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6)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6화(76/110)
76
“감자를 정식 메뉴로 하면 어떨까요?”
어젯밤.
잠들기 직전 로운의 머리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엉킨 상황을 푸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감자였다.
‘꼭 서비스여서가 아니라 맛도 좋아서 그런지 반응이 꽤 괜찮았었지.’
얇게 저미듯 깎아 갓 튀겨 낸 감튀를 좋아하는 손님들도 많았지만.
특히 포슬포슬 찐감자의 반응은 더 열렬했다.
단짠단짠의 황금 밸런스는 물론이요, 막 냄비에서 갓 나온 포근포근한 외형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 덕분이었다.
물론 맛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특히 찐 감자를 먹은 손님 중 일부는 지역 특산품이라는 소리를 듣더니 사 가야겠다며 마트에 들르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파는 게 더 손해여.
옆집 어르신의 목소리가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품질도 훌륭한데 이대로 썩히기는 너무 아깝지 않나?’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극찬을 받기까지 한 감자.
심지어 수량도 넉넉했다.
옆집의 드넓은 밭 대부분이 감자였으니까.
‘문제는 수확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데…….’
사람을 부르는 인건비와 풍년이 든 감자의 가격으로 인한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유는 알겠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캐면 되지 않나?’
일어나서 꼭 한 피디님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말리라.
로운은 그렇게 다짐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동이 트자마자 한 피디를 찾아가 이 생각을 알렸다.
“정식 메뉴요? 감자를요?”
“네. 인원도 충원되었으니 어제처럼 문제는 안 생길 거 같아서요. 그러니 아예 오늘은 감자튀김이랑 찐감자를 식전 에피타이저 서비스로 내놓으면 어떨까 해서요.”
“서비스라면 무료로?”
“네. 어제 보니까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주방도 너무 쫓기듯 메뉴 쳐내기보다는 좀 여유를 가지면 좋으니까, 식전에 서비스로 드리는 거죠.”
“오, 그거 좋네요. 안 그래도 여기 특산물로 감자가 유명하긴 하니까요.”
“그쵸?”
“어디 보자… 그럼 직판장 쪽이랑 연결을 좀 해 볼게요.”
한 피디가 특유의 추진력을 보이기 전, 로운이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감자 조달을 옆집에서 하면 어떨까 해서요.”
“아, 맞아. 이 감자들 옆집에서 주셨던 그거였죠? 좋아요. 가 봅시다.”
옆집과 극적 타결이 된 것도 이때였다.
“뭐? 감자가 필요하다고? 그려. 갖다 써.”
나눠 받은 감자로 내놓은 메뉴가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에 흔쾌한 답변이 돌아왔던 것.
“저기, 어르신. 그렇다면 저희가 가격을…….”
그 후 어른들의 이야기가 잠시 오가기도 했다.
한 피디와 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서로가 좋은 거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흐뭇한 표정에 금이 간 것은 어르신이 텃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넓고 광활한 밭을 보여 주었을 때였다.
“…감자가 없네요?”
“없기는 왜 없어. 여기 죄다 널린 게 감자인데.”
“네?”
그때 로운은 생각했다.
‘아. 캠코더 가져올걸.’
항상 얄밉게 낄낄거리며 사람 두;통수를 치는 한 피디의 넋이 나간 모습이라니.
이 귀한 모습을 혼자 보다니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았다.
몇 시간 뒤, 모두가 한 피디의 넋 나간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로운 씨? 이게 뭐죠?”
“호미요. 이게 생각보다 잘 캐지더라고요.”
“아니, 대체 호미를 언제……. 그보다 이 호미를… 왜 저를… 주시죠?”
“저희가 캐야 하니까요? 아, 호미는 어제 자기 전에 생각나서 미리 챙겨 놨어요.”
마무리는 어르신의 허허로운 덕담이었다.
“다 캐 가도 되니까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다 써.”
“네, 감사합니다!”
얼마간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지만.
직접 캐야 하는 만큼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금액이었다.
로운은 어르신께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한 로운이 피디를 돌아보았다.
“그럼 피디님,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요?”
* * *
그들의 노동은 아침이 완전히 밝은 뒤까지 계속되었다.
“피디님……? 여기서 뭐 하세요? 대체 그 호미는 뭐고요?”
“성욱아아아아. 나 좀 살려다오! 나 죽는다, 진짜!”
한 피디는 자신을 찾으러 온 메인 작가를 붙잡고 오열을 했다.
“피디님. 중간에 그렇게 힘 빼시면 더 힘들어요.”
“이로운 씨 좀 말려 봐! 사람이 좀 미친 거 같아!”
“……?”
강제로 끌려 와 노동을 하게 된 한 피디가 울부짖었고, 로운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평온하게 웃으며 한 피디를 끌고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가 갑자기 밭일을 하고 있는 둘을 목격한 메인 작가.
한 명은 화사하게 웃으며 호미질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울부짖으며 절규한다.
“어… 피디님. 잠시만요. 잠깐만.”
“성욱아? 성욱아! 나도 데리고 가야지! 어디 가는데!”
메인 작가가 간 곳이 어디였는지는 곧 밝혀졌다.
다시 돌아온 작가 뒤에 카메라가 우르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꿀잼 컨텐츠를 왜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피디님.”
“이게 재미있어 보여? 이건 신성한 노동이라고! 대체 여기 어디에 재미가 있는데!”
“보는 저는 너무 재밌는데요, 피디님…….”
그 피디에 그 작가였다.
작가는 찍지 말고 돕기나 하라고 성내는 한 피디를 너무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촬영해 댔다.
“우리 로운 씨. 이렇게 자체 컨텐츠도 개꿀잼으로 뽑아주고…. 정말이지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결국 그들은 영업시간인 정오 직전까지 열심히 감자를 캐야만 했다.
로운에게는 아주 만족스럽고, 한 피디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 * *
이 전말을 오픈 한 시간 전에 듣게 된 멤버들이 경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체 어디 갔나 했더니만…….”
강차헌인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찼고.
“…한 피디님을 데려다가 노동까지 시킨 사람은 너뿐일 거다, 로운아.”
김봉근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거 방송 나가면 되게 재밌어할 사람들 많겠다.”
“그럴까요?”
“어어. 지금까지 한 피디님한테 당한 사람이 엄청 많아서 아마 로운이 너한테 당한 거 보면 일단 호감부터 깔고 들어갈걸?”
“그 정도예요?”
“갑자기 우리 납치해서 가게 운영하라는 사람이니 알 만하지 않니?”
로운은 순수하게 감자를 위해 갔던 것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그’ 한 피디가 출연자에게 낚여 육체노동을 한 것부터가 놀랍고 웃기다는 평이 뒤따랐다.
오죽하면 메인 작가가 말리기는커녕 낄낄 웃으며 카메라를 데리고 오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한 피디님은 정말로 싫었으면 안 하셨을 거야. 아마 힘들기는 해도 재미있겠다고 좋아하셨을지도 몰라.”
과연 그 말대로였다.
“…로운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참 독해…….”
다 죽어가며 중얼거리는 한 피디가 껍질을 벗기고 있던 감자를 소중히 내려놓았다.
“이상하게 어제부터 로운 씨한테 말리는 느낌인데 제 착각이겠죠?”
한 피디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다 보니 무려 직접 주방 보조까지 꿰찼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도 그녀에게 강권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직접 캔 아이들을 어떻게 딴 사람에게 맡기라고 할 수가 있어요!
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기는 하지만.
아무튼 에피타이저 서비스로 나가야 하는 만큼 손질해야 하는 감자의 양이 제법 많았다.
로운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더욱더.
그러나 한 피디가 무려 손질 재료 담당으로 자원도 했겠다, 보조 인력도 충원된 덕에 제법 여유가 있었다.
“한 피디님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어르신께서도 좋아하셨고 손님들도 즐거워하셔서 다행이에요. 반응도 좋고요.”
계획했던 일이 모두 다 잘 풀렸다.
너그러워지자 절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자 갑자기 감자를 석석 깎고 있던 한 피디가 눈이 부신 것처럼 한 손을 들어 앞을 막으며 흐어어거렸다.
거의 햇빛을 처음 본 좀비 같은 모양새였다.
그러더니 또.
“흐으어억… 이럴 수가. 나… 이런 햇살캐에 약했던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해 댔다.
감자보고 자식이라고 했던 소리에 뒤이은 두 번째 정체불명이었다.
그렇게 장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마지막 3일차의 날이 밝았다.
“어휴. 이것도 며칠 하니까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네.”
첫날 멘탈이 가루가 되다 못해 파스스 날리던 김봉근은 이제 완전히 베테랑의 면모를 뽐냈다.
주문이 몇 개가 동시에 들어오든, 추가 주문이 몇 개가 들어오든, 중간에 주문을 바꾸는 일이 있든.
첫날의 그 일이 멘탈을 금강석으로 단련해 주었는지 그 어떤 일이든 척척 해냈다.
물론 보조 인력이 붙은 덕분이기도 했다.
“익숙해질 만하니까 벌써 마지막이네. 엄청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구만…….”
이제는 4개 화구 전부 동시 조리를 하면서도 능숙하게 대화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로운이 너도 좀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장사 3일차.
다시 말해 예정된 7일의 촬영이 끝나는 날이 바로 오늘인 셈.
“네? 저요?”
“어어. 로운이 너. 어제도 하루 종일 주방에만 있었잖아.”
“그거야 메뉴도 추가됐고 하니까…….”
물론 로운이 감자만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
산더미처럼 캐 온 감자를 씻고 까는가 하면.
틈틈이 강차헌이 받아 온 주문을 정리하여 김봉근에게 전달하고 체크하는 것 역시 로운의 몫이었으니까.
그 밖에도 동이 나는 재료들을 한발 먼저 체크하여 미리 손질하고 채워 두기까지 했다.
여러모로 바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3일째인 오늘.
‘오늘은 고구마 메뉴까지 추가되기도 했고.’
옆옆집과의 두 번째 극적 타결 끝에 고구마 메뉴가 플러스되었던 것.
스태프들의 만장일치로 또 손수 호미를 들게 된 한 피디가 결사 반대를 외쳤지만 묵살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피디님. 우리 프로그램 취지를 생각하셔야죠.
참고로 어제의 고구마는 전량 매진.
완벽한 완판이었다.
서 있기만 해도 완벽한 강차헌이 미소를 지으며 고구마는 필요 없냐고 묻는데 냉정하게 거절할 만한 사람이 없던 덕이기도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으아아아! 로운 씨, 정말 무서운 사람이잖아? 어디서 보냈어! 나 암살하러 온 거 맞지!
살며시 속삭여 주자 한 피디가 마치 천인공노할 것을 보는 듯이 쳐다보기는 했었다.
그러나 힘든 것은 힘든 것이요. 시청률은 시청률이다.
게다가 사람을 납치해 오면서 자기가 해 댄 말이 있으니 반박하지도 못했다.
덕분에 로운은 스태프들 전원의 찬사를 받으며 한 피디와 함께 고구마를 캐며 보람찬 새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고로.
메뉴가 추가된 탓에 손이 바빠진 터라 로운은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바쁜데 제가 나가긴 어딜 나가요.”
“어딜 나가긴! 홀에 나가야지!”
“네? 홀에요? 혹시 강차헌 씨 바쁘대요?”
그럴 리가 없는데?
홀에도 인력이 투입되어 강차헌 또한 첫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졌다.
계산하는 직원이 생겼으니 강차헌이 하는 역할은 주문 받기와 붕어빵 찍어 내기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는지 주문을 모두 받은 후 바로 붕어빵부터 찍기 시작한데다가 손에 익어서 그런지 그쪽도 문제없이 원활했다.
“도와달라는 말은 없었던 거 같은데……?”
“아니, 도와주러 가라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 진짜로 일만 하러 온 건 아니잖아. 안 그래? 힐링 예능이라구. 힐링.”
“아.”
생각해 보니 이건 예능이었다.
어쩌다 보니 누구보다 진지하게 일하게 되어 버렸지만.
“힐링도 힐링인데, 우리를 보러 온 팬 분들도 계실 거란 말이야. 멀리까지 이렇게 와 주셨는데 얼굴도 못 보고 가면 너무 속상하시지 않겠어? 그러니 로운이 너도 나가서 얼굴도 비추고 그래. 난 그래도 알아서 좀 나갔다 올 줄 알았는데 어제 정말 한 번도 안 나갔다 올 줄은 몰랐지 뭐야. 그러니 오늘은 좀 나갔다 와. 팬분한테 인사도 좀 하고.”
“……?”
팬이 있다고?
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