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9)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79화(79/110)
79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식사는 어떠세요? 입에 맞으세요?”
로운은 중간중간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손님들을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보면 저절로 멍해지는 얼굴 때문인지 추가 주문이 물밀듯 밀려들어도 당황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한지.
프로필상 185, 실제로는 190이나 마찬가지라는 강차헌과 고작해야 한 뼘 차이 정도밖에 나지 않는 작지 않은 키임에도.
어째서인지 그들 눈에는 작은 햄스터가 뽈뽈거리며 열심히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 무서운 콩깍지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어? 야, 이거 맛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로운을 흐뭇하게 보는 와중, 서비스로 나온 찐김자를 한입 먹었던 지인 1이 놀라며 말했다.
“엥? 진짜네. 단짠 조합 미쳤고요.”
손이 가요, 손이 가.
휴게소 알감자보다 더 중독성이 있는 맛이었다.
‘감자가 다 똑같은 감자라고 생각했는데. 괜찮네……?’
어느새 비어 버린 바구니를 보는데, 낮은 목소리가 그들에게 물었다.
“감자 더 필요하십니까?”
“크헙.”
상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마자 사레가 들린 지인이 황급히 물을 마셨다.
로운과는 또 다른 파괴력을 지닌 얼굴이 그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인 2가 그 등을 두드리며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새벽에 이로운 씨가 직접 캔 감자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찐감자 소쿠리를 채워 주며 덧붙이는 멘트에 김씨가 화들짝 놀랐다.
“네? 우리 로운이가 직접 감자를 캤다고요?”
갑자기 바구니에 담긴 감자가 다르게 보였다.
손에 물도 안 묻히게 생긴 애가 직접 감자를 캤다니?
‘아차. 주의사항에 팬성 발언은 주의해 달라고 적혀 있었는데!’
너무 놀라운 소식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어 버렸다.
비록 신청 인원의 80퍼센트가 팬으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팬미팅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김씨 일행이 추첨에서 뽑힌 후 날아 온 비밀유지 서약서와 스포일러 금지 조항 그리고 전반적인 주의사항 안내 페이지에는 가능하면 개인의 팬성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는 항목이 아주 강조되어 기재되어 있었다.
스태프의 제재에도 응하지 않을 시 퇴장조치 될 수 있다는 문구가 살벌했다.
-야, 우리가 짬바가 있는데 이런 거 정도 구분 못 할 리가 있냐.
어차피 탈덕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였다.
더구나 덕질 경력 도합 반백 년인 그들에게 연예인이란 삶의 일부와도 같아 보고도 못 본 척, 봐도 못 본 척. 얼마든지 가능했다. 아니, 했었다.
오늘 로운을 보고 실물에 무릎이 저절로 꿇리려고 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런 실수까지 하다니!
“네. 이로운 씨가 직접 개발한 메뉴이기도 합니다. 야, 이로운.”
주의를 받을 만도 하건만.
의외로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도리어 강차헌은 뽈뽈거리며 바지런히 돌아다니는 로운을 불러다 김씨 테이블 앞으로 대령해 주기까지 했다.
“네?”
“이분들이 감자 맛있다고 하신다.”
“아, 다행이에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정말 맛있지 않아요? 제가 캐 와서 그런 건 아니고요. 옆집 어르신이 농사를 정말 잘 지으셨는지 알도 굵고 맛있더라고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쑥쓰럽다는 듯이 두 뺨을 붉히면서도 자기가 선택한 메뉴가 칭찬을 받는 게 기쁜지 조곤조곤 비하인드 썰까지 풀어 준다.
‘미쳤다.’
귀여운 걸 보면 자기도 모르게 폭력성이 나온다던데.
김씨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던 지인 1의 어깨를 쳤다. 지인 1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들 옆에 벽이 있다면 그 벽은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어, 야… 맛있는데?”
뒤이어 나온 홀린 듯이 시켰던 메뉴들도 하나같이 맛이 수준급이었다.
보통 연예인 식당은 맛보다는 눈호강이나 인별용으로 오게 되는데, 의외로 맛까지 있었던 것이다.
배가 부른데도 술술 들어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저희 셰프님이 봉근 님이세요.”
“아. 알아요. 요리로 유명하신 그분 맞죠!”
여러 테이블의 식사가 얼추 끝나가자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주방에서 김봉근이 달달달 트레이를 끌고 나왔다.
캠핑용 가스버너 위에 커다란 웍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저건 또 뭐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김봉근이 한껏 달군 팬에 기름을 둘렀다.
촤아아!
기름이 끓는 소리가 자글자글 귓가를 자극했다.
뒤이어 설탕과 물엿이 투하되었다.
달달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안으로 숭덩숭덩 잘린 고구마가 가득 담겼다.
치이익!
듣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냄새가 시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지금 커다란 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게 무엇인지 아는 만큼 다들 기대감 어린 눈을 했다.
자고로 맛탕이란 갓 나와 뜨거울 때 호호 불어 가며 입천장을 데어 가면서 먹어 주는 게 국룰 아니던가?
챡! 챡!
김봉근의 절도 있는 손목 스냅이 완전히 익은 고구마의 표면에 영롱한 시럽 코팅을 입혔다.
피날레도 불까지 붙여 불쇼도 보여 주자 사방에서 감탄이 튀어나왔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맛탕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고구마 맛탕 서비스입니다. 오늘 새벽에 이로운 씨와 한예주 피디님이 직접 캐 온 고구마로 만든 맛탕입니다. 맛있게들 드세요~!”
완성된 맛탕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나누어졌다.
김씨 일행에게도 한가득 고구마 맛탕이 놓여졌다. 이번 서빙은 김봉근이었다.
‘아, 로운이가 와 줬으면 했는데.’
김씨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지만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몇 년을 떡밥 0으로 착즙하며 살았는데 실물로 본 게 어디야.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이렇다.
그런데 맛탕을 건네준 김봉근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뜨는 대신, 몸을 기울인 채로 은밀하게 속삭였다.
“저기, 로운이 팬분들 맞으시죠?”
“네? 네네. 맞, 맞는데요.”
분위기에 휩쓸려 김봉근처럼 은밀하게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 이런 말 하면 원래 안 되는데, 막내가 한 말이 걸려서 말입니다.”
김봉근의 말에 김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네? 우리 로운이가 왜요?”
“자기를 찾는 팬이 없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피디님한테 듣기로는 손님께서 로운이 팬이시라길래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마치 천상에 온 것처럼 몽롱했던 김씨의 정신이 찬물을 맞은 것처럼 번쩍 들었다.
“괜찮으시면 로운이한테 팬이라고 말씀 좀 해 주실 수 있을지 해서요.”
“…안내 받기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김씨야 당연히 환영이었지만 팬의 무개념 행동이 배우의 허물이 되는 시대다.
“아유. 괜찮아요. 다들 가시기 전에 한 번씩 사진도 찍고 하셔서…….”
저 흐려지는 말끝은 분명 ‘막내 이로운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뜻이렸다?
어느새 그들을 찍고 있던 피디도 오케이 표시를 했다.
이미 이야기가 다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김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남들은 이런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에서 자존감 팍팍 충전하고 간다는데. 우리 애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됐길래 애가 저렇게 풀이 죽었어!’
아무리 봐도 말갛고 천진한 얼굴이었지만 김봉근에게서 말을 전해 듣고 나자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지 잘난 맛으로 사는 인간인 줄 알았던 최애가 알고 보니 자낮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 양반?
김씨의 세상이 오늘 여러모로 대격변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장단 좀 맞춰 주세요.”
“아, 당연하죠. 저희 그런 거 전문이에요, 전문.”
김씨 일행과 입을 맞춘 김봉근이 로운을 손짓해 불렀다.
“로운아. 이분들이 네 팬이시래.”
정확히는 김씨만이었지만 어느새 지인 1과 2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까 피디님이 말씀해 주시기는 했는데. 감사합니다.”
쑥쓰럽다는 듯 두 뺨을 붉힌 로운이 인사했다.
하지만 김씨는 직감했다.
‘얘 지금 안 믿는데?’
그녀의 다른 두 동료도 느꼈는지 의미심장한 눈빛이 오갔다.
어쩔 수 없지.
김씨는 덕질 대상에게 덕질 역사를 까발리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이것으로 내 최애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야! 뭔들 못 깔소냐!
김씨가 결연하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 * *
“얘들아. 좀 이상하지 않았음?”
돌아오는 길.
사진도 찍고 포옹도 하고 사인도 받고 나가는 길에 어쩌다 보니 감자와 고구마까지 한 아름 그득하게 품고 나왔던 김씨 일행.
행복하고 배부른 귀갓길이 되어야 했지만 현재 그들은 무언가 수상함을 감지한 미어캣처럼 몹시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엉. 좀 이상하더라. 내 생각엔 아마 김씨 네 말 안 믿었던 듯?”
“님 생각도 그렇지? 하… 내가 흑역사까지 다 까발리면서 팬이라고 했는데.”
“근데 그거 내가 듣기에도 좀 음침하게 들리긴 하더라. 누가 초까지 기억하면서 장면을 대냐.”
“그거밖에 먹을 게 없었는데 그럼 어떡해!”
“근데 음침하게 생각은 안 하는 거 같았고 미안해서 안절부절못하는 거 같던데?”
지인 1과 김씨의 투닥거림을 듣던 지인 2가 끼어들었다.
“그게 바로 이상하다고. 우리 예쓰는 미안함을 느끼는 애가 아니었거든? 지 잘난 맛으로 사는 애였단 말이야! 물론 멘탈이 순두부같이 물렁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얘는 빤지 깐지…….”
“애증이여, 애증.”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세상을 욕하던 반항아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의 로운은 알아주려야 알아줄 만한 실력은 1도 없기는 했지만.
-죄송해요.
처음 김씨의 말을 들은 로운이 한 대답이었다.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라고, 오랜 팬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고맙습니다. 좋아해 주셔서… 그리고 죄송해요. 이제까지 부끄러운 모습 보여 드려서 죄송하고,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려서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하마터면 그 말을 듣고 김씨는 눈물을 왈칵 터트릴 뻔했다.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우리 애가… 벌써 이렇게 다 크다니……!
혹시나 하고 가져왔던 편지도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김씨는 가슴이 터질 듯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성덕이 따로 있나.
최애한테서 고맙다는 얘기를 직접 들은 그녀가 바로 성덕이었다!
그런데 그 벅찬 가슴을 부여안고 차에 타고 집에 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솔직히 김씨 말만 듣고 엄청 걱정하면서 갔거든? 근데 애가 순둥하기만 하던데.”
“그니까. 영혼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인간이 저렇게 바뀌는 건 무리거든?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으면 벌써 오스카 갔지. 안 그래? 그러니까 저건 연기가 아니라 찐 성격이 저렇다는 거거든?”
영혼 빙의설을 미는 지인 1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개그맨도 그랬잖아. 님 최애가 자기 좋아하는 사람 없다고 의기소침하게 있었다고.”
“맞아. 그리고 김씨야. 님이 봤다는 그 썰들, 따지고 보면 다 카더라 아님? 일반인 목격담은 당연히 인증 없었고, 스태프증이야 뭐 위조하기도 쉽고 어디서 갖다 쓰기도 쉬운 거 너도 알고 나도 알잖어.”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팬들에게 좀 소홀하게 굴었다는 건데, 그거야 뭐… 우리도 피곤하고 그럴 때 누가 말 걸면 좀 짜증 나잖아. 때마침 그럴 때였을 수도 있지.”
지인 1과 2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듣던 김씨가 설마,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님들 말은… 우리 로운이가 그동안 오해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 보니까 애가 좀 새침하게 생겼더라? 웃지 않으면 좀 싸늘한 미인상?”
“그치그치. 근데 웃으면 또 달라지잖아.”
“내 말이. 근데 성격이 좀 유순하던데 그래서 낯가리고 그런 거 때문에 오해 받은 거 아닐까 싶어서. 연예계라는 게 워낙 그렇잖아. 아닌 것도 그렇다고 하고. 1만큼인 게 100만큼 부풀어서 소문이 나기도 하고.”
덕질 짬바만 합해서 반백 년.
수많은 덕질을 거치며 온갖 못 볼 꼴 다 봐왔던 이들이다.
“설마… 진짜로? 근데 그럼 인별에 올라온 글들은?”
“생각해 봐. 난 결백한데 다들 뭐라고 욕하면 님이라고 안 억울하겠음? 나라도 억울해서 한풀이하고 싶겠다. 보니까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던데 죄다 단역으로 편집도 됐잖아. 안 억울한 게 이상한 거 아님?”
그러고 보니 또 그랬다.
“미쳤네. 나 지금 진짜 한 처먹게 생겼는데?”
그간 스스로를 얼빠로 규정짓던 김씨였으나 그 시점으로 김씨는 진화했다. 다름 아닌 골수팬으로.
“나라도 그럴듯. 김씨야, 설마 그냥 그대로 놔둘 건 아니지?”
“아, 당연히 아니지. 옛날은 어찌 됐든 지금 확실히 달라진 건 알려야지. 그래야 우리 애 자낮인 모습 내가 어떻게 또 봐.”
“오키. 그래서 님네 사이트 주소가 어떻게 된다고요?”
똑같이 심각한 표정이던 지인 1이 물었다.
“내가 단톡에 주소 올려놓을게.”
김씨는 다짐했다.
달라진 이 상황을 모두에게 알리겠다고.
과거가 정말로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아니잖아! 게다가 내 새끼가 음주운전을 했어 학폭을 했어 마약을 했어 도박을 했어! 범죄를 저지른 것들도 아니고! 그런 놈들은 오히려 버젓이 돌아다니는 마당에!’
터진 인성 또한 실드 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잖은가?
김씨는 로운이 땅을 판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절대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이 상황을 바꾸려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동지가 필요했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새 동지를 환영했다.
그렇게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