헌이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강차헌에게 듣기로는 귀로 감독판 개봉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던데…….”
“어휴. 타이밍도 딱이네. 그럼 촬영은 미리 진행될 테니까 일단 미팅은 잡아봐야겠다. 이런 건 빼도 박도 못하게 일단 질러 놓고 봐야 해.”
언제 광고가 나올지 조마조마하게 시계를 보던 것이 언제냐는 듯.
매니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가 바쁘게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네. 하마터면 졸지에 해외로 나가게 될 뻔했어.’
로운이 이진명의 제안에 쉽게 응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매니저에게는 절대로 얘기할 수 없는 그런 이유가.
‘세 번째 의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은… 좀 그렇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로운에게 의뢰를 주는 관조자들은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두 번째 의뢰 때에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간신히 인원을 모았었는데.
만약 해외로 간다면?
‘…해외에서 수명 다 쓰고 사망 엔딩 뜨는 건 아니겠지?’
그러니 지금은 일단 국내에 붙어 있는 게 맞았다.
물론 매니저에게 한 말도 모두 거짓은 아니다.
국내부터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요즘은 신기하게도 해외 팬들 역시 국내 인지도를 신경 쓰는 추세였다.
국내 차트 순위에 연연하고 스트리밍을 돌리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나 할까?
‘일단은 기다려야지. 청화 님이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로운이 미친 인페르노 난이도의 의뢰를 무사히 완료하여 모두가 선망하는 태운의 광고를 얻은 것과는 별개로.
[아니! 미친 거 아니냐! 어떻게 그따위 의뢰를 아무 언질도 없이 그렇게 넣을 수가 있어! 하마터면 우리 애 죽을 뻔했잖아!]두 번째 의뢰가 끝난 후.
청화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 * *
[이 상도덕도 없는 영감탱이들 같으니라고!]청화는 몹시 분노한 듯 파르르 몸을 떨어댔다.
100일이 넘는 긴 수명도 딱히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100일! 의뢰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금방 사라질 거!]…길다고 생각했던 로운은 머쓱해졌다.
[이게 나만 좋자고 하는 일이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소중히 대해 주지는 못할망정 배를 가르려 들어?]띠롱.
띠로롱.
관조자들이 뭐라고 변명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청화는 완고했다.
[이번에 우리 애 죽을 뻔한 거 알아, 몰라! 다들 상도덕 좀 지킵시다. 예? 아니, 공덕 많이 거는 건 좋아. 좋다고. 그치만 불가능한 걸 의뢰로 내걸면 어떡하자는 건데!]띠로롱!
띠롱!
또다시 변명하는 메시지가 떴지만 청화는 버럭 성만 냈다.
[뭘 몰라, 모르긴! 하여간 공덕만 넘치는 양반들이라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자랑이냐!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애가 천재적이라 알아서 척척 잘해 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갑자기 천재적인 애가 되어 민망해진 로운의 시선이 도르륵 굴렀다.
[우리 애도 죽고, 나도 죽고. 내가 기껏 애써 뚫어 놓은 공식 소원수리함도 다 잃고. 다 끝나는 거였어! 알아? 이러다간 다 죽는다고!]살 아있는 소원수리함인 로운이 슬쩍 청화를 말려 보았다.
“저… 청화 님. 저 진짜로 괜찮아요. 이번에 공덕도 많이 받았고, 일도 잘 풀렸잖아요. 덕분에 광고도 찍었고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죽을 뻔했는데!]청화가 그런 로운을 보며 쯧쯔, 혀를 찼다.
[하여간 네가 이렇게 착해서 문제다. 예전부터 착해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착해도 너무 착해!]이상하다.
분명 칭찬 같은데 어투는 꼭 혼나고 있는 것 같다.
[착한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치만 항상 명심하려무나. 너는 홀몸이 아니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한다!]홀, 뭐요?
‘단어 선정이 어째……?’
청화와 운명 공동체인 것은 맞지만 어째 좀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와야지.]“네?”
[그래야 이번처럼 말도 안 되는 조건이 붙어 있는 의뢰 같은 걸 넣을 생각을 안 하지.]그러더니 가슴을 뿌듯하게 쭉 내밀었다.
[이제 뿔도 돋았고 하니 입장 정도는 수월하게 가능할 것이니라.]그렇게 말하는 청화의 머리 위로 정말로 손톱만 한 크기의 뿔이 위풍당당하게 돋아 있었다.
두 번째 의뢰를 완료하며 로운이 보상을 받음과 동시에 청화도 또 한 번의 진화를 했더랬다.
그때 뭔가 돌기 같은 게 돋기는 했었다.
‘…그게 뿔일 줄은 몰랐지.’
사실 청화가 알려 주지 않았다면 그냥 무슨 돌기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크기가 좀 작은 게 좀 마음에 안 든다만. 나중에 보여 주마. 이 몸의 뿔이 얼마나 늠름한지! 흠흠. 한때 얼마나 이 뿔이 뭇 선인들의 흠모를 받았는지 아느냐?]당연히 몰랐다.
[아무튼 잠시 다녀오겠다. 네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이 몸에게 맡겨 보거라.]그때까지도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관조자들의 메시지가 띠롱거렸지만.
곧 뿔이 돋은 물방울이 떽, 하며 일갈함과 동시에 사라지자 메시지 소리도 곧 자취를 감추었다.
그게 벌써 일주일도 더 전이었다.
‘얼마나 뒤집어엎고 계시길래…….’
하늘의 일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로운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사이, 통화하러 나갔던 매니저가 상기된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로운아, 리모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이진명이 알려 준 첫 송출이 바로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 * *
‘현장에서 모니터링은 했지만 완성본은 어떨지 궁금하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가편집본은 만장일치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통과되었다고 들었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이거, 내가 보답으로 권했던 게 오히려 우리가 엎드려 절할 판이야!
무려 태운의 서 회장이 직접 전화를 해 온 덕이었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약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진명이 보내온 가편집본을 보고는 모두 쏙 들어갔다고.
-그나저나 우리 이 감독이 자네를 엄청나게 좋아하던데. 둘이 잘 지내봐요. 이 감독도 사람이 괜찮아. 능력도 좋고.
확실히 능력이 좋기는 했다.
사람이 좋은지는…….
‘그래. 그 정도면 좋은 거지. 편견이 없잖아, 편견이.’
낙하산인 로운을 싫어할 만도 하지만 배척하고 텃세를 부리기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말 없는 배려를 해 주었다.
덕분에 이진명과 촬영을 진행하면서 로운은 한 단계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어, 한다!”
마침 시간이 되었는지 매니저가 외쳤다.
일찍부터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그가 녹화를 시작하는 순간.
[The place you love]짧은 문구가 뜨며 화면이 바뀌었다.
시작은 한 남자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곳에서부터다.
지친 듯한 모습으로 짙은 한숨을 내 쉰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맵시 있게 잘 빠진 구두 끝이 빛을 받아 반질반질 빛난다.
느린 듯이 이어지던 걸음은 점차 빨라지며 곧 어느 한 군데에서 멈춘다.
삑삑삑삑-
누구라도 익숙할 듯한 전자음이 이어지고 곧이어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표정이 없어 더 지친 듯한 느낌이었던 얼굴이 생기를 머금는다.
마치 꽃이 피어나듯 화사하게 변하는 표정이 확대된 채로 슬로우하게 재생된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씩은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길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이어 집으로 들어간 남자가 상의를 벗어 옷을 걸어둔다.
그의 손끝을 따라 비춰지는 것은 태운의 로고다.
삣!
클로즈업된 남자의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자 곧 의류 관리기가 알아서 작동을 시작한다.
그 사이, 남자는 부엌으로 들어가 조리를 하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갖춰진 시스템 키친과 냉장고 등.
아직 발표되지 않은 최신식 가전들이 하나씩 하나씩 결코 노골적이지 않은 정도로 스쳐 가며 화면에 비추어졌다.
남자가 완성된 요리를 들고 거실로 간다.
TV 역시 최신형으로 곧 발표를 앞둔 제품이었다.
달칵!
음식을 놓은 남자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딱 보기에도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 잡히고 이어 남자가 흐뭇하게 소파를 쓰다듬는다.
이어 마치 여의도 어딘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맨이 푹 풀린 얼굴을 하고 소파에 등을 기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와 다른 소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인이라면 소파에 앉기보단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는 편을 선택할 테니까.
‘일부러 대조되도록 넣은 거겠지.’
별다른 말이 없어도.
일부러 억지스럽게 강조하지 않아도.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진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달칵!
남자가 침대에 누워 불을 끄는 것으로 화면이 점차 어둡게 페이드아웃 된다.
[The place you love]처음 떴던 문구가 다시 잔잔한 bgm과 함께 화면에 수놓아졌다.
그 문구는 곧.
[The place I love]중간의 you가 날리듯 사라지며 I로 바뀌며 천천히 흐려졌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운의 로고.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상의 한 부분.
그러나 이진명의 마법을 거친 영상은 달랐다.
몇 번이고 바뀌는 남자의 분위기가 마치 불을 끈 다음에도 이어질 것처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이 영상을 본 로운은 생각했다.
‘디렉터님… 대단한 분 맞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