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0)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80화(80/110)
80
마지막 손님의 차량이 떠났다.
그 모습을 담은 촬영팀이 가게로 돌아옴과 동시에 공식적인 촬영이 종료되었다.
“으아아! 드디어 끝이구나!”
이건 김봉근이 털썩 드러누우며 내지른 기쁨의 비명이었고.
“하아아…….”
이건 방금 전까지도 멀쩡하게 서 있던 강차헌이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내는 소리며.
“아이고!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게 되나 싶었는데 진짜 되네요? 으하핫!”
이건 출연진들 못지않게 고생한 한 피디의 말이었다.
“뭐요? 한 피디님, 확신도 없이 우리를 납치한 게야?”
“아, 봉근 씨.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러기엔 방금 그 안도, 진심 같아 보였습니다만.”
“아이고 갑자기 약한 소리들이에요? 이렇게 시청률 치트키가 떡하니 있는데! 잘될 수밖에 없었다니까?!”
한 피디가 싱글벙글하며 로운과 강차헌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말 돌리시는 거 보면 진짜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나 본데?’
어쨌든 결과가 썩 나빠 보이진 않았다.
적어도 손님들은 모두 만족했으니까.
“아니, 왜 다들 못 믿는 눈초리야? 찐이라니까? 일단 차헌 씨가 팔뚝 드러내고 고구마 캔 것만 내보내도 시청률 천원돌파할걸?”
“하긴. 로운 씨가 피디님 끌고 감자 캔 것도 반응 끝내줄 거 같기는 해요. 설마 그 장면 편집하실 건 아니죠, 피디님?”
“물… 론… 그 장면을 편집… 하면 안 되겠지.”
피디 자아와 사회적 자아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피디 자아가 승리를 쟁취해 냈다.
늘 출연자를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약올리거나 골리는 게 트레이드마크인 한 피디.
물론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장난이나 골탕을 먹이지 않기에 다들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맨날 골리던 입장에서 이번엔 역으로 출연자에게 당하다니.
늘 반대 역할만 하던 한 피디를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이 또한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이리라.
“아무튼 다들 고생 많았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장장 7박 8일의 강행군이었다.
촬영 분량이 없으면 쉴 수도 있던 영화 촬영 때와 달리.
한 피디의 예능은 리얼리티의 성격도 겸하고 있는 탓에 24시간 카메라와 밀착한 기분이라 사실상 쉬는 시간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만큼 출연진도, 제작진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더구나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매출을 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걸려 있으니 더욱더 그랬다.
“고생하셨어요.”
“아휴. 고생은 로운 씨가 하셨죠.”
로운도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게 끝이 나긴 나네.’
첫날 납치될 때까지만 해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는데.
비록 장사 첫날 좀 아슬아슬하기는 했어도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날인 오늘까지 모두 무사히 마무리된 것이 다행이다 싶다.
‘역시 사람은 닥치면 어떻게든 다 하게 되어 있다더니만…….’
아직 뒷풀이라든가 내일 마무리하고 떠나는 에피소드라든가.
아직은 남은 촬영분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가장 큰 산은 넘은 셈이라 마음이 놓였다.
* * *
“오늘이 마지막이네.”
설치 카메라만 남기고 모두 철수한 숙소 안.
창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던 김봉근이 말했다.
“도심지에서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는데. 여기는 이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별이 쏟아져 내려오는 거 같아서 너무 좋더라. 아마 돌아가서도 이 밤하늘은 계속 생각날 것 같아.”
본래 섬세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김봉근의 아련한 말에 옆에서 강차헌이 질색을 했다.
“혹시라도 한 피디님한테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형. 그러다가 또다시 잡혀 오는 수가 있습니다.”
“…응? 에이이… 설마…….”
일단 부정은 했지만 말꼬리가 떨려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소리 못 들어봤어요? 한 피디님은 우리를 무인도에 데려다 떨궈 놓고도 남을 사람이라고요.”
“…….”
웃긴 것은 아무도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아, 춥네. 이제 슬슬 여름일 텐데 여기는 아직 좀 쌀쌀하다. 문 닫고 들어가자.”
행여나 관찰캠에 발목 잡힐까 무서웠는지 김봉근이 부리나케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다들 오늘 고생 많았어. 고작 3일인데 장사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정말.”
“고생은요. 형이 더 고생 많았죠.”
7박 8일의 강행군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노동의 강도를 생각해 보자면 단연코 김봉근이 1위다.
“맞아… 내가 고생이 많기는 했지…….”
김봉근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아련하게 느껴진다.
“일은 적당히 해도 되는데 말이야. 차헌이나 로운이 너나 하나같이 주문을 한계까지 받아와서는…….”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아니.
강차헌과 로운이 시선을 교환했다.
“아무튼. 그러고 보니 아까 사람들 반응이 나쁘지 않던데. 어때. 형 말대로 괜찮았지?”
“네.”
주방 붙박이가 되었던 로운을 홀로 내몰았던 김봉근.
그 덕에.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 [업보 수치가…….]로운은 동시에 떠오르는 수많은 알림창을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런 광경은 정말로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호의의 증거.
기꺼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솔직히 조금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정말로 봉근이 형 말대로였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인사를 건넨 것만으로도 갱신되던 수많은 알림창.
확실히 그때를 생각하면 김봉근의 말에 용기를 낸 것이 잘했다 싶었다.
사실 하나같이 그를 마주하고서는 멍한 표정을 짓기에 잠시간 걱정하기는 했었지만.
[업보 수치가 1 감소하였습니다!]곧장 이어지는 청량한 알림 소리가 그 불안을 잠재워 주었다.
“거봐, 형 말 듣기 잘했지? 형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까. 맞다. 큼큼. 네 팬이라는 분은 잘 만났고?”
“네. 덕분에요.”
다른 손님들이 로운과의 대화에 업보 수치 1이 감소했다면.
독보적으로 20이란 수치가 한 큐에 줄어든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로운은 떠나기 전 조심스럽게 주고 간 편지를 떠올렸다.
그 안에 가득 담긴 마음이 흘러넘쳐 로운을 흠뻑 적셨다.
주인을 잃은 그 조심스럽고 소중한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분일초까지 소중하게 기억하고 간직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로운. 너는 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니.’
도대체 왜 엇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본체의 업보 청산과는 별개로, 그 편지를 보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리온 때도 이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 줬다면…….’
물론 가리온의 멤버들이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킨 탓에 망하기는 했지만.
만약 이런 넘치는 마음을 전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지. 그럴 수는 없지. 그 인간들이 사고 치기 전으로 회귀해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건 사고를 다 막았다면 또 모르지만.’
그럴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미련처럼 잡고 있는 끈은 놓아주는 게 맞다.
그나저나.
[현재 업보 수치: -1,010,489]어느덧 백만 초반까지 내려온 업보 수치다.
여기엔 귀로의 역할과 CF의 공이 지대했다.
‘이 예능이 방영되면 어떻게 되려나.’
태운 CF 때처럼 격렬하게 오르내릴 것인지.
아니면 감소세로 들어갈지.
로운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촬영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야겠지만.
때마침 2층 숙소에 고개를 빼꼼 내민 스태프가 외쳤다.
“봉근 씨, 개인 인터뷰 딸게요!”
“네에 갑니다~!”
“그다음은 차헌 씨 갈게요. 로운 씨는 마지막에 나와 주세요!”
아직 촬영은 끝나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와. 왜 이렇게 일어나기가 빡세냐. 어제 마무리로 고생 좀 했다고 그런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골병 열댓 번도 더 낫겠다. 너희는 힘들지도 않냐? 어떻게 이 마지막 날에도 밭에 다녀올 수가 있어……?”
골골대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김봉근이 로운과 강차헌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한 기겁한 시선이다.
두 사람은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각자 이웃집으로 나뉘어 찢어졌는데, 그 수확물이 한가득 양손에 들려 있었다.
“마지막이기도 하고. 얼마 안 남기도 해서요. 저희가 가면 어르신들 대신해서 일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그렇다.
그들은 총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옆집과 옆옆집의 광활한 텃밭 아닌 텃밭에서 기어코 방치되었던 농장물을 모조리 캐내었던 것이다.
물론 그때그때 근처에 있던 제작진도 함께 차출되어 노동력을 갈리기는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 피디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캐낸 구황작물들은 어디로 갔느냐?
“어르신들은 좋아하셨겠네. 감자랑 고구마 전부 다 완판했잖아.”
이 역시 로운과 강차헌이 이뤄 낸 혁혁한 공이었다.
서비스 메뉴로 나가기도 했지만, 그 서비스 메뉴를 먹어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 아름 사간 덕이 더 컸다.
“그럼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마지막 식사는 찐감자로 콜? …사실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그리고 아무것도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며 반쯤 드러누운 사람은 또 있었다.
“다음에는… 농사 프로젝트를 할 거예요. 그래야 사람들이 농사가 얼마나 힘들고 고귀한 일인지 알지.”
새벽같이 로운과 강차헌에게 끌려가 호되게 노동을 하고 온 한 피디가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
연예인들을 데리고 농사를 짓겠다는 무서운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설마 정말 그러지는 않겠지?
아무튼 노동 뒤의 식사는 꿀맛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 식사까지 함께 야무지게 마치고 이제 정말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애써 주신 덕분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 정산과 전액 기부하겠다는 마무리를 끝으로 정말로 모든 촬영이 끝이 났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들 서울에서 다시 뵈어요.”
하나둘씩 차를 타고 7박 8일의 정들었던 장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로운이 막 차에 오르기 전, 한 피디가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로운 씨. 우리 다음 예능에도 나와 줄 거죠?”
“…납치하지 않으신다고 약속하시면요.”
로운이 흐릿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한 피디가 낚시를 실패한 표정으로 쳇, 혀를 찼다.
“그건 약속드릴 수 없는데.”
“그럼 저도 약속드리기가 어렵네요.”
“아, 이러기에요?”
“네. 이러기에요. 아까 한 피디님이 농사 예능 하신다는 말, 그 말만 하지 않으셨어도…….”
“아, 이런. 쓰읍. 아쉬운데…….”
그렇게 납치로 시작된 7박 8일의 하드코어 일정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기다리는 일뿐이다.
그리고 며칠 후.
[엥 얘들아(0명) 새 예능 예고편 떴는데 이거 장난 아니게 골때린다?]유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