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25
사상 최강의 오빠 429화
종막 (6)
한 번 더 보이드에 감염되면 죽는 다는 이그드라실의 말에 김세훈이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맥주 한잔 들이킨 성인의 그것처럼 통쾌하기 짝이 없는 대소(大笑).
한참을 웃어젖히던 김세훈의 시선 이 죽은 라온에게로 향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무슨 일 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가는구 나. 그래, 라온. 네가 맞았다. 그들은 있다. 오냐, 이래야지. 너 하나 잃고 내가 모든 것을 얻는다면. 그런 결말 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합리의 극치겠지.”
최악의 상황에 마주했음에도, 김세 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 겠다.
숱한 죄를 저질러 온 자신에게 천 벌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 누가 앞으 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겠는가? 결국,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하 는 법.
이 모든 일을 자초하고, 저지른 자 신이 해결해야 했다.
그래.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그드라실, 하나만 묻자. 만약 내 가 바이웨이로 향한다면? 그럼 150 명을 위해 준비된 예비 로그아웃 서 버는 어떻게 되지?”
“그 예비 서버도 오래 버틸 수 있 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십중팔구는… 마스터가 천계 로 가서 바이웨이를 찾는 동안 보이 드에 감염되어 못 쓰게 되겠지요.”
“실패하게 되면 모든 걸 잃겠군. 소중한 이들도, 10억의 인류도, 내 목숨도… 전부 다.”
“정확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께 서 150명을 택하셨으면 합니다. 지 금 와서 천계로 간다 한들, 보이드 에 잠식된 그곳에서 무사히 바이웨 이에 도착한단 보장은 없으니까요. 즉, 비효율적이고 무리수입니다.”
김세훈이 뇌까렸다.
“보장은 없다…라.”
“마스터. 가장 확실하게 움켜쥘 수 있는 것. 눈앞에 있는 것. 그것을 택하시길.” 서글픈 얼굴로 고민에 빠져 있는 김세훈에게 최아라가 다가왔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김세훈의 엄지 를 조심스레 잡았다.
행여라도 뿌리칠까 겁나는 듯, 손 대신 엄지를 부여잡는 최아라의 손 길에 김세훈이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아라야.”
김세훈의 말에 최아라는 아무런 말 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이라 는 듯 고개 숙인 채 꼭끅거리고 있 을 뿐.
잔뜩 숨죽인 최아라의 눈물을 김세 훈이 검지로 훑어내며 말했다.
“세정이. 그 녀석은… 참 별났다. 운영자가 되어 달란 나의 말을 거절 하고, 고집부려선 윤회를 선택하고, 그런 와중에도… 날 걱정했지.”
-오빠, 왜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있 는지 알아? 필요하기 때문이야. 사 람은 아파야 정신을 차리고, 늙어서 야 후회를 하고, 죽음을 마주 하고 나서야 뉘우치며, 삶■이 있어야 행복 을 느끼거든. 그러니까, 내 걱정 말 고 오빠나 조심해. 나는 오빠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그 녀석은 항상 그랬다. 못 말리는 바보였으며, 호구였다.
손해를 보고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기꺼이 그것을 감수했고, 뺨을 맞고 나서도 피가 나지 않는다면 그냥 웃 어 버렸다.
어느 날, 물었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왜 그리 미련하게 사냐고.
-왜긴, 혼자 사는 욕심쟁이가 되느 니, 모두에게 사랑받는 호구가 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지.
그러다가 다 빼앗기면 어쩌냐고 물 었다.
-가져갈 거면 가져가라고 그래. 좀 없이 살면 되지 뭐. 에이, 그리고 내가 호구긴 해도, 바보는 아냐. 사 기라거나, 심한 짓을 자초하거나, 당 하진 않는다고. 흠흠, 나도 어느 정 도 각은 본단 말이지.
그러다 사람들이 너를 병신 취급하
면 어쩌냐고 물었다.
-그래도 결국은 날 찾을걸? 사람 들이 왜 바다를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아낌없이 주기 때 문이거든. 그러니까… 호구를 바보 취급하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왜 그렇게 사냐고 물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사실 나는 말야. 착한 게 아냐. 내가 그 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어떻게 이게 착한 게 되겠어? 그래서 말인 데, 아마… 나는 겁쟁이인가 봐. 사 람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겁 쟁이.
그렇기에, 김세정은 바보였고, 멍청 이였다.
그런데 왜일까?
김세훈은 그런 그녀가 항상 눈부셨 다.
그래. 누군가가 그에게 말했던 대 로, 그녀는 그의 빛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려고 했던 것은.
물론, 끝내 그것마저 실패했지만.
김세훈이 중얼거렸다.
“녀석이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겠 지.”
“…아저씨…厂
김세훈이 최아라의 머리를 자상하 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내 소중 한 사람들의 끝을 나 따위가 선택하 고, 좌지우지해도 되냐는 거다. 하지 만…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아무 리 그래도… 내 잘못인데, 내 사람 들을 위해 그들을 외면할 순 없잖 아.”
“아저씨. 죽은 사람은 말이 없잖아 요. 그러니 아무도… 아저씨를 미워 하지 못할 거예요.”
애써 자신을 편드는 최아라의 태도 가 귀여웠던 걸까?
김세훈이 빙긋 웃었다.
“아라야. 만약 네가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살게 된다면…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란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듯, 산 사람의 귀는 열려 있다는 걸.”
10억의 삶을 거름 삼아 살면 무엇 하랴?
산 사람은 고스란히 그 무게를 짊 어진 채,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아 가야 할 텐데.
그들이 뱉지도 못한 말을 제멋대로 상상한 채,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할 텐데.
물론, 자신이 살린 150명은 이 일 을 기억 못 할 것이다.
하나, 그들이 왜 살아남은 게 자신 들뿐이냐고 물었을 때, 김세훈은 차 마 그들의 면전에 거짓을 토할 자신 이 없었다.
그리고, 진실을 들은 그들이 그 무 게를 감당할 수 있으리란 확신도.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이그드라실.”
“네. 마스터.”
“라온이 말한 유리관이 있는 외딴 곳의 위치.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네가 나 대신 가서 정리해라.”
“문제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니제시스와 규율은 어찌 됐지?”
“규율이 이겼고, 갈기갈기 찢겨진 시니제시스의 사체는 제가 수습했습 니다. 다만… 규율의 상태가 좋진 않습니다.”
시니제시스가 강하다곤 하나, 그래 봤자 라온의 피조물.
김세훈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규율 을 어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격한 전투의 현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기계용의 거체를 향해 걸어간 김세훈이 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규율.”
-크르르… 규율이 카메라 렌즈 같은 눈을 깜 빡거리며 김세훈을 응시했다.
사람을 압도하던 거체는 촉수에 의 해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었고, 하늘을 가릴 것처럼 위세 좋던 날개 는 넝마가 되어 있었다.
한때, 자신과 함께 선조시대를 활 보하던 규율의 초라한 몰골을 말없 이 바라보던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이그드라실. 우리가 나가면 규율 은 어찌 되지?”
“규율은 시스템에 종속된 AI인 만 큼, 별도의 작업이 없으면 아우터에 남게 됩니다.”
“폐기된다는 거군.”
“맞습니다.”
“과거, 내가 아우터로 규율의 AI를 업로드한 뒤, 본체는 현실에 방치한 거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좀 지났 다고 녀석의 본체에 이상이 생기거 나 하진 않았겠지?”
“네. 제가 따로 관리를 해왔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규율의 A1 데이터를 세이브 해줘. 규율도 데리고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그리 처리하겠습니다. 하나, 마스터도 아시겠지만… 규율 의 A1 데이터는 용량이 너무 커서 비상용 로그아웃 서버로는 업로드가 불가능합니다.”
“상관없다. 나는 바이웨이로 향할 거니까.”
“…결정하신 겁니까?”
“그래.”
“실패하면 그나마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도 못 살리게 될 겁니다. 그 럼에도, 하시렵니까?”
김세훈이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약속했다. 대신 빚을 갚겠다고. 뭐, 아무리 내가 머저리라도… 아들 놈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만큼 치 졸한 놈은 못 되거든.” 이그드라실이 선명하고, 또박또박 한 발음으로 강조했다.
“제 말을 제대로 이해하신 거 맞습 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아무리 마스터라도 천계로 가면 죽음을 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라온은 당 신보고 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 또한 약속을 어기라는 행위나 마찬 가지라는 거, 모르시겠습니까?”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노력은 해 보되, 못 지키면 못 지키는 거지 뭘 어쩌겠나? 뭐, 녀석도 내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지킬 거란 거 알고 갔 을 거다. 원래… 그런 놈이니까.” 이그드라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군요. 당신께선 여태 껏 누구보다 자기 사람을 중시했습 니다. 백 명을 죽여 친구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였고, 천 명을 죽 여 가족을 살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짓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김세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 모양이 됐잖아. 그렇게 살아서 이 꼬락서니가 됐잖아. 실수 를 했잖아. 후회를 했잖아. 그러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바 뀔 수밖에 없잖아.” 거기까지 말한 김세훈이 아직도 건 재한 지저도시를 향해 시선을 돌렸 다.
아직 도시에 남은 수많은 사람을 보며 김세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순간에도, 저들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미루는 자기 자신이 한 심했던 것이다.
“이그드라실. 지저도시의 정리는 네게 맡기마.”
“그럼 마스터는….”
김세훈이 하늘 저편, 먼 곳을 응시 하며 말했다.
“나는 천계로 간다.”
김세훈은 엄지와 검지를 튕기는 것 만으로 천계의 문 앞에 도달했다.
아우터의 코드에 통달한 그는 좌표 만 알고 있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 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초 단위로 세계 일주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천계의 입구에 도 착한 김세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 다.
방금 권능을 행사하면서 불안정한 느낌을 받았던 탓이다.
‘시스템을 조작하는 게 점차 버거 워지고 있어. 빨리 나가야 돼.’
김세훈의 앞에 반투명한 메시지창 이 떠올랐다.
-도착하셨습니까?
o ” =
-이미 알아채셨겠지만, 시간이 지 나면 지날수록 시스템의 상태가 더 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방금 이동하면서 등골 이 오싹했던 참이다. 아무래도… 보 이드에 의한 시스템 침식이 생각보 다 더 심각한 것 같아.”
-느끼신 그대로… 제가 최대한 저 지하고 있긴 하나, 시스템이 무너지 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3시간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촉박하 군.”
-예상보다 보이드의 침식이 훨씬 빨랐으니까요.
“좋아, 이쯤 됐으면 시간이 없다는 건 대충 알아먹었으니 바로 브리핑 부터.”
-변수가 없다는 가정하에 천계를 횡단해 바이웨이까지 이르는 데 30 분. 바이웨이를 통해 밖에 나가서 보이드에 침식된 시스템 설비를 분 리하고 정비까지 1시간 20분. 여기 까지가 제가 추정한 소요시간입니 다.
“총 1시간 50분이라…. 그럼 여유 시간은 1시간 10분인가? 여유롭다 면 여유롭고, 촉박하다면 촉박하군.”
-브리핑에 소요될 10분을 제외하 면 정확히 1시간입니다. 하나, 명심 하시길. 이건 어디까지나 보이드에 의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고 일이 순 조롭게 진행됐을 때를 가정한 시간 이란 걸요.
“보이드 외에 염려되는 변수는? 예 를 들어 현실에 관한 이슈라던가. 모르긴 몰라도, 시스템이 보이드에 의해 이 모양이 된 마당에 네가 그 쪽을 제대로 신경 썼을 것 같진 않 거든.”
-예리하시군요. 네, 맞습니다. 버텍 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당신께서 하계에 전생하신 후, 저는 그쪽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께서 본격적으로 활동 하기 시작한 후부터 보이드 침식이 가속화되는 바람에… 외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거든요.
“그럼 현실은… 최소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건 가?”
-네. 물론, 저는 최소 기백 년간은 제가 없더라도 시스템이 유지보수 되도록 설비를 자동화시켜 놨습니 다. 하지만… 마스터의 생각보다 외 부 상황이 훨씬 좋지 않은지라, 변 수가 없다곤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입니다.
외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리에 김세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지? 밖에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긴 거야? 설마, 네가 감당 못 할 정도 의 이슈인가?”
-그건….
쿠르르릉.
천둥 번개가 치며 김세훈의 앞에 있는 천계의 문이 들썩거렸다.
허공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대한 성문과 같은 천계문.
그곳의 틈새에서 그늘 안개가 피어 올랐다.
마치, 화재가 난 집 현관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검은 연기 같은 모양새 였다.
시간이 없다는 걸 새삼 자각한 김 세훈이 말했다.
“됐다. 나가보면 알게 되겠지. 이그 드라실. 너는 내가 밖으로 나가 조 치를 취하면 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을 준비를 해둬라. 그래야 신속히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을 테니…. 뭐, 내가 무사히 밖으로 나갔을 때 의 얘기다만….”
그 말을 끝으로, 김세훈이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그의 손짓에 따라 천계문이 활짝 열리며 안에 갇혀 있던 그늘 안개가 광풍이 되어 그의 몸을 덮쳤다. 김세훈이 태풍 속을 헤쳐나가듯 팔 로 얼굴을 가리고 문 안쪽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