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5)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95화(95/110)
95
빙의에 귀신에 영물에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겪으며 쪼렙에서 벗어난 로운이라지만.
아직 여전히 무지한 부분이 상당했다.
그 때문에.
[간단하게 말해 저 녀석이 가진 기운의 결정체니라. 굉장히 귀한 거지. 어디 보자. 네 녀석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사리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구나.]이 설명에는 기겁해 버리고 말았다.
“그거 몸속에서 나오는 거 아니에요?”
[비슷하다. 기운이란 몸속에서 품고 있는 것이니까.]갑자기 저 보석처럼 예쁜 구슬이 달리 보인다.
‘그러니까 내장… 뭐 그런 건가?’
“아니! 무슨 설명이 그따위야? 쟤 지금 기겁했잖아!”
[맞잖느냐! 넌 내단을 밖에서 키우더냐?]“맞긴 한데! 하, 이로운?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거 되게 좋은 거다? 쟤가 설명을 좀 이상하게 해서 그런 건데 여우의 내단이라고 하면 알아 주는 기물이자 귀물이라고!”
자기가 가지고 온 최고의 보상이 한낱 내장이 되어 버린 탓인지 이호가 목에 핏대를 세운다.
“이 여우 구슬로 말하자면……!”
‘뭐지 이 분위기?’
분명 보답을 받는 자리였는데 어째 약장수에게 홀리는 것 같다.
“…이런 효과가 있다 이 말이야! 어디서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귀물 중의 귀물! 금은보화를 싸 들고 와도 못 구하는 귀중한 거라고!”
“그러니까 그 여우 구슬이란 게 몸보신도 되고 정순한 기운의 결정체라 온몸이 정화되며 영력이 늘어나며 장수도 하고 나중에는 신선이 될 수도 있게 만들어 주는, 뭐 그런 거라는 거죠?”
이호의 일장연설을 대충 줄이면 그랬다.
“다른 여우 구슬은 안 돼. 천호씩이나 되는 이 몸의 구슬이나 그런 효과가 있는 거지! 온갖 잡다한 기운이 섞인 여우 구슬과는 비교가 안 돼, 비교가!”
[그럼, 그럼. 저 녀석이 저렇게 장담할 만하다. 굉장히 귀한 거거든. 격을 한 단계 높여 주는 귀물은 굉장히 진귀하다. 위에 있는 영감탱이들도 지금쯤 눈이 휘둥그레해졌을걸?]“맞아. 이건 아무나 가질 수가 없는 거거든. 왜냐면 이 정도 구슬을 가지고 있는 여우나 천호도 드물고, 애초에 아무에게나 주지 않아. 말했듯이 이건 내 힘을 응축시킨 거라 빼낸 만큼 내가 약해지는데, 누구를 주겠어?”
자신감에 찬 호언장담.
거기에 추임새처럼 덧붙이는 청화의 말까지.
왜 유사품을 주의하라는 홈쇼핑 광고 소리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저게 진짜라면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닌데?’
일단 99퍼라 완료가 아니라 받기에 양심이 찔린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데. 아니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아무튼.’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다고 한다.
일호의 일장연설을 듣다 보니 왠지 저 신비로운 기물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튼 되게 좋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어? 얼른 받기나 해.”
“그럼 이호 님. 이거, 환자도 살릴 수 있는 거네요? 말 들어보니까 목숨만 붙어 있으면 거의 만병통치약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어? 이론적으로는 그렇… 지……?”
로운은 얼떨떨해 보이는 이호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그럼 이거, 정혜 님이 쓰시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 순간.
로운은 보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와 풍성한 꼬리들을.
* * *
‘부드러워 보여서 한번 만져 보고는 싶었는데. 이걸 이렇게 만지게 되네?’
방 안을 가득 채운 아홉 가닥의 꼬리.
그만큼 이호가 놀랐다는 소리였다.
도술을 유지하는 이성이 흔들렸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왜 아홉 개지? 처음 봤을 땐 분명 열 개였던 것 같은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놀란 여우를 달래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여우 구슬을 정혜에게 주겠다고?”
“설명을 들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딱 정혜 님한테 가야 할 물건 같아서요.”
물론 로운의 이 생각에는 문제가 있기는 했다.
우선 첫째로.
[아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그와 운명공통체인 청화를 납득시키는 일이었다.
다 된 밥에 셀프 잿뿌리기를 하는 로운을 보며 청화가 대경했던 것이다.
[저게 얼마나 몸에 좋고 귀한 건데! 못해도 백 년이나 묵었을 텐데! 저 녀석이 얼빵해도 힘은 대단한 놈이니 어마어마하게 효능도 끝내 줄 텐데?]“그치만 청화 님. 청화 님이 계시는데 저한테 굳이 저런 게 필요할까요?”
[…으응?]“그렇잖아요. 정화 효능이야 청화 님이 기본으로 가지고 계신 능력이고. 저야 늘 청화 님과 같이 있을 테니 굳이 필요가 있을까요?”
[희한하게 또 맞는 말 같기도 하고……?]“영력이니 장수니 하는 일도 솔직히 너무 나중 일이잖아요. 지금 당장 살아남기 급급한데.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괜히 좋은 물건 하나 날리느니,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낫잖아요. 그쵸?”
[어허, 무슨 그런 부정 타는 말을 하느냐!]“말이 그런 거죠, 말이. 청화 님이 계시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흠. 그건 그렇지.]“어쨌거나 지금 제일 필요한 사람이 따로 있는 물건이니까 이치에 맞게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행히 차분히 설득한 결과.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구나. 네 말도 일리는 있고. 정혜 씨 같은 인간이 하나쯤은 남아 있는 것도 괜찮겠지.]청화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끄응. 덕을 쌓는다는데 반대할 수도 없고.]여우 구슬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뭔가 이럴 것 같았다며 혀를 끌끌 차기는 했지만.
“너 진짜… 이걸 정혜한테 준다고……?”
이정혜에게 넘기겠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 귀와 꼬리를 꺼냈던 이호.
청화와의 대화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수습했는지 뒤늦게 물어온다.
“내 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거 정말 귀한 건데…….”
“알아요. 하지만 저보다 더 귀하게 써 줄 사람은 따로 있잖아요.”
“…….”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이호를 보며 청화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놀랍겠지만 세상에 이런 인간도 있느니라. 이러니 저 깐깐한 영감탱이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지. 흠흠.]행여나 눈독 들일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주의를 주는 청화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이호.
입만 벙긋벙긋하던 그가 비틀비틀 다가와 바들거리는 손으로 로운의 두 손을 붙잡았다.
“뭐라고…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내게 가장 값진 건 내 구슬과 정혜뿐인데……. 정혜는 미안하지만 줄 수 없고……. 구슬은 네가, 정혜에게 준다고, 흡.”
안 그래도 훌쩍거리던 이호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내가 줄 게 없는데… 나라도 가질래?”
“…네?”
잘못 들었습니다?
“나중에 정혜가 삼도천 건넌 다음에는 내가 너를 주인으로…….”
“아뇨, 아뇨아뇨! 잠깐만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로운이 기겁하며 화들짝 놀랐다.
한순간에 훈훈하던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 버렸다.
[아니, 이 여우 녀석이 어디서 남이 점찍어 둔 인간을 날름 가로채려고! 눈독 들이지 말라 한 것이 방금 전이거늘!]“아, 그럼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라고!”
[그거야 네 녀석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이마를 짚은 로운이 두 마리를 말렸다.
“일단… 이호 님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서요.”
“네가 그렇다면야……. 그럼 내가 쌓아 뒀던 공덕이라도 많이 줄게. 그건 괜찮지?”
“네, 그 정도라면요.”
말이 아예 안 통하는 건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너무 좋아만 하지 말거라. 이 녀석이 양보한 것으로 끝이 아니니. 여우 구슬씩이나 되는 귀물은 함부로 턱턱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잖느냐?]하늘의 존재들이 굳이 로운을 찾는 이유가 뭔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그들이 함부로 개입했다가는 지상의 질서가 어지러워질 것이 분명하기에 간섭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호의 경우도 동일하다.
이호 역시 선적에 오른 하늘의 존재.
그렇기에 이정혜를 돕는 사소한 일조차 로운을 통해 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갑자기 여우 구슬을 주겠다 해도 곤란한 상황이지.’
엄격히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호의 선적이 박탈될 수도 있는 엄중한 문제였다.
[여우 네가 제재를 받는 거야 뭐 그렇다 쳐도, 정혜 씨는 무슨 죄란 말이냐. 행여나 네 녀석의 잘못으로 정혜 씨에게 영향이라도 간다면 어쩌려고.]“…그렇긴 하네. 안 그래도 나 때문에 오래도록 고생한 정혜인데 영혼마저 고초를 겪게 할 수는 없으니.”
잠시 잠깐 찾아온 희망에 부풀어 오르던 기대감이 파스스 재가 되어 흩어진다.
순식간에 침울해진 분위기.
그 가운데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제게 생각해 둔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들어보실래요?”
바로 로운이었다.
* * *
[그 방법이 통할까?]“안 통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어쨌든 제가 받으면 제 거 맞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신비로운 힘의 대류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여우 구슬.
손에 쥐니 의외로 따끈따끈하니 손난로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제가 받았으니 이제 제 거, 맞죠?”
“어, 어어……. 네게 보은하기 위해 내가 네게 준 거니까 네 거지.”
“그럼 이제 이 구슬은 제 거입니다.”
로운은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를 말을 크게 외쳤다.
[별빛 932가 당신의 재지에 감탄합니다!] [별빛 345가 당신의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별빛 279가 이 상황을 보며 팝콘을 튀깁니다!]뭔가 마지막에 이상한 게 껴 있는 것 같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관조자들 또한 로운의 말에 동의했다.
‘뭐, 저분들이 오케이 했으면 끝난 거지.’
“그럼 이제 가죠.”
“어……? 어디로 가는데?”
“어디긴요. 정혜 님이 계신 병원으로 가야죠.”
“지, 지금 바로 가?”
로운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호를 스윽 바라봤다.
“그 귀랑 꼬리부터 넣고 갈게요.”
그들이 이정혜의 병원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 뒤였다.
* * *
“아까부터 윤서가 난리더니. 이로운 씨가 온다고 그랬던 모양이군요. 그나저나 이호 님, 그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병실에 누워 있던 이정혜가 로운과 이호를 맞이했다.
“저는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데, 이호 님은 여전히 고우셔서…….”
“정혜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 눈에는 누구보다 여전히 곱고 예쁘기만 한데.”
그… 자리를 잠깐 비켜 드려야 하나?
로운은 잠시 고민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로운이 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인사드려야지 싶어 연락드리려 했는데.”
“아뇨, 진짜로 괜찮습니다. 고맙다는 말은 이호 님한테도 많이 들었고요.”
은은한 미소를 띤 이정혜의 말에 로운 안에 잠들어 있던 유교보이가 척수반사급으로 깨어나 대답했다.
“그래. 정혜 너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건강해지는 데만 집중해. 알았지?”
“손님이, 그것도 귀한 은인이 오셨는데 어떻게 그래요?”
뭐라도 대접하려는 이정혜를 이호가 만류했다.
아무래도 팔불출 기질이 역력해 보인다.
“아니에요. 어차피 잠깐 얼굴만 뵈러 온 거거든요. 그런데 정혜 님.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데요.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네, 무언가요?”
“제 주머니가 지금 얕거든요. 일어서면 주머니 안에 든 게 떨어질 거 같아요. 잃어버리게 되면 너무너무 아쉽고 속상하겠지만, 어쩔 수 없죠. 제 부주의인걸요.”
별수 없다는 듯 로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찾을 생각도 별로 없을 거예요. 저는 덜렁거리는 편이라 뭐를 잊어버렸는지도 금방 까먹을 거예요. 아마 주워 간 사람이 잘 써 주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마침 이호 님이 또 잘 아는 물건일 수도 있고요.”
평소 자의적 타의적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어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하고 망가질 때까지 쓰는 로운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부주의함의 끝판왕이 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툭!
로운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 얕은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데구르르…….
동글동글한 구슬이 마치 주인을 알아보듯 굴러가다 이정혜 앞에 멈춰 섰다.
“저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병원 말고 다른 곳에서 뵈었으면 좋겠네요.”
뒤에서 이정혜가 로운을 부르려는 것 같았지만.
로운은 들리지 않은 척, 몸을 돌려 병실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로운이 잃어버린 여우 구슬을 우연히 줍는 것은 이정혜가 될 것이다.
‘실수로 잃어버렸다는데 어쩔 거야. 잃어버리는 게 하늘의 규율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 순간.
띠링!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습니다!]로운이 그렇게 기다리던 완료 메시지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