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7화(67/110)
67
“아휴. 그래도 건물은 번듯해서 다행이다. 오는 길이 험해서 좀 걱정했는데.”
마침 매니저가 자연 속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건물에서 나오며 말했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삐까번쩍한 저 건물.
바로 지역 불균형을 타파하고 농어촌 마을에 사람들을 유입시킬.
한 피디가 부르짖던 바로 그 훌륭한 타개책이었다.
더불어 앞으로 일주일간 촬영을 진행할 촬영지이자 숙소이기도 했고.
납치된 로운이 실려 온 목적지이기도 했다.
“안에 내부도 아주 깔끔하고 시설도 훌륭하네.”
“아휴. 그쵸? 걱정 하덜덜 마시라니까요. 저희가 얼마나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요. 이게 저희만 하는 게 아니라, 나라 높으신 분들이랑도 함께 진행하는 거라 이게…….”
넋이 나간 로운을 두고 매니저와 피디가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눈다.
둘의 목소리를 브금 삼아 로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
여기…….
사람은 올 수 있는 거, 맞겠지?
도심지를 떠나 한적한 교외에서 자연을 벗 삼아 맛있는 것도 먹으며 힐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딱 반만 맞았다.
‘한적한 교외가… 이렇게까지 한적할 줄은 몰랐지.’
짹짹!
인기척이라고는 출연진과 스태프들밖에 없어서 그런가.
새 소리만 너무나도 잘 들렸다.
어째서 한 피디가 이 프로그램으로 관광 상품화를 노리는지 단박에 이해가 간다.
동시에.
‘아니, 그래도 누가 올 수는 있어야 관광스팟이건 뭐건 가능한 거 아닌가?’
앞쪽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다.
배산임수라는 훌륭하기 짝이 없는 명당인 셈이지만…….
도로도 제대로 나 있지 않으며 주변 이웃도 고작해야 둘이었다.
나머지는 드넓게 펼쳐진 논밭, 논밭, 논밭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곳을 운영해 주시면 됩니다.
-…네?
-강차헌 씨와 이로운 씨, 그리고 곧 합류할 다른 한 분까지 세 분이서 이 가게를 운영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눈앞의 저 삐까번쩍한 건물은 가게였다.
그것도 로운 자신이 운영해야 하는, 그런 가게.
‘지역관광상품이 뭔가 했더니만.’
설마 그 지역관광상품을 직접 만들어야 할 줄은 몰랐지.
맙소사.
로운은 이마를 짚었다.
무려 음식점을 운영해야 한단다.
돌이켜 보면 틀린 말은 없었다.
‘도심지를 떠나 한적한 교외에서 자연을 벗 삼아 맛있는 것도 먹으며 힐링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맞기는 했다.
그 맛있는 것을 로운 그가 제공해야 하는 것인 줄은 몰랐지만.
‘이 프로그램…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로운은 혼란스러웠으나 출연자의 혼란은 알 바가 아니었다.
한 피디는 오히려 좋다는 얼굴로 혼란스러워하는 로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로운아, 형 가 볼게……? 마을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어느새 한 피디와 얘기를 끝낸 매니저가 로운에게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
“흠흠. 그렇게 보지 말아 줄래? 로운이 너도 리프레시는 해야지. 작품이다 광고다 뭐다 하면서 힘들었잖아. 여기는 공기도 좋고 한가하기도 하고. 딱 쉬기 좋아 보이니까 푹 쉬고.”
“…….”
“크, 크흠. 흠. 그, 그럼 형 이만 간다……?”
주춤주춤.
지은 죄가 있는 매니저가 슬금슬금 몸을 내빼기 시작했다.
보통 같았으면 잘 가라고 한마디라도 해 줬겠으나.
지금의 로운은 아니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웬 두메산골로 끌려 오는 데에는 저 순둥한 매니저의 공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마디도 안 해 줄 수가 있어!’
살짝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준비라도 했을 텐데.
하다못해 클렌징폼이라도 가져왔을 것 아닌가!
로운은 설마 제안을 오케이한 현장에서 바로 끌려오게 될 줄은 몰랐었다.
-그럼 출연해 주시는 거죠?
-네. 좋은 일을 하시는데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한 피디의 눈빛이 빛났다.
마치 먹이를 낚은 매의 눈빛 같았달까?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지금요?
그런데 아니었다.
-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잖아요? 해가 빨리 지는 곳이라 기왕이면 빨리 출발하는 게 좋아요. 어차피 앞으로 일주일간 지낼 곳인데 로운 씨도 빨리 정붙이면 좋을 거고요.
-네? 네……?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어, 하는 사이에 졸지에 곧장 납치되듯 차에 실어졌던 것이다.
‘아니, 이게… 맞아?’
한 차에 실린 강차헌을 보며 눈으로 묻자 한숨이 돌아왔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이미 짐작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끌려왔더니만…….
“웬만한 건 다 넣어 뒀지만 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형이 가지고 올게. 알았지……?”
자연이 싱그럽다 못해 으슥하게까지 느껴지는 곳에서 매니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짐을 바리바리 넣은 로운의 캐리어까지 야무지게 들고.
부르투스, 어떻게 너마저…….
옛 로마 황제의 마지막 유언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순박한 얼굴을 하고선 그렇게 오랫동안 시치미를 떼다니.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만.’
끌끌.
강차헌이 그런 로운의 옆으로 혀를 차며 지나갔다.
그 역시 매니저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배신자.”
“큼… 로운아. 이게 다 더 큰 대의를 위해서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형이 가끔 보러 올게. 알았지? 형은 너 믿는다. 우리 로운이 화이팅이야!”
매니저는 차를 타는 마지막까지 변명인지 뭔지 횡설수설하며 사라졌다.
‘어쩐지 오늘 나갈 때 샵에 들렀다 가라더니만.’
로운도 안 걸리는 연예인 병을 매니저가 걸렸나 했더니만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짹짹!
또다시 자연의 한적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 과정이 좀 많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기왕 하기로 한 거, 잘하는 게 좋겠지…….’
약간 사기당한 기분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여기에 떨어진 이상 로운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가게라…….’
말아먹지나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팔자에도 없는 자영업을 경험해 보게 생겼다.
“그러게 내가 한 피디 말에 홀라당 넘어가지 말랬지.”
“그런 건 좀 더 세게 말해 주지 그랬어요…….”
“이렇게까지 대책 없이 굴 줄은 나도 예상 못 하긴 했지만. 뭐.”
그 어떤 순간에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았던 강차헌조차 이번만큼은 예외였던 모양이었다.
그마저 질린 것처럼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꾹 누르는 것이 몹시 피곤해 보였다.
이런 식으로 강차헌과 동질감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여러분~!”
그런 둘 앞으로 한 피디가 몹시 발랄하기 짝이 없는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생기가 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음식점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에 많이 놀라셨죠?”
“…….”
“…….”
출연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오디오가 비는데도 한 피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러분의 걱정, 저도 잘 압니다. 음식점이란 음식을 팔아야 하죠.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요리에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제가 여러분을 위해! 요리를 담당하실 분을 모셔 왔습니다!”
도리어 한술 더 떠 핸드폰으로 팡파레를 울리기까지 했다.
그 옆으로 카메라와 조연출, 그리고 작가들까지 합세해 멜로디로 화음까지 넣는다.
“…….”
“…….”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로운은 더 이상 한 피디의 인상에 속지 않았다.
저 어리숙한 모습은 다 계산된 계획의 일부였다.
그 속에 어마어마한 계략과 모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 패인이었다.
“하아…….”
강차헌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차 소리가 들렸다.
“도착하신 모양이네요,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그들의 앞으로 선 차에서 한 사람이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내렸다.
활기찬 한 피디의 반응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아니, 뭐야……? 여기 어딘데……? 엥? 강차헌? 어? 어어? 히익? 설마, 이로운?”
그 와중에 로운을 보며 식겁하기까지 했다.
“…….”
커다란 짐을 두 손에 꼭 쥔 남자가 흘끔흘끔 로운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옆걸음질을 쳤다.
방향을 보아하니 차가 목적지인 게 분명했다.
그러나.
“어, 어어?”
상대를 떨군 차는 무정하게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출발해 버렸다.
“아이고, 봉근 씨 왔어요?!”
“피, 피디님?! 대체 여기가 어디죠?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요?! 요리 예능이라 하지 않았어요?!”
“아, 그럼요! 앞으로 봉근 씨는 여기서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손님들께 대접해 주시면 됩니다!”
“네……? 손, 뭐요? 손님? 손님이 여기서 왜 나와?”
그러게 말입니다.
봉근이라 불린 남자가 아직도 파악을 못 했는지 얼떨떨한 기색이 역력했다.
‘…왠지 남일 같지 않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급격한 친밀감이 들었다.
동시에,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 * *
한 피디에 의해 갑자기 납치된 삼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앞으로 일주일간 동고동락할 사이인데 미리 인사도 나누고 계시면 됩니다!
짐도 풀고 인사도 나누라며 가게 위층인 숙소에 몰아넣은 한 피디 탓이었다.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왠지 이대로라면 하루가 다 가도록 서로 아무 말도 못 할 거 같은데.’
물론 그럴만한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강제적으로 모이기는 했으나 그들은 프로였으니 뭐라도 해야만 했다.
문제는 강차헌도 썩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저분도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눈치를 보신단 말이지……?’
강차헌이야 딱 보기에도 어려운 스타일이라지만.
대체 자신의 눈치는 왜 보고 경계는 왜 한단 말인가?
“…그 일단,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이로운이라고 합니다……. 영화 한 편 찍었고요. 그때 강차헌 씨와 알게 되었는데……. 불러서 나갔더니 여기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로운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니었다가는 방송 분량이 1도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게 정답이었는지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남자가 조금 안심한 기색으로 자기를 소개하며 이름을 밝혔다.
“안… 녕하세요? 방송인 김봉근입니다. 주로 단역이나 조연이기는 한데 한때 연기를 좀 했고요. 개그 쪽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예능과 유튜브 쪽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 피디님이랑은 다른 예능 같이하고 있는데… 거기서 음식 예능 메인으로 밀어 주신다고 하셔서 왔더니만. 여기네요.”
허허허허.
김봉근이 득도한 것처럼 허허로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다음은 강차헌이었다.
슬쩍 눈치를 주니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혀를 한번 차고는 순순히 입을 연다.
“강차헌입니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썩 정상적인 소개였다.
“…저도 속아서 왔으니 사람을 무슨 역적처럼 쳐다보지 마시죠. 한 피디님, 분명 저한테는 아직 캐스팅도 다 안 됐다고 했단 말입니다. 이로운을 설득하는 데 도와달라고 했다고요.”
“그 설득이 납치는 아니죠, 강차헌 씨?”
“그랬으면 내가 여기 있었겠냐. 나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여긴 그럼 진짜 다 난데없이 봉변당해 끌려온 사람들밖에 없는 거네요?”
“그런가 봐요.”
자기소개인지 아니면 동병상련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인지 모를 순서가 지나갔다.
“후우우…….”
“하아아…….”
같은 황당함을 공유해서일까.
경계심도 잠시.
벌써부터 진한 전우애가 싹트는 것 같다.
“한 피디님이 이렇게까지 대책 없이 나오신 적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회사들과 얘기는 다 된 거겠죠?”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아니면 매니저들이 이렇게 짐을 챙겨올 리는 없을 테니까.”
휴우우우.
또다시 세 사람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그런 것도 잠시.
로운이 말했다.
“일단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선 움직여 볼까요? 좋으나 싫으나 일주일은 여기에 있어야 하니 짐도 풀어야 할 것 같고요.”
의외라는 시선이 돌아온다.
“회복이 꽤 빠르다?”
“뭐…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좀 당황한 것도 사실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넋 놓고 있기만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요.”
로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자 두 사람이 주섬주섬 따라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