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5화(75/110)
75
이 세상에 맛있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도 먹을 것이 중요한 한국사람이라면 더욱더.
‘강차헌이 했다면 더 효과가 좋았을 텐데.’
아직 본체의 대중 호감도는 간신히 바닥을 벗어난 수준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마이너스를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업혀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귀로와 CF로 최소한의 자격은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는 했다.
적어도 연기력이 구리다거나 실력이 모자란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로운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인지도 0에 빌빌거리던 이가 갑자기 굵직한 활동을 꿰차고 있다면 더욱더.
‘뭐. 어쩔 수 없지. 이제 바뀌어 가는 중이니 말이야.’
십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식에 후한 한국인의 특성이 손님들에게 너그러움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이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힘내라는 듯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또한 몹시 힘이 되었고 말이다.
그 무엇보다 확실한, 그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주방에 혼선이 있어 사과의 의미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지역 특산물인 홍감자로 만든 수제 감자칩입니다.”
“주문이 늦어지게 된 점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자칩은 얼마든지 더 있으니 편히 말씀해 주시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로운은 잊지 않고 꼼꼼하게 각 테이블을 돌며 사과의 말을 전하며 감자튀김을 돌렸다.
마지막 테이블까지 감자튀김을 전달하고 몸을 돌리자.
“……? 왜요?”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할 김봉근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살기를 쓰고 왔구나.”
“네?”
로운이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봉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자각 없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지.”
“네……?”
“하긴. 알고서 쓸 만큼 네가 뻔뻔하질 못하지. 생긴 건 안 그런데 하는 행동은 여엉…….”
“…형, 좀 괜찮아요?”
아까부터 멘탈이 위태위태하더니만.
정말 안드로메다로 떠나기라도 한 건가?
걱정한 것에 비해 김봉근은 불과 몇 분 전보다 훨씬 괜찮아진 상태였다.
“고럼. 우리 막내가 이 형한테 시간 벌어주려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는데 정신줄 단단히 붙잡아야지.”
“차근차근해요, 형. 시간 좀 벌었으니까 천천히 해도 될 거예요.”
“그래, 그래. 로운이 네가 진짜 큰일 해 줬어. 아니었으면 진짜 오늘 여기서 문 닫았을지도 몰라.”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요? 저야 잠깐 숨 돌릴 시간만 번 건데요.”
그 숨 돌릴 시간이 중요하기는 했다.
엉킨 일처리를 풀 수 있는 타이밍이 필요하기는 했으니까.
괜찮지 않은 상황을 괜찮게 만든 것이 로운이었다.
그 점을 김봉근은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아무튼 형도 이제 정신 차렸으니 걱정 마. 2분 후면 잔치국수 두 개 완성이고 5분 후에 볶음밥도 완성되니까.”
“네. 아, 참. 저 화구 하나 써도 될까요? 모자라면 나중에 쓸게요.”
“아냐. 아까 안 켜진 거 잠깐 물 먹어서 그런 거였나 봐. 그런데 불은 왜?”
“혹시 모르니 대비를 좀 해 두려고요.”
“대비?”
“찐감자, 괜찮았죠?”
“완전 맛있었지. 단짠단짠 균형이 아주 예술이던데.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거 지금 만들어 두려고요.”
로운이 감자를 석석 깎으며 말하자 김봉근이 감을 잡은 듯한 표정을 했다.
“그러니까 형, 또 실수해도 괜찮아요. 시간은 제가 벌게요. 형은 그냥 마음 편하게 요리만 해 주시면 돼요.”
익숙한 일도 당황하면 꼬이기 마련인 법.
애초에 김봉근은 실수가 많은 타입도 아니었다.
그에게 다시 침착해질 여유만 주어진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터.
“로운아…….”
김봉근이 코를 훌쩍였다.
“방금 그거 좀 청혼 같았다…….”
“…네?”
대체 어디가……?
“어휴. 얘가 아주 자각이 없네, 자각이. 사람 들었다 놨다 하는데 아주 천재적이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김봉근이 안정된 것만은 확실했다.
조금씩 미스 나는 일이 있어도 허둥지둥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웍 안에서 포슬포슬 익어 가는 동안 로운은 내친 김에 감자튀김을 더 만들기로 했다.
“어머, 이게 뭐예요?”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감자튀김이네?”
“지역 특산물인 홍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이에요. 드셔 보세요.”
“뭐 이런 걸 다 줘요.”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막 튀김기에서 나와 따끈따끈한 감튀를 이번에는 붕어빵 기계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번에도 반응은 아주 좋았다.
강차헌 팬들이야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으니 예외라지만.
강차헌의 팬이 아닌 일반인 손님들의 표정 변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업보 수치가 줄어든다는 알림이 떴으니까.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손님의 퇴장으로 첫날의 장사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 * *
“으아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감독님. 오늘 방송… 나갈 수 있겠어요?”
종료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김봉근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다 못해 드러누우면서 피디를 향해 물었다.
“당연하죠. 세 분 오늘 완전 대단하셨는데요!”
“하마터면 장사 말아먹을 뻔했으니 피디님은 당연히 즐거우시겠죠.”
묘하게 피폐해진 강차헌이 삐딱하게 중얼거렸다.
“강차헌 씨. 지금 저 노려 보는 거 아니죠?”
“양심이 있다면 지금 그렇게 웃으면 안 되시지 않을까요, 피디님?”
음.
묘하게가 아니라 대놓고 삐딱한 게 맞나 보다.
“크, 크흠. 안 그래도 저희도 상의를 해 봤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장사 둘째 날에 여러분이 쓰러지실 것 같아서 말이죠. 저희가 아무리 악독해도 어디까지나 힐링 예능이지 지옥 훈련 캠프에 온 건 아니니까요!”
“알긴 아는 모양이네…….”
“다 들립니다, 강차헌 씨.”
큼큼.
한 피디가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물론 손님들께서는 한껏 힐링을 하고 가셨습니다. 후기와 별점도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 것도 있다고?”
가지가지한다며 강차헌이 중얼거렸다.
“32테이블, 총 72명의 다녀가신 손님 중 무려 99퍼센트가 별 다섯 개를 남겨 주셨습니다!”
와아아.
제작진 쪽에서 함성이 들렸다.
묘하게 맥아리가 없어서 웃겼다.
“오늘의 mvp를 꼽자면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촬영도 끝났는데 힘들어 죽겠구만 인터뷰 타임 너무하지 않나…….”
강차헌의 조용한 읊조림에 한 피디가 찔끔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한다 싶었겠지.
로운이 아무리 알못이라 할지라도 생초짜 세 명에게 던져 줄 스케일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물론 한 피디는 꿋꿋했다.
“흠흠. 오늘의 mvp를 뽑자면요?”
“저는 로운이를 뽑겠습니다. 로운이가 아니었으면 오늘 주방 안 돌아갔어요.”
“오. 이로운 씨 한 표 나왔습니다. 강차헌 씨는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밀투표권 보장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원하시면 투표소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하… 그럼 더 피곤해질 거 같으니까 그냥 말할래요. 저도 이로운에 한 표 행사하겠습니다.”
“오, 어째서죠?”
“쟤가 없었으면 식당 이미 망했어.”
로운에게 가차 없는 강차헌치고는 몹시 너그럽다 못해 놀라운 평가였다.
‘아까 도와준 게 많이 고마웠나?’
강차헌의 역할은 홀 서빙과 붕어빵 담당.
거기에 홀을 담당한 만큼 계산도 강차헌의 몫이었다.
문제는 붕어빵 생산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홀 쪽에도 과부하가 걸렸다는 것이다.
손님이 계산을 못해 나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로운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뿌렸다.
슬쩍 계산대에 서서 대신 한 것은 덤이었다.
‘어깨 너머로 미리 봐 두기를 잘했지.’
“만장일치로 뽑힌 이로운 씨, 소감이 어떻습니까?”
한 피디가 장난스럽게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내밀었다.
“건의 하나 해도 되나요?”
“네? 지금요?”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홀 안내나 주문은 강차헌 씨가 한다 쳐도 서빙이나 계산은 추가 배치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건 저희도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추첨으로 오신 분들이잖아요. 얼마나 기대하고 오셨겠어요. 꼭 식사하러 오신 것만은 아닐 거 아니에요. 저는 여기 오신 분들이 좋은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재미는 강차헌 씨 얼굴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어 할 테니까 사람을 좀 더 붙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니, 나는 갑자기 또 왜?”
강차헌이 중얼거렸지만 로운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내일이다.
‘오늘이야 어떻게 어떻게 임기응변으로 잘 넘기기는 했다지만……. 어쨌거나 실수가 계속 누적되는 건 안 될 일이지.’
내일을 비롯해 마지막 날까지 무사히 끝내기 위해서는 오늘 같은 일시적인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 저희도 진짜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로운 씨. 저희가 그렇게까지 악마는 아니거든요?”
“네에. 그럼 인원 충원해 주시는 걸로 알게요. 우선 주방에 보조 인력 한 명이랑 계산 담당하시는 분, 서빙하시는 분. 요렇게는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그럼 너무…….”
“너무 저희가 안 힘든 게 많이 문제가 될까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럼 됐네요. 감사해요, 피디님. 저희, 마지막까지 함께 힘내 봐요.”
다행히 한 피디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출연진을 골리며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어 흥미진진한 상황을 뽑아낸다거나 다른 프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한 피디라지만.
로운이 진심으로 힘내 보자며 눈을 빛내는 앞에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훗날 한 피디가 회고하기를.
-거기서 싫다고 하면 인간쓰레기 되는 기분이었다니까?
라며 어쩔 수 없음을 피력했다고.
훗날 ‘한 피디 잡는 이로운’의 구도가 지금 막 그 씨앗을 틔우고 있었다.
“피디님. 진짜 증원해요? 아까는 상의해 봤다고 하고 사람 안 늘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 야.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역적 될 것 같았단 말야.”
어딘가 얼이 빠진 듯한 한 피디가 허망하게 중얼거린다.
그것을 듣지 못한 로운은 오늘 마찬가지로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꾸벅거리며 인사를 마쳤다.
뒤에서 김봉근과 강차헌이 신기한 것을 보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 * *
영업 2일차.
“쾌적하구만.”
긴급하게 투입된 인원이 각 분야에 배치되었다.
그 덕에 영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헬게이트 오픈이나 마찬가지였던 1일차에 비하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다만,
“피디님. 살아 계신 거 맞죠?”
어제와 다르게 한 사람의 상태가 유독 좋지 않았다.
바로 한 피디였다.
“…로운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참 독해…….”
한 피디는 몹시 초췌했는데 바로 로운이 낸 의견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