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a former idiot who became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7)
전직 망돌이 탑스타 된 썰 푼다-97화(9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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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었다.
[저기, 이보게. 내가 덕을 얹어 줄 테니 자리만 한번 만들어 주지 않겠나?]아예 은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양반들도 있었다.
[어허, 어딜 끼어들려고! 저 기특한 어린 것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한 겐가!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나잇살이나 먹어서 상도덕도 없기는!]물론 곧 나타난 다른 경쟁자에 의해 제거되었지만.
‘이게 다 우리 애가 너무 잘난 탓이겠지.’
불과 얼마 전까지는 로운 모르게 은밀히 네 번째 의뢰를 성사시키려던 청화지만.
지금 와서는 오히려 어깨만 든든해져 있는 상태였다.
참고로 이번 의뢰로 청화는 드디어! 눈을 뜨게 되었다!
사실 눈 같은 거 없어도 보는 데는 지장이 전혀 없다지만. 이건 기분상의 문제였다!
‘드디어 점점 더 완전해져 가는구나!’
이게 다 기특한 우리 애 덕분 아니겠는가?
그 애가 좀 순한 게 걱정이기는 하지만 때마침 여우 녀석이 구슬을 넘긴 은혜를 잊지 않고 딱 필요했던 능력치를 줬다.
‘하긴. 덕분에 정혜 씨가 살았으니 제 목숨도 살린 셈이니 고마워서라도 당연히 그래야겠지. 하여간 팔불출 녀석 같으니라고.’
이정혜에게 하는 꼴을 보면 그간 어떻게 떨어져 있을 생각을 했는지, 아주 지극정성이 따로 없었다.
천년도 더 묵은 천호의 자긍심은 어디로 갖다 팔아치웠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정혜를 어화둥둥하느라 바쁜 이호를 떠올리며 청화가 혀를 끌끌 찼다.
‘쯧쯧. 나는 우리 애가 아무리 전설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상제께도 이름 석자를 알린 데다가 성품도 올곧고 바르며 사리분별에 밝고 이치를 알기에 뿌듯하고 자랑스럽긴 하지만! 저렇게는 굴지 말아야겠다!’
나름대로 이호를 반면교사 삼으며 청화는 자신의 행실을 가다듬기로 했다.
물론, 어느모로 보나 또 하나의 훌륭한 팔불출이기에 소용은 없었지만.
* * *
예상외의 위업 달성과 추가 보상까지 달달하게 받았던 의뢰가 끝난 뒤 며칠 후.
<통화 괜찮아?>
이호에게 연락이 왔다.
“네. 괜찮아요. 참, 정혜 님은 좀 어떠세요?”
<덕분에 괜찮아졌어. 네가 준 게 어떤 건데 괜찮아지지 않으면 이상하지!>
며칠 전처럼 다짜고짜 찾아오지 않고 연락부터 하는 걸 보면 이제는 정신을 좀 차린 모양이었다.
상대도 멋쩍은 듯 하하- 하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약간 부작용이 있는 거 같기는 하더라.>
“네?”
깜짝 놀라 묻자 수화기 너머 상대편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목소리로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다.
<그게 말이야, 우리 정혜가 회춘을 해 버렸지 뭐야!>
“…네?”
회춘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단어의 등장이었다.
<안 그래도 병원에는 계속 있기가 좀 곤란했거든. 갑자기 말기 암이 뾰로롱 나아 버렸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어. 연구 대상으로 삼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근데 그것도 모자라서 갑자기 젊어지기까지 해 봐. 인간들이 얼마나 탐욕이 드글드글한데. 진짜 연구하자고 덤빌 수도 있다니까? 그러기 전에 얼른 내뺐지.>
이호가 상황 보고인지 아니면 자랑인지 모를 말을 신나게 늘어놓았다.
‘들어보니 왠지 자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인 게 정혜가 외부 활동을 잘 안 했던 편이라 유명은 해도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더라고. 있어 봐야 출판 관계자들 몇몇 정도? 뭐, 그쯤이야 내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니까.>
살짝 암시만 주면 된다며 이호가 덧붙여 설명했다.
길고 긴 자랑 끝에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아무튼 그래서 정혜가 너한테 직접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대. 나도 같은 생각이고. 저번에는 내가 너무 경우 없이 군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아뇨, 아뇨아뇨.”
잘 듣고 있던 로운이 화들짝 놀라 끼어들었다.
<아니, 왜? 다 네 덕인데. 야, 나나 정혜나 이런 은혜도 모르고 입 싹 씻을 만큼 염치없는 금수도 아닌데 당연히 고맙다고 해야지.>
“의뢰 보상 주셨잖아요. 그 뭐지, 직감인가 하는 스킬도 따로 또 주시기도 했으면서 그래요.”
<저번부터 생각한 건데 너 은근히 그런 거 민망해한다? 뭐, 네가 그러니 더는 말 안 할게. 고맙다는 처지에 강요할 수도 없고.>
다행이었다.
이정혜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의 안에 잠들어 있는 유교맨이 벌떡 일어서 호통을 칠 일이었다.
<그래도 한 번 만나기는 해야 해.>
“네?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게 아니고. 너 정혜가 유명한 작가인 건 알지?>
유명이라는 단어에 강세가 들어가 있다.
과연 청화가 인정한 팔불출다웠다.
“네, 알죠. 매일 아침마다 글 쓰시던 루틴을 아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요?”
<정혜가 이번에 괜찮아지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집필 시작했거든?>
“아,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흐흐, 네 덕분이지 뭐. 고맙다. 여튼 그래서 그 기념으로 얼마 전에 계약 하나를 했어.>
이전 대화할 때 이정혜가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몇 가지 미련 중 하나.
바로 작품의 끝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라고.
‘그래도 틈틈이 완결까지의 구상은 마쳐두셨다고는 했었는데. 다시 시작하신 모양이구나.’
잘된 일이었다.
이정혜가 얼마나 글쓰기에 진심이었는지 몇 주 지켜보며 알게 되었기에 더 그랬다.
계속해서 자랑만 듣는 것 같지만.
‘이런 자랑이라면 환영이지.’
특히나 이런 좋은 소식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작품 관련해서 들어왔던 제안이었는데 출간도 미뤄지면서 이 제안도 받아만 뒀었다고 했거든. 근데 지금 상황이 달라졌잖아. 그래서 계약하기로 했다더라고. 나도 듣고 보니 괜찮아 보이더라. 아, 그게 뭐냐면. 드라마 판권이야. 정혜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라더라.>
그런데.
<그래서 말인데. 너, 드라마 생각 있어?>
그 자랑의 내용이 알 수 없는 곳으로 흐른다.
“네?”
이렇게 갑자기요?
지금 자랑하러 전화하신 거 아니었나요?
난데없는 제안에 로운이 멈칫한 사이.
의뢰를 맡길 때부터 짐작 가능하던 미친 추친력의 이호가 시원하게 일을 진행시켰다.
<자세한 얘기는 일단 와서 들어.>
* * *
<환세비원록>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베스트셀러다.
출간 직후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항상 베스트셀러에 손꼽히는 역작이기도 했다.
국내 소설 중 최다 증쇄 기록을 지니기도 했으며 최다 해외 판권 수출로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었다.
헐리우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영상화를 탐내고 있다는 이야기 또한 유명했다.
-가장 한국적인 판타지 소설
어떤 비평가는 환세비원록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환세비원록은 단순히 소설로 보기가 어렵다는 평도 있었는데, 역사적 사료와 고증까지 확실하게 챙겨 완성도가 높다는 평도 있었다.
한 민속학자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환세비원록의 작가는 독자들에게 교묘하게 날조된 지식을 불어넣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라고 비판했던 일화도 유명했다.
비평도 아니고 인신공격 수준의 비판이 왜 유명세를 탔느냐.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자가 열심히 까댔던 소설 내용을 뒷받침하는 사료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학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당연하거니와 그 뒤로 환세비원록의 인기와 인지도가 더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일련의 해프닝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독자들과 유명세가 높아진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환세비원록도 주춤할 때가 있었다.
바로 환세비원록을 출간하던 출판사의 사장이 횡령을 저질렀던 것이다.
수많은 국가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며 부커상과 안데르센상의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환세비원록이 사기를 당하다니?
-출판사 사장 미친 새끼 황금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갈라도 유분수지 ㅅㅂ
대중의 공분을 산 이 사건은 지지부진한 법적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도 팬들의 끝없는 지지를 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집필과 출간이 어른들의 사정으로 점차 늦어지게 되었던 것.
‘아마 나날이 나빠지는 이정혜의 건강도 한몫했을 거고.’
본의 아니게 연중이 된 지 벌써 몇 년째라지만.
아직도 환세비원록을 검색하면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독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었다.
늦어져도 괜찮으니 완결만 기다린다며 치성드리는 경지에 달했다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찾아본 로운은 현재…….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 출연해 달라는 그런 말씀이신 거죠……?”
이호, 그리고 이정혜와 마주 앉아 있었다.
* * *
‘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지?’
이정혜가 유명한 작가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야 당연했다.
팔불출 이호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하신 분일 줄은 몰랐지……!’
심지어 환세비원록은 로운도 제목을 들어봤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작품이었다!
매일같이 루틴을 지킬 때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대단하신 분이셨을 줄이야.’
유명세로 사람을 대하는 속물적인 짓은 절대 사양이라 신경 쓰지 않았는데.
신경을 썼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호가 그간 얼마나 대놓고 팔불출처럼 자랑을 했던가?
게다가 이제 계약을 곧 앞두고 있다는 얘기만 흘러나왔을 뿐인데도 관련 기사가 우수수 쏟아지기까지 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ㅁㅊ 이거 실화임? 환비록이 드라마화 된다고??
-작가님 다음 권은요ㅠ?
└들마 방영이랑 같이 담 권 출간된대!!!!!
└헐 미친 존나 좋아ㅠㅠㅠㅠㅠㅠ
-존버는 성공한다!!!!!!!!!!!!!!!!
벌써부터 독자들이 이 소식에 열광하는 것이 느껴졌다.
-캐스팅 정보는 뜸??
└아직 안 뜸
-근데 잘못하면 더 망하는 거 아냐? 드라마화돼서 망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ㅠ 나 그 꼴 두고 못 봄ㅠ
└ㄱㅊㄱㅊ 보니까 작가님이 직접 각색하고 대본에도 참여하신다더라
└헐 그럼 진짜 대박인데
└나올 때까지 숨 참고 기다린다
특히 원작자인 이정혜가 직접 각색과 스크립트 작업을 맡는다고 알려지면서 그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그런데 그 작품의 메인 캐릭터 중 하나를… 내게 하라고?’
대체 왜?
“로운 씨야말로 이 역할에 제격이라고 생각해요.”
이정혜가 로운에게 권한 역할은 다름 아닌 주인공의 가장 큰 조력자인 스승 역이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만큼 비중이 높은 조연이다.
“혹시 제게 고마워서 그러시는 거라면,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로운 씨에게 감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저와 이호 님의 자식 같은 작품으로 배역을 권하지는 않는답니다.”
부드럽게 미소 짓는 이정혜지만, 그 안에 단단한 심지가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던 기백은 여전했다.
“이 역할, 로운 씨가 맡아 주었으면 해요.”
이상하다.
의뢰를 했을 뿐인데.
배역이 넝쿨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