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0화(60/110)
60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고작해야 광고에 지나지 않는 짧디짧은 영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렉터님… 대단한 분 맞았네.’
로운은 어째서 이진명을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직접 콕 집어 지명했는지.
왜 그와 일하기 위해서 3년이라는 대기시간을 사람들이 기꺼이 감수하는지.
비로소 제대로 알 것 같았다.
괜히 월드 클래스가 아니었다.
커다란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스스로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모니터링할 때도 느끼기는 했지만…….’
편집의 마법을 거친 뒤의 영상은 그야말로 저세상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저게… 나?’
이런 낯간지러운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이야…….”
감탄한 것은 매니저도 마찬가지인 듯, 나지막한 탄성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분 30초짜리의 트레일러를 말이다.
모니터 안에서의 로운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이 되었다.
보기에도 완벽한 회사원에서 지친 회사원으로.
요리를 즐기는 가정적인 남자에서 또다시 음식을 즐기는 행복한 사람으로.
마지막엔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해맑기 짝이 없는 앳된 얼굴의 청년으로.
휙휙 바뀌는 이미지는 광고치고는 긴 1분 30초라는 시간마저도 짧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것.
“아니, 그 사람 웃긴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매니저 또한 마찬가지인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어안이 벙벙한 듯싶었다.
그러더니만.
“로운아. 이건 된다. 이건 될 수밖에 없다.”
로운을 돌아보며 심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로 잘 빠진 광고면 반응부터가 장난이 아닐 거거든.”
그 광고를 찍은 당사자로서는 조금 낯간지러운 얘기였다.
“그리고 무려 황금시간대에 1분 30초짜리를 때려 박다니. 태운이 아주 이를 갈았다고 선전포고를 하는구만.”
TV를 틀었을 때 일반적으로 나오는 광고는 보통 30초짜리다.
물론 이 외에도 45초 60초 같은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다.
그러나 가장 널리 쓰이는 시간은 30초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저렴하니까.
그리고 가장 효율적이니까.
1분짜리 광고라면 그 시간에 30초짜리 두 개를 넣을 수 있는 만큼 단가가 올라간다.
‘게다가 광고가 1분을 넘어가면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여길 수도 있고. 그러면 오히려 더 역효과지.’
그런데 태운은 무려 1분 30초짜리 광고를 황금 시간에 띄웠다.
똑같은 광고라지만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의 광고는 금액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어떤 프로그램 전후에 배치되는가에 따라서도 단가는 달라진다.
그만큼 광고의 노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회사들이 원하기도 하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한정되어있으니 당연히 금액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터.
30초 단가도 어마어마할 텐데 그 세 배를 태운에서 가져갔다.
자신이 있지 않고는 던질 수 없는 승부수였다.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는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물론 그 덕에 퀄리티는 영화 트레일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뽑히기는 했지만…….’
로운은 조금 민망해졌다.
그저 열심히 의뢰를 완료했을 뿐인데.
어째 돌아오는 결과는 그 배는 되는 것 같다.
“로운아, 진짜 그 디렉터랑 일할 생각은 없고? 저거 보니까 더 아쉬운데…….”
“…일단은요. 한 피디님 일도 있으니까요.”
“아, 맞다. 그렇지. 그래도 저런 인재인지 몰랐는데.”
매니저 안에서의 이진명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칠푼이 1로 굳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확실했다.
귀로 이후로도 조금씩 꾸준히 감소하던 업보 수치의 감소 폭이 크게 늘어났으니 말이다.
영상 녹화에 카메라 촬영까지 꼼꼼하게 마친 후 여기저기 업로드하는 매니저를 보며 로운이 생각했다.
‘매니저 형 말도 그렇고 한 피디도, 이진명 디렉터도 놓치기 아쉽기는 한데.’
고작 광고 하나만으로도 몇백이 넘는 수치가 감소하는데.
만약 그와 더 일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이 달라지게 되겠는가?
문제는 일단 청화가 돌아와야 뭘 하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으니까.
‘언제 돌아오시려나…….’
로운은 청화가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간절함이 닿은 탓일까.
다음 날 아침.
“……?”
로운은 소식 하나를 받게 되었다.
비록 로운이 바라던 소식은 아니었지만.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할 이야기가 맞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웬 낯선 번호로 연락이 잔뜩 와 있던 것이다.
그것도.
[빚쟁이]라는 이름으로.
“…나, 설마 빚이라도 있는 건가?”
* * *
‘아니지, 말은 바로 하랬다고. 빚이 있어도 내 빚이 아니라 본체의 빚이지. …어차피 내가 갚아야 하긴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폭탄을 맞다니.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새로워 미칠 지경이다.
‘본체의 업보……. 대체 어디까지 가는 것인가.’
로운은 차마 잔뜩 쌓인 메시지를 확인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맨 마지막 메시지가.
[언제까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였기 때문이다.
‘설마 사채라도 쓴 건 아니겠지……?’
처음 본체의 몸에서 눈 떴을 때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럴듯한 필모그라피 하나 없으면서 이렇게 사치품을 펑펑 사재낄 만한 돈은 어디서 났을지 정말 궁금했었던 그때.
이전 생만큼이나마 홀쭉한 잔고를 보며.
‘아, 돈을 모으는 쪽이 아니라 탕진하는 쪽이었나?’
라는.
나름대로 납득가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거기에는 이 넓고 으리으리한 집의 소유자가 본체라는 것도 한몫했다.
-소속사가 얻어 준 것도 아니고 자가라고?
애초에 아무리 부처 같은 소속사라도 변변찮은 배우에게 이런 으리으리한 숙소를 내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공권력이 보증하는 등기부등본에는 소유자의 이름 석자가 떡하니 박혀있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집이 잘사나?
때문에 당시에는 집안의 후광을 보는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기억상실증 소식이 전해졌을 텐데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본체도 가족 얘기하는 걸 엄청 싫어했다고도 했고.’
매니저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랬다.
‘영화 이후에도 딱히 아무 연락 없었지.’
하다못해 오간 메시지조차 없었다.
핸드폰에도 딱히 가족 관련 연락처도 없었고.
그래서 로운은 생각했다.
아. 이 인간도 가족운이 없나 보다. 하고 말이다.
많은 것이 다른 본체와 로운이었지만, 가족운이 없는 것 하나는 비슷했다.
아무튼 처음 눈을 떠서 경악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돈 문제는 딱히 없어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이게 다 빚이었던 거냐…….”
게다가 대체 뭘 어디서 얼마나 빌렸길래 1금융도 아니고 3금융권 냄새가 나는 연락이 오는 건데?
트라우마가 도질 것 같다.
벌어들이는 족족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빚 갚는 곳으로 들어갔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잔뜩 빚을 져놓고 무책임하게 도망가 잠수를 탄 아버지 탓이었다.
어찌저찌 다 갚은 후에도 계속해서 집안에 가져다 부어야 했던 건 여전했지만.
띠리릭!
로운의 고뇌는 매니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어우, 로운아! 반응 너무 좋더라. 회사 애들도 아주 난리더라. 갑자기 너 언제 회사 오냐고 하던데? 카하핫! 나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주식 예약부터 걸어 놨잖니. 내가 볼땐 이거 된다. 이거 완전 돼. 이제 2차 3차 나오기 전에 얼른 주식 사 둬야지.”
활짝 편 얼굴로 룰루랄라 김칫국을 왕창 드링킹하며 들어오던 매니저.
얼마나 신이 났는지 신발을 벗기 전부터 조잘조잘 떠들던 그가 말문이 막힌 것은 로운의 얼굴을 본 직후였다.
툭!
매니저는 로운의 얼굴을 보자마자 양손 가득 들었던 봉투를 떨어트렸다.
“형, 그거 우리 점심…….”
그러고는 로운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달려와 속사포를 쏟아냈다.
“아니, 로운아! 대체 얼굴이 왜 이래! 잠 못 잤어? 형이 반응 찾아보지 말라고 했잖아! 형이 다 알아서 찾아서 모니터링 해 준다니까! 그… 너무 신경 쓸 것 없어! 오히려 좋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우월해.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회사 애들도 한 말이야. 별 거지 같은 놈들이 자꾸 이전 얘기를 끌올하는데 그건 회사 차원에서 곧 대응 들어갈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
이상하다.
분명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이상하게 더 신경이 쓰이지?
“누가 또 욕해요?”
“어… 어?”
매니저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 알고 물어본 거 아니었어……?”
“아닌데요……?”
“그, 그, 그, 그럼 얼굴은 왜 이런데?”
“형…….”
여전히 본체가 욕먹는다는 사실이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로운은 심란함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형. 저 빚 있어요?”
“빚? 무슨 빚? 아. 브러쉬? 아이. 무슨 얘기 하나 했네. 형 놀라게 그런 표정 짓는 거 아니야. 기다려 봐. 형이 금방 드레스 룸에서 가져다줄게.”
로운은 현실도피를 하려는 매니저의 두툼한 팔뚝을 붙잡았다.
“아뇨, 형. 그 빗 말고요. 저… 혹시 사채라도 썼어요?”
반응은 격렬했다.
“뭐? 너 사채! 너 사채 썼어? 대체 언제? 얼마나?”
“아뇨, 형. 그게 아니라.”
“그런 거 쓰지 말고 회사에 말하면 가불해 주잖아! 아니, 애초에 네가 사채를 왜 써? 귀로 잘돼서 러닝 개런티도 엄청 들어왔을 텐데!”
“아, 맞다. 귀로.”
듣고 보니 그랬다.
‘맞다 나 돈 있지……?’
처음 본체의 형편없는 재정을 확인했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다.
그치만 요즘은 매니저 말처럼 완전히 달라진 풍족함을 자랑했던 것.
기껏해야 돈 쓰는 곳도 먹을 것 외에는 없어서 들어온 고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누구는 큰돈이 들어오면 씀씀이가 커진다는데 로운은 그런 것도 없었다.
‘애초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지. 예전에는 내 돈으로 메꿔야 했던 부분들도 대부분 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 주기도 하고.’
특히 의복이나 악세사리 같은 장신구의 경우.
본체가 알아서 구해놓은 것도 상당할뿐더러 매니저가 여기저기서 잘 챙겨와 준 덕이 컸다.
이동도 매니저와 함께.
식사도 함께.
집은 이미 있으니 패스.
그러니 도무지 돈이 나갈 곳이 없다.
“진짜 로운아. 너 정말 사람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가 대단하구나. 형 간 떨어질 뻔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갑자기 사채는 웬 사채야. 돈도 많은 애가?”
“그게, 형…….”
로운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차마 두려워 확인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마지막 메시지만이 보였다.
[빚쟁이]그 강렬한 이름과 내용의 콜라보레이션 때문일까.
매니저의 얼굴도 순식간에 헬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