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2)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2화(72/110)
72
“진짜 내가 로운이한테만 천재라는 말 백번은 듣는 것 같은데? 아학학! 아무튼 그거 괜찮다는 뜻이지?”
“완전요. 진짜 너무 대단해요.”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소박하기 짝이 없는 음식이 단박에 화려하게 변했다.
“다행이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잖아. 여기까지 와 주신 분들께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기도 하고.”
김봉근의 섬세한 마음씀씀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근데, 형. 그럼 형이 너무 힘든 건 아니에요?”
“손이 좀 가기는 하는데 반복 작업이기도 하고. 미리 준비해 두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도 않아. 게다가 우리 메뉴 자체가 빠르게 준비 가능한 편이라서 괜찮을 거야.”
너네들도 미리 도와야 한다며 김봉근이 덧붙였다.
“아, 칼은 차헌이만 잡는 걸로. 로운이 넌 칼 접근 금지. 그럼 지단 부치는 걸 로운이가 하면 되겠다. 차헌이가 잘 가르쳐 줘.”
“맡겨만 주시죠.”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니 어째 앞이 캄캄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좀 멋을 더해서 내보려고 해. 어떤 식으로 낼지 플레이팅은 좀 더 고민해 보려고.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한 게 있는데, 우리 어린이용 메뉴 하나 더 넣어 보면 어때?”
“가족끼리 오는 분도 계실 거니까 괜찮을 것 같기는 해요. 뭐로 넣으시게요?”
“볶음밥. 어제 로운이 네 반응 보면 애들 반응도 최고일 것 같거든.”
대체 어제의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로운은 잠시 자괴감에 빠졌다.
‘그, 그래도 좋은 영향을 끼친 거니까… 괜찮은 거겠지!’
대체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 이렇게 우리 마음대로 해도 돼요?”
“안 될 게 뭐가 있어. 아, 로운이 너 예능은 처음이랬던가? 아. 아까 그래서 혼자 내려왔구나?”
“네?”
“안 그래도 아까 차헌이도 혼자서 내려오더라고. 아. 진짜. 너네 둘 다 예능 처음이랬지? 아. 안 그래도 감독님들이 왜 그렇게 울상이신가 했더니만! 둘이 친구라더니 그런 것도 닮았네, 닮았어.”
“…….”
“…….”
닮았다니.
로운의 떨떠름한 시선과 강차헌의 언짢은 시선이 잠시간 마주쳤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대본도 없으니까 신경 써야 될 것도 없고.”
“그… 진짜 대본 안 주실까요?”
“어제 공식적으로 대본 없다고 했으니 진짜 없을걸? 요즘 그게 또 트렌드이기도 하고. 대본 있는 예능이 없는 건 아닌데, 일단 우리는 없다고 봐야지. 있어도 큰 틀만 잡혀 있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는 식일걸?”
그건 너무 대책 없는 거 아닌가?
처음 들을 때는 ‘아, 리얼리티라서 없는 척하는 건가 보다’ 했는데.
‘진짜로 없을 줄이야.’
간간이 작가나 피디가 개입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러다가 재미없으면 어떡해요?”
“에이. 뭘 그런 걱정을 해. 내가 보기엔 너네 캐릭터성이 너무 뚜렷해서 노잼일 수가 없겠던데.”
“…….”
칭찬이겠지?
“나도 이렇게까지 방목은 처음이기는 한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한 피디님은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내는데 탁월하시기도 하고. 애초에 이런 날것 같은 상황을 원해서 그러는 거니까 우리야 뭐 하는 일만 잘하면 돼.”
하긴.
처음부터 납치로 시작하는 예능에 대본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도 이상했을지도.
“일단 로운이 너도 일어난 김에 다 같이 아침이나 먹자.”
순식간에 국수와 비빔밥 몇 그릇을 뚝딱 만들어 낸다.
제작진까지 불러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다음.
김봉근이 로운을 손짓해 불렀다.
“이거 좀 옆집에 가져다 드리고 올래?”
“이게 뭐예요?”
“어어. 별건 아니고… 떡.”
“네?”
“어제 쌀가루 좋은 걸 팔더라고. 그래서 좀 사 봤어.”
“……?”
떡이라는 게 이렇게 뚝딱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건가?
로운이 얼떨떨하게 강차헌을 바라보자 녀석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다 보니 생긴 동질감이었다.
“지금 딱 따끈따끈하니까 가져다 드리고 와. 우리 때문에 일주일간 소란스러우실 텐데 인사라도 드려야지. 차헌이랑 같이 다녀와.”
슬쩍 보자기를 열어 보니 떡조차 비주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색색으로 곱게 물든 무지개떡이었던 것.
‘알고 보니 봉근 형이 힘을 숨김, 뭐 그런 거 아냐?’
얼떨떨한 얼굴로 집을 나서는 로운과 강차헌 뒤로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 * *
가장 가까운 마을도 걸어서 20분, 차로는 10분이나 걸리는 한적한 교외.
이것도 좋게 말해서 교외지 사실은 두메산골이나 다름없다.
놀랍게도 이런 곳이지만 이웃이 존재했다.
무려 둘씩이나.
“뭐여?”
망가진 벨을 대신에 반쯤 열린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어르신 한 분이 쑥 고개를 내민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 옆집에 잠깐 이사 왔는데, 이거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뭘 또 가지고 와. 이리 들어와 거 앉아 봐.”
어르신은 떡을 받아 가기는커녕 넓은 마당 한가운데 떡하니 놓여 있는 평상으로 로운을 불렀다.
“이게 뭐여?”
“떡이에요. 따뜻할 때 드시라고 가져와 봤어요.”
“나이도 어린 학생이 기특하네. 형이랑 같이 왔나 봐?”
뭔가 크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아니, 아무리 이 몸이 좀 작긴 하지만. 저 인간 동생이라니?’
“아이고, 맛있겠네. 잠깐 있어 봐. 다 늙어서 어린애한테 받기만 하면 안 될 말이지. 있어 봐 봐.”
로운이 뭐라고 정정하기도 전에 집 안으로 쑥 들어간 어르신이 커다란 소쿠리를 들고 나왔다
그 안에 한가득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감자였다.
“우리 집에서 농사 지은 건데, 한번 먹어 봐. 맛이 있을 거여. 거, 연예인들이 먹기는 너무 거시기한가?”
“아뇨, 맛있겠는데요!”
분명 인사하러 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감자를 먹고 있었다.
아침을 먹은 뒤였는데도 포슬포슬하니 맛이 있었다.
심지어 그 도련님 같은 강차헌도 묵묵히 감자 껍질을 벗기며 먹고 있었다.
로운과 강차헌의 담당 피디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뗘? 괜찮여?”
“네. 완전 맛있어요.”
감자라고는 햄버거 세트 할인할 때나 몇 번 먹어 본 게 다였는데.
이렇게나 맛있다니.
‘납치당한 거, 사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지도……?’
아니.
이쯤 되면 오히려 더 좋았다.
이곳에 와서 별별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지 않았던가?
로운이 진심을 담아 답하자 어르신의 표정이 흐뭇하게 변했다.
“우리 밭에 많으니까 좀 가져가.”
“네? 아뇨, 그렇게 폐를 끼칠 수는 없죠.”
“폐는 무슨 폐? 가져가. 저 옆이 죄다 감자밭이여. 어차피 우리는 이제 힘이 들어서 캐지도 못하니까 학생이 캐서 가져가도 돼.”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밭에 뭐가 있나 했더니 감자밭이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내다 파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텃밭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취미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다.
그 정도면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해도 무관할 터.
그런데.
“파는 게 더 손해여.”
어르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들어보니 이야기는 이랬다.
“이게 한때는 감자가 아니라 금자라고 불릴 만큼 값이 비쌌거든.”
작년, 흉작이 들어 감자값이 미친 듯이 치솟았던 때가 있었단다.
“아. 그래서구나. 그때 감튀 수급 안 된다고 아주 난리 났었는데.”
카메라 감독 하나가 기억난다며 슬쩍 끼어들었다.
“그치. 그래서 너도 나도 감자를 심었단 말여? 비싼 값 받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었겠어? 감자 농사는 땅만 있으면 할 만하니까 웬만한 치들은 다 감자 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런데 문제는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 작황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는데 있었다.
평년 정도만 되었어도 이렇게까지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풍년도 이런 풍년이 있을 수가 없었다.
풍년은 좋은 것이었지만 농민에게는 아니었다.
“값이 뚝 떨어져 버렸지 뭐여. 작년의 절반이 뭐여. 십분지 일이나 될까 말까 하다니까.”
가격이 너무 심하게 떨어진 나머지 오히려 수확하는 것이 더 손해였다.
인건비며 물류비며 보관비 등등.
팔면 팔수록 오히려 더 나가는 돈이 많았다.
“어쩔 수 없지. 농사야 뭐 하늘의 뜻에 달린 거니까.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아무튼 그러니까 마음대로 캐 가도 돼.”
그래서인지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와서 가져가도 된다는 말에는 진심이 철철 흘러넘쳤다.
“저거 처리하는 것도 다 돈이여, 돈. 나야 가져가 주면 더 고맙지.”
비슷한 일은 그 옆집에서도 일어났다.
“고구마가 아주 가격이 미쳐 버려 가지고. 말도 마. 아휴. 그래도 맛은 보장하니까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가든가.”
그리고 그들이 떡 돌리기 미션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혹시 밭에 일하러 갔다 왔어?”
떡을 들려 보냈던 김봉근이 얼떨떨하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운도 모자라 강차헌과 카메라 감독들까지 한가득 감자며 고구마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구황작물 파티가 열린 것은 덤이었다.
* * *
납치 후 셋째 날이 밝았다.
앞으로 이틀 후면 본격적인 손님 맞이가 시작될 터.
첫날인 그제는 메뉴와 장을 보았다면.
둘째 날인 어제는 상세 디테일을 확정 짓고 새로운 아이템인 구황 작물을 추가 득템했다.
그리고 셋째 날인 오늘은 본격적인 연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이디어랑 실제로 만드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
제작진과 스태프들에게 시식하게 한 다음 뭐가 부족한지 설문을 받기도 했다.
“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기껏 여기까지 멀리 오셨는데 맛없으면 화나잖아.”
생각보다 더 열정이 넘치는 김봉근이었다.
열정이 넘치는 이들은 또 있었다.
“와… 이걸 진짜로 공수해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바로 한 피디였다.
그는 납치 당일인 첫날과 둘째날부터 무엇을 예감했는지 벌써부터 몹시 설레는 얼굴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눈앞에 있는 붕어빵 틀이었다.
“후훗. 제가 뭐라 했습니까. 공수해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가정용도 아니고 노점에서 파는 기계를 가지고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힐링 프로그램이라 하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로운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로운은 몇 시간째 불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동작을 계속 되풀이하면 잡념을 잊기에는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하던데…….”
“그러기엔 팔이 너무 아픈데요?”
혹사된 팔 근육이 아까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도 좀 참아 봐. 쟤보다는 낫잖아.”
로운은 옆으로 눈을 돌려 ‘쟤’를 보았다.
거기엔 강차헌이 벌써 몇십 번인지 모를 붕어빵, 아니, 붕어빵으로 보이는 것의 흔적을 치우는 중이었다.
“그 강차헌이 못하는 게 있을 줄이야.”
김봉근이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강차헌은 꿋꿋하게 이전 반죽의 농도를 기록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 중이었다.
‘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던 와중에 갑자기 걸린 급브레이크.
그 시발점은 다름 아닌 오전에 있던 한 피디의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