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8화(8/110)
8
대체 그동안 전방위로 얼마나 개지랄을 떨어 댄 것인가.
심지어 그 본체의 업보를 로운이 져야 하는 상황.
‘이대로는 캐스팅조차 못 되고 그냥 망하는 거 아냐?’
망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이쪽은 목숨이 걸려 있었다!
‘하긴. 나라도 쉽게 믿기는 어려울 거 같긴 해.’
3일 내로 그럭저럭 볼만한 연기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일절 없을 수가 있는가!
심지어 처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쪽을 보이스피싱범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안 그래도 진지하게 걱정이 들 때쯤.
이 상황을 보며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쪽은 따로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인간들은 왜 이렇게 야박하단 말이냐! 사람이 개과천선을 할 수도 있는 것을!]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수시로 띠롱대는 관조자들의 메시지 알림과 인류애가 사라졌느니 어쩌느니 하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구는 청화까지.
그들의 반응만 놓고 보자면 지구 멸망 D-1 쯤으로 여겨졌다.
물론 로운도 당장 죽음이 코앞이니 심각하기는 했지만, 자신보다 더 초조해 보이는 청화가 궁금해졌다.
[이러다간 다 죽어!]왠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유명한 대사인걸……?
하지만 맞는 소리기는 했다.
청화와 그는 한데 묶인 운명 공동체 아니던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기다렸는데 고작 도움 하나 못 받아서 소멸될 지경이라는 게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데! 반편이라고 얼마나 업신여김을 당했는 줄 아느냐! 그게 얼마나 자존감과 멘탈을 갉아먹는데……!]그런데 한탄 내용이 좀 이상했다.
뭔가 알 수 없는 얘기를 줄줄 늘어놓던 청화가 핫, 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내 사정 때문만이 아니다. 네 녀석은 지금 아주 귀한 단 하나의 기회인 셈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영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야.]“기회요? 제가요?”
죽다 살아난 제가 기회라니요?
[이 영감들이 괜히 모여들었겠느냐? 물론 네게 빚을 지워 놨으니 채권자로서 지켜보기 위해 온 것도 있긴 하지! 그치만 그보다는 네가 이 영감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게 중요하다.]“네……?”
아까부터 계속 ‘네?’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힘도 능력도 시간도 다 넘치는 영감들에게 없는 게 무얼 것 같으냐?]“글… 쎄요?”
[바로 이 넘치는 힘과 관심을 쏟을 데가 없다는 거다.]“……?”
[정확히는 관심을 쏟을 데는 있는데, 힘은 못 쓴다는 소리지. 하늘의 법도는 엄격하게 지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니까. 그런데!]청화가 아주 중요하다는 듯 번쩍거렸다.
[여기서 네가 나타난 것이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저 양반들이 ‘합법적’으로 인세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거지!]자손이나 후손에 관심 없는 존재들도 많다지만.
반대로 계속해서 지켜보고 신경 쓰는 이들도 많았다.
어떻게든 자손의 꿈에 나타나서 복권 번호를 알려 주려고 하는 이라던가.
덕을 쌓을 기회를 포기하고 그 힘을 자손을 지키기 위해 쓰는 이들 등.
그 밖에도 생전 입었던 은혜를 갚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던가 반대로 원한을 잊지 않는 쪽도 당연히 존재했다.
[인세에 관여하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으니 다들 관심 없는 척하지만 아닌 영감들도 있다 이거지. 그런 영감들에게 너는 편법을 통하지 않는 나름 합법적 루트인 거고.]청화의 말로는 로운이 실로 오랜만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내가 영감탱이들 멱살을 잡아서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올 테니!]그러고서는 비장한 빛을 반짝이며 사라졌다.
‘…진짜인가?’
싶기도 했지만 실제로 청화가 말하는 도중에 수시로 관조자들의 ‘흠흠’, ‘커흠흠’ 하는 메시지가 뜬 것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몇 시간 후, 청화는 정말로 조력자를 데리고 왔다.
[인사해라. 이 몸께서 네게 도움을 줄 영감탱이를 데리고 왔느니라!]“네?”
[머릿돌이라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걸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녀석이니라. 연기라면 또 머릿돌 녀석이 한때 조예가 깊었었지. 암.]“…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전 주인의 악명에 도와준다는 사람이 없는 만큼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되나?
저 하늘의 높은 관조자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음음. 괜찮다. 어쨌든 너를 살려 둬야 의뢰건 뭐건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냐. 내게 빚을 받아내려면 너를 살려 둬야겠지. 그러니 다들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을게다. 암. 그래야 자기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얼떨떨하지만 청화의 설명에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어쩌면 저 관조자분들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까?’
신령한 존재들의 도움이라니.
로운은 벌써부터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렜다.
청화는 그 와중에도 야무지게 조건을 걸었다며 뿌듯해했다.
[내 혹시 몰라 널 돕는다고 의뢰 선정에 딱히 이익은 없다고 못 박아 뒀지! 그래도 다 널 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네가 오래오래 사는 만큼 기회도 더 생길 테니까!]그러더니 뿌듯한 듯 으흐흐, 하는 요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무튼 머릿돌 녀석이 너를 도울 거다! 야멸찬 인간들은 이제 신경 끄려무나! 머릿돌이 있으니 너는 걱정 푹 놓아도 된다!]아무튼 그런고로.
그 이후 로운은 정말로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꿈속에서 말이다.
청화의 보증까지 받았으니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좀 힘들긴 한데, 재미있어. 신기해.’
밥 먹고 자고, 눈 뜨자마자 다시 잠들고. 다시 또 잠들고. 자고 또 자고.
로운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꿈이라는 공간 안에서 ‘연기’를 배웠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기라기보다는 타인의 삶을 경험한 것에 더 가깝지만.’
연기란 배우가 한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일을 뜻한다.
행동을 통해서건 아니면 성격을 드러내는 말투나 표정을 통해서건.
어떻게 보자면 일종의 흉내라고 볼 수 있다.
그 흉내를 얼마나 잘, 리얼하게 보여 주느냐에 따라 연기 수준이 달라진다.
아예 배우가 그 캐릭터 자체로 느껴지게 될 정도면 연기력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 그러니까 한 인물을 구성하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았어. 그걸 내가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그 인물이 살아 숨 쉴 수도, 아니면 아주 밋밋하고 단조롭게 보여질 수도 있어.’
고작 이틀의 트레이닝이었지만 그것을 통해 로운은 많은 수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했다.
아니, 직접 그 사람이 되어 살아 보았다는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처음에는 갑자기 웬 조선시대 한양에 떨어져서 미쳤나 싶었었는데.’
처음 접해 보는 연기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어떨 때는 아주 나이 든 노인으로.
어떨 때는 어리디 짝이 없는 아이로.
어떨 때는 인간도 아닌 동물로.
하나의 삶을 살다 보면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그야말로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신묘한 트레이닝 방식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그 어떤 가르침보다 깊이가 있었다.
해당 인물의 삶의 배경, 인물 간의 관계, 가치관과 생각의 방식까지.
로운은 꿈을 통해 수많은 인물이 되어 살아보며 직접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 다양한 경험으로 또 하나의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
‘몰두하는 방법.’
이전 생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까… 컨셉에 충실하면 된다는 얘기겠지.’
사실 아이돌이라면 어느 정도의 연기력은 갖추는 게 미덕이기는 했다.
앨범 자켓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또는 포카까지.
주어진 컨셉에 충실하게 임해야 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연기……. 한 번도 안 해 봐서 그런지 처음엔 되게 막연한 개념에 가까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재미있었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영역.
살기 위해 강제나 다름없이 발을 들였다.
이틀을 내리 꿈속에서 구르며 몸으로 직접 익힌 실전 연기.
그것은 의외로 로운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항상 생각했었는데…….’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가족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멤버들이 사고치며 몰락하는 그룹을 보면서.
골방이나 다름없는 곳에 갇혀 타인의 이름으로 나가는 그의 곡들을 보면서.
로운은 항상 생각했었다.
만약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이 꿈 수업은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가며 그에 대한 갈증을 로운은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아쉽다.’
곡을 쓰는 것 외에도 이런 매력적인 분야를 지금에서야 알았다니.
로운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이 꿈같은, 아니, 꿈속의 체험이 고작 하루 남았다는 것이 벌써부터 몹시 아쉽기 짝이 없었다.
[그래.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거라. 그래야 후회가 없는 법이니.]“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럴 일 없도록 할 거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잠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로운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꿈속의 트레이닝이 다시 시작되었다.
* * *
“정말로 내가 같이 안 있어 줘도 돼?”
매니저가 차에서 내리는 로운을 돌아보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다.
전생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
애초에 매니저가 이곳까지 차를 타고 데려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매니저 형, 저렇게 착해서 세상을 어떻게 살지?’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은 매니저를 향해 로운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형. 제가 어린애도 아닌데요, 뭐.”
‘아니야. 왠지 지금의 넌 어린애보다도 더 불안해……!’
기억을 잃고 애가 순하고 착실해진 것은 좋았다.
하지만 저런 외형에 순둥이라니.
이전이라면 개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성질머리라 밖에 내놔도 걱정은커녕, 오히려 상대를 걱정하게 했건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되었다.
‘애가 저렇게 순해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도 너무 일찍 아냐? 아직 오디션 시작하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잖아. 혼자서 진짜로 괜찮겠어?”
“혼자 있는 편이 더 집중이 잘돼요. 끝나면 연락할게요.”
지금도 보라.
예전에는 2시간은커녕 5분도 기다리기 싫어서 아예 지각을 하는 삶을 살던 아이가…….
‘내가 기다릴 걸 생각해서 저러는 게 분명해.’
기억을 잃은 로운을 돌본지는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매니저는 벌써 어느 정도 로운을 파악한 뒤였다.
둘은 서로가 똑같은 생각을 서로에게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헤어졌다.
‘매니저 형 표정이 안 좋던데, 혹시 정말로 빈둥지 증후군인가?’
로운은 새벽녘 언뜻 보였던 핸드폰 검색 기록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중하자. 지금 중요한 건 오디션이니까!’
로운은 들고 있는 종이로 시선을 내렸다.
얇은 시놉시스는 이미 한참 전 너덜너덜해진 채였다.
손에서 항상 떼놓지 않고 이것저것 분석하고 공부한 것들을 잔뜩 써놓고 메모까지 덧붙여 놓은 탓이었다.
‘제대로 해낼 수 있겠지?’
이걸 붙어야 의뢰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못한 채로 죽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
과거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 잔뜩 휘둘리며 후회를 남기는 것은 이제 사양이었다.
3일.
무언가를 제대로 준비하기 상당히 짧은 시간.
[긴장되느냐?]불쑥 모습을 드러낸 청화가 물었다.
다행히 하늘과 어쩌구저쩌구하며 협상을 해서 은신 기능을 탑재해 온 터라 사람이 바글바글한 카페가 난리 나는 일은 없었다.
“긴장은 되지만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지난 사흘간의 노력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기회가 죽기 전에도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일어날 리 없는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그래. 아쉬워하지 말아라. 너는 최선을 다했느니라!]무엇을 알고 말하는지, 청화가 반짝거리며 격려했다.
그래.
지금은 아쉬워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때였다.
곧 최선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로운은 책자를 펼치고 집중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 *
오디션장으로 배정된 공간 안에서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이가 있었다.
‘건질 만한 배우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귀로’의 감독인 김성하였다.
현재 김성하 감독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