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화(7/110)
7
“옷을 사겠다고?”
매니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 보니까 다 이상한 옷들만 있어서 입을 만한 게 없어서요.”
로운은 드레스룸에 터져 나갈 지경으로 쌓여 있는 옷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들을 입고는 못 나가지. 내 사회적 체면을 위해서라도…….’
하나같이 비싼 브랜드 의류였지만 너무 과하다는 게 문제였다.
센스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는 괴랄함.
그냥 비싼 거라면 모조리 쓸어오고 보는 졸부스러움이 철철 넘쳤다.
게다가.
‘정말 신기하게도 어쩜 단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착장만 그렇게 해댔는지 원.’
대체 어떤 정신머리로 그딴 비싼 쓰레기들을 입고 다녔던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심미안이 얼마나 바닥에 있는 것인지.
심지어 본체는 그 괴랄함을 느끼지도 못했는지 SNS에 그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싸웠지. …팬이랑.’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배우가 거지 같은 패션을 지적했다고 발끈하다니!
물론 대중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이 경우엔 팬들이 마땅하고 옳은 말을 했다.
문제는 전 주인이 ‘이게 얼마짜리 옷인 줄 아냐’, ‘명품을 모르는 거지랑은 말을 섞지 않겠다’, ‘꼬우면 너도 사서 입던가’ 등등으로 어그로를 대차게 끌었다는 점이다.
까이는 게 일상인 본체에게 한 줌 남은 아주 소중하고도 귀중한 그 팬들께서! 무려! 맞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밀까?’
로운의 인별은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마이너스적 관심이어서 그렇지.
‘그래. 일단 SNS를 밀어 버리자.’
로운은 침착하게 계획을 정리했다.
앞으로를 위해서는 그런 불필요한 흑역사는 지워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일단 계정은 남겨 두는 게 낫겠지? 팔로워 수가 이렇게 많은데 없애는 건 좀 아까우니까…….’
차마 팔로워 오백만의 위엄을 그의 손으로 지울 수는 없었다.
로운은 애써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
그사이, 매니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진짜 기억상실 최고다…….”
매번 그 거지 같은 옷들 가져다 버리라고 해도 듣지 않았던 로운이 직접 ‘이상한 옷들’이라고 하다니!
아픈 애를 두고 다행이라고 해도 되나 싶은 죄책감이 슬그머니 들기는 했지만.
“형이 먼저 차 빼놓고 있을 테니 천천히 나와!”
매니저는 행여나 로운이 말을 바꿀까 두려운 기색으로 후다닥 먼저 집안을 빠져나갔다.
로운의 기억이 부디 돌아오지 않기를 조심스레 빌며.
* * *
쇼핑은 짧았다.
매니저가 얼떨떨해할 정도로.
“진짜 이거만 있으면 돼? 진짜로?”
“네. 진짜로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과 확인이었다.
로운이 백화점의 쇼퍼와 명품 부띠끄 샵 투어를 거절한 이후부터였다.
‘왠지 이럴 거 같아서 혼자 나오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가진 돈이 없었다.
가진 물건들을 팔려고 해도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매니저에게 조심스럽게 가불 얘기를 꺼냈는데.
-가불? 아니, 갑자기 가불은 왜? 네가 가불 받을 일이 뭐가 있어서……? 엥, 뭐? 옷을 산다고? 옷 사려고 가불을 받아? 아니, 그럼 나랑 가면 되지! 얼른 가자!
하며 얼떨결에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이상하다. 다른 소속사는 이런 것도 다 경비 처리를 해 주는 걸까?’
전생에는 문제가 터진 이후부터는 모든 지원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기에 무대 의상조차 가내 수공업이 동원되는 일이 많았었다.
덕분에 로운은 이런 상황이 몹시 낯설었다.
그러나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냥 옷을 사겠다고 했는데 매니저가 같이 나서 주다니.
심지어 매니저는 왜 더 좋은 걸 사지 않느냐며 그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근데, 로운아. 너 정말로 그걸로 괜찮겠어? 아예 브랜드가 없는 옷들인데…….”
“그게 왜요?”
“예전의 넌 명품이 아니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다던 아이였거든……. 천이 다르다나 뭐라나?”
천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무튼 형이 느끼기엔 아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음…….”
매니저는 매니저대로 뭔가 좀 이상한 모양이었다.
취향이 정반대가 되었으니 당연히 의심할 법했다.
‘하지만 그 전 취향은 정말 쓰레기였는데요.’
얼떨결에 정체를 들킬 뻔했지만 로운은 침착함을 얼굴에 둘렀다.
여차하면 기억상실 핑계를 대면 되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약을 좀 팔아 볼까.’
로운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형이 추천해 준 곳들은 피해야 할 이유가 있기는 했어요.”
“이유? 뭔데?”
“오디션에 입고 갈 의상이 필요했던 거라서요.”
“그런 거라면 네 옷이 더 낫지 않아? 좀 패턴이나 색이 괴랄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게 좀 더 고급지잖아. 아니면 우리 회사 스타일리스트도 있고.”
“아뇨. 그런 식으로 차려입는 건 도움이 안 돼요. 확실하게 변해야 할 필요성이 있거든요.”
막내의 말에서 튄 생각이었다.
‘시놉대로라면 절대로 화려하게 가서는 안 돼.’
로운은 내친김에 모조리 손보기로 결심했다.
“어때요, 형? 괜찮아 보여요?”
화려하게 탈색되어 한없이 사람을 가볍게 보이게 했던 밝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둡게 덮어 차분해졌다.
정신 사납게 구불거리던 머리도 곧게 펴져 매끄러운 광을 내며 찰랑거렸다.
내친김에 매니저를 끌고 샵에 들어간 뒤에 생긴 변화였다.
“그, 괜찮아. 괜찮기는 해. 어울리기도 하고. 너야 뭘 해도 일단 페이스가 괜찮으니까. 그런데 그… 너무 평범하지 않아? 오디션 대비하는 거라며.”
“저 평범해 보여요?”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매니저가 멈칫했다.
특색 하나 없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착장과 헤어스타일.
그런데 오히려 새하얀 얼굴이 까만 머리카락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 때문인지 갸름하고 섬세한 얼굴선과 달리 큼직한 이목구비가 훨씬 화려하게 돋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전에는 온갖 공작새 깃털 같은 것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본연의 생김새가 더 부각되어 보였던 것이다.
‘아니, 뭐지. 기억만 잃은 건데 사람이 아주 달라 보이네.’
이전까지의 로운이 그저 화려하기만 한 공작새 같았다면.
지금은 옷도 평범하고 헤어스타일도 평범하건만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뭐랄까.
은근하게 계속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평범하진 않은데, 그래도 이전처럼 확 눈에 바로 띄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매력이 더 돋보이는 것은 가볍기만 하던 이전의 모습보다 지금이 더 그러했다.
하지만 일단 오디션이란 눈에 딱 띄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배역을 차지하는 것은 오직 소수의 손꼽히는 사람들 뿐.
게다가 심사위원 역시 사람인지라 집중력과 관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초반은 지원자들을 꼼꼼하게 살핀다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조금 더 눈에 띄는 사람 정도만 기억에 남게 되겠지.’
그러니 매니저의 말도 틀린 소리는 아니다.
로운이 가리온 시절 그러했듯, 뭐라도 한마디 하는 기회를 잡고 싶다면 어떻게든 관심을 끌만 한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게 좌중을 압도할 만한 연기이든 아니면 눈에 확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이든 말이다.
“괜찮아요. 딱 지금이 적당해요.”
매니저의 걱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로운은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걱정 마세요.”
로운의 입가가 매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귀로.
되돌아온 길이라는 뜻을 지닌 이 영화.
‘꿈을 찾아 방황하는 이들을 조명하는 이야기였지.’
귀로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려운 생활환경에서도 작가라는 꿈을 키우는 주인공.
그러나 사회의 차가운 현실이라는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든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결국 주인공은 좌절하여 펜을 꺾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잊었던 꿈을 떠올린다.
다시금 펜을 든 주인공은 늦은 나이지만 결국 꿈을 이루게 된다.
‘어찌 보면 힐링 스토리이기도 하고.’
각박한 시대.
그 세상을 살아가는 고단한 청년들.
귀로는 주인공이 걷는 길을 통해 그런 청년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근데 정말 그게 다일까?’
문제가 생겨 업계에서 퇴출이나 다름없도록 매장당했던 감독이다.
그런데 그 복귀작이 이런 힐링 스토리라니?
더군다나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마당에?
‘그것도 본래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유명했던 감독이었는데 말이지.’
투자도 배급도 위태로운 이런 상황에서 제작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개 오디션까지 열어 가며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그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힐링 스토리로 보이는 것 같지만…….
귀로의 주인공이 겪는 역경과 고난도 퍽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아직 완성된 대본이 나오지 않아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로운은 조금 달리 생각했다.
‘그저 힐링 스토리인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그저 감일 뿐이다.
시놉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지만 아직은 확인하기란 요원한 일.
‘그건 일단 제대로 대본이 나오면 확실히 알게 되겠지.’
영화가 무사히 제작된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그의 감에 지나지 않는지.
아니면 미세한 힌트를 통해 제대로 알아차렸는지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자는 게냐?]로운이 침대에 곱게 눕자 청화가 물었다.
[오늘도 또 머릿돌이랑 그 트레이닝인지 뭔지 하는 거지?]“네.”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지만……. 머릿돌 녀석이 너를 정말 잘 봐주었나 보다. 어제도 네가 잘 따라간다고 기특해하던데 말이다.]엊그제부터 그를 도와주던 존재, 머릿돌을 떠올리며 로운이 미소 지었다.
“시간이 촉박하니까 뭐든 열심히 해 봐야죠.”
[맞는 말이다. 암.]머릿돌과 로운의 첫 만남은 이러했다.
오디션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일.
문제는 연기라고는 일절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형. 저 레슨이라도 짧게 받을 수 있을까요?
처음엔 도와줄 사람을 찾으려 했었다.
그런데.
-누구요? 이로운이? 그 또라이가 뭘 한다고요? 연기? 무슨 보이스피싱 같은 소리가 다 있어?
-어머나, 한물간 퇴물이라던 사람에게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하셨나요?
-걔는 어차피 연기다운 연기는 평생 못 할 인간이에요. 괜한 돈 버리지 말라고 하세요.
돌아오는 답을 듣고 로운은 생각했다.
‘무슨 이딴 사람이 다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