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4화(64/110)
64
식사가 끝난 후.
그동안 밀린 대화를 나누려는 것처럼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그들은 로운이 무슨 말을 하든 아주 주의깊게 들었는데, 너무 주의 깊게 듣는 나머지…….
“호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혹시 그 언론사 이름은 기억 나느냐?”
로운이 여러 우여곡절 이야기를 풀어 낼 때마다 집요하게 상대를 묻는 해프닝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건 제가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정작 기억나지 않는 당사자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추임새를 넣는 형이었다.
“……?”
의아한 건 로운뿐이었다.
형이 그걸 어떻게 아는데? 싶었지만.
“그래. 네가 알고 있다면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둘째가 나섰다면 걱정 없겠구나.”
나머지 세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 가풍은 다 다르니까.’
이전 생의 가족과 지금의 가족이 180도 다른 것처럼.
이 또한 로운이 익숙해져야 할 분위기였다.
* * *
“이젠 연락 답 재깍재깍 하는 거 잊지 마라.”
으름장을 놓는 형의 등 뒤로.
찰싹!
어머니의 손이 무자비하게 찰싹 내리쳤다.
“아, 왜요. 어머니. 이 녀석 막내라고 오냐오냐만 하면 안 된다니까요?”
“방금 그 말, 시운이가 들었으면 웃었어.”
“…누나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옵니까?”
“하여간 너도 저 나이 적에는 막내보다도 심했단다.”
“그래. 네 어머니 말씀이 맞다. 기억 안 나느냐? 다른 애들은 선보는데 너는 왜 안 보여 주냐며 네가 부끄럽냐고 집을 뛰쳐나갔던 일 말이다.”
뒤에서 점잖게 아버지가 첨언했다.
“…십 년도 더 지난 일을 왜 굳이 끌고 오시는 겁니까, 아버지?”
“네 어머니와 나는 연애결혼 했다. 참고로 할아버지도 그러셨지. 그러니 우리는 네게 결혼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때는 참 어처구니가 없더구나. 그나저나 언제 데려올 생각이니. 사귀는 사람이 있기는 하고?”
“누나부터 보내셔야죠, 아버지.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시운이는 일이랑 결혼한다더라.”
생긴 것만 보면 서늘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이 무표정한 얼굴로 미간을 구긴다.
그 모습만 보자면 국제정세와 경제 위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하는 것 같지만.
‘정작 오가는 건 흑역사를 꺼내니 마니 하는 얘기라니.’
다들 캐릭터가 확실한 가족들이다.
냉철한 얼음 같으면서도 로운에게는 한없이 무른 형이라던가.
한없이 가녀리지만 이 집안의 실세인 어머니.
그리고 무뚝뚝 끝판왕을 달릴 것 같으면서도 어머니에게는 물렁한 순두부 저리 가라 하는 아버지까지.
‘큰누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형인 이해운의 말만 들어보면 호랑이 저리 가라 할 장군 같은 스타일인 것 같은데.
말만 들어보면 어떤 사람일지 전혀 예상 가지 않았다.
‘재미있는 가족이야. 참 다행이지. 본체가 어리석어서.’
가진 자는 소중함을 모른다더니.
녀석이 버려 주어 천만다행이었다.
그 덕에 로운이 죄책감 없이 주워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만약 녀석과 가족 사이가 좋았더라면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고 가면 좋을 텐데.”
투닥거리는 부자를 두고 어머니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네 누나도 보고 가면 좋을 텐데. 하필이면 오늘 늦을 게 뭐니.”
“…다음에 또 보러 오면 되죠. 그때 자고 갈게요.”
로운이 어렵사리 꺼낸 단어에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음에.”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던 따뜻함.
눈물이 날 것 같다.
성큼 다가온 그녀가 팔을 벌려 로운을 끌어안아 주었다.
“내 아이. 괜찮아. 여기까지 오는 길이 많이 힘들었지? 이젠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도닥이는 손길이 마치 마음을 쓰다듬는 것 같았다.
분명 그녀가 알 수 있을 리 없는 과거이건만.
어째서인지 이전의 생까지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 * *
“잘 다녀왔어? 얘기 잘 풀렸나 보네?”
돌아오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매니저가 로운을 반겼다.
그간 본체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티를 어지간히 냈는지 같이 걱정한 모양이었다.
“티 나요?”
로운이 뺨을 문지르며 묻자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 완전 좋아. 잘된 거지?”
“네. 잘 풀린 거 같아요.”
오면서 생각해 보니 형의 회사나 집안 일 같은 건 전혀 모른다는 게 떠오르기는 했다.
‘뭔가 빼먹은 기분이 들더라니. 그치만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괜찮겠지.’
중요한 건 그들의 재력이나 회사가 아니었다.
가족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사실 그들이 빈털터리리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휴. 다행이다. 걱정 많이 했거든.”
“그래요?”
“어어. 잘 풀렸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너 가끔 되게 초조해 보일 때가 있었거든.”
배시시 웃던 로운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처음 듣는 얘기다.
“…제가, 초조해했어요?”
“그랬지. 예전엔 그래도 덜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화도 엄청 내고. 그때는 정말 건드릴 수도 없이 예민해져서 그냥 놔둘 수밖에 없더라고.”
“그 정도로 심했다고요?”
“그랬지, 뭐. 그러다 보니 너도 답답해서 그런가 바깥으로 많이 나돌아다니기도 했고……. 근데 이해 못 할 것도 없는게, 연예인들 집안 문제가 복잡한 경우가 더러 있거든. 가족이지만 남들만도 못한 때도 있어서.”
그건 이미 잘 알고 있다.
평생토록 겪은 것이 그런 가족이었으니까.
‘하지만 본체는 아니었잖아?’
자식이 기억을 잃었다.
속상할 것이 분명하건만.
오히려 그들은 도리어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로 로운을 대했다.
당사자인 로운이 혹시라도 눈치를 보지 않을까 걱정한 다정한 배려였다.
‘대체 뭐 때문에 밥도 안 먹고 술이나 마시러 다녔던 거람. 그나마 용케 사고는 안 쳤던 모양이지만.’
개판인 평판을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 와중에 사고까지 쳤다면 포기하는 게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뭐, 잘 풀려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가족이 최고지. 내가 힘들 때 도와주는 건 역시 가족밖에 없거든. 아니! 물론 로운이 네가 힘들 땐 형도 두 팔 걷고 나설 거긴 하지만!”
가족이 최고라는 말.
이제까지 로운에게는 전혀 관계가 없던 말.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본체에게 고마운 일이 하나 생겼다.
‘아니지. 내가 업보 청산해 주고 있으니 쌤쌤으로 치자고.’
큰 숙제 하나는 해치운 느낌이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은 있었지만.
당장은 알 수 없으니 앞으로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이다.
로운은 언제든 환영이라며 다독여 주던 따뜻한 손을 떠올렸다.
‘오늘은 어쩐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
로운은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
로운의 핸드폰으로 날아들어오는 쓸데없는 연락이 두 개로 늘은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태운의 2차 광고가 공개되는 날이 되었다.
* * *
‘역시 명불허전이네.’
1차 광고를 보고 감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진명이 괜히 탑티어 디렉터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2차 광고 역시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모든 과정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잘빠진 영화의 프리뷰를 보는 느낌도 여전했다.
‘공간 자체를 의인화 한 느낌이라니.’
첫 번째 컨셉이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었다면.
두 번재 컨셉은 ‘나를 나타내는 공간’이 포커스였다.
이진명은 이 두 번째 컨셉을 과감하게 틀었다.
-똑같은 포맷은 재미가 없잖아요?
1차 광고처럼 업무 공간을 꾸며 그에 맞는 가전과 가구, 기기들을 배치한 것은 동일했다.
다만 중점은 로운이 되었다.
가구나 기기들의 노출은 최소화되었다.
로운이 직장에서 일을 하는 여러 장면에 상징적으로 아주 잠깐씩만 교차되어 보여지는 것이 다였다.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에도 연락이 오려나?’
로운은 첫 번째 광고가 나간 뒤 서 회장에게서 받은 연락을 떠올렸다.
-내가 자네에게 보답을 하려고 억지로 안긴 선물로 도리어 내가 덕을 보는구만!
껄껄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번째 광고 덕분인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단다.
회장으로서는 흐뭇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는 내가 자네에게 밑지는 것 같은데……. 역시 회사를 받아 볼 생각은 없고?
은혜와 원수는 철저하게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서 회장이 은근하게 로운을 꼬드겼다.
그걸 거절하느라 진땀을 뺀 것은 덤이었다.
“이번 광고도 반응 아주 좋다, 좋아. 공개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공식 영상에 댓글이 천 개가 넘었어. 이야. 이러다가 오피스물 대본이라도 들어오는 거 아냐?”
“형… 그거 설레발이에요.”
매니저는 다 좋은데 로운을 너무 좋게만 봐 주는 것이 문제였다.
저 콩깍지를 언젠가는 제거해야 할 텐데…….
“뭐가 설레발이야. 영화도 대박 났겠다, 광고로 한참 노 젓고 있겠다. 이대로라면 다음 작품 픽스 되는 것도 금방일걸?”
안 그래도 1차 광고 이후.
점차 바뀌어 가는 여론에 힘입어 들어오는 작품의 수나 연락도 이전보다 늘었단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작품의 퀄리티지만.’
어쨌거나 들어오는 컨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안에서 좋은 작품을 건질 확률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가열차게 돌아가는 매니저의 행복회로도 아예 헛물만은 아닌 셈이다.
“로운아. 형이 이래 봬도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짬밥이 얼마인데 돌아가는 상황 딱 보면 모르겠니? 곧 연락 온다.”
“에이… 그래봤자 작품도 아니고 광고인데요.”
“진짜라니까? 형 못 믿어?”
“믿어요. 제가 형 아니면 누굴 믿겠어요.”
“그래. 형만 믿으라니까.”
그래서일까.
태운의 2차 광고가 나간 후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그날 오후.
[이로운. 얼굴 좀 보자.]로운은 오랜만에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