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9)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89화(89/110)
89
“네가 왜 필요한지 알겠지?”
“대충은요.”
이호와 청화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직접적으로 인세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했었나.’
로운의 존재가 하늘 위의 이들에게 한없이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살아 있는 소원수리함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알 만했다.
이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늘의 이들과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로운의 물리력을 직접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호 님. 대체 그분이 거기서 넘어지실 건 어떻게 알고 저를 보내신 거예요?”
고작해야 일 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라지만.
분명 이호는 미래를 내다보았다.
그렇기에 로운을 미리 보내 사고를 예방했던 것일 테니까.
“내가 가진 여러 잔재주 중 하나지. 뭐, 엄청난 건 아니고 고작해야 몇 분 정도밖에 안 돼.”
“그것도 엄청 대단한데요?”
순수하게 감탄하자 청화가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아휴. 칭찬해 주지 마라.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미래시도 없는 모지리는 조용하자.”
[뭐, 뭣? 이 몸은 날씨를 관장하는……!]“안 들려.”
두 마리가 아웅다웅거리는 것을 익숙하게 넘긴 로운이 물었다.
여전히 의아한 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호 님. 문제가 생길 걸 아신다면 직접 나서면 되지 않아요?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사용하실 수도 있잖아요.”
몇 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호라면 그 몇 분 사이에 없는 매트리스라도 어떻게 끌고 와 노부인 앞에 던져 둘 만한 능력이 있는 자였다.
[그럴 수 있으면 진작 그랬겠지. 그러지 못하니 너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겠느냐?]“…맞는 말인데 왜 이렇게 얄밉지?”
파지직!
새파란 번개가 지나가는 듯한 착시가 보였다.
“휴.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 모지리의 말이 맞아. 내가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사정이 있거든.”
“하늘의 규율이라는 것 때문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이호가 말 끝을 흐렸다.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이 그 얼굴 위로 떠올랐다 사라진다.
“아무튼 불법적인 일이 아닌 건 확인했으니 됐지? 의뢰 무르기도 없기다!”
말까지 돌리는 것을 보아하니 뭔가 더 있기는 한데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거랑 내가 닮았다고?”
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아, 저녁먹을 시간 다 됐네. 뭐라도 좀 먹고 하자. 영감탱이들이 너 안 먹이고 일 시킨다고 난리칠라.”
공식적인 휴식 시간을 선언했다.
관조자들이 언급되는 걸 보니 아마도 로운이 모르는 루트로 항의가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로운이 앓아눕기라도 하면 손해 보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거, 영감탱이들. 좀 기다리면 어디가 덧나서. 그러게 누가 야비하게 독점하랬나? 정정당당하게 겨뤘으면 내가 이런 수까지 안 썼지.”
로운이 이행할 수 있는 의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가 심지어 중간에 순서가 탈취까지 되었다.
안 그래도 의뢰 순서가 뒤로 밀려 환장할 노릇인데 체력 이슈까지 생기면 그만큼 기다림은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코앞에서 놓친 기회에 배가 아픈 것은 인간이건 아니건 마찬가지였다.
‘저작권계의 큰손이라더니.’
참고로 그날의 저녁 메뉴는 소갈비였다.
나름의 복지인 모양이었다.
‘하긴. 일하는 시간이 표준 노동시간을 현저히 상회하기는 하지…….’
하늘 위에도 노동법이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고기는 언제나 옳았다.
워라밸은 망했어도 복지 하나는 끝내줬다.
옆에서 청화가 혀를 차기는 했지만.
[너무 잘 먹지 말거라. 저거 다 너를 토실토실하게 잘 먹여서 간을 빼먹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그러고 보니 한때 모 공포 프로그램에서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빼 먹는 것으로 유명했던 것 같다.
“진짜 간 빼 드세요?”
생각난 김에 묻자 이호가 어처구니없어했다.
“요즘 인간들 다 내장지방이 가득해서 맛대가리도 없을 텐데 내가 그걸 왜 먹어? 건강에도 뻔히 안 좋을 텐데? 그리고 그거 종족 차별 발언이다? 요새 누가 인간 간을 먹는다고 그래?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장수에는 식단 조절이 필수라는 조언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이호가 중얼거렸다.
“이거 진짜 골때리는 애네? 그래. 하긴 그 영감들 등쌀에도 제 생각 할 말 또박또박하는 게 보통 인간일 리가 없지.”
다행히 그 이후로 이호는 언제 기분이 가라앉았냐는 듯.
약속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
노역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로운이 물었다.
“청화 님. 그분은 누굴까요?”
[누구? 그 아이 말이냐?]“네. 이정혜 님이요. 이전에 연관이 있으셨던 분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인연이기에 간절하게 보호를 자처하는지 궁금해져서요.”
누군가를 보호하는 일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특히 대상인 노부인이 정적인 편이라 움직임이 없어 더욱 그러했다.
보호 대상에서 눈을 뗄 수도 없으니 딴짓을 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한 법.
남은 것은.
‘수다지.’
다행히 이호의 신통방통한 힘으로 두 사람의 존재를 감추가 있던 터라 입까지 다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로 말하는 쪽은 이호였고 로운은 듣는 쪽에 더 가까웠다.
대충 들은 대표적인 내용을 떠올리자면…….
-워낙 영특한 아이라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지. 구해 주는 책마다 사흘이 멀다하고 다 읽어서 내 얼마나 곤란했는지.
-저저. 또 불 켜고 보라고 했는데도 여즉 말 안 듣는 것 좀 봐. 저러면 눈 나빠진다니까! 아주 또랑또랑 예쁜 눈 안경으로 가리지 말라니까 말도 안 들어!
-잠은 왜 또 저렇게 안 자? 생체 리듬도 무너지고 건강도 해치는데. 안 그래도 어릴 적부터 허약한 애가 아직도 자기 몸을 저렇게 안 돌봐서는. 하여간 1부터 10까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어요!
정도라고나 할까?
이게 칭찬인지 구박인지 나무람인지 아니면 자랑인지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어쨌거나 이 외에도 로운이 이 일방적인 수다로 알아낸 정보들은 또 있었다.
‘우선 노부인의 이름을 알아냈지.’
이정혜.
그것이 이호가 암중에서 감싸고 도는 이의 이름이었다.
‘건강상태도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 또한 알아냈고.’
얼마 전 상태가 크게 좋지 않아 큰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도 들었다.
이호가 그 결과를 알고 싶어서 애가 닳을 지경이라는 것 또한.
게다가.
‘하도 닮아서 친손녀인 줄 알았는데 조카손녀였지.’
이정혜를 돌보던 이윤서가 알고 보니 조카손녀였고, 직접 자처해서 노부인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정혜에게는 따로 가족이 없는 듯했다.
-미련한 일이지.
그 사실을 로운이 알았을 때.
이호는 그렇게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데 말이에요. 대답은 안 해 주시겠죠?”
로운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난 기억을 갈무리하며 말을 잇자, 청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여우놈들은 하나같이 다들 속을 알 수 없는 족속들이니까. 맨날 미끈하게 웃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피를 토할 정도로 저를 찾은 걸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니실 텐데. 도통 감이 안 잡힌단 말이에요.”
[뭐어, 은혜 갚기 같은 게 아닐까? 왜, 너랑 나도 그렇잖느냐.]“그치만 정혜 님이 모르는 사이에 은혜를 갚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보은을 하는 걸 정혜 님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모든 진실을 쥐고 있는 이호가 조가비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추측만 한가득이다.
[일단 지켜보자고.]청화의 말에 로운도 동의했다.
처음엔.
-뭐 이딴 의뢰가 다 있나, 설마 범죄……?
라고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직접 발로 뛰며 1열에서 직관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로운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었다.
* * *
며칠이 지났다.
첫날 갑자기 넘어지려는 이정혜를 붙잡은 이후로도 로운은 종종 이호의 지시에 따라 몇 번 나설 일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신통력, 정말 신통방통하단 말이지?’
“혹시 그걸로 로또도 맞추실 수 있어요?”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니, 그렇잖은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복권 같은 거, 누구나 생각할 법도 하지 않는가!
“넌 애가… 이런 대단한 능력으로 고작 생각한다는 게 복권이냐?”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은 반응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여하튼 로운이 나서게 된 일은 정말 소소하디 소소한 일이었다.
가령.
“웬 우산이에요? 오늘 비도 안 오는데?”
“이거 갖다 주고 와. 우리 정혜 몸도 안 좋은데 감기 걸리면 곤란하니까.”
“……?”
다행히 몇 분 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해가 쨍쨍한데 우산을 넘겨주는 미친놈 취급은 당하지 않았다.
그 밖에는.
“배차 간격이 40분이라고? 그럼 잡아야죠.”
이정혜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무정차 버스를 대신 손을 흔들며 달려가 잡아 세운다던가.
지갑이 들어 있는 작은 손가방을 놓고 가서 부랴부랴 그 뒤를 따라가 다시 갖다 준다던가.
뭐 그런 소소한 일들이 주를 이루었다.
참고로 그 버스는 거지 같은 배차 간격도 간격인데 정류장에서 온갖 동작으로 구애를 하지 않으면 개무시하고 가는 것으로 유명한 버스였다.
이정혜가 그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이상을 관절 아프게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는 덤이었다.
‘그나마 이호 님이 인식장애 술법인지 뭔지를 걸어 주셔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이정혜에게 감사는커녕 의심의 눈초리만 받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런 몇 번의 사소한 돌발상황 외에는 로운이 나설 만한 일은 별로 없었다.
이정혜가 워낙 루틴대로 움직이는 사람인 덕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엷게 내린 커피를 마시고 책상 앞에 앉으시는 게 첫 번째 일과였지.’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이호가 자랑스럽게 나불거려서 알게 되었다.
-우리 정혜가 아주 유명한 작가거든. 아침 공복에 커피 한 잔 딱 마시고 써야 가장 잘 써진대.
그걸 들은 청화는 이렇게 이호를 평가했다.
[그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왜 그걸 자기가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구나.]아무튼 유명 작가인 이정혜는 오전에 글을 쓴다.
점심 즈음엔 조카손녀인 이윤서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함께 가볍게 식사를 한 뒤, 소화 겸 산책을 즐긴다.
첫날 봤던 공원이 이정혜가 즐겨 찾는 산책 루트 중 하나다.
산책을 마친 다음에는 커피샵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여기서 이호는 매번.
-커피 좀 줄이게 해야 하는 거 아냐? 건강에도 안 좋은데.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했다.
청화의 말을 빌리자면.
[진짜 염병도 이런 염병이 없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