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0화(70/110)
70
로운이 미처 아니라고 하기도 전이었다.
“아니, 그 청년이었어? 안 그래도 뭔가 익숙하다 싶더니만! 그러네! 맞네!”
어쩌다 보니 근처에서 은근하게 눈치를 보던 다른 사람들까지 슬금슬금 합류했던 것.
“아휴. 맞다, 맞어. 그때 형님 보고 눈물 찔끔 흘렸었잖아~!”
“아이,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슬금슬금 모인 어르신들이 로운을 둥글게 감쌌다.
그러고서는 연신 잘됐다, 다행이다를 연발하며 로운을 기특해했다.
그중 몇몇은 로운을 안쓰러워했다.
“죽은 줄로 알았는데 아닌가 봐. 다행이네. 아휴. 이거 비쩍 곯은 거 봐 봐.”
“아니, 아픈 사람이 잘 먹고 다녀야지! 다 나았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한 거여!”
“이 형님이 왜 안 좋은 말을 하고 그래? 말이 씨가 되면 어떡하려고!”
“아, 글치. 그건 그렇다, 야. 내가 입이 방정이었네.”
예상 못 한 상황에 로운도, 로운에게 따라붙은 카감도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더 예상치 못한 일은 그들이 갑자기 로운에게 무언가 덥석덥석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이거 먹고 힘내. 별건 아니어도 이게 비타민 함유량이 많아서 피로 회복에도 좋고 항암에도 좋대. 그러니까 꼭 챙겨 먹고. 알았지?”
“네? 아니, 저……!”
“어른이 주는 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먹는 거여.”
“그려. 목도 마를 테니 이것도 가져가고.”
“이건 우리 밭에서 나오는 건데 좀 가져가 봐. 사과 뺨치게 달달하니 아삭하고 맛있어.”
“꼭 건강하고!”
괜찮다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무려 바코드 위에 증정품이라는 스티커까지 붙여 가서 직접 이것저것 안겨 준다.
거절할 틈도 없이 한 아름 농작물을 안겨준 어르신들.
거기에.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정신없이 뜨는 알림까지.
어르신들은 언제 로운을 에워쌌었냐는 듯 식사는 꼭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떴다.
심지어 신체 건강하기 짝이 없는 로운에게 건강하라는 덕담까지 남겼다.
“……?”
뭐지?
뭔가에 홀린 것 같다.
다시 돌려드리려 후다닥 찾아봤지만 단 한 명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돌아보니 이제는 몇 시간 얼굴을 봤다고 익숙해진 카메라 감독 역시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뭐야? 왜 그래?”
다른 곳을 둘러보다 온 김봉근이 물었다.
“아, 지금 어르신들이 갑자기 주고 가셔서…….”
“으학! 너도? 저기 강차헌이도 그러던데!”
“네?”
“그런 말 못 들었어? 그 왜, 아드에서 악역으로 나오셨던 배우분. 어떤 식당에 식사하러 가셨다가 거기 손님들이랑 주인분한테 욕만 푸지게 먹고 나왔다는 얘기.”
“…네?”
로운이 얼타면서 ‘네?’만 반복하자 김봉근이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학!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이게 다 관심이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되는 일이란다.
“이게 웬만큼 연기 잘하는 배우나 겪는다는 에피소드인데, 나도 실제로는 처음 본다. 다들 귀로를 어지간히 인상 깊게 보셨나 본데?”
누군가 그랬었다.
스펙타클한 액션도, 화려한 cg 같은 눈요기도 없는 귀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세대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젊은 층들은 귀로를 보며 꿈을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만 하는 자신을 투영했으며.
중장년층은 수많은 선택을 거쳐 지나온 자신들의 오래된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가지 않은, 가지 못한,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열망.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그런 열망을 귀로가 일깨웠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보편적인 감성에 누구나 공감하는 동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닐까요? 다 판매하시는 것들일 텐데…….”
“우리가 더 많이 사 가면 되지. 그리고 이런 건 거절하는 게 더 실례야. 우리가 좋아서 주신 건데 감사히 받는 게 예의지.”
“그런 거예요?”
반가워서 그렇다기에는 손이 커도 너무 크다.
그치만 김봉근의 말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보통 그러신다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강차헌도 비슷했다.
결국 결제하고 돌아 나오는 길의 그들의 품에는 온갖 먹거리들이 한가득 안겨 있었다.
받은 것이 반, 그에 질세라 열심히 구매한 것이 반이었다.
얼떨결에 받은 오해였지만 오히려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제가 그렇게까지 악독한 인간은 아니지만 카드를 안 드렸어도 괜찮았을 뻔했겠어요.”
신기한 에피소드도 생겼겠다.
뒷자리에서 낄낄대는 저 얄미운 사람만 제외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첫 장보기였다.
* * *
김봉근의 솜씨는 가히 명불허전이 따로 없었다.
과연 한 피디가 일부러 요리 멤버로 골랐을 만큼 뛰어났던 것이다.
“어우. 재료들이 너무 싱싱하고 좋아서 뭐 딱히 더 조리할 필요도 없겠네. 그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겠어.”
착착착착!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봉근의 손은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 온 재료를 채치고, 다지고, 썰고.
김봉근이 조리를 하는 동안, 간단한 재료 손질은 로운과 강차헌이 맡았다.
“저희는 뭐 할 거 없어요?”
“…일단 로운이 너는 칼 근처에는 갈 생각 하지도 마. 정 뭐 하고 싶으면 배추나 좀 씻어 줘.”
강차헌이 꼭따리를 잘라 준 배추를 한 장 한 장 깨끗하게 세척했다.
물기를 털어 김봉근에게 가져가니 그가 고기를 꺼냈다.
보기만 해도 야들야들하게 녹을 것 같은 선홍색 샤브샤브용 횡성 한우였다.
“배춧잎이랑 고기랑 번갈아 가며 잘 쌓아 봐 봐.”
김봉근이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요?”
“역시 로운이 너 손재주가 있네. 야무진 거 봐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로운은 김봉근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배추와 고기를 쌓았다.
“근데, 형. 이건 무슨 요리예요?”
“아, 그거. 여기 어두워지니까 아직은 좀 춥더라고. 그래서 국물 요리 좀 하려고. 샤브샤브 괜찮지?”
당연히 고기는 언제나 옳았다.
“네. 완전 좋아요. 근데 샤브샤브요?”
이 배추와 고기가 샤브샤브가 된다고?
그가 아는 샤브샤브란 커다란 냄비에 채소를 던져넣고 고기를 넣었다 건져 먹는 그런 음식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샤브샤브가 아닌데……?’
로운의 의문은 곧 풀렸다.
“조금 변형된 형태인데, 로운이 네가 만든 이걸 이렇게 하면…….”
착착착!
김봉근이 잘 쌓아진 고기배추탑을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그러고는 넓은 냄비 바깥부터 잘린 단면이 보이도록 원을 그리며 차곡차곡 쌓아 갔다.
처음엔 뭔가 싶었지만 냄비 한가득 빈틈없이 채워지자.
“……!”
로운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마치 냄비 안에 커다란 장미가 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별 모양 칼집을 새긴 버섯으로 한가운데를 장식해주자 한층 더 그럴싸하게 보였다.
단 한 번도 이런 음식은 본 적이 없었다.
“형. 이것도 샤브샤브예요?”
로운이 놀라서 묻자 김봉근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밀푀유 전골이라고 하는데, 밀푀유가 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이거든. 배추랑 고기가 그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인 모양이 비슷해서 밀푀유 전골이라고 불러. 여기에 이렇게…….”
김봉근이 꽃 모양이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부어 넣은 뒤 불을 켰다.
“이대로 국물을 부어서 끓여 주면 완성이야.”
“와…….”
너무나 놀랍다.
특히 직접 배추탑을 쌓았던 로운의 놀라움은 더 컸다.
‘고작해야 담는 방법만 조금 다를 뿐인데도 더 맛있어 보여……!’
가히 컬쳐쇼크급이었다.
지금껏 살기 위해 먹어 왔던 로운이다.
그렇기에 로운에게 중요한 1순위는 언제나 음식의 양이었다.
못 먹고 살았던 탓인지 맛과 양 중에서 고르라면 양을 택했던 것이다.
그나마 요즘 들어 매니저가 맛있는 것을 잔뜩 날라 준 덕에 맛이라는 것을 점점 알아가고는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예쁠 수가 있나?’
그것도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도 음식의 분위기부터가 달라지다니.
괜히 사람들이 고급 다이닝을 가고 비싼 식당에 가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 돈이면 삼김을 수백 개는 더 먹을 수 있는데 뭐하러 굳이…….’
…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먹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구나……. 눈으로 보는 것 또한 중요한 거였어.’
“로운이 너 갑자기 너무 생기 도는 거 아냐? 배가 그렇게 고팠어?”
“형.”
“응?”
“형은 천재예요.”
“…응?”
갑작스러운 로운의 말에 김봉근이 스턴에 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운은 존경 어린 눈으로 김봉근을 바라보았다.
다시 보니 김봉근의 모든 요리가 아름다웠다.
‘왜 풀떼기를 굳이 한 장 한 장 뜯어서 흩어놓나 했었는데…….’
푸른 루꼴라 잎사귀와 반절 잘라진 붉은 방울토마토의 색상 대비가 아름다웠다.
사이사이 불규칙적으로 뿌려진 발사믹 드레싱이 생동감을 더했다.
‘어차피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은 위장뿐만이 아니었다.
기분 또한 풍족해졌다.
“형은 진짜 천재예요.”
“그, 고맙긴 한데… 아니. 또 이렇게 들으니까 갑자기 쑥쓰럽네. 그래도 고맙다, 야.”
로운의 진심 어린 칭찬 때문인지 김봉근의 손놀림이 좀 더 섬세하고 빨라졌다.
밀푀유 전골이 끓는 사이,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형, 너무 예뻐요. 완전 예뻐요……!”
김봉근이 뿌듯한 표정으로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볶음밥.
그런데 여타 볶음밥과는 비주얼부터가 달랐다.
“이거 진짜 먹어도 돼요? 먹기 너무 아까운데.”
그도 그럴 것이, 볶음밥이지만 무슨 꽃밭을 보는 느낌이 들 만큼 플레이팅이 화려했던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볶아진 밥 위에는 큼직한 파프리카를 가로로 갈라 만든 계란 꽃이 올려져 있었다.
파프리카를 가로로 자르면 꽃 모양이 나오는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그 안에 계란을 깨트려 동그란 노른자까지 가운데에 오게 하자 어린아이가 귀엽게 그린 듯한 꽃 한 송이가 완성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건 뭐예요? 진짜 꽃은 아니죠?”
“그거 당근. 당근 얇게 썰어서 모양 잡으면 그렇게 나와.”
“이게 당근이라고요?”
로운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한가운데 위치한 파프리카 계란 꽃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작은 꽃들이 있어 물었더니.
‘당근이라니……!’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져서 그런가 더 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사과나 오이로도 만들 수 있어. 근데 사과는 볶음밥에는 안 어울려서 뺐어.”
“형… 진짜 형은 천재예요.”
예술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 아름다움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은 제작진도 마찬가지인 듯.
김봉근의 담당 카감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온갖 각도에서 요리 장면을 담았다.
이쪽을 지켜보는 한 피디의 입도 귀에 걸려 다물릴 줄 몰랐다
“이야… 봉근 씨 유튭에서만 가끔 봤는데 이렇게 힘 준 건 또 처음 봐.”
“에이, 이 정도면 별로 힘 준 것도 아니에요.”
커다란 장미 같은 밀푀유 전골부터.
작은 꽃밭 같은 볶음밥까지.
화원을 상 위로 고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다.
‘이 정도가 별거 아니라니.’
갑자기 김봉근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