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1)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1화(71/110)
71
“아이, 식을라. 어서들 먹어요. 먹어.”
쏟아지는 찬사가 부끄러운지 김봉근이 손을 내저었다.
그마저도 몹시 성스러워 보여서 로운은 감탄만 반복했다.
김봉근은 손마저 커서, 출연진을 비롯한 제작진 몇몇도 같이 커다란 상에 둘러앉았다.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로운이 깜짝 놀랐다.
“헉.”
“왜 그래?”
“너무… 맛있어요……!”
“아니, 뭐야. 로운 씨도 재밌는 사람이네!”
제작진 쪽에서 와르륵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심인데.’
그가 집에서 해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의 레벨이었다.
안 그래도 후광이 비쳐 보였던 김봉근은 이제 희대의 미남으로 보였다.
“그래. 맛있게 먹어.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형이 가능한 거면 다 해 줄게.”
뭐?
이런 맛있는 걸 또 해 준다고?
게다가 말만 하라는 저 믿음직한 모습이라니……!
그래서일까.
“형, 사랑해요…….”
절로 애정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으학학!”
로운의 말을 들은 김봉근이 폭소를 터트렸다.
“아니, 로운이 너 진짜 재밌다! 아니 왜 이런 애를 두고 처음에 걱정했나 모르겠네. 이렇게 재밌는 애인 줄 알았으면 만났을 때부터 맛있는 것부터 먹여 볼걸!”
아니, 왜 웃지?
로운은 진지했다.
“뭐, 이 녀석이 오해를 좀 쉽게 사는 편이기는 하죠. 알고 보면 단순하고 순해 빠진 인간인데.”
이번엔 강차헌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뭐지? 내 편을 다 들어주다니. 이 인간은 또 갑자기 왜 이러는데?’
흘끗 보니 강차헌의 그릇이 거의 다 비어 있었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뭐냐? 그 미심쩍은 눈은? 이로운, 그릇은 왜 가리는데? 와. 이거 진짜 사람을 뭘로 보는 거지?”
“알았어요. 대신 한 스푼만이에요…….”
선심 썼다.
편 들어준 건 고마운 게 맞긴 하니까. 이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로운이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슬쩍 가렸던 그릇을 강차헌 앞으로 밀었다.
“와, 이거 날 진짜 어떻게 보길래… 하. 어처구니가 없네. 한 스푼이라고?”
“한 스푼.”
“오케이.”
로운은 보았다.
아껴먹던 볶음밥이 반절이 사라지는 마법을.
“……!”
순식간에 반 토막 난 볶음밥을 로운이 허망하게 내려다봤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뇌에서 생각하기를 거부했다.
“으학학학! 와. 너네 진짜 친하구나! 실은 아까부터 느끼긴 했는데, 한 피디님이 왜 둘이 같이 섭외했는지 알 것 같아. 아, 보고만 있어도 웃겨. 지금 눈물 날 것 같아.”
실제로 김봉근은 웃다 말고 거의 우는 수준으로 통곡 중이었다.
빵 터진 건 김봉근뿐만이 아니었다.
제작진을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크건 작건 웃음을 띠고 있었던 것.
“아이고 이러다 애 울겠네.”
제일 실컷 웃던 김봉근이 커다란 웍을 가지고 왔다.
“더 있으니까 충격받지 말고. 얼마든지 더 먹어도 되니까. 알았지?”
“…형.”
“으학학! 로운이 너 진짜 귀엽다!”
수북히 쌓아주는 볶음밥을 보며 로운이 눈을 빛내자 김봉근이 다시금 폭소를 터트렸다.
“로운 씨, 그렇게 맛있어요? 나도 한 입 줄래요?”
한 피디가 흐흐 웃으며 로운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기 웍에 더 있대요.”
“아, 아쉽다. 나도 한 입만 먹으면 됐는데.”
다행히 이후에는 로운의 볶음밥을 탐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히려 식사가 끝난 이후에는 이것도 맛있다며 은근하게 과자며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를 건네주고는 했던 것.
‘…생각보다 나쁜 사람들은 아닌가 봐.’
비록 갑자기 납치를 당한데다가 가게를 운영하라는 미친 미션까지 내려줬다지만.
이렇게 먹을 것도 주고 하는 걸 보면 나쁜 사람들은 아닌 듯했다.
‘그래. 프로그램 성격이 그런 거지,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납치의 주범인 한 피디조차도 사람이 퍽 괜찮았다.
로운에게만 ‘혼자 드세요’ 하며 젤리 봉지를 쥐어 주었으니까.
혼자만 먹으라면서 그 장면을 굳이 카메라로 찍는 게 좀 의아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그렇게 첫날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 * *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로운은 부스스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났는데 옆자리가 빈 것을 보니 강차헌이 먼저 일어난 모양이었다.
“…어?”
그러다가 방 한쪽 구석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카메라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반사적으로 인사하다가 아차 했다.
막 일어난 탓인지 머리가 멍했다.
곳곳에 카메라가 있을 거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한 피디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맞다, 인사하면 안 됐던 거죠?”
도리도리.
카메라가 좌우로 슬그머니 움직였다.
“아. 괜찮아요?”
끄덕끄덕.
“그럼… 좋은 아침입니다.”
끄덕끄덕.
이번에도 카메라가 인사를 해 주는 것처럼 아래위로 움직였다.
로운은 머쓱하게 한번 웃고는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24시간 밀착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하더니만…….’
깨어나는 것부터 찍을 줄은 몰랐다.
물론 24시간 개인 카메라가 따라붙을 거라는 사실도 여기 와서 들은 것이기는 했다.
‘일단 세수부터 해야겠네.’
한가지 다행인 사실은 이 몸은 아침에도 붓기 따위는 없는 체질이라는 것이었다.
거울을 보니 머리가 좀 부스스할 뿐, 박제당해 굴욕짤이라고 돌아다닐 만큼의 상태는 아니었다.
내친김에 머리까지 감고 수건을 둘렀다.
문을 열고 나오던 로운이 멈칫했다.
로운 담당 카메라 감독 옆에 스케치북을 든 작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운 씨의 아침 루틴을 소개해 주세요.]“제 루틴을요?”
작가가 황급히 고개를 젓는 것을 보니 대답은 하면 안 되는 듯했다.
‘아. 셀프캠 같은 건가?’
찍어 주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그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로운이 캐리어를 뒤적이자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 내부를 찍었다.
“제 파우치입니다. 안에는… 별거 없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토너를 꺼내 얼굴에 챱챱 바르는 것이었다.
그다음은 로션이었다.
잘 트는 입술을 위해 립밤까지 바르고 나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끝이에요??]“아. 얼마 전까지는 크림도 발랐는데요, 요즘엔 안 바르고 있어요.”
로운은 성심성의껏 열심히 대답했다.
‘…이게 아닌가?’
리얼리티 예능을 해 본 적이 있어야 알지.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도 했는데 어째서인지 카메라 감독과 작가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로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슬쩍 일어섰다.
“저… 아래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공손하게 카메라에 인사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가자 강차헌과 김봉근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 로운아. 벌써 일어났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형. 저 너무 늦게 나왔어요?”
“아냐. 우리 촬영 시작 어차피 10시부터인데. 지금은 7시도 안 됐잖아. 늦기는 뭐가 늦어. 한참 일찍 나왔구만. 그러지 말고 가서 더 자고 와.”
“저 다 깼어요. 근데 형, 아침부터 뭐 하시는 거예요?”
커다랗고 넓은 조리대에 뭐가 가득 올려져 있다.
로운이 묻자 김봉근이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뭔가 좀 더 특색을 두는 게 어떨까 싶어서 고민 중이었어.”
“특색이요?”
“응. 어제 로운이 네가 잘 먹는 거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더라고.”
어제라면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플레이팅에 로운이 컬쳐쇼크를 받았던 그때다.
“그 왜, 추억 보정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서 그 추억의 음식에 약간의 보정을 좀 더해 보려고. 그러니까 스타일링을 좀 더 하는 거지.”
그들이 정한 메뉴는 이렇다.
에피타이저로는 차갑게 식힌 콩물에 순두부를 곁들인 스프와 지방 특산품인 감자를 주 재료로 한 바삭한 전을.
메인 메뉴로는 멸치 육수로 푹 우려낸 잔치국수와 다섯 가지 나물로 만든 비빔밥.
거기에 디저트로는 추억의 붕어빵을 더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메인 셰프가 한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딱 적당한 가짓수였다.
‘전부 이 지역 특산물과 농작물을 적절히 이용하기도 했고.’
거기에 테마까지 확실하니 이 이상 가는 메뉴는 없는 셈.
“다 좋은데 솔직히 조금 아쉬웠거든? 사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메뉴기는 하잖아.”
이 지역 산지직송의 신선하고 맛이 풍부한 재료들을 사용한다지만.
메뉴 자체는 사실 평범하기는 했다.
“그게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 기왕이면 좀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딱 어제 로운이 네가 기억나는 거야!”
“…그건 잊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예쁜 음식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아서 그런가.
너무 흥분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왜. 덕분에 뭐가 허전했는지 알게 됐는데. 있어 봐. 지금 하나 해 줄 테니까. 차헌아, 여기 지단 하나만 해 줘.”
“예.”
김봉근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을 켜고 물을 올려 팔팔 끓이는 한편.
밥통을 열고 큰 놋쇠그릇에 밥을 펐다.
차르륵!
물이 보글보글 끓자 김봉근이 냄비 안으로 소면을 집어넣었다.
한차례 다시 끓어오르기를 기다리는 사이, 냉장고에서 가게에서 쓸 법한 스테인리스 밧드를 꺼냈다.
“형 안 주무셨어요?”
대체 이걸 언제 다 준비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 장은 어제 저녁에나 보지 않았던가?
“잠이 안 와서 일찍 일어난 김에 무쳐 봤어.”
김봉근이 머쓱하게 웃으며 나물을 조금씩 덜었다.
그 뒤 중앙부터 방사형으로 나물을 곧게 펴 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톡!
샛노란 날계란이 중앙에 쏙 안착했다.
그러자 마치 알록달록한 색상의 해가 놋쇠그릇 안에 떠오른 듯한 모양이 완성되었다.
“우와아…….”
로운이 감탄하는 사이, 김봉근은 막 거품이 끓어 넘치려는 냄비에 찬물을 조금 부었다.
가라앉은 표면이 다시 맹렬히 끓어오르자 그제야 체망으로 내용물을 쏟았다.
촤아아!
찬물을 틀어 면을 식힌 뒤 탁탁 털어 물기를 빼낸다.
젓가락을 이용해 돌돌돌돌 예쁘게 모양을 말아 그릇에 담은 후.
밤새 푹 우려낸 멸치 육수를 조심스레 부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헌아, 다 됐어?”
“네. 여기요.”
“이번에는 매끄럽게 잘됐네. 갈수록 솜씨가 좋아진다.”
잔치국수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고명이다.
샛노랗게 부쳐진 지단을 잘 썰어서 위에 쫑쫑 얹기만 하면 끝난다.
그런데 김봉근은 지단을 다른 방식으로 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직사각형을 가로로 자르고 그 반절이 중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기 시작한 것.
‘뭐 하려고 그러는 거지?’
칼집을 넣은 지단을 반으로 접은 뒤 돌돌 말았다.
그러자 활짝 핀 노란 꽃송이가 완성되었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스파게티 면을 꽂아 고정시킨 후 예쁘게 모양 잡힌 면 위에 살포시 얹어 주었다.
연한 금빛 육수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노란 꽃이 시선을 빼앗는다.
순식간에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을 요리가 뚝딱 완성되었다.
“어때?”
“형… 제가 형 진짜 천재라고 말했나요?”
로운이 감탄으로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