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1화(61/110)
61
[언제까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화면을 볼 때마다 흠칫하게 만드는 메시지.
그리고 발신자명 [빚쟁이].
“로운이 너… 나 몰래 어디 빚졌어?”
“…저야 모르죠? 저 기억상실증이잖아요…! 저 진짜 사채 쓴 거 아니에요?”
“그야 나도 모르지! 기억상실 전의 넌 나한테 말도 제대로 안 하는 애였는데! 내가 말 걸어도 항상 씹었다고!”
그때의 서러움이 생각났는지 매니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알았어요. 형. 이제 과거니까 생각하지 말아요.”
“로운아… 너, 기억 안 찾을 거지, 응? 막 드라마에서처럼 어느 날 기억 다시 찾고 그러면 안 돼……?”
“알겠으니까 진정해요.”
처음에는 패닉뿐이었던 로운이지만 이제는 제법 침착할 수 있었다.
매니저가 잊고 있던 잔고의 존재를 깨우쳐 준 덕이었다.
‘역시 돈은 많고 볼 일이야.’
누군가는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로운은 동의하지 않았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을 수 있다.
“형. 생각해 보니까 형 말대로 저 돈 있잖아요. 그럼 그냥 갚으면 되지 않을까요?”
“…괜찮을까? 사채면 일부러 돈 안 받고 도망가고 그런 경우도 있대. 이자 더 받으려고.”
“괜찮을 것 같은데요.”
로운은 물끄러미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여리디여린 속을 가진 매니저지만 겉으로 보기엔 웬만한 어깨 저리 가라 할 풍채와 인상을 자랑했다.
매니저와 함께 가면 그 어디도 두렵지 않았다.
“일단 메시지부터 확인해 볼래요. 얼마인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래서 언제나 침착한 사고가 중요하다는 거다.
패닉에 빠지니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헤매게 되지 않는가.
‘이전 생처럼 남의 이름에 기생하며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걱정부터 했지?’
이래서 미지의 상대가 두렵기 마련이라는 거다.
반면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언제나 승리의 길은 보이는 법.
이 경우에는 금액이겠지만, 아무튼.
톡! 톡톡!
로운의 손가락이 곧장 액정을 두드렸다.
마음을 먹었으니 더 생각할 것 없이 단번에 곧장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
예상치 못한 사실에 얼어붙어 버렸다.
“왜, 왜? 금액이 너무 커? 왜 그러는데?”
얼어붙은 로운이 이상했는지 매니저가 안달복달하며 물었다.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운이 말했다.
“형. 저… 형 있나 봐요.”
* * *
형.
사채니 빚이니 하는 얘기를 하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단어.
혼란을 겪는 것은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형? 형이 왜?”
“아니, 형 말고요. 친형이요.”
“…어? 로운이 너 형 있었어?”
금시초문이라는 기색이었다.
‘대체 본체 이놈은 얼마나 가족이랑 사이가 안 좋았길래 매니저가 가족관계를 모를 수가 있지?’
파도 파도 괴담뿐이다.
“근데 형 이름이 왜 빚쟁이로 되어 있어? 형이랑 사이가… 안 좋니?”
“글쎄요……?”
그걸 알았으면 지금 이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흐헉!”
매니저가 목이 졸린 듯한 소리를 냈다.
‘빚쟁이’께서 친히 메시지 창을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로운이 확인하여 1이 사라지자마자 득달같이 새로운 메시지가 날아왔던 것이다.
[집에 와. 끌고 오기 전에 당장.]* * *
‘생각보다 그렇게 험악한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날아온 살벌한 메시지와는 달리.
스크롤을 올려 확인한 내용은 제법 온건했다.
[광고 잘 봤다.] [연기가 많이 늘은 것 같구나.] [근데 왜 하필 태운인지 궁금하구나.] [그렇게 집 뛰쳐나가서 한다는 게 태운 광고냐?] [일부러 형 염장 지르려 그러는 건 아닌지 궁금하구나.] [어머니가 속상해하셨으니 어머니께 연락이라도 드리던가 해.] [형은 그렇다 쳐도 어머니는 잘 달래 드려라.] [네가 그렇게 뛰쳐나가서도 잘 사는 거, 어머니가 많이 봐주셔서 그런 거니까.] [그런데 확인을 안 하는구나. 답이 없고.] [너 나 차단했냐?] [메시지는 왜 안보는데?] [어쭈] [전화도 안 받아?] [이게 형을 차단해?] [이게 철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언제까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뒤로 올수록 그라데이션 분노가 느껴져서 문제지만.
처음엔 분명 우아한 느낌까지 드는 말투였건만, 최근으로 올수록 날것의 느낌이 강했다.
‘이 정도야 뭐… 평범한 수준이니까.’
험하기는 해도 서로 연락도 제로인 파탄 난 관계에서 나올법한 대화 내용은 아니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딱히 알고 싶지는 않았다.
‘이전 생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별로 고맙지는 않았다.
“일단 가 보는 게 맞겠죠?”
“음… 오라고 하셨으니까 가는 게 맞을 것 같기는 한데. 어머니도 걱정하셨다니까. 그리고 형님도 오라고 하셨으니 가는 게 맞는 거 같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갑자기 설레기 시작한다.
이전 생이나 지금 생이나 가족과는 연관 없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니!’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성만으로도 로운의 설렘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만 갔다.
문제는 집 주소를 모른다는 것.
“형. 우리 회사 가요.”
“회사? 회사는 왜?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홱홱 변하는 주제에 혼란스러워하는 매니저를 위해 로운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집 주소 좀 알아보려고요.”
로운은 매니저가 예전에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 냈다.
[로운이 네가 가족 얘기는 정말 질색을 했었거든. 아, 사장님께서는 아실지도 모르겠다. 계약도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셨거든. 네가 미성년자일 때 소속사에 들어왔으니까… 네 가족에 관해선 아마 사장님은 알고 계실지도 몰라.]모른다면 아는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었다.
로운은 기대감에 들뜨기 시작했다.
* * *
가족.
그 울림이 주는 안온함은 로운에게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제멋대로 기대했다가 허상이라는 실체를 알고 나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그렇기에 딱 신기루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을 가지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비록 남는 것은 허망함뿐이지만.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생각보다도 더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 같았지.’
대체 왜 본체가 가족을 꺼려 하고 멀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체의 가족이 본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주소? 알려 주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만. 갑자기 그건 왜?”
회사에 도착한 로운이 사장에게 주소를 요청했다.
다행히 사장은 순순하게 수긍했다.
“아, 형이 오라고 해서요.”
심드렁한 사장의 눈빛이 변한 것은 로운이 그렇게 대답한 이후였다.
“형?”
몹시 흥미로워하는 기색으로 로운을 훑어보던 사장이 픽 웃었다.
“기억을 잃더니만 별일을 다 보겠네. 네 입에서 그 녀석을 형이라고 부르는 걸 다 보다니.”
이전에도 사장은 로운의 형 이야기를 스쳐 지나가듯 꺼낸 적이 있었다.
기억상실증이란 소식이 전해졌을 텐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던 것을 보고 가족 복이 없다 생각하고 흘려 넘겼던 기억이 있다.
“형이랑… 친하세요?”
“친하다? 글쎄. 잘 모르겠네. 이 정도면 친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녀석이 주변에 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알쏭달쏭한 대답이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아닐 텐데. 궁금한 건 주소면 됐고?”
사이가 생각보다는 괜찮을 거라는 실마리는 얻었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로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혹시 저랑 형이랑 사이가 안 좋나요?”
“안 좋았냐고?”
사장이 생각하는 기색으로 턱을 쓸었다.
“글쎄. 사이가 안 좋다기보다는 네가 일방적으로 그 녀석을 꺼려 했지. 싫어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 이유는 나도 몰라.”
이상하다.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는 듯한 찜찜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다.
로운은 꺼림칙함을 갈무리하며 사장에게 물었다.
“그럼 형이 저를 싫어했나요?”
“걔가? 널?”
사장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아. 혹시?”
“뭐. 너는 네가 잘나서 붙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도 알잖아. 과거의 네가 얼마나 쓰레기 같았는지.”
그건 그렇다.
“아마 너만 모를 거야. 걔가 얼마나 널 끔찍하게 여기는지.”
예상치도 못했던 미싱 링크가 하나 풀렸다.
‘어떻게 이만한 소속사에 본체가 들어올 수 있었나 했더니만…….’
본체의 형께서 모자란 아우에게 친히 친구의 소속사를 소개시켜 준 모양이었다.
기대감과는 별개로, 로운은 궁금해졌다.
형을 싫어하던 본체.
그런 본체를 위해 본체가 모르는 곳에서 챙겨 주는 가족.
무슨 사연이 얽힌 것일까?
‘뭐. 가 보면 어떻게든 알게 되겠지.’
이제 로운은 그걸 알아보러 갈 참이었다.
* * *
-기억상실증. 정말 진부하다 못해 고루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작품 들어오면 그냥 받아 둘까 봐. 알고 보니 이게 이렇게 재미있었네.
라는 말을 하며 고급스러운 만년필을 꺼낸 사장이 휘갈기듯 적어 준 주소.
“……?”
로운은 종이에 적혀진 주소와 눈앞으로 보이는 저택을 번갈아 가며 확인했다.
‘이게… 집?’
주소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걸 집이라고 하면 다른 집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수준인데?’
주소부터 뭔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런 수준일 줄이야.
높디높은 담장 위로 집의 모퉁이만 인사를 하듯 빼꼼 나와 있다.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이 슬그머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삑-
초인종에 이름을 대고 말하자 삑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이것도 드라마에서나 본 것 같은데…….’
재벌집이 나오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 진짜 집 맞아?’
대문 너머는 더 으리으리했다.
무슨 운동장 같은 잔디 깔린 너른 마당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아니라 무슨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더 부유한 모양이었다.
설마 재벌집 이런 건 아니겠지?
‘재벌집이면 더 큰일 아닌가? 경영승계… 후계자의 난…….’
로운은 뉴스와 포털 메인에서 봤었던, 듣기만 해도 어렵게 들리던 제목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픽 웃었다.
‘에이, 설마. 재벌집 사람이 연예인을 왜 하는데?
게다가 메시지 내용도 퍽 사이좋아 보이는 것이 그런 살벌한 집안에서 나올 리가 없었다.
그냥 잘사는 집일지도 몰라.
하지만 로운의 기대는 모던한 미술관 같은 집 안으로 첫발을 들이자마자 와장창 박살 나 버렸다.
“…….”
“…….”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서늘한 인상을 지닌 미남자였다.
이제 막 서른이나 됐을까.
아직 새파랗게 어린 나이건만 온몸에 두른 위압감이 부족한 연륜을 차고도 넘치게 채워 주었다.
그를 보며 로운은 생각했다.
‘재벌가… 맞는 거 같은데?’
저 사람이 재벌이 아니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재벌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