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85
◈ 평범해서 더
시위는 하루하루 강해졌다.
강성 민간단체까지 끼어들었다.
확성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북을 치기도 했다.
저택 주변이 한적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매일같이 민원이 쏟아졌다.
오죽하면 구청에서 사람이 나와서 잘 해결해 보라고 말까지 전했다.
하지만 이미 시위대는 말로 어찌할 상황이 아니었다.
“법을 무시하는 능력자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합니다!!”
“옳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치외법권적으로 자리한 저 무법자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셈입니까!?”
“물리치자! 물리치자!”
둥둥둥둥둥.
머리에 띠 두르고 북 치는 이들이 수십이었다.
말로 설득을 해보려던 구청 직원들도 이내 포기하고 돌아갔다.
게다가 공권력을 동원하기에는 여론이 안 좋았다.
작심하고 청원 등을 때린 탓에 대부분의 언론도 ‘능력자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고삐를 단단히 조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거, 기운도 넘치는 놈들이군.”
“막 문주님 오셨습니까.”
“그래. 네가 고생이 많다.”
“저야 뭐 대수로울 게 있겠습니까. 매일같이 저 소리를 듣고 있는 노복께서 고생이죠.”
시위대의 목소리는 저택의 담장을 넘지 못했다.
노복이 문 앞에 딱 앉아서 기막으로 소리를 전부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 울림을 모두 받는 노복은 고역이었지만, 덕분에 저택 안은 한산했다.
“네 문주는 어떻게 잘 참고 있더냐?”
“아직까지는 괜찮으신 거 같아요. 안나의 수련에 집중하고 계신 덕에 밖의 일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어요.”
“안나, 그 계집아이는 빙정의 파편까지 품게 된 덕에 내공이 어마어마해졌어. 이젠 저 노복도 쉬이 볼 수 없는 수준이야.”
애초에 경지가 높던 안나다.
빙정의 파편을 몸이 품으며 내공이 한결 깊어졌다.
천마의 수련을 오래 받는다면 노복조차 이긴다고 장담은 어려웠다.
“너도 한참 수련을 해야 할 시기에 이게 무슨 일인지. 고생이 많구나.”
“괜찮습니다. 이것도 다 태상문주님을 위한 일인걸요.”
“쯧쯧. 그 마음을 티끌만이라도 알아봐 주면 좋을 텐데. 원체 목석같은 인간이라.”
“아하하. 전 그냥 이대로도 만족해요.”
“그리 말하면 곤란하다. 그 인간은 그저 그렇게 만족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계속 욕망해라. 끝없이 궁리하다보면 결국 길이 열릴 거야.”
“……그럴까요?”
“그럼. 애초에 저 막무가내인 인간을 좋아할 여자가 얼마 없거든. 하하하.”
막하금의 웃음에 이지아가 볼을 붉혔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대놓고 하는 건 부끄러웠다.
괜히 손부채질을 하고는 종종 걸어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저놈 곁에 너 같은 아이라도 있어야 제어가 될 거 아니냐.”
막하금의 뒷말은 듣지 못한 채.
#
신교의 사람 중 가장 평범한 이를 뽑자면 아마도 윤서나일 것이다.
가정도 평범한 편이고 성장 배경도 무난하다.
안기남처럼 군가의 인물도 아니고 이지아처럼 천년을 이어온 집단의 수장도 아니다.
그렇다고 한채아나 노복과 같은 사연이 있지도 않다.
상대적으로 가장 평범했다.
“응, 엄마. 조만간 한번 내려가 볼게.”
그런 만큼 휘둘림이 컸다.
그녀의 가족은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집 앞으로 시위대가 찾아와 문 두드리고 소리치는 일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당황 섞인 가족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고통이었다.
“아직도 집 앞에 있대요?”
“응. 저녁에 잠깐 물러가나 싶더니 또 왔데. 잠을 못 잔다고 엄마랑 아빠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
“휴우. 제가 우리 쪽 사람을 다시 보내볼게요.”
“고마워.”
“아니에요. 힘들 땐 서로 돕는 거죠.”
이지아가 청월루 사람을 파견하지만 한계가 있다.
시위대를 전부 암살할 것도 아니고, 그냥 중재안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면 답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 봐야 그때뿐.
여론이 여론이다 보니 경찰의 대응도 미온적이었다.
되레 ‘그 집 딸이 문제 아니요?’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지아야, 나 집에 한번 내려갔다가 올게.”
“지금요? 지금 움직이면 수백 명이 따라붙을 거예요.”
“네가 어떻게 수를 내줄 수 없을까? 남들 몰래 집에 갔다 오고 싶은데.”
“정 그러면 은형술을 쓰는 사람을 붙여줄게요. 근데, 이거 제한적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사람 눈은 피해도 카메라나 위성은 못 피해요. 작정하고 따라붙으면 다 추적당해요.”
“그 정도는 감수할게.”
윤서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부모님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시위대 소리를 차단한 저택의 생활도 이렇게 답답한데, 보통 집은 어떻겠는가.
오래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만약의 경우 부모님들을 이곳으로 모실 수 있을까?”
“그렇게 해요. 준비는 제가 해 둘게요.”
“응. 고마워, 지아야.”
“언니. 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래, 그래. 나 가는 건 문주님께 대신 전해주고.”
“직접 얘기 안 해요?”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몰래 갔다 올게.”
몰래 갔다 오는 것이 가능한가.
이지아는 물음이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윤서나도 나름대로 각오하고 한 결정이었다.
“여기는 제게 맡겨요.”
“응. 부탁한다.”
왕복 2~3일.
그 정도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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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나는 골목 어귀에서 기웃거렸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전과 달랐다.
집 주변 도로를 장악한 시위대부터 불편했다.
아예 바닥에 깔아버린 돗자리와 길을 막아버린 북.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주변은 더럽고 지나치는 행인들의 시선은 매우 따가웠다.
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러는 걸까.
속상함과 울분이 가슴에서 부글거렸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네, 네. 덕분에 조용히 왔네요. 지아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만약의 경우 이 통을 밖으로 던져서 신호를 주세요.”
“핸드폰은……?”
“감시당하고 있을 확률이 있습니다.”
청월루의 인물은 몇 가지를 당부하고는 사라졌다.
은형술만큼이나 은밀한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는데.”
윤서나는 집 뒤편 담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라 담은 낮고 보안은 허술했다.
다행히 비밀번호는 예전 그대로였다.
소리 안 나게 누른 뒤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어딜 또 들어와!”
“왁!”
갑자기 날아오는 몽둥이 하나.
윤서가 깜짝 놀라 몸을 옆으로 굴려서 피했다.
쾅, 소리가 난 뒤 서로 돌아오는 눈에 동시에 놀랐다.
“엄마!”
“아이고, 서나야!”
몽둥이를 휘두른 건 윤서나의 모친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몽둥이를 휘둘러?”
“또 도둑놈이 들어온 줄 알았지.”
“또? 누가 집에 침입했던 거야?”
“별일 아니야. 그냥 잠깐 들어왔다가 그 뭐냐, 청월루인가에서 온 분들에게 쫓겨났어.”
“아니, 그게 어딜 봐서 별일이 아니야? 집에 사람이 침입했는데. 경찰에는 신고했어?”
윤서나가 따박따박 물었다.
밖의 시위는 짜증 나는 일이지만, 집 안으로의 침입은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반응이 같을 수 없었다.
“뭐여? 우리 서나 왔어?”
“아빠!”
“이 계집애가 여길 어디라고 와? 밖에 드글드글 거리는 사람들 못 봤어?”
“아이, 아빠도 참! 내가 우리 집 오는 데 누가 뭐라고 할 건데?”
때마침 부친도 밖으로 나왔다.
모친이 휘두른 몽둥이와 비슷한 크기의 프라이팬을 들고 있었다.
“서나 아빠. 그 프라이팬은 또 뭐래요.”
“도둑놈이면 나도 한 손 거들라고 했지.”
“거들긴 무슨. 저번에도 괜히 나섰다가 허리나 삐끗하고는.”
“크흠, 큼. 운동을 오래 쉬어서 그렇다고. 내가 왕년에는 한주먹 했는데.”
“퍽이나 그러겠어요. 그거 두고 거실로 나와요.”
집안은 윤서나의 모친이 꽉 잡고 있었다.
부친은 입술을 내밀면서도 별다른 불만 없이 주방으로 돌아갔다.
“서나야, 일단 좀 앉아. 내려오는데 별일은 없었고?”
“응.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소란 없이 들어왔어.”
“다행이네. 밖에 저 사람들 아주 그냥 사냥개가 따로 없어. 동네 사람들도 죄다 들쑤셔서 피해 다니잖아.”
“어디서 온 사람들인데?”
“무슨 뭐라더라……전평연? 전국 평범한 사람들의 연합? 이름도 괴상해서는.”
“엄마랑 아빠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나저나 밥은? 밥은 먹고 왔어? 배고프지? 엄마가 금방 밥 차려줄게.”
“뭐래, 오자마자.”
“얼굴 홀쭉해진 거 봐.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니? 그 뭐냐, 천마 뭔가 하는 곳에서는 밥도 안 줘?”
따박따박 날아오는 질문에 윤서나가 쩔쩔매다 그냥 웃고 말았다.
이렇게 있으니 집에 돌아온 것이 실감 났다.
사냥꾼으로 성공하겠다고 친구들과 회사를 차린 것이 벌써 몇 년인가.
참 오래 비웠구나 싶었다.
“우리 서나 밥은 먹었어?”
“아빠.”
이래서 부모인가.
윤서나가 한 번 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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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져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
피곤함에 늘어져 있는 시위대 중 몇 명이 은밀하게 빠져나왔다.
골목을 지나 위치한 인적 없는 공터였다.
“정보는?”
“확인했습니다.”
“윤서나임이 확실하겠지?”
“네. 교통 카메라를 훑고 부분 감정 데이터와 비교했습니다. 평소보다 소리 울림이 14배가량 상승했습니다. 그녀가 온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좋아. 그럼 예정했던 대로 움직인다.”
검은색 야행복을 입은 남자였다.
품에서 작은 알약 세 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효력은 10분이면 나온다. 때에 맞춰서 시위대를 움직인다. 자극을 받으면 약효에 따라서 반응하겠지.”
“후에 조사를 해도 흔적은 안 나오는 겁니까?”
“만독궁에서 제조한 물건이다. 흔적 따위는 남지 않아. 그 계집을 시위대와 충돌시키고 이를 빌미로 천마를 낚는다. 제아무리 잘난 놈이라 해도 나라 전체와 싸울 수는 없겠지.”
위성을 사용한 사진이 있지만 약했다.
능력자에 대한 회색 영역이 이 또한 무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큰 폭발을 만들기로 했다.
시위대와 충돌한 능력자가 두세 사람 정도 살해하면 정부도 머뭇거릴 수는 없을 터.
상황이 심화되면 천마도 방법이 없다.
“청월루 계집들은 어떻게 합니까?”
“궁의 사람들을 불렀다. 새벽 2시까지 정찰 인원은 전부 제거가 될 터. 그 사이에 우리가 잠입한다.”
“궁에서 확실히 지원을 하는 거로군요.”
“후후. 믿어라. 일만 잘 해결되면 너희 모두 궁 소속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이 밑바닥 일을 안 해도 돼.”
“맡겨만 주십시오.”
시위대에 고급 인력을 섞을 수는 없다.
동원된 인력은 궁이 외부에 연결한 3류 회사들.
엠페러가 그중 1급이었다면 이들은 그 부속회사 사원에 불과했다.
쓰고 버리기에 적당한 패였다.
“후후. 저 계집도 안 됐군요. 괜히 고향으로 내려와서 부모까지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흥. 팔자소관이지. 그러니까 누가 천마 같은 놈과 손을 잡으라고 했나? 궁을 따르면 부와 명예가 자연스럽게 손에 잡힐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처럼 말이죠. 흐흐흐.”
“그래, 너희처럼.”
흑의 남자는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어차피 쓰고 버릴 패였다.
만약의 경우 꼬리가 잡히면 자르고, 그렇지 않아도 뒤탈을 막기 위해 입막음을 할 것이다.
잔인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이 바닥이 다 그렇다.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힐 뿐이다.
“원망하지 말라고.”
윤서나도 그 시궁창의 한 부분.
흑의 남자가 복면을 코끝까지 올렸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