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68화(68/110)
68
‘집이 꽤 넓네. 펜션을 개조했다더니만. 한 피디님이 자신 있어 하던데 그럴만 했네.’
사람 얼이 빠지건 말건 자랑하던 한 피디의 말이 떠오른다.
문제는.
“방이 두 개네요.”
사람이 셋인데 방은 두 개라는 것이었다.
대신, 크기가 큼직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로운은 집 안 곳곳에 벌써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첫 만남 때부터 카메라를 착착 늘어 놓던 한 피디의 집요함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어떻게 나누려고?”
강차헌이 말했다.
누가 어디를 쓸 건지 어떻게 정할 거냐는 물음이었다.
“저… 제가 거실 쓸까요?”
김봉근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그런 김봉근을 향해 로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거실 쓸 테니 두 분께서 각자 방 하나씩 쓰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김봉근의 두 눈이 믿기 어려운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엥? 진짜요? 아니, 왜요?”
심지어 몹시 신기한 생물을 본다는 것처럼 로운을 이리저리 살폈다.
‘뭐지? 아니, 뭐지?’ 하는 알 수 없는 소리는 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난 베개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잘 자는 편이니까.’
로운은 나름대로 숙면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연습생 시절에는 제대로 다리 뻗기도 힘들 정도로 바글바글한 숙소에서도 생활한 적이 있었고.
가리온으로 데뷔 이후 극초기엔 단칸방 같은 원룸에서 다섯 명 다 같이 지낸 적도 있었다.
당장 죽기 전 그가 지냈던 곳만 하더라도 그랬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었다.
‘네가 살던 작업실보다 여기 거실이 훨씬 더 넓은데?’
푹신한 소파도 있겠다, 이불 하나와 베개 하나만 있으면 자는 것 따위는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아니 이렇게 초면에 방을 양보해 준다고요? 이건 거의 청혼급인데…….”
김봉근의 태도가 갑자기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것은.
[업보 수치가 3 감소하였습니다.]상대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 주는 메시지.
다름 아닌 업보 수치의 감소였다.
그사이 강차헌이 나서서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뭔 궁상을 떨어? 방이 저렇게 넓은데 방 놔두고 왜 거실에서 자? 방에서 자.”
“……? 방이 두 개밖에 없잖아요.”
“너 뭐 나랑 내외하냐? 잠버릇 심해?”
“아뇨? 매니저 형이 저 얌전하게 잔다고 했는데요.”
“그럼 됐네.”
뭘 고민하냐는 듯 빠르게 정리가 완료되었다.
“김봉근 님이 방 하나 쓰시고 저랑 이 녀석이 나머지 쓰겠습니다.”
“헛……! 강차헌 님께서 독방 쓰셔야 하시는 거 아닌지…….”
“저희보다 연장자이시니 김봉근 님이 쓰시는 게 맞을 듯합니다.”
“아이고.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면 감사히…….”
세 사람이 각 방으로 갈라져 짐을 얼추 정리했을 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 피디가 타이밍 좋게 2층 숙소의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여러분, 통성명과 짐 정리는 다 끝나셨나요?”
어쩐지 카메라로 다 보고 있었던 것 같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잠깐만. 이거 잘못하면 미팅 때부터 고스란히 나가는 거 아냐?’
의외의 상황에 당황해서 얼빠진 모습이 나갈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나 당황할 겨를도 없었다.
불쑥 등장한 한 피디가 또다시 폭탄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이걸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 피디가 품속에서 잘 접힌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왠지 불길해 보인다.
저걸 열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휴… 또 뭔데요.”
결국 강차헌이 총대를 멨다.
부스럭!
기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
이윽고 드러난 내용물에는…….
“미션?”
미션이 있었다.
그것도 당황스러운 내용으로.
“‘가게에서 판매할 음식의 재료를 조달해 주세요’……? 피디님, 이거 설마 우리가 정해야 하는 거예요?”
설마 하며 로운이 묻자 한 피디가 정답이라는 듯 환하게 웃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 가게는 앞으로 일주일간 여러분이 운영해야 하는 가게죠. 그러니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
“…….”
저기요, 피디님?
아까는 운영만 하면 된다면서요?
“뭘 사 와야 하는지는 어떻게 하나요?”
“그거야 여러분이 직접 정하셔야죠!”
“……?”
요리 담당으로 끌려온 김봉근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앞으로 사흘 후에 첫 손님이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혹평을 받지 않으시려면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 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합을 맞춰 볼 수도 있고 준비도 할 수 있을 거라며 피디가 말했다.
“참고로 차량은 오늘을 제외하고 하루 한 번, 총 네 번만 이용 가능합니다.”
“네? 차를 하루 한 번만 이용할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첫날이고 하니 예외로 두겠습니다.”
김봉근이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잠깐만요. 그럼 앞으로 장은 어떻게 보는데요?”
“그거야 미리 잘 생각하셔서 가셔야죠?”
“헐…….”
한 피디를 바라보는 김봉근의 눈초리가 마치 악마를 보는 것 같았다.
“만, 만약에 뭐 하나 빠트리고 왔어요. 그럼 다시 가지러 가는 것도…….”
“안 됩니다.”
“와…….”
로운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손 안 드셔도 됩니다, 이로운 씨.”
“혹시 그럼 걸어서 가는 것도 안 되나요?”
“걸어서요? 흠. 그건…….”
한 피디가 허를 찔렸다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메인 작가와 뭔가를 수군수군하더니만 대답했다.
“걸어서 가는 건 인정해 드립니다. 차량만 1일 1회로 통제됩니다.”
옆에서 김봉근이 구세주를 바라보는 눈으로 로운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로운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아주 번쩍번쩍 광을 낸다.
“이용하실 수 있는 목록은 여기에 있습니다.”
농산물직판장과 도매시장만의 약도가 그려진 종이였다.
“필요하시다면 이 뒤의 텃밭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네? 거긴 텃밭이 아니라 무슨 제대로 된 경작지 수준이던데요……?”
아무리 봐도 텃밭이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몹시 컸다.
“네. 주인분께서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분명 음식 예능이라 했는데……?”
졸지에 농작까지 하게 생겼다.
“자, 그럼 첫 미션을 수행해 주세요. 참고로 오늘 저녁도 연습 및 단합 겸 직접 만들어 드셔야 합니다.”
정말 여러모로 감탄만 나왔다.
‘별의별 걸로 다 컨텐츠를 뽑는구나. 이래서 스타 피디인 건가?’
어떻게 매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모든 사항을 공지한 한 피디가 자리를 떴다.
남은 세 사람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메뉴부터 정해야겠는데.”
“그러게요. 그래야 무슨 재료를 사야 할지 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강차헌의 말에 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절 보세요……?”
이 자리의 유일한 조리가능자가 두 사람의 눈길을 받고 소심하게 쪼그라들었다.
“말씀 편히 하셔도 됩니다.”
“그, 그래도 되나? 그럼… 두 사람도 편하게 해요.”
처음에 로운을 보고 흠칫한 것이 언제냐는 듯.
이제 김봉근은 아예 완전히 무장해제 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방을 양보한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었다.
강차헌의 말에 태도가 편하게 변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인간, 이럴 때 보면 정상적인 사람 같은데 말이야.’
로운에게는 가끔 또라이처럼 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차헌은 나름대로 상식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니 틈만 나면 물어뜯으려는 사람이 한 트럭인 연예계에서도 클린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 터.
“잘하시는 요리는 어떤 종류십니까?”
“…나?”
“예. 형이요.”
“아니, 천하의 강차헌에게 형 소리 들으니까 조금 어색하네. 음… 나 웬만한 건 거의 다 할 줄 알아. 한식이랑 양식 조리사 자격증 있거든.”
꽤 놀라운 소식이었다.
“한 피디님이 갑자기 미쳐서 식당 예능을 한다고 하시던 게 아니었군요.”
“그러게요. 봉근 형이 키맨이셨구나.”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
김봉근이 쑥쓰러운 기색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피디님이 정말로 메뉴를 안 정해 주실까?”
“그 양반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양반입니다. 오히려 저희가 헤맬수록 더 좋아할 수도 있겠네요.”
“하긴. 우리랑 같이 진행하는 유튭도 아예 대본이 없기는 해.”
“딱 한 피디님답네요. 그나저나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 건 좋은데 조금 애매하네요.”
“뭐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졌어요. 우리는 장사를 할 거니까 기왕이면 손이 너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호불호를 많이 타지 않는 음식이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테이블 회전도 빠르면 좋겠고요.”
“음. 그럼 몇 가지 떠오르는 메뉴가 있는데…….”
무난의 극치인 파스타부터 대량으로 조리 가능한 분식까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둘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로운은 생각했다.
‘범위를 좀 좁힐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음식을 지역별로 분류해도 벌써 다섯 손가락이 넘는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동남아식, 등등.
세분화하여 들어간다면 그 종류는 한없이 더 늘어난다.
‘…그럼 차라리 테마부터 정하는 게 낫지 않나?’
한마디로 이 음식점에 스토리와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힐링이었으니까…….’
로운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찬찬히 그 생각을 정리한 로운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대체 아까부터 손은 왜 자꾸 드는 거야?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니까?”
“두 분 말씀하시는데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아무튼 제가 떠오른 게 있는데요.”
“뭔데?”
“우리 음식점의 테마를 정하면 어때요?”
“테마?”
“네. 지금 말이 나온 메뉴들도 다 괜찮기는 하지만, 사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것들이기는 하잖아요.”
로운의 말에 김봉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기에는 딱히 특색이 없기는 해.”
물론 모두가 호락호락하게 수긍한 건 아니었다.
“그건 어떤 메뉴를 내놓더라도 똑같을 겁니다. 집에서 앉아서 전 세계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시대이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거죠.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곰곰이 듣고 있던 김봉근이 아, 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아하. 그러니까 로운이 네 말은 차별화되는 부분을 넣어 보자, 이 말이구나?”
“네. 비슷해요. 이 프로그램의 주제가 힐링이잖아요.”
“그렇지.”
“바쁜 도심에서 지내던 사람들이 모처럼의 자연 속에서 힐링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게 이 프로그램의 주제니까, 우리도 거기에 맞춰 보자는 거죠.”
“오…….”
“흐음…….”
로운의 의견에 두 사람이 꽤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로운, 네가 생각하는 주제는 뭔데? 생각해 둔 게 있으니 말을 꺼낸 거겠지?”
강차헌의 물음에 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삶에서 자연이 친숙한 때를 꼽으라 하면 주로 어릴 적이 그렇잖아요.”
“아, 그렇지. 주로 뛰어놀던 곳도 공원이나 뒷동산일 테고. 어릴 때 엄마나 아빠 따라서 시골집 가면 거기서도 신나게 놀고는 했었으니까.”
연식이 좀 된 김봉근은 로운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들은 듯 눈을 빛냈다.
“그래서 말인데요, 기왕 자연으로 힐링하러 왔으니… 그에 맞춰 ‘추억의 맛’을 테마로 잡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