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4)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4화(74/110)
74
“아. 사이 좋습니다. 사이 좋아요.”
한 피디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체 어디가?’
서로가 로운에게 일을 시키려는 이 분위기는 대체……?
어쨌거나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첫 출발이 성공적이라는 건 꽤나 고무적이었다.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진 것은 2부 타임이 시작되었을 무렵이었다.
안심은 방심으로 이어진다 했던가.
1부를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다는 자신감이 방심을 불러왔다.
“형, 우리 잔치국수 2개 나와야 하는데요?”
“어?”
막 비빔밥의 마지막 플레이팅을 하던 김봉근이 멈칫했다.
“비빔밥 2개 아니었어? 마지막 주문 비빔밥 2개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어?”
“잠시만요.”
로운이 재빨리 주문서를 확인했다.
‘국수랑 밥 1개씩, 국수 2개, 국수 1개 밥 1…….’
로운이 체크한 수량이 맞았다.
“형. 밥은 이미 다 나갔고 국수 2개 나와야 해요.”
“헐, 아니 왜 비빔밥으로 착각했지?”
김봉근 표정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일단 형. 괜찮으니까 우선 국수 2개부터 준비해요. 국수는 빨리 준비되니까 문제없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어, 어어. 알았어. 그럴게!”
넋을 놓은 것 같던 김봉근의 얼굴에 표정이 돌아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로운이 미리 알아채서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잘못된 메뉴가 서빙되는 큰 실수가 일어날 뻔했다
‘내가 잘 챙겨야겠어.’
하지만 로운도 마냥 한가한 것은 아니었다.
손님들이 식사가 끝나자 설거지가 밀려들기 시작한 것.
이걸 빨리 끝내줘야 다음 주문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로운이 설거지를 끝내는 사이.
“형. 이거 주문 잘못 나왔다는데요?”
강차헌이 나갔던 주문을 들고 다시 창구로 돌아온 상태였다.
“어? 뭐가? 7번 테이블 주문 아니었어?”
“네. 7번 맞는데 감자전은 안 시켰고 국수랑 비빔밥 각각 2개씩 시켰다는데요.”
“뭐?”
김봉근이 아연한 얼굴로 날듯이 달려가 주문서를 확인했다.
“아니, 진짜 그러네? 미치겠다. 아. 그러고 보니 이거 아까 로운이가 추가 주문 들어온 거라고 알려 줬던 그거잖아? 하, 미치겠네. 그걸 고새 헷갈렸나 봐. 어쩌지?”
“우선 감자전은 서비스로 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그래. 일단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국수는 얼른 만들 수 있으니까……!”
잔치국수는 몹시 간단한 음식이 맞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무 실수 없이 면을 잘 삶았을 때의 이야기다.
“어? 어어?”
정신없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면발을 넣은 냄비가 그대로 끓어 넘쳤던 것.
“형!”
얼마나 정신이 없던지 김봉근은 맨손으로 냄비를 잡으려고까지 했다.
손잡이도 아니고 냄비를 그냥 잡으면 끔찍한 참사다.
프로그램이 엎어질 수도 있는 상황.
가까스로 병원행 참사를 막은 것은 로운이었다.
“아니, 로운아… 면이……!”
“형. 진정해요.”
넘친 물과 함께 형편없이 흐트러진 면발들.
그것을 보는 김봉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더 심한 것은 따로 있었다.
물이 넘쳐서 그런지 화구가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면… 면 어떡하지……?”
적당한 쫄깃함을 가진 면발을 삶는 시간은 대략 5분 정도.
물을 먼저 끓인 후 면을 넣고, 한차례 찬물로 식힌 후 다시 끓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다.
내부적으로 한 테이블당 메뉴를 준비하는데 배정한 시간은 10분에서 15분.
‘그런데 벌써 20분이 넘어가고 있어.’
메뉴가 헷갈린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 크리티컬이었다.
아까 전 그랬던 것처럼 로운이 중간에 체크를 한번 했다면 바로잡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을 터.
“이로운. 7번 테이블 아직 멀었어?”
주방으로 들어온 강차헌이 물었다.
“서비스 감자전 벌써 얼추 다 드셔 가는데.”
“시간 좀 끌어줘요.”
주방의 참사를 본 강차헌이 혀를 차며 돌아나갔다.
“봉근이 형, 괜찮아요. 강차헌이 알아서 커버해 줄 테니까 일단 침착해요.”
로운이 김봉근을 달랬다.
그의 멘탈이 무너지면 주방도 무너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봉근 형, 추가 주문 가능해요?”
“으, 응?”
“볶음밥 주문 들어왔어요. 꼬마 손님 있어서.”
“아, 잠. 잠시만!”
김봉근이 허둥거리며 밥솥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다가 밥통을 열더니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형, 왜 그래요?”
“그… 내가 밥 취사를 안 눌렀나 봐.”
“네?”
황급히 확인해 보자 정말로 생쌀만이 있었다.
“일단, 일단 밥이 되는 동안 다른 메뉴부터 해야겠다…….”
취사 버튼을 누르는 김봉근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깥에서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거 진짜 큰일난 거 맞네.’
김봉근의 멘탈이 실시간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자잘한 실수가 스노우볼이 되어 버린 상황.
이렇게 된 데에는 2부 들어서 계속된 변칙적인 주문이 있었다.
한 명이 여러 메뉴를 시키는 때도 있었으며.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것을 보고 추가 주문을 하는 때도 있었다.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상황.
로운이 중간중간 리마인드를 해 주긴 했다지만 혼자 요리를 도맡아 하는 김봉근이 과부하를 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대로는 곤란해.’
로운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문제를 수습할 만한 시간이다.
특히 김봉근은 한번 실수를 하더니 연속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김봉근의 멘탈을 단단히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앞으로 남은 이틀도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
“으아아… 미치겠네. 이걸 어쩌지!”
현실은 연습대로 되지 않는 법.
김봉근은 며칠 전과는 너무 다른 상황에 멘탈이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로운은 달리 생각했다.
‘차라리 지금 예방주사를 맞은 게 다행일 수도 있어.’
무려 어제까지 김봉근은 메뉴가 너무 평이하지 않은가 고민까지 했던 것.
날마다 추가 스페셜 메뉴를 넣어 보면 어떻겠냐며 야심차게 매일마다 추가 메뉴를 껴 넣을 계획까지 했었던 그다.
만약 그런 추가변수가 있던 날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우. 생각하기 더 끔찍하네.’
아무튼 따지고 보면 지금이 최고의 적기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할 수 있는 법.
마침 메인 식사를 끝낸 테이블에서 후식을 주문하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제법 많았다는 것.
‘디저트다 보니까 저기도 너무 한순간에 밀린단 말이지.’
로운은 확신했다.
이 답이 없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 * *
“감자? 감자는 갑자기 왜?”
바스라지는 멘탈을 간신히 부여잡은 채 소면을 삶던 김봉근이 물었다.
옆에는 감자전 반죽이 놓여 있었는데, 붕어빵을 만드느라 주문을 받지 못하는 강차헌을 보다 못한 스태프가 슬쩍 전해주고 간 추가 주문이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요. 여기 있는 튀김기 써도 돼요?”
제작진이 준비는 해 뒀지만 메뉴 관계상 사용할 일이 없던 튀김기를 가동시켰다.
곧장 기름을 붓고 가열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기름이 끓는 시간을 이용해 옆집에서 나눠 준 감자를 까기 시작했다.
뽀얗게 쌓인 감자를 필러로 얇게 저며냈다.
저며진 감자 슬라이스들을 키친타월 위에서 물기를 빼며 또 한 가지 중요한 재료를 찾았다.
“소금. 소금.”
정갈히 정리되어 있던 조리대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다.
마치 멘탈이 바스라진 김봉근의 정신상태 같았다.
삐익!
설정한 온도에 도달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로운은 곧장 튀김기 체망에 슬라이스한 감자를 넣었다.
챠그르르르!
기름이 튀는 황홀한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로운아 지금 그거 뭐야?”
“손님들한테 나갈 서비스요.”
“서비스?”
“네. 지금 우리 실수 때문에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분이 상하게 되면 결국 여기서의 기분이 최악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아, 아아! 그렇구나!”
“가능하면 기다리는 동안에 간식거리 겸 특산품도 소개하면 좋을 거 같아서 준비해 봤어요. 어차피 이렇게 얇은 감자튀김은 금방 준비되니까요.”
“와… 로운이 너…….”
김봉근이 입을 떡 벌린 채로 로운을 바라보았다.
주방의 총책임자인 자신은 메뉴 실수 몇 번에 멘탈이 와장창되었는데.
가장 순하고 여리게만 봤던 막내가 이 대환장 파티에서 가장 단단한 멘탈을 유지하고 있다.
김봉근이 감탄하는 사이.
탁탁!
로운은 바삭하게 튀겨진 감자튀김을 건져냈다.
힘주어 기름을 털고 키친타올에 올려 남은 기름기까지 깔끔하게 제거했다.
그리고 그 위에 난장판인 조리대를 뒤져 찾아낸 소금을 골고루 뿌려 주며 뒤섞었다.
‘3분 30초.’
감자를 얇게 저미듯 잘라 튀긴 것이 통했다.
적당한 크기의 바구니를 찾아 기름종이를 깔았다.
소금을 입은 감자튀김이 곱게 바구니 안으로 담겼다.
이제 이대로만 나가면 된다.
그런데.
‘…잠깐만. 나갈 사람이 없잖아?’
김봉근은 잔치국수를 수습하겠다고 정신이 없었고.
밖에서는 강차헌이 붕어빵을 찍어 내느라 숨 쉴 틈 없이 바빠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단 하나.
바로 로운 자신뿐이다.
‘…그래도 되나?’
로운도 이 프로그램을 들어오기 전의 반응을 알았다.
강차헌에게 묻어서 무려 한 피디의 예능에 출연한다는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을 말이다.
‘여기엔 거의 강차헌의 팬분들 위주로 오셨을 텐데… 그분들에겐 내 존재가 거슬릴 텐데.’
한 피디는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뽑았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신청을 하는 사람들부터가 강차헌의 팬들 위주일 터.
그들에게 있어서 로운은 밉상 그 자체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안 돼.’
지금 중요한 건 상황의 수습이다.
면전에서 쏟아질 적대감이 걱정된다고 머뭇거리는 것은 어리광일 뿐이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것이 그나마 살아남는 법일 터.
“후우…….”
로운은 긴장된 숨을 내쉬며 감자튀김 바구니들을 담은 트레이를 끌고 주방을 나섰다.
다행히 느껴지는 것은 호의적인 시선들이었다.
오랜 기다림에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아직 불만으로 발전하기 직전의 그런 기색들이 느껴졌다.
몇몇 테이블은 로운이 끄는 트레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호기심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은 로운이 바스켓을 테이블 위에 올렸을 때 최고조를 이뤘다.
“와. 이게 뭐예요?”
“지역 특산물인 홍감자로 만든 수제 감자칩입니다.”
“근데 저희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
“주방에 혼선이 있어 사과드리는 의미의 서비스입니다. 맛있게 드셔 주세요.”
로운은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귀로를 촬영하며 표정 연구를 위해 거울을 보며 연습하던 가락이 빛을 발했다.
순박하고 무해한 미소를 짓자, 상대에게 남아 있던 일말의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두말할 것 없는 완벽한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