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3)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3화(73/110)
73
-저희 프로그램, 공산품은 금지입니다.
붕어빵틀을 건네며 짓던 의미심장한 미소.
재료는 살 수 있지만 완제품은 금지라는 희한한 룰을 적용한 한 피디 때문이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만했다.
-어디까지나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를 잊으셔서는 안 되죠.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일환이라고도 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음식 재료들만 하더라도 어지간하면 이 지역의 특산품이나 이 지역에서 생산한 것들 위주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었다.
‘그러니까 틀린 말은 아냐. 틀린 말은 아닌데…….’
그게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거기에 한 피디는 한술 더 떴다.
-기왕이면 강차헌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주시는 것이 찾아주시는 분들께 더 의미가 깊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또 그럴듯했다.
그게 반죽부터 팥소까지 직접 만들라는 소리일 줄은 몰랐지만.
‘아~ 한 피디가 또 출연진이 쉽게 가는 걸 못 봐서 저러는구만!’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또 좀 귀찮지만 재미있는 장면을 뽑으려고 저러는구나.
다들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바뀐 것은 강차헌이 김봉근의 코치 아래 반죽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처음 실패했을 때는 뭐 그럴 만도 하지, 싶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계속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팥이 끓는 데 오래 걸릴 테니 가볍게 반죽부터 해서 시험 삼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거기서부터 제대로 망해 버렸다.
그렇다고 끓이던 팥을 놔둘 수는 없어서 얼떨결에 로운이 맡아 버리게 되었다.
“그, 차헌 씨?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지금 강차헌 씨 팬분들께 저희가 엄청나게 욕을 먹을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는데요.”
결국 먼저 두 손을 든 것은 한 피디였다.
“이번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강차헌이었다.
“아뇨. 그럴 수는 없죠. 오시는 분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여 맛있는 붕어빵을 대접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답변을 들으며 로운과 김봉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이틀.
갈 길이 구만리였다.
* * *
“내일이면 개업이네. 으으. 긴장된다.”
어느덧 시간이 성큼 흘러 개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당장 내일부터 며칠간 갈고 닦은 이 공간으로 손님이 오게 될 예정이었다.
“많이 떨려요, 형?”
“로운이 너는 긴장 안 돼?”
“저는 손님이 오실까부터가 좀 걱정이에요.”
“…아.”
그제 있었던 붕어빵 소동을 제외한다면 준비는 여전히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웠다.
게다가 강차헌은 특유의 집념을 보이며 결국 어제 늦은 밤.
완벽한 붕어빵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후 몇 번 더 만들어 보더니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완벽히 익숙해졌다.
최상의 반죽을 만들어 내기 위한 수십 번의 필기와 계량.
초시계를 이용한 불 조절과 굽기 카운트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던 것.
‘나라면 대충 제작진이랑 타협했을지도 모르는데. 역시 괜히 탑스타가 아니라는 건가.’
괜히 사람을 툭툭 건드리는 괴짜라고 생각했는데.
강차헌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안 그런 척하면서도 뿌듯했는지 계속 붕어빵을 만들어 낸 덕에 어제 아침에는 붕어빵 파티도 열렸다.
안면을 튼 양 옆집에도 나눠 드렸다가 감자와 고구마를 잔뜩 얻어 오게 된 것은 덤이었다.
“그치. 여기가 좀 많이 외지긴 해. 근데 또 한 피디님이 없는 말을 하시는 분은 아니어서 손님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아. …오시다가 이거 아니다 싶어서 돌아가지만 않으시면.”
덧붙이는 말이 어째 불안하다.
마침 저 멀리 한 피디가 보였다.
“피디님. 감자 좀 드시고 하세요!”
“오, 이게 웬 거예요?”
겉면이 뽀얗고 포슬포슬한 감자를 본 한 피디가 물었다.
“옆집에서 나눠 주셔서요. 간식으로 만들어 봤어요.”
“일단 한번 드셔 보시죠. 아주 까암짝 놀랄 겁니다.”
로운이 권하자 옆에서 김봉근이 거들었다.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감자를 조심히 베어 문 한 피디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때요, 맛있죠? 이거 우리 로운이 솜씨예요.”
“맛있어요. 아니, 감자 맞아요? 무슨 고오급 그라탕 먹는 것 같은데요? 단짠단짠 황금 비율 미쳤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
모 과자의 CM송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너네가 그래서 요 며칠 살이 아주 피둥피둥 오른 거구만. 너네만 이렇게 맛있는 걸 먹어서!”
한 피디가 로운과 김봉근의 담당 카메라 감독을 보며 배신자라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정식으로 메뉴에 넣으면 안 돼요? 잘 팔릴 것 같은데.”
“에이. 제가 봉근이 형처럼 솜씨가 좋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래요.”
“아니, 왜요. 휴게소 감자도 사 먹는 마당에 이 정도 퀄리티면 일부러라도 돈 주고 사 먹겠다.”
“다른 맛있는 것도 많은데 감자로 배 채우면 아쉽죠.”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김봉근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피디님. 우리 손님… 오죠? 오기는 오는 거 맞죠?”
“아, 그럼요! 저희가 미리 추첨을 통해 예약을 다 받아 뒀습니다.”
그래. 제작진도 알고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사전에 예약을 받지 않은 이상, 여기까지 올 사람은 1도 없다는 것을.
“손님이 없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지원자가 얼마나 많았는데요? 강차헌 씨도 있겠다, 라이징 스타인 이로운 씨도 있겠다. 사람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죠.”
지원자를 뽑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한 피디가 혀를 내둘렀다.
“괜찮아요. 걱정 하덜덜 마세요. 우리 스태프들이 미리 나가서 안내도 할 예정이니까요. 여러분은 그저 걱정 없이 가게만 잘 운영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가 에피타이저였다면 내일부터가 메인 디쉬인 셈이다.
“지금까지 하신 것처럼만 하시면 별문제 없을 거예요. 워낙들 다 잘하셔 가지고. 사실 피디 입장에서는 문제가 터지는 게 더 재미있기는 하지만요.”
“말이 씨가 될라. 피디님 그런 무서운 소리는 하는 거 아니에요. 알겠어요?”
“에이. 봉근 씨도 진짜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라니까. 내가 지금까지 봤던 촬영 현장 중에 여기가 원탑으로 스무스해요. 오죽하면 분량 때문에 어제는 작가님이랑 고민도 했다니까요? 그나저나 이 감자, 너무 중독성 있는데요? 저 갈 때 조금만 싸가도 돼요?”
한 피디의 말에 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집 어르신이 나눠 준 감자는 거의 포대 자루로 있을 만큼 아직도 한가득 남아 있었으니까.
‘잘되면 좋겠는데.’
첫 예능.
그것도 여러 좋은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왠지 모를 책임감이 어깨 위로 얹어진다.
“오늘은 빨리 마무리하고 쉬죠. 내일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거니까요.”
바로 내일로 성큼 다가온 디데이에 촬영도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영업 날이 밝았다.
* * *
손님이 없을까 걱정한 것이 기우였다는 듯.
입구의 팻말을 오픈으로 돌려놓자마자 손님들이 밀려 들어왔다.
“헉… 사람 많아.”
주방에서 슬그머니 숨어서 지켜보던 김봉근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형. 우리 어제 준비 열심히 잘해 놨잖아요.”
“아. 맞아. 그랬지.”
평소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하고 집순이라는 김봉근이 수많은 손님들을 보고 긴장하려는 것을 로운이 진정시켰다.
미리 사전에 안내받은 것처럼 손님들의 태도는 점잖았다.
강차헌에게 쏟아지는 눈빛은 막을 수 없었지만 그 누구도 사적인 이야기나 사진이나 사인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
자리에 착석한 손님들이 하나둘씩 주문하기 시작했다.
“순두부 콩물 하나, 잔치국수 하나, 비빔밥 하나. 전 하나. 주문 들어왔습니다.”
주방과 이어진 창구로 강차헌이 주문을 전달했다.
종이를 받아든 로운이 칠판 위에 주문서를 붙이며 김봉근에게 내역을 알렸다.
“순두부는 제가 내갈게요. 형은 잔치국수랑 비빔밥 해 주세요.”
“오케이.”
그 뒤로도 주문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잔치국수랑 비빔밥이 모두 몇 개지?”
“각각 8개씩이에요. 전은 10장이에요.”
“오케이. 확인 완료.”
홀의 테이블은 모두 8개.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수도 아니었다.
첫 장사인 그들을 고려해 제작진이 자리를 널찍널찍하게 빼서 고려한 숫자였다.
“오케이. 로운이 너는 순두부만 먼저 내줘.”
“네.”
긴장한 것치고는 아주 준수한 출발이었다.
기합도 들어가 있겠다, 준비도 철저히 했겠다.
밑 재료나 플레이팅에 쓸 재료도 미리 다 준비해 놓은 덕이 컸다.
물론 실전은 처음인지라 연습 때처럼 원활하지만은 않았다.
여러 가지 실수가 있기도 했다.
가령.
“지단, 지단 내가 어디다 뒀지?”
재료가 있는 곳을 까먹기도 했고.
“으악. 이게 지금 깨지면 어떡해!”
기껏 만들든 비빔밥 위에 얹을 계란 노른자를 실수로 터트리기도 했다.
“거기 두 번째 통이요.”
“괜찮아요. 제가 밥 다시 펐으니까 나물만 담고 계세요. 노른자는 분리해서 드릴게요.”
이런저런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나름대로 준수한 진행이었다.
무엇보다 홀 서빙을 담당한 강차헌에 대한 손님들의 호감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자잘한 실수라던가 조금씩 늦는 정도는 눈에 띄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1부 타임의 마지막 손님이 식사를 끝마쳤을 때.
“1부 타임 마감하겠습니다!”
스태프가 기다리던 알림을 외쳤다.
* * *
“으허어… 드디어 끝났다.”
가장 먼저 늘어진 것은 주방을 맡았던 김봉근이었다.
“어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실수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지만.
그래도 처음 한 장사치고는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차헌이 네 쪽은 어때? 붕어빵 주문하는 분들이 꽤 있던 것 같던데.”
“생각보다도 붕어빵 주문이 더 많이 들어와요. 아무래도 반죽을 더 만들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테이블 인원수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씩 추가로 주문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던 것이다.
수익면에서는 환영할 일이었지만 강차헌에게는 아니었다.
주문을 받으랴, 계산하랴. 붕어빵 만들랴.
바쁘기 짝이 없던 것.
게다가 붕어빵 굽기에 진심인 강차헌인지라 구워지는 동안은 멀티가 잘 안 된다는 맹점도 있었다.
“이로운. 너 하는 거 없으면 나와서 나 좀 도와.”
그 말에 벌떡 일어서서 반응하는 것은 로운이 아닌 김봉근이었다.
“뭐? 아니 무슨 말이야? 주방도 로운이 없으면 안 되거든 차헌이 너 붕어빵 하느라 주방에 못 들어와서 로운이가 보조역할도 하고 있단 말이야!”
아니, 잠깐만.
왜들 이러세요?
갑자기 양손의 꽃, 아니 양손의 일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