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7화(77/110)
77
산간오지나 다름없는 두메산골인 이곳.
‘여기까지 굳이 찾아오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강차헌의 팬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 보라.
이 망나니에게 팬이, 그것도 무려 신청서까지 내서 이런 두메산골인 이곳까지 올 만한 팬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
‘실제로 거의 강차헌을 보러 오신 분들이기도 했고.’
한 피디는 랜덤으로 추첨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신청을 한 대부분의 인원이 강차헌의 팬일 것이다.
강차헌의 첫 예능.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좋아하는 배우를 볼 수 있다.
당연히 신청이 밀려들지 않았겠는가?
“팬이요?”
“그래. 팬. 나도 가끔 나갔다 오잖아.”
그렇기는 했다.
둘째 날부터 완전히 제 페이스를 되찾은 김봉근은 중간중간 홀에 나가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맛은 괜찮은지, 어떤지를 묻기도 했고 가끔은 즉석에서 서비스를 더 주기도 했던 것.
‘그게 팬을 만나러 나갔던 거였구나.’
금강석 멘탈이 된 덕분에 여유가 있어서 숨 좀 돌리다 오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우리가 비록 일하라고 끌려오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힐링 예능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되지. 뭐… 우리 힐링은 물 건너가기는 했지만, 손님들이라도 만족하시고 가야 한다는 건 로운이 네가 한 말 아니야?”
그렇기는 했다.
“첫날은 그래도 좀 나가는 것 같더니만. 어제는 어째 한 번도 안 나가더라고. 설마 오늘도 그럴 건 아니지?”
그렇게 말하는 김봉근은 일부러라도 내보낼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갑자기 이 형이 왜 이러시지?
로운은 조금 난감해졌다.
“그치만 형, 저 보러 올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자기비하가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진실에 입각해 추론해 낸 사실이다.
그런데.
“아니, 무슨 소리야. 로운아. 널 보러 오는 사람이 왜 없어?”
갑자기 주방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특히 한쪽에서 ‘흐히히… 히히히…….’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감자와 고구마를 깎던 한 피디도 고개를 돌려 로운을 쳐다보았다.
“형……? 불은 왜 끄세요……? 다음 주문 조리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직 10분 여유 있고 감자 서비스 나가면 15분도 가능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로운아! 이 형 억장 무너진다?”
보러 올 사람이 없는 건 로운인데 왜 김봉근의 억장이 무너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 로운아. 나도 한때 오해를 했던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기는 한데……. 그럴수록 더 보여 줘야 해.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분주하던 주방에 갑자기 진지한 대화장이 열렸다.
물론 로운의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없어서 없다고 했을 뿐인데 왜 없다고 생각하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로운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딱히 상처받거나 하지도 않았다!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지.’
그러고 보면 로운의 운명도 참 기구했다.
‘가리온 때부터 욕먹다가 기껏 빙의한 본체는 알아주는 망나니라니.’
이쯤 되면 욕받이의 별 아래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고로 로운은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 상황이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이렇게 간헐적으로 떠 주는 알림이 그 무엇보다도 직관적으로 로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으니까.
알림이 뜨면 안심이 될 때도 있었다.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 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도 지금은 알잖아. 네가 어떤 사람인지. 오해도 모두 없어졌고. 그런데 로운아.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 오해라는 거, 사실은 오해가 아니라 진실입니다만.
“그러니까 이럴 때일수록, 직접 나서야 해.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거 알아. 겁도 나겠지!”
요리에 능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가 김봉근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형…….”
“그래. 로운아. 네 맘 알아. 정 걱정되면 형이 같이 나가 줄게. 네가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줄 형이 모르고 있었다. 형이라는 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동생한테 도움이나 받으면서 헤헤거리고 있었다니.”
“저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가 꿋꿋하고 성실한 거 다 알아. 그래도 지금은 힘들다고 해도 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옆에서 한 피디까지 끼어들었다.
“그래요, 로운 씨.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진짜 저 괜찮아요. 앞으로 제가 열심히 하면 알아 주실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부족한 만큼 알아 주시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당장 진정해 달라.
로운은 모 영화에 나온 공룡들을 달래는 사육사가 된 기분으로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당연하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크흡!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로운 씨! 아니에요! 이건 사실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로운 씨한테만 살짝 알려 드리겠습니다!”
피디님? 당신 이런 캐릭터 아니셨잖아요……?
“이건 비밀이지만 로운 씨를 찾아오신 손님이 계십니다! 아, 물론 저희가 주작을 한 건 아니고요. 무작위 랜덤 추첨으로 했는데 당당하게 뽑히신 손님이에요. 마침 오늘 1부 두 번째 타임에 오시기로 했습니다.”
“헐, 대박. 로운아. 이건 신이 내린 기회다. 이제 곧 1부 2타임이잖아!”
“네? 아니… 네?”
이상하다.
분명 괜찮다고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두 번째 타임이 시작되는 홀이었다.
* * *
“오늘은 웬일로 나왔냐?”
“아, 봉근 형이 나가 보라고 하셔서요.”
저 강차헌이 웬일이냐고 하는 걸 보니 너무 콕 처박혀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기는 해.’
비록 로운이 상처는 1도 받지 않았고 기대도 딱히 한없이 0에 가까웠다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주방에만 있을 필요는 없었던 건 사실이야.’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왠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는 겁을 먹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곰곰이 되새겨 보니 아마 반응 모니터링을 하게 된 뒤로 알게 모르게 위축이 된 것도 같았다.
‘귀로와 광고 이후 행보가 겹쳐지면서 여기에 또 강차헌을 끼고 그 한 피디의 예능이라니. 얼마나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겠어.’
이 바닥의 소문이란 게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게 문제였다.
‘본체 업보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나약해졌네, 이로운.’
귀로 촬영 초반. 현장에서 쏟아지는 눈초리도 받아냈던 그였다.
그런데 몇 번 달콤한 성공을 거뒀다고 벌써부터 이렇게 느슨해지다니.
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는데 말이다.
업보 감소 수치 알림이 뜨는 것은 좋았지만, 그 수치가 뜨기까지의 찰나가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로운도 알았다.
무언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그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 트라우마도 극복해 내야 할 텐데.’
가리온 때의 트라우마는 옅어질 법도 하건만 아직도 어느 순간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와 로운을 괴롭혔다.
로운은 담담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벌써부터 굳이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어. 일단 부딪쳐 봐야 뭐라도 되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뒤늦게 후회만 하는 건 그 골방이었을 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나중에 봉근 형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다.’
로운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두려움을 섬세하게 읽어 내고 끌어내 준 사람.
알게 모르게 그를 좀먹던 두려움을 대면하게 해 준 것은 바로 김봉근이었다.
“손님 주차장 도착하셨습니다!”
입구에서 스태프가 두 번째 타임 손님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약간의 휴식으로 풀어졌던 음식점 내의 분위기가 다시 바짝 조여든다.
로운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한 피디의 말에 의하면 오래전부터 로운의 팬이었다는 그 사람.
이제는 사라져 없어진 본체를 기억하는 그 팬이 어떤 사람일지, 로운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 *
“어? 여긴가 보다. 다 왔는데?”
띠로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내비게이션이 알림음과 함께 안내를 종료했다.
왕복 1차로에 가까운 구불구불한 도로를 이십여 분을 달리고.
왠지 점점 더 깊은 숲길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어 고민만 백 번쯤 하며 이 길이 맞나 의심하기를 수십 차례.
드디어 마침내 ‘진짜 여기 맞아?’의 ‘여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이건 무슨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뭐 이렇게 찾아오기가 빡세냐.”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제대로 오긴 왔나 본데? 차들 있는 거 보니까 맞기는 한가 봐.”
운전을 맡은 지인 1과 그녀 대신 추첨에서 당첨된 지인 2가 오랜 운전으로 찌뿌드드한 몸을 쭉 펴며 차에서 내렸다.
“그래도 공기는 맑네.”
“안 맑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님? 주변에 나무밖에 없는데 공기가 탁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건 그래. 방송국은 어쩌자고 이런 델 픽했냐.”
“아니었으면 지금쯤 목격담 뜨고 난리나 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네.”
이 오지산간까지 불러낸 제작진을 욕하는 한편.
여기까지 와야만 하는 이유를 알아서 이해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던 그들.
뒤를 돌아보고는 흠칫하며 놀랐다.
“김씨야. 너 얼굴색이 왜 저래?”
“토하는 거 아니야?”
오래전 모 돌 덕질로 만났던 그들.
그냥저냥 무난하던 사이가 절친으로 발전한 것은 그들의 최애가 사회면에 데뷔한 그날부터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X 같던 경험은 그들의 우정을 뿌리 깊은 나무로 만들어 주는 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하얗게 질린 김씨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얘들아… 나 정말 들어가도 될까?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때까지만 해도 비상약을 찾고 봉투며 물이며 챙겨서 김씨에게 가져온 두 사람이 짜게 식은 표정으로 변했다.
“아, 난 또 무슨 얘기라고. 멀미해서 그러는 줄 알았잖아!”
“김씨야. 우리가 누누히 말했지 않니. 그냥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니까? 너 탈덕할까 말까 한 게 벌써 몇 년이냐. 또 사회면 데뷔하는 거 보고 주화입마 세게 오는 것보다 실체를 알고 하루라도 빨리 탈덕하는 게 낫지 않겠니?”
지인 1의 말에 김씨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니야! 우리 로운이 그런 사람 아닐 수도 있다니까?”
그러자 상대의 표정이 더 짜게 식었다.
“얘는 지금 탈덕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아우. 몰라. 저러는 게 한두 번이냐. 일단 들어가. 여기까지 온 게 힘들어서라도 난 그 잘난 상판이라도 한번 보고 가야겠어. 얼마나 잘생겼길래 몇 년이나 못 놓고 있는지 좀 봐야겠다니까.”
두 사람이 이를 갈았다.
그렇다.
돌아보면 풀과 나무만이 가득한 이 자연 그 자체인 곳에 세 사람이 오게 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이로운의 오랜 팬인 김 모 씨 때문이었다.
김 모 씨.
통칭 김씨.
그녀는 로운의 오랜 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