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8화(78/110)
78
“오늘부로 탈덕한다.”
“제발 탈덕이나 하고서 그런 말 좀 해라.”
“아니, 진짜로. 30초는 인간적으로 너무한 것 같지 않아?”
최애를 보러 갔는데 2시간 10분 러닝타임 중 30초만 나온 것을 본 사람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답은 탈덕이지. 시x!’
그 30초도 덕심으로 넉넉하게 기이이일게 쳐 줘서 30초일 것이다.
Vod 뜬 걸로 카운트하면 30초도 안 나올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지인 1도. 김씨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김씨가 이번에도 탈덕에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하필 왜 내 취향대로 생겨서는……!’
그랬다.
김씨는 지독한 얼빠였다.
그 무엇으로도 완치되지 않는 지독한 얼빠.
‘그때 탈덕하고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완전 탈덕하고 갓반인이 되나 싶었는데…….’
김씨의 구 최애가 사회면에 나온 이후.
마음 붙일 곳 하나 없이 정처 없이 떠돌던 김씨는 어느 날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TV에 스치고 지나가는 반짝반짝한 얼굴을.
문제는 김씨의 덕질 라이프가 매우 험난했다는 것이다.
‘사주에 망신살이랑 구설수가 있나?’
주연은커녕 조연도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 주제에 어쩌다 튀어나오는 소식이라고는 죄다 안 좋은 소리밖에 없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의 저격이라던가.
간간이 보이는 일반인 목격담마저 좋은 얘기는 1도 없었다.
거짓이라고 몰기에도 그런 것이, 김씨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탓이다.
-뭐야?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
최애 한번 보겠다고 어렵게 촬영장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마주친 것까지는 좋았다.
그 최애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전 눈으로 욕을 들어먹었던 기억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었다.
‘그러고도 탈덕을 못한 내가 레전드지.’
그 뒤로는 관성적인 덕질이었다.
‘저 얼굴로 안 뜨는 것도 진짜 재주라면 재주다…….’
저 얼굴이라면 숨만 쉬고 있어도 대한민국을 씹어삼켜도 이상하지 않은데.
끼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게 김씨의 최애였다.
이제 김씨는 로운이 뜨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김씨가 휴롬 저리 가라 할 만한 착즙의 달인이 되는 것이 더 빨랐다.
그런데 어느 날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지? 내 최애와 차애가 갑자기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고? 그것도 우리 예쁜 쓰레기가 엑스트라가 아니라 조연이라고?’
이건 꿈인가?
하지만 현실이었다.
심지어 연기를 너무나도 잘한 나머지 중간부터는 최애가 아닌 등장인물로 여겨지기까지 했었다!
<[김씨. 살아 있음?] [ㅇㅇ. 배 터져 죽을 거 같음;]>
<[ㅋㅋㅋㅋㅋ]
어째 영화 개봉 전보다 후가 더 꿈 같았다.
그런데 때마침 소식이 들렸다.
<[맞다 님 소식 들음?] [ㅇㅇ? 무슨 소식?]>
<[이번에 한 피디 새 예능 들어간다 함. 강차헌이랑 그 누구지? 님 최애.] […로운이?]>
<[ㅇㅇ 걔. 걔도 같이 캐스팅됐다 함. 들리는 말로는 시청자 참여 컨텐츠라 곧 신청받는다는 듯?] [찐?????]>
소식을 물어다 준 지인은 방송 작가 출신이었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찐이었다.
귀로만 하더라도 마르고 닳도록 핥은 귀중한 필모인데 갑자기 예능이라니요?
‘이거 못 가면 내가 성을 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ㅅㅂ 서버 터짐]
<[뭔 신청이 티켓팅 뺨치게 빡세냐?]
<[그 강차헌 첫 예능이니까]
<[아 맞다 그랫지]
<[그쪽에서 몰려왔으면 답없는 거 아님?]
<[안 돼 그런 말 하지 마 김씨 울어]
<[아 ㅇㅋㅇㅋ;]
신청서 내는 것부터가 인페르노 난이도인 상황에 단톡에서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모여 있는 지인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헐? 나 뽑혔다고 방금 연락 옴!]
며칠 뒤, 함께 폼림픽에 참여했던 지인 중 하나가 희소식을 알렸다.
조상님이 도우심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막상 볼 수 있다고 하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야 근데 진짜 괜찮겠음? 걔 만나고 탈덕하게 되면 어떡함?] [어떻게 아셨죠? 제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부분을……?]>
<[우리가 한두 해 보남ㅋㅋ]
<[팬싸 갔다가 괜히 탈덕하는 게 아니라니까. 돈 수백 태워서 갔는데 면전에서 아, 그래요? 하는 동태눈깔에 성의 없는 태도 보면 진짜 마상 씨게 오거든?] [ㅠ안 그럴 수도 있잖아 우리 로운이 정신 차렸을지도 모른다고ㅠ 우리 애가 무인을 얼마나 성의 있게 돌았는데ㅠㅠㅠㅠ]>
<[아니,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솔직히 영혼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거의 없다는 걸 너도 알고 님도 알고 나도 알잖음…….]
얼떨결에 정답을 맞춘 지인 1이었으나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뭘 걱정해. 이미 뽑혔으니 가서 그냥 부딪쳐 보면 되지!]
보다 못한 지인 2가 상황을 중재했다.
<[여튼 일단 가 보자고. 가 보고 생각해도 안 늦어.]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로운을 만나는 날이 성큼 다가왔던 것이다!
“다 모르겠고. 일단 들어가자. 어우 몇 시간이나 시달려서 힘들다.”
“아니, 잠깐만! 마음의 준비가!”
“김씨 너 마음의 준비하는 거 기다리다가 오늘 다 지나가겠다고.”
그간 김씨의 삽질을 봐 왔던 지인들은 가차 없이 성큼성큼 정문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신청자분이신가요? 성함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가 신청자 본인과 함께 제출했던 동행자 목록을 꼼꼼히 체크했다.
“안내 받으신 대로 규칙은 꼭 지켜 주시기 바라며, 만일의 상황에서는 스태프의 제재를 받으실 수 있으니 꼭 주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 안내까지 들은 뒤, 김씨 일행은 비로소 식당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끼익-
세련된 외관과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문이 열렸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
보기만 해도 눈이 멀 것 같은 맑고 청초한 미인이 수줍은 미소를 띠며 그들을 맞이했다.
* * *
“아니, 김씨야! 내가 듣던 거랑 말이 너무 다른데? 쟤가 저런 애라는 말 전혀 없었잖아!”
“야, 얼굴만 멀쩡하다매! 저게 얼굴만 멀쩡한 수준이냐고!”
“님이 하도 예쁜 쓰레기라 해서 진짜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저게 어떻게 쓰레긴데. 저게 쓰레기면 내가 쓰봉으로 망태기에 담아 납치하고 싶다 진짜.”
제일 영문을 모를 사람은 이 파티를 꾸린 당사자 김씨였다.
“얘들아. 나도 이 상황을 1도 모르겠다.”
들어서자마자 잠깐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 충격적인 비주얼 쇼크는 그렇다 치자.
“메뉴 여기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메뉴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아니시면 천천히 보신 후 불러주셔도 됩니다.”
살짝 수줍은 듯한 미소와 부드럽게 건네지는 말은 대체 뭐란 말인가?
놀랍게도 로운의 태도 그 어디에도 귀찮음이라던가 대충 하고 치우자는 건성인 기색은 전혀 없었다.
동태 눈깔만 아니라면 카메라 앞의 비즈니스st까지는 참아 보자 생각했었다.
애초에 가진 기대치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뭐지? 세상이 날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벌이나?’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전의 로운이 생긴 것만 화려한 향기 없는 꽃 같았다면.
지금의 로운은 바라보기만 해도 홀릴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게다가 이 미친 친절함이라니!
‘눈만 마주쳐도 인상 찌푸리던 그 인간 맞아?’
김씨는 장담할 수 있었다.
절대로 같은 사람일 수가 없었다.
이 눈빛, 이 태도, 이 바이브.
‘이건… 찐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달라졌다.
“그럼 편하게 결정하신 후 불러주세요.”
혹시나 불편해할까 봐 자리를 피해 주는 이 센스.
한마디 한마디 넘치는 이 친절도 그러하거니와.
“아뇨, 그, 메, 메뉴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럴까요?”
수줍게 미소 짓는 저 미소에서는 성스러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하나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로운을, 세 사람이 넋을 빼고 바라보았다.
메뉴 설명?
그런 건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역 경제 활성화 전액 기부니 하는 단어가 오갔으니 좋은 일을 한다는 정도만 머리에 들어왔다.
“전부 다 주세요.”
설명이 끝난 후 김씨가 근엄하게 말하자 사슴처럼 순한 눈망울이 커다래졌다.
“네? 전부요?”
“네. 전부요.”
세 사람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슴처럼 순한 눈망울이 커다래졌다.
“아, 전부 다 말씀이실까요? 그럼… 너무 많으시지 않으실까요?”
보통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하나라도 더 팔려고 온갖 애를 다 쓰던데 이 순한 아기밤비는 그런 것도 없었다.
오히려 손님의 과소비를 막아 주기 위해 걱정하며 부드럽게 말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 넘치는 배려심이라니!
“아니에요. 저희 다 먹을 수 있어요.”
“아, 그럼요.”
“쌉가능합니다.”
양쪽에서 든든한 지원사격이 오갔다.
손님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더 말릴 수도 없었다.
주문을 받아적은 로운이 총총히 주방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세 사람이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지인 1과 지인 2가 곧장 김씨를 닦달했다.
“김씨야! 미쳤니? 저거 어디가 대체 쓰레긴데?”
“저 와기천사를 두고 쓰레기라고 하는 김씨 너의 안목은 대체…….”
양쪽에서 불신의 눈빛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김씨가 영업할 때마다 개소리 말라고 먹금을 시전하던 사람들 같지 않았다.
생생하게 빛나는 저 맑은 광기는 분명 입덕의 전조였다.
“아니, 얘들아. 진짜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니까? 예전 일 기억 안 나? 사인 받으려고 기다렸는데 길막하지 말라고 했던 거?”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화장실이 급했다던가.”
“그래. 저런 와기천사가 아무 이유 없이 꺼지라고 할 리가 없잖아.”
“…그런가? 그랬던 건가?”
이제는 기억마저 조작되려고 했다.
그만큼 파괴력이 엄청났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널뛰던 김씨의 심장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 *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건, 꿈?’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러고 보면 귀로 때도 연기 곧잘하던데.”
지인 1이 말했다.
“하도 기대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오열하면서 나왔잖아.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부터 좀 듣던 거랑 다르더만.”
“그러게. 보니까 일도 빠릿빠릿하게 잘하는데?”
“대체 쟤 어디가 갑질하는데 도가 텃다는 거임?”
지인 1과 2가 지난날의 평가에 의문을 표했다.
그만큼 로운의 접객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아,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메뉴 여기 있습니다. 천천히 살펴보셔도 되고요, 괜찮으시면 제가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네, 주문 확인했습니다. 오늘의 특선메뉴인 한우 궁중 떡볶이 하나랑…….”
로운에게 안내받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멍하니 풀린 눈을 했다는 점이다.
약간 넋이 나간 사람들이 여러 번 되물어도 설명이 자세하면 자세해졌지, 귀찮다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머, 어머. 쟤 누구니?”
“와. 뭐지? 갑자기 정신이 훅 날아가는데?”
“헉. 미쳤다……. 와 진짜 존나 잘생겼어!”
“저렇게 생긴 배우가 있었어?”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하나같이 감탄을 터트리는 것도 동일했다.
그 소리를 들은 김씨의 어깨가 뿌듯하게 솟아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도 다 까도 얼굴만큼은 못 까는 애였는데, 이제는 태도까지 완벽했다.
그러는 와중, 그들의 앞으로 소쿠리 하나가 놓였다.
“어? 이건 뭐예요? 저희 이런 거 안 시켰는데.”
김씨는 눈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찐감자를 보며 서둘러 말했다.
똑 부러지던 우리 애가 설마 실수를?
“서비스예요.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홍감자로 만든 찐감자인데, 모자라시면 편히 말씀해 주세요.”
…는 실수가 아니었다!
다른 테이블에도 로운이 소중히 안은 찐감자 바구니를 서빙하며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로운은 서빙조차 프로페셔널했다.
곧은 자세로 한 번에 접시 4개를 들고 왔을 때는 서비스업 n년차인 지인 2도 감탄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