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3화(63/110)
63
그 기묘한 기분은 식사 시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본체가 하도 가족 얘기에 치를 떨어서 뭔가 문제가 있나 했더니만.
‘…이건 오히려 사랑이 넘치는 가족 아냐?’
물론 겉보기에는 몹시 삭막한 식사광경이기는 했다.
앉아 있는 이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무뚝뚝하거나 차갑거나 서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가는 말의 내용을 보자면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시운이 걔는 왜 안 온대니? 하필이면 막냇동생 오는 날인데.”
“퇴근 직전에 긴급 회의 잡혔다는데요? 사표 내도 되냐고 묻던데.”
“걔는 자기가 부사장인데 그러면 어떡한다니… 걔도 참.”
평범하게 퇴사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 바이브부터.
“점심 메뉴 건의하려고요. 아무리 그래도 청국장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아느냐. 영양사 선생님들이 어련히 알아서 짜셨겠느냐. 주는 대로 먹거라.”
“옷에 냄새가 배잖습니까.”
“탈취제 개발해라.”
평범하게 점심 메뉴에 대한 성토까지.
“그러고 보니 오늘 꽃이 이르게 폈더군요. 식사 끝나고 같이 산책하시겠어요?”
“어머. 좋죠. 배도 꺼트릴 겸.”
거기에 아주 일상적인 대화도 오갔다.
물론.
“네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 아니냐. 사람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녀석이 무슨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나서?”
“아들 편은 안 들어주십니까, 아버지?”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 떨어트려 키운다고 했단다, 아들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집안인 만큼 로운이 알아듣기 어려운 주제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스윽-
한 번씩 로운에게 닿는 시선들이 따뜻했다.
지금도 그렇다.
언제 눈여겨 보았는지 형이 로운의 앞으로 그릇 하나를 말없이 밀어준다.
먹다 보니 맛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계속 집어먹던 반찬이었다.
“…….”
로운은 아까부터 울렁거리던 가슴을 꾸욱 내리눌렀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만 로운을 지켜보는 눈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로운이 어디 아픈 거니?”
어머니의 걱정 어린 눈길이 로운을 향했고.
“속 안 좋으면 그만 먹어. 미련하게 먹다가 체하지 말고.”
차가운 목소리로 쌀쌀맞게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걱정을 담고 있는 형의 말이 날아왔으며.
“기다려 보거라. 천 박사님을 불러야겠구나.”
무뚝뚝한 아버지는 누구보다 행동력 빠르게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뇨, 저 진짜 괜찮아요. 잠깐 가려워서 긁었어요.”
황급히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자 다들 미심쩍어하면서도 수긍해 주었다.
“가기 전에 천 박사님 한번 보고 가거라.”
…아닌 걸지도.
“그래. 안 그래도 바빠 보이던데 몸은 챙겨야지. 너무 말라서 문제야.”
그건 아니었다.
물론 본체의 체질이 먹어도 살이 잘 안 붙기는 했지만 요새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전보다는 더 체격이 탄탄해졌다.
“너 아직도 편식하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키가 그렇게 안 크지. 아직도 애기처럼 굴면 어떡하냐, 응?”
편식도 하지 않고 깡마르지도 않았건만.
그들의 눈에는 달리 보이는 모양이었지만.
그 모습 위로 과거의 기억이 겹쳐진다.
-우리는 누구 때문에 이렇게 거지처럼 살고 있는데 혼자만 잘 먹고 살았다 이거네. 아주 얼굴에 기름 자르르 흐르는 것 좀 봐라?
식비를 조이느라 하루 한 끼만 간신히 먹고 살았던 때였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이거라도 있으면 어머니가 한 번이라도 더 로운을 봐주고는 했었다.
그렇기에 굶는 것도, 굶으면서도 그런 말을 듣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었다.
로운은 또다시 가슴 한구석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거 좀 먹어 봐. 이번에 엄마가 직접 담궈 본 건데 맛이 괜찮아.”
또 한 번 반찬을 밀어준다.
어느새 로운의 앞쪽으로 모든 반찬이 치우쳐져 있었지만, 가족들 그 누구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것도 더 먹어 보고.”
“팍팍 좀 먹어. 이러니 말라비틀어졌지.”
“해운이 너는 동생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마른 건 맞잖아요.”
“그건 그렇지.”
로운은 얌전히 가족들이 밀어주는 반찬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군가 이렇게까지 날 챙겨 준 적이… 없어.’
하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로운을 살피고 챙기고 보살폈다.
그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로운은 더 이상했다.
로운에게 있어서 가족은 언제나 이 정반대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집에 찾아갈 때마다 왜 네가 여기 있냐는 듯 날아들든 날 선 눈길이.
혹시라도 자고 가면 자기 잠자리가 빼앗길까 경계하며 로운이 앉을 새도 없이 무슨 일로 왔냐며 닦달하던 그 모습들이.
그러면서도 뭐 하나 더 얻어낼 것 없나 싶어서 기웃거리며 떠보던 그 말들이.
전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다르다면… 알 수밖에 없잖아.’
한 발자국 떨어져 타인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제야 로운은 인정할 수 있었다.
그가 붙잡고 있던 것은 가족이 아니라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음을.
혈연으로 묶여 있다고 해서 가족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혈연이 아니더라도 가족일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식사를 하며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인지 착각이라도 할 것 같았다.
정말로 이 가족의 구성원이라도 된 듯한 그런 착각이.
동시에, 욕심이 치솟았다.
‘왜 안 되는데?’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본체의 인생, 커리어, 심지어 업보까지.
그 모든 것을 대신하여 살아가는 것은 로운이었다.
심지어 본체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내고 있다.
로운이 일부러 차지한 것은 아니라지만.
일이 이렇게 된 만큼 열심히 본체 뒤치다꺼리를 하며 온갖 책임이란 책임을 다 지고 있는 판이다.
‘그럼… 권리도 줘야지. 책임을 지울 거면.’
불공정 거래는 더 이상은 사양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본체가 그렇게까지 거부했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가져도 되지 않을까?’
로운은 진귀한 보석을 몰라보고 내버린 희대의 멍청이에게 감사했다.
그 보석을 자신이 줍게 해 주어 더 고마웠다.
‘사실 변수는 최대한 제거해야 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본체다.
녀석의 업보를 청산하려면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그렇기에 가족이라는 요인을 멀리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본체가 지금까지 계속 그런 태도를 견지해 온 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많은 것이 바뀐 마당에?
[…드디어 본래 자리를 찾는구나. 원래는 네 것이어……. 으걉! 아니, 이 정도를 가지고 무슨 천기누설이라고 그래!]오래전 스치듯이 들었던 청화의 말.
그 말이 이 순간 떠오른 것은 바로 지금의 결정을 위해서가 아닐까.
욕심이 난다면 가져야 한다.
더 이상의 후회는 사양이었으니까.
‘네가 버린 이 안온함, 내가 감사히 받아 가마.’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로운은 본체의 대용으로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로운은 결정을 내렸다.
“저… 할 말이 있는데요.”
진실을 밝히기로.
로운이 입을 열자 모두의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따듯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일말의 염려까지.
그 모든 것을 한눈에 받으며 로운이 말했다.
“저, 사실은 기억 잃었어요.”
단란한 저녁상 위로 폭탄이 떨어졌다.
* * *
폭탄이 떨어진 이후.
그 뒤로 어떻게 되었냐 하면…….
“아, 난 또. 무슨 얘기라고. 심각한 얘기인 줄 알았네. 그런 얘기를 뭐 그렇게 무게 잡으면서 하냐?”
의외로 별로 놀라는 반응이 없었다.
아니,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평이하기만 한 태도다.
오히려 어리둥절해진 것은 로운이었다.
“아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단다.”
“…아셨다고요?”
“안 그래도 천 박사에게서 얘기를 들었거든.”
천 박사는 맥락상 처음 로운의 상태를 진찰했던 의사인 모양이었다.
‘그 의사가 어디서 왔나 했더니만.’
처음부터 집안과 연결이 되어 있었던 거다.
로운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본체의 가족에게 의구심을 느꼈다지만.
사실은 이미 이들은 멀리서 로운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다.
“그가 말하기를 네가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으니 당장은 충격을 주지 않는 쪽을 권하더구나. 본래의 너는… 조금 예민한 아이였으니 우선은 놔두자고 생각했었단다.”
그간 본체가 보였던 행동이라면 납득이 된다.
‘가족 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반대였다.
그렇기에 로운이 이들을 욕심내게 된 것이었지만.
“그래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상태를 보려 했단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네가 충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야.”
난데없이 로운이 웬 작품을 찍기 전까지는.
“네 형이 신경을 많이 썼단다.”
“아,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낯간지럽게.”
그건 또 금시초문이었다.
난생처음 본 사람이 신경을 써 줬다니?
“괜히 바쁜 애를 오라 가라 할 수도 없고. 또 네 형이 말하기를, 네가 생각한 바도 있을 텐데 괜히 우리가 눈에 띄는 건 별로 안 좋을 거라 해서 말이야.”
형은 눈을 흘기는 어머니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대답했다.
“이제 막 뜨는 애한테 괜히 구설수라도 붙으면 오히려 안 좋은 소리만 나온다니까요?”
나름대로의 항변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어머니가 로운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요즘 애들은 쉽게 쉽게 가는 걸 좋아한다는데 우리 막내는 어째 혼자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하고. 엄마는 그게 참 기특해. 서운하기도 하고.”
“제가 기억상실인 건… 괜찮으신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상대가 눈을 깜빡였다.
마치 아주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반응이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내 아들이 아닌 건 아니지. 너는 사랑하는 우리 막내인 걸.”
긴장으로 힘이 들어가 하얗게 변한 손등을 따뜻한 온기가 토닥인다.
“여기에 있는 네가 내 아들이 아니면 누구겠어. 안 그래?”
정확히는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영혼이 바뀐 거지만.
기억을 잃어도, 사람이 바뀌어도.
당연히 가족이라는 그 말이 로운에게 용기를 주었다.
“설마 엄마가 널 몰라볼 거라 생각했니? 엄마는 언제나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내 아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본체에게 하는 말이겠지만.
‘내게 하는 말로 들리는 건… 내 착각이겠지?’
아마도 그의 망상이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체의 가족은 여전히 본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 누가 사람이 좀 달라졌다고 해서 영혼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앞으로 그들의 옆에 있는 것은 평생 자신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