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화(6/110)
6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로운이 종이만 들여다본 채 심각하게 있자 청화가 물었다.
“굳이 이 시나리오를 힌트로 내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요. 퀘스트 대상도 사실 확실하진 않잖아요? 짐작으로는 감독이 아닐까 싶은데…….”
로운이 어딘가를 흘끔 바라봤다.
[별빛(의뢰자)가 자신의 입을 막고 도리질을 칩니다.]요 몇 시간 동안 몇 번이고 봤던 알림이 또 한 번 띠롱, 떴다.
“그것도 확실하지도 않아서요. 의외로 또 출연자일 수도 있고요.”
[별빛(의뢰자)가 당신을 보며 두 손 모아 조심스레 응원합니다!]‘응원보다는 뭔가 좀 더 실마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더 힌트를 주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듣자 하니 저 별빛들, 청화의 말에 의하면 ‘관조자’들은 하나같이 많은 덕을 갖춘, 하늘에 속한 존재들이란다.
다만 하늘에 속한 만큼 하늘의 법도에 따라야 한다고.
덕분에 의뢰를 받은 이후에는 아무런 힌트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끄응. 일단 가서 확인해 보면 안 되느냐?]“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하면 미친놈 취급 받지 않을까요?”
대뜸 찾아가서 ‘우환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사이비로 몰려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는 곤란하지. 뭔가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미친놈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도 누구인지 모를 의뢰 대상과 접선할 수 있는 방법.
무심코 김성하 감독의 정보를 얻을 겸 SNS에 들어갔던 로운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오디션?”
눈에 띄는 글자를 본문에 올린 최신 피드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잠깐만. 오디션이라? 이거 좀… 괜찮은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이 시나리오에 참가하는 연기자들 그리고 유력한 대상자인 감독에게 지극히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이 시나리오로 제작할 영화에 출연하면 되는 것이다!
영화에 출연하면 좋으나 싫으나 어쨌든 자주 얼굴을 부딪치게 될 터.
[오디션 일자 안내]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공교로운 것인지는 몰라도 고지된 날짜는 3일 뒤였다.
‘이 영화에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
로운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 * *
난관은 여전히 존재했다.
“귀로? 김성하 감독 거? 그걸 하겠다고?”
“네.”
“진짜로?”
“…왜요?”
“아니, 너 그 시나리오 보자마자 깠었잖아?”
여기를 가야겠다고 하자 매니저가 얼떨떨하게 말했다.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로운은 당황했다.
“제가… 깠어요?”
아니, 얘는 왜 내 앞길에 재를 뿌리고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의 ‘이로운’이 깐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왜 깠대요……?”
남 일 묻듯이 물어보자 매니저가 볼을 긁었다.
“그 감독, 충무로에서 거의 퇴출됐잖아. 한마디로 급이 안 맞는다고 깠지, 뭐.”
“……?”
로운은 잠시 본체의 필모그라피를 떠올렸다.
…얘가 급을 따질 정도가 되나?
그 발연기를 보면 어디든 써 주기만 하면 감사합니다 엎드려 오체투지를 해야 할 판이던데.
“그,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시 합류해도 되는 거죠?”
“음…….”
“안 되나요?”
매니저의 표정이 묘했다.
저건 진실을 알려 줘서 마상을 입히느냐 아니면 고이 지켜 줄지를 고민하는 눈이다.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로운아. 네가 이걸 받고 길길이 날뛰며 장난치냐고 전화로 미친 듯이 화를 냈었거든.”
“…제가요.”
로운은 잠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미친 듯이 화를 냈다니.
설마 감독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해서 난리를 친 건 아니겠지?
“네가 깐 이유 중 또 다른 하나가 소문이었어.”
“소문요? 무슨 소문이요?”
“그거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고 소문이 짜하게 났었거든.”
앞이 캄캄한 것도 잠시.
뭔가 잠깐 길이 보인 것 같다.
로운이 물었다.
“왜 아무도 안 하려고 했는데요?”
“으응. 그게 좀 사정이 얽혀서 복잡한데… 일이 있었던 건 알지?”
당연히 모른다.
‘구석에 처박혀서 작곡만 하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봐 둘걸!’
그때는 괜한 욕심만 생길까 봐 일부러 외면했는데 말이다.
“여튼 그러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태클 걸어온 데가 많았나 봐. 사실 처음엔 김 감독 복귀작이라고 소문 나서 관심을 좀 받기는 했어. 근데 뭐 때문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여튼 중간에 판이 한 번 엎어졌어. 그래서 다 파투가 났거든.”
“그래서요?”
매니저의 말솜씨가 의외로 찰졌다.
현란한 설명에 절로 몰입이 되었다.
“그럼 보통 거기서 접거든. 그런데 김 감독은 아니었던 거지. 원체 고집이 세다고 소문 난 양반이거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새로 진행하기로 했대. 원래 김 감독급이면 배우 수급부터 투자 유치까지 그냥 인맥으로 싹 다 끌어오거든. 근데 그것도 잘 안 된 것 같더라고. 배우들도 충무로에 찍히기 싫으니 대부분 다 고사하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 회사를 비롯해서 여기저기 시놉 돌리다가 안 되겠다 싶으니 아예 오디션으로 틀어서 진행하기로 했다나 봐.”
로운이 모르는 별세계 얘기였다.
“어쨌거나 그래. 그래서 업계에선 어차피 무산될 작품이라는 소문이 짠해. 김 감독이야 자존심 때문에라도 꿋꿋하게 밀고 나가려는 것 같긴 하거든. 그래도 딱 각이 나오지 않니? 프리프로덕션 단계도 제대로 못 들어가서 엎어질 것 같거든. 근데도 강행하는 걸 보면 그 양반도 참…….”
프리… 뭐?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새 그룹 컨셉 잡고 오디션 진행하는 것부터 무산됐다는 정도로 치환해서 알아들었다.
“여튼 그쪽 상황이 급하긴 급할 거야. 그러니 로운이 네가 가도 딱히 뭐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그래도 일단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니 김 감독 자존심상 아무렇게나 뽑지는 않을 거 같고……. 상황이 상황이라 예전처럼 꽂아 넣으려 해도 안 받아줄 가능성도… 높거든?”
업계 잘알 포스를 풍기며 줄줄 설명하더니만.
끝에는 어째서인지 로운의 눈치를 보며 말을 흐린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작품을 찍었나 했더니만. 꽂아 넣어 줬던 거냐.’
비록 업계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로운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음방 대기 순서만 하더라도 그렇잖은가.
‘근데 대체 뭘 보고 꽂아 넣어 준 거지? 호범이 말 들어보면 이 소속사는 그런 일 같은 건 거의 없는 철저한 실력주의라고 들었는데…….’
여러모로 미스터리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도… 괜찮아?”
‘낙하산으로 꽂아 줄 수 없으니 찐으로 오디션 봐야 하는데 정말로 괜찮겠니?’ 라는 염려와 우려가 섞인 조심스러운 질문.
“네. 그래도 한번 가 보려고요.”
“그… 작품 들어가고 싶은 거면 다른 시놉도 있는데…. 형이 가져다줄까?”
“아뇨. 김성하 감독의 ‘귀로’여야만 해요.”
매니저의 배려는 눈물겹게 고마웠지만 사양해야만 했다.
당연했다.
‘안 가면 죽으니까!’
아무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오디션을 볼 수나 있나 싶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반드시 그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
퀘스트가 점지하기도 했고, 의뢰의 유일한 단서가 그 시놉시스였으니 가서 확인도 해야 한다.
‘아니, 잠깐만. 근데 영화가 엎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럼 좀 곤란한 거 아닌가?’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그 시나리오와 붙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영화 제작 자체가 엎어진다면 그 뒤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운아. 네가 그렇게 진지하다면 내가 사장님께 한번 여쭤 볼게. 그럼 우리 회사 차원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테니까……. 네가 이렇게까지 의욕을 보이는 걸 아시면 사장님이 무슨 수라도 내주실지도 몰라. 우리야 뭐… 여차하면 투자로 들어가도 될 테니까. 물론 김 감독 자존심도 챙겨 줘야 하니까 오디션은 봐야겠지만 그거야 대충 장단만 맞추면 될 거고.”
솔깃한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없던 자리도 만들어 주는 소속사라니.
‘그룹 활동 때 생각하면 완전 정반대잖아?’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어쨌거나 소속사가 투자라도 해 준다면 제작이 엎어질 확률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터.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다.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과 맞먹는 아주 중요한 문제.
바로…….
‘그 오디션, 붙을 수는 있겠지?’
로운이 연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알못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퀘스트 해결을 위해 영화에 캐스팅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오디션에 탈락해서 출연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갑자기 왜 그렇게 울상이느냐?]어제부터 ‘이제 내가 살 곳이니 좀 돌아보겠다’며 사라졌던 청화가 때마침 도착했는지 물어왔다.
매니저가 사장에게 연락하겠다고 신나게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한 로운이 대답했다.
“방금 생각난 건데… 저, 연기 해 본 적 없어요.”
[그래? 그게 큰 문제가 되느냐?]“당연하죠! 연기를 못 하는데 어떻게 오디션에 붙어요?”
[그, 그런 게냐?]“오디션에 떨어지면 더 골치 아파진다구요. 생각해 봐요. 떨어진 인간이 자꾸 주변에서 얼쩡거리면 좋아하기는커녕 더 경계만 할걸요?”
신고나 안 당하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퀘스트 완료는 물 건너가는 건데……!’
[언제나 실수는 일어날 수 있는 법. 자책에 빠진 남자를 수렁에서 구하라.]이 자책에 빠진 남자가 그를 불신하게 되면 로운이 건네는 도움도 거절할 확률이 높을 테니까.
오디션이라는 해결 방법을 찾은 건 좋은데 이런 복병이 있다니.
‘그러고 보니 연기 수업은 막내만 받았었지.’
막내인 호범은 전 소속사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잡으려 했던 인재였다.
로운에게 망돌이라 매장 당할 수 있다며 활동을 중단시킨 것과는 아주 다른 대우였다.
다섯의 멤버 중 차호범에게만 은밀하게 재계약 의사를 묻기까지 했었더랬다.
물론 그 막내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아예 그룹과 회사를 폭발시켜 버릴 줄은 몰랐지만.
‘정작 막내는 내키지 않아 했었는데.’
막내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형. 연기도 쉽지가 않더라. 완전히 다른 자아를 뒤집어써야 되는 거니까 진짜 사소한 곳까지 다 신경 써야 하더라고.
등장인물의 사소한 버릇 하나, 말투 하나하나까지.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고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한테 책잡히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배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그랬던 것 같다.
“정 안 되면 스태프라도 지원해 봐야겠어요.”
걱정은 되지만 좌절은 하지 않았다.
이런 걸로 멘탈이 터질 거면 벌써 예전에 터지고도 남았다.
이래 봬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지나온 그였으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에 합류하는 거지만 뭐, 이가 안 되면 잇몸으로 하는 수밖에.’
[별빛(의뢰자)가 당신을 보며 간절한 두 눈을 빛내며 응원합니다!]의뢰자도 힘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로운아! 사장님이랑 통화했다. 사장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보이더라. 잘만 하면 네가 그 감독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때마침 통화를 마친 매니저가 돌아왔다.
“형, 마침 잘 오셨어요. 저희 외출해요.”
“응? 어디 나가려고?”
“네. 좀 사야 할 게 있어서요.”
3일 후의 오디션을 대비해 할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