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5화(65/110)
65
‘매니저 형, 알고 보면 신기라도 있으신 건가…….’
연락이 온다고 하더니만.
정말로 그를 찾는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그게 강차헌이어서 그렇지만.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아뇨, 뭐… 제 표정이 어떤데요?”
“엄청나게 한가한 인간을 보는 듯한 표정인데.”
정답이다.
어떻게 알았지?
‘알고 보면 나 말고 다 무슨 촉이라도 생긴 거 아니야?’
하늘에서 특수 능력을 내려받은 것은 로운 자신인데.
어째 작두를 타는 건 주변 사람들인 것 같다.
“꼭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강차헌 씨 바쁠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왔나 했죠.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조용한 곳을 찾아냈어요?”
근처 카페라는 뜬금없는 강차헌의 연락.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뭐냐면…….
‘이거 집으로 불러야 하는거 아냐?’
였다.
강차헌씩이나 되는 인물이 카페에 나타나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겠는가.
귀로 공약이었던 프리 허그 때도 계속해서 몰려드는 인파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오죽하면 스태프들이 나서서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인원 통제부터 했겠는가.
그런데 의외로 카페는 조용했다.
당연했다.
강차헌 외의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빌렸어.”
어떻게 이런 곳을 골랐나 했더니 심플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 그런 수가 있었구나.”
순수하게 감탄하는 로운을 보며 강차헌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넌 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데? 나를 보면서도 궁금한 게 고작 그딴 거뿐이냐?”
“뭐…….”
그럼 뭐를 궁금해야 하는 거람?
“너 지금 내가 할일 없어서 놀러 온 거라고 생각하지.”
“아뇨, 뭐,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고요.”
사실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또 강차헌이 귀찮게 굴 것이 뻔했다.
“하…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다고.”
“그래서 왜 온 건데요? 카페까지 빌린 거면 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강차헌은 대답 대신 엉뚱한 말을 꺼냈다.
“나랑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나야 모르죠……?”
왜 뜬금없이 그런 걸 묻는 거지?
인맥 자랑인가?
업계에서 매장되다시피 한 자신을 비웃으려고?
‘그런 거면 굳이 일깨워 주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아주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로운이 음료수를 쪼옥 마시며 눈을 굴리자 이번에는 깊은 한숨이 맞은편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말을 말자, 말을 마.”
강차헌이 또 한 번 거한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저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건 정확히 하고 가자. 널 불러낸 건 내가 아냐.”
“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 그만해 줄래? 너를 보자고 닦달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대신 연락한 거라고.”
“저를요?”
“그래. 너를요.”
“누가요?”
“한 피디님 기억해?”
“누구요?”
“한 피디. 예능.”
예능이란 키워드를 듣자 곧장 기억이 떠올랐다.
‘매니저 형이 듣자마자 이진명 디렉터님 제안을 걷어차자고 할 만큼 유명한 예능 피디라고 했었던가?’
만드는 예능마다 대박을 치는 것도 모자라 출연자의 인지도를 수직상승 시키기로 유명한.
예능계의 마이다스 손이라고 불리는 스타 피디였다.
“그분이 저를 왜요?”
얼마 전.
회사로 직접 찾아온 강차헌이 한 피디의 얘기를 전한 적이 있기는 했다.
“왜냐니. 너랑 나랑 같이 묶어서 예능에 써 먹고 싶어 한다고 말했었잖냐.”
“그거 그냥 하는 말 아니었어요?”
“…얘는 진짜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그냥 하는 말을 전하러 거기까지 직접 찾아갈 만큼 한가하게 보여?”
“뭐…….”
로운은 슬그머니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여기서 잘못 꼬투리를 잡히면 고달파진다.
“어차피 메인은 강차헌 씨일 거 아니에요. 그냥 구색 맞춤으로 끼워 넣으려는 거 아니었어요?”
“뭐? 그건 또 무슨 어이없는 생각인데?”
강차헌이 아까보다 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아니, 그렇잖아요. 그런 분이 저를 왜 써요? 그냥 강차헌 씨랑 영화 같이 찍었고, 그나마 강차헌 씨랑 나름 사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강차헌 씨 꾀어내려고 그런 거겠죠.”
“…얘 진짜 뭐지? 너 정말 이로운 맞아?”
“아니라고 했었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인가?”
가느스름해진 강차헌의 시선이 로운을 훑는다.
“이게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주제 파악을 못 하네…….”
사람이 이렇게 극과 극일 수 있냐며 혀를 찬다.
“너, 혹시 매니저한테 무슨 이상한 소리라도 들어?”
“네? 갑자기 그건 왜요?”
“너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뭐 달라진 거 못 느끼냐는 소리야.”
“아.”
쪼록.
다시 한번 음료를 마시며 로운은 눈을 굴렸다.
‘그나저나 이거 뭐지? 맛있네.’
싸한 치약 맛 같기도 한 게, 화하면서도 달달하니 맛있다.
“뭐, 예전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서요.”
매니저는 언제나 좋은 반응만을 선별해 로운에게 알려 주었다.
태운의 1차와 2차 광고가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매니저의 말처럼 로운의 주가가 날로 상승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ㄱㅊㅎ빨로 떴으면서 50 존1나 나대 걔가 ㅌㅇ 메인을 어떻게 서는데ㅋㅋㅋ 뭐 있는 거 아님?
-아니 귉에서 나름 괜찬 게 나온 거 인정한다고 ㅎ 그치만? 그렇다고 메인을 설 만하냐면? 좀 에바 아니신지ㅎ
-뭐 스폰이라도 붙은 거 아니냐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바로 1티어 광고 따냄?
‘진짜로 아직 갈 길은 머니까.’
태운의 광고를 따낸 것을 기점으로 반응도 좋지만, 그 반대 반응 또한 불이 지펴진 것이다.
‘인식이 바뀌는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지.’
이건 진짜 어쩔 수 없었다.
단박에 모든 악평이 사라지고 좋은 말만 나오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양심 없는 일이다.
‘차라리 이렇게 차근차근 바꿔 나가는 게 나아. 오히려 입틀막 하다가 나중되어서 터져나오면 더 골치아프니까.’
소속사에도 말해 두었다.
대놓고 욕설을 갈기거나 심한 루머나 날조를 뿌리는 게 아닌 이상은 우선은 놔두라고.
안 좋은 소리라고 입만 틀어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로운이 잘할수록 그런 소리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강제적으로 만드는 여론은 의미가 없어.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져야지.’
지금의 불호 의견은 한마디로 일종의 척도다.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한다는 지표이다.
“야. 너 잘해.”
“네. 잘할게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로운이 순순히 끄덕이자 강차헌이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헤집었다.
잘 세팅된 헤어가 흐트러진다.
희한한 건 그럼에도 저 수려한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다는 부분이었다.
“너, 잘하고 있다고.”
“…네?”
혹시 뭘 잘못 먹었나?
로운이 재빨리 강차헌의 컵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마시는 음료는 강차헌이 맛있다며 추천해 준 음료였다.
저기 들어간 건 민트가 아니라 무슨 독초라도 되는 것인가?
“못 먹을 걸 먹은 사람 처럼 쳐다보는 거 그만하지?”
하여간 눈치도 빠른 인간이었다.
“이번 광고도 잘 찍었어.”
“…감사합니다?”
강차헌의 칭찬이라니. 이건 참 귀한 거였다.
“와, 이거 내 말 진짜 안 믿네? 야. 내가 누구 이렇게 칭찬하는 일이 자주 있는 줄 알아?”
“없지 않을까요?”
성격이 그 모양이라…….
친구가 없는 이유를 알 만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강차헌이 또다시 머리를 헤집었다.
“그래.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하… 이제는 다른 의미로 골때리는 놈이 됐네.”
답답한 듯 음료를 왈칵 마신 강차헌이 말했다.
“그 광고, 한 피디도 봤어. 어젯밤에 바로 연락하더라.”
광고랑 한 피디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강차헌이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촉이 기가 막힌 사람이거든. 감이 온 거지. 지금 너 안 잡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설마요.”
웬일로 이렇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해 주는지 모를 일이다.
“쥐뿔도 없는 게 잘났다고 설치던 이전보다는 확실히 낫기는 한데… 이건 이것대로 환장하겠네. 아무튼. 널 불러낸 건 그 한 피디야. 곧 올 거다.”
“여기로요? 지금요? …진짜요?”
“그래.”
왜 둘이 만나는데 카페를 빌리는 돈지랄을 하나 했더니만.
이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진짜인가?’
그냥 예의상 듣기 좋은 말을 해 주는 줄 알았는데.
“야.”
“……?”
“미리 말해 두는데.”
강차헌이 조금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휘둘리지는 마라. 휘말려 들지도 말고.”
“네?”
“너같이 순해 빠진 놈은 그냥 홀라당 집어삼킬 만한 사람이니까 정신 단단히 붙잡고 있어.”
“……?”
“넌 왠지 싫어도 어어 하다 말려들 것 같아서 불안하단 말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딸랑!
문에 달린 차임벨이 청명하게 울렸다.
전세를 낸 카페에 찾아올 손님이라고는 단 한 명밖에 없다.
바로 한 피디였다.
“하….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일이야.”
커다란 안경을 쓴 수더분한 인상의 여자가 짐을 바리바리 들고 카페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두 사람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서서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었다.
“내가 이 투샷을 보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정말 인생은 살아 봐야 한다니까.”
“얼굴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겁니까, 한 피디님?”
“아, 맞다. 참. 그렇지. 안녕하세요? 한예주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로운 씨!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잘생겼네. 실물이 더 나아요!”
정신없는 인사가 쏟아진다.
로운은 얼떨떨하게 한 피디와 악수를 나누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에이, 칭찬 아니죠. 진실이 어떻게 칭찬이 되겠어요? 저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답니다!”
정신을 쏙 빼놓는 대답과 함께 한 피디가 커다란 짐보따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다양한 종류의 여러 핸디캠이었다.
착착! 착착착!
순식간에 여러 개의 핸디캠이 다양한 각도로 세팅되었다.
“아, 직업병이어서요. 이해해 주세요. 카메라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병이 있어서요.”
정말 병이라면 엄청난 중병이 틀림없다.
사방군데 사각이 없을 정도로 집요함이 엿보이는 배치였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 피디의 카메라 사이에 갇힌 꼴이 되었다.
“강차헌 씨에게 들으셨겠지만, 제가 정식으로 말씀드리는 게 역시 예의겠죠? 마음이 급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역시 이렇게 직접 뵙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눈을 반짝이는 한 피디가 말했다.
“로운 씨. 저랑 예능 하나 같이 찍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