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6화(66/110)
66
예능.
안 그래도 얼마 전 뜬금없이 찾아온 강차헌에게 들었던 제안.
동시에 로운이 믿지 않기도 했던 그 말.
“그거 혹시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셨어요?”
“강차헌 씨에게 못 들으셨어요?”
“듣기야 했는데…….”
로운과 한 피디의 시선을 받은 강차헌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제대로 말했어. 안 믿은 건 너지. 왜. 싫어?”
“아뇨, 저야 한 피디님의 제안이 정말 감사하죠.”
좋은 기회는 맞다.
탐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왜 그러는데?”
“그… 저보다 더 좋은 분들도 많은데 왜 저인가 해서요.”
귀로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라면 많다.
이를테면 심새로라든가.
아니면 중년 라인에서 골라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귀로의 촬영 분위기는 좋았고 아직도 출연 배우들과는 간간이 단톡으로 안부 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니까.
“그… 강차헌 씨가 친구가 없어서 출연진이 마땅치 않은 건 알겠지만 구색 맞추기로 저를 내보내실 거면 피디님이나 강차헌 씨도 곤란해지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차라리 다른 분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자 카페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미묘함을 깬 건 강차헌의 한숨이었다.
“얘 또 이상한 삽질하네.”
“강차헌 씨, 혹시 로운 씨 구박하고 뭐 그랬어요?”
한 피디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받은 강차헌이.
“환장하겠네.”
하고 중얼거렸다.
“로운 씨?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는 몰라도. 아니에요. 지금 어떤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대답은 모두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몹쓸 생각은 버리세요.”
한 피디가 말했다.
“제가 필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로운 씨에요. 물론 강차헌 씨도 필요하죠. 저는 두 분이 있어야 해요. 반드시 두 분이어야 해요. 반드시. 반드시요.”
한 피디가 무려 반드시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강조였다.
“이 프로는 두 분의 케미가 중요한 거라고요. 두 분이 아니면 절대로 안 돼요. 아시겠어요? 다른 사람 아니고 이로운 씨와 강차헌 씨어야 해요.”
절대로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며 한 피디가 부릅, 눈에 힘을 주었다.
“두 분의 케미가 중요한 거라고요.”
“케미요?”
로운은 의아했다.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인간과 내 케미가 뭐가 있지? 내가 환장한다는 부분?’
강차헌은 배우로서는 여러모로 본받고 배울 만한 대상이라지만 그 외는…….
“눈초리가 불손한데. 왜 그렇게 봐?”
“사람 생긴 거 가지고 뭐라 하는 거 아닙니다. 강차헌 씨.”
“…어이가 없네. 얘가 인간을 갑자기 쓰레기로 만드는데?”
“그런 적 없는데요.”
로운이 쪼록, 하고 다시 음료를 마시는데 시선이 느껴진다.
슬그머니 고개를 드니 반짝반짝한 눈으로 쳐다보는 한 피디가 있었다.
커다란 안경 렌즈 너머로 비쳐지는 눈동자에 묘한 광기가 어려있었다.
“바로 그거예요, 딱 좋아요. 하. 이거죠. 바로 이거예요! 그렇게만 부탁드릴게요.”
…그러니까 뭐가?
여하튼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내가 모르는 뭔가가 보이나?’
스타 피디의 시야에서는 뭔가 보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로운 씨. 일단 들어봐 주시겠어요? 듣는 건 공짜잖아요. 그쵸?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제가 덜 억울하지 않겠어요? 그쵸? 이대로 돌아가다가는 아쉬워서 한이 생길지도 몰라요. 밤에 잠도 못 자고 불면증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제 사회생활이 망하고 직장도 잘리고 결국 그렇게 저는 백수가 되어서 월세도 못 내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어 버릴지도 몰라요.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그러니 들어주실 거죠?”
“네? 네…….”
무언가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다.
왠지 듣지 않는다면 대역 죄인이 되는 것만 같다.
로운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 소리가 들렸다.
흘끗 보니 강차헌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덥썩!
그런 로운의 주의를 환기시키듯.
한 피디가 로운의 손을 덥석 잡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가 두 분을 모시고 싶은 프로그램은요, 한마디로 힐링 프로젝트예요. 도심지를 떠나 한적한 교외에서 자연을 벗 삼아 맛있는 것도 먹으며 힐링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요. 캬. 생각해 보세요. 이 바쁜 현대인들이 그런 힐링을 어디서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쵸……?”
“그 힐링, 우리 프로에서 대신 시켜 드릴 겁니다.”
그렇게 말한 한 피디가 커다란 가방에서 이번엔 태블릿 피씨를 꺼내 들었다.
“취지도 좋아요.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저희가 지자체랑 함께 콜라보를 하는 거거든요. 그거 아세요? 전국의 인프라 중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가 50퍼센트가 넘는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구도 마찬가지인데. 수도권의 근로소득이 타 지역과 비교하면 무려 9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해요. 이게 무슨 뜻일 것 같아요?”
“지방에… 사람이 없다?”
“딩동댕! 아휴. 우리 로운 씨는 똑똑하기도 하지. 맞아요. 오죽하면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겠어요? 사람들은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모여들 거고, 지역 사회는 계속해서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국토 불균형이 엄청나게 심해질 거고요. 이미 심하지만, 더 심해지면 여러 사회적인 문제도 심화되겠죠. 이거 보세요.”
톡톡톡!
손끝으로 태블릿 피씨를 부지런히 조작한 한 피디가 화면을 띄워 로운에게 내밀었다.
한눈에 봐도 어지럽고 복잡한 그래프가 한가득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런 농어촌 마을 문제는 이미 심각해요. 소멸 직전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 나라가 알다시피 식량 자급률이 높은 나라란 말이에요? 무려 쌀 자급률은 70퍼센트나 되니까요! 근데 보세요. 젊은 인구들은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이렇게 농어촌 인구가 계속해서 가파르게 줄어들면 이 자급률 또한 줄어들 거란 말이에요? 그럼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점차 감소할 거고 식량 자급률도 떨어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수입에 의존하게 될 텐데 이게 또 문제가 뭐냐면…….”
뭔가 복잡한 이야기가 오간다.
로운은 한 피디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지만 알아듣는 것이라고는 고작.
‘아. 서울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농어촌에 사람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구나…….’
정도였다.
물론 그게 핵심이기는 했다.
“…이런 이유로 기획을 시작해 봤어요. 저희 프로그램으로 뭐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또 시즌제로 운영할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각 지역을 돌아가면서 선별하여 일종의 관광상품과 관광지역을 만들어 제공해서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거죠.”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에 사람들이 기념으로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한 피디는 첫 물꼬를 관광상품 느낌으로 틀 예정이라고 했다.
“물론 제가 이런다고 인구 불균형이 드라마틱하게 나아지고 국토 불균형이 갑자기 쨘 하고 해결되지는 않겠지만요. 그래도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가 필요해요. 암만 이렇게 백날 그래프로 보여 주고 기사로 뉴스로 떠들어 대도 사실 와닿지 않는단 말이에요. 보이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죠. 게다가 이미 뿌리박힌 고정관념은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그 인식부터 서서히 바꿔 가는 게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농어촌이라고 해서 꼭 다 낙후된 지역은 아니거든요? 아, 물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건 맞아요. 이제 또 그 문제 원인을 찾자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한참을 입 아프게 떠들어야 할 얘기니까 그건 넘긴다고 치고. 아무튼 한때 유행한 웰빙 아시죠? 잘 먹고 잘 살기 말이에요.”
“네… 네.”
“이게 오히려 도심지에서는 힘든 거거든요. 애초에 비교도 안 되죠. 끽해야 얼마 안 되는 공원으로 무슨 웰빙을 해요? 웰빙라이프는 오히려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거거든요.”
혼미해진 정신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저희가 해당 지역 농민분들과 연계해서 재료들을 모두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했어요. 이게 바로 상생 공생인 거죠. 작지만 큰 한 걸음! 인 겁니다. 농수산직판장 쪽에도 이미 협조 요청 구해 놨고요. 해당 지역 주민들도 모두 동의해 주셨어요. 이제 로운 씨랑 차헌 씨만 오시면 딱 모든 게 완벽해요. 어때요. 아주 좋은 일이죠?”
쏟아지는 말의 홍수로 여전히 정신이 어지럽기는 하지만.
로운은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좋은 일, 맞네요.”
“그쵸?”
한 피디가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한다는 건 확실하네.’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분야의 문제다.
그렇지만 한 피디가 보여 준 그래프나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인 것은 맞았다.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피디의 말처럼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한 처지에 있어 본 그다.
그렇기에 로운은 홀린 듯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해야겠네요.”
이런 좋은 일에 자신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니.
이건 해야만 하는 일이 맞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했더니만.”
쯧쯧.
옆에서 혀차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로운도 억울했다.
‘이런 좋은 일을 안 하면 그거야말로 인간 쓰레기가 아닐까?’
아마 본체가 이 자리에 있어도 한 피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로운 군도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할래요, 강차헌 씨?”
왠지 월척을 낚은 듯한 낚시꾼의 얼굴로 한 피디가 환하게 웃으며 강차헌에게 물었다.
“후우우…….”
강차헌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그 한숨이 앞으로 있을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깊고도 암울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로운은 그 한숨의 실체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 * *
‘…이게 …뭐지?’
로운은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짹짹!
한가롭고 고요한 자연 속 어드메에서 새가 우짖었다.
폐부 깊숙이 청명한 공기가 파고들었다.
사방이 녹음으로 우거진 이곳.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 속 그 자체였다.
그 한가운데 서서 로운은 생각했다.
‘이상하다. 분명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무슨 힐링 프로그램이 납치부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