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101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며 환하던 하늘도 짙은 구름에 가려 먹먹해졌다.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다행일 수도 있어.”
“다행이라구요?”
“그래. 뮤턴트들의 감각을 속일 수 있거든.”
창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만들어 내는 빗소리가 뮤턴트들의 예민한 감각을 가려줄 것이라 여겼다.
당장 지로와 미키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괴로운 듯이 인상을 찡그려대었다.
예민해진 감각이 과도한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캔슬링 장비 남는 거 있어?”
“예! 여분으로 몇 개 있습니다.”
“그럼 지로하고 미키에게 줘.”
“예. 캡틴.”
창수의 지시에 따라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지로와 미키의 귀에 끼워줬다.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해주고 사람의 목소리나 인위적인 소음만 들리게 해 주는 장비였다.
그렇게 노이즈 캔슬링 장비를 착용하자 과도한 자극에 인상을 찡그리던 지로와 미키의 표정이 밝아졌다.
“와. 빗소리가 안 들려.”
“신기하지?”
“예.”
“선물이다.”
군용 장비이기에 가격이 상당히 비쌌지만 고생을 하는 것은 보급관이었지 호프 팀의 대원들은 아니었다.
“충전 못 하면 어차피 무용지물인데 선물은 무슨.”
“아! 맞다. 충전기가 있어야 하지? 그래도 이거 무선 충전 되지 않습니까?”
“뭐 되기는 하지만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거다.”
“뭐 일단 사제 충전기로 충전되는 것이 중요한 거니까요.”
호프 팀의 특성상 임무에 들어가면 상당 부분의 장비들이 분실 및 망실이 되는 편이었기에 장비를 꽤나 험하게 다루고는 했다.
그렇게 빗소리 자극을 제거하고 난 뒤에 호프 팀은 미키의 안내를 받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확실히 빗소리 때문인지 길거리에는 뮤턴트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뮤턴트?”
“아니. 뮤턴트가 아니다. 인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인적이 보이지 않던 길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비가 오면 뮤턴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처럼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길거리에 나온 인간들은 깡통이나 냄비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들을 꺼내서는 빗물을 모았다.
그리고서는 온몸을 펼치고서는 비를 만끽했다.
마치 지금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말하는 것처럼 온몸으로 비를 맞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호프 팀과 사무라이 팀은 자신들이 보고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할 말을 잃고서는 멍하니 비를 맞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이히히히히!”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도 좋은지 비를 맞으며 큰 소리로 웃는 인간들.
괴기스럽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기뻐하고 있었다.
“이봐요!”
움찔!
빗소리를 뚫고 나아가는 창수의 외침 소리에 비를 맞고 있던 사람들은 몸을 움찔 떨고서는 창수와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도쿄를 벗어나세요! 서쪽! 서쪽으로 가면 대피소가 있습니다!”
한미 연합팀과는 달리 창수의 호프 팀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팀은 공식 정규 부대였다.
뮤턴트들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구할 의무가 있었다.
창수는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대피소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하지만 창수와 군인들을 본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모르게 빗물을 받던 그릇들을 챙겨서는 황급히 흩어져 버렸다.
아니 창수와 군인들에게서 도망을 치는 듯했다.
“왜? 이곳은 위험한 곳입니다! 비가 오는 동안은 뮤턴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니 도쿄 밖으로 대피하세요!”
도쿄 밖으로 대피하라는 말을 해 보았지만 그 누구도 창수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했다.
“이봐! 말이 안 들려?”
“놔! 놓으라고! 죽여 버릴 테다!”
한 대원이 도망가는 사람의 팔을 붙잡자 매우 호전적으로 반응을 했다.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워낙에 충격적이어서 그 사람의 팔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리는 사람들에 길거리는 이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창수나 호프 팀 모두 왜 사람들이 대피소로 가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왜지?’
창수는 의아해하다가 힐끔 사무라이 팀을 바라보았다.
굳은 표정의 사무라이 팀 대원들의 모습에 창수는 무언가 내막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세한 내막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닐 듯 보였다.
“캡틴.”
“계속 간다. 마더가 우선이야.”
도쿄 사태의 핵심일 수 있는 마더를 제거하거나 제압한다면 도쿄의 뮤턴트 문제도 어쩌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창수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흩어져 텅 비어 버린 번화가의 길거리를 걷는 호프 팀과 사무라이 팀들은 폐허가 된 도시의 곳곳에서 수많은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시부야입니다.”
“여기가 시부야라고?”
시부야에 와 봤던 이들은 너무나도 변해 버린 시부야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시부야와 비교하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나마 익숙한 몇몇 건물들을 확인하며 자신들이 있는 곳이 시부야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끔찍하군.”
철저하게 파괴되어 버린 번화가.
과연 복구를 할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복구한다면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새로 지어 올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마더는 저 아래로 내려가야 해.”
미키가 가리킨 곳은 역시나 시부야 역의 지하로 내려가는 개찰구였다.
“하치코 개찰구입니다.”
“시부야 역 꽤나 복잡하지 않습니까?”
돈 없는 학생이었던 창수였으니 해외여행은 군인이 되고 난 뒤에나 하게 되었다.
당연히 일본도 처음 와 본 곳이었으니 시부야에도 와 봤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부야 역이 꽤나 복잡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 오는 이는 조금 헤매긴 합니다.”
“조금이 아니잖아요. 조장님. 저도 처음 왔을 때는…… 하아.”
사무라이 팀의 대원 하나가 과거의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내저었다.
도쿄가 아닌 오사카 출신의 대원 하나는 도쿄의 악명 높은 지하 미궁들에 치를 떨었다.
그렇게 초행뿐만 아니라 몇 번 와 본 이들도 길을 헤맬 지하 미궁이 눈앞에 검은 입을 벌리고서는 도사리고 있었다.
‘던전이군. 던전이야.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 던전이야.’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들이 땀을 흘려가며 만든 던전과 현대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첨단 장비로 파낸 현대 던전의 규모를 비교하는 것은 현대 시대에 대한 모욕과도 같았다.
‘그래도 뭐 나도 서울의 수많은 던전 아니 지하철역을 섭렵했으니.’
창수는 서울도 도쿄 못지않게 복잡하다고 여겼지만 도쿄의 지하철은 그냥 엉망이라고 보면 될 정도였다.
“미키. 마더는 이 아래 어디에 있는 거니?”
“몰라.”
“모른다고?”
“어. 몰라. 그냥 가다 보면 마더가 기다리고 있어.”
워낙 복잡한 곳이었으니 미키도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기에는 어려웠다.
결국 직접 수색해서 찾아내야만 했다.
“안에 꽤나 몰려 있을 텐데.”
“하지만 북쪽으로 몰려가 있는 뮤턴트들이 워낙에 많으니 별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짐의 생각대로 마더가 인간들을 잡아오라는 지시를 내려서 뮤턴트들이 지하철을 나와 북쪽으로 나간 거로 보입니다.”
다들 뮤턴트들을 보지는 못했기에 지하도 아래에 생각보다는 적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도시 내에 생각보다 인간들이 많아. 그들을 놔두고 도쿄 밖으로 나간 것이 이상하단 말이지.”
“워낙에 꼭꼭 숨어서 못 찾은 건지도 모르죠. 저희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지 않습니까? 생각보다 도시에는 숨을 곳이 많습니다.”
숲이나 밀림보다 도시에 숨을 곳이 더 많은 법이다.
창수도 뮤턴트들이라고 해서 완전한 생명체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조를 나눈다.”
모두가 다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한 팀으로 묶여서 움직일 필요도 그리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길 안내를 해 줄 대원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예. 히로!”
“아! 예! 조장님!”
창수는 시부야 역 내부의 길 안내를 해 줄 대원을 사무라이 팀에 요청했고 사무라이 팀의 조장은 지로를 발견했던 히로를 안내원으로 붙여 주었다.
“나와 히로 그리고 빅이 한팀이 되어 수색 작전을 진행할 테니 두 분 팀장님은 협력해서 대응팀을 편성해 주십시오.”
“괜찮겠습니까?”
“예.”
창수가 직접 시부야의 지하도 내부를 수색하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가장 실력이 좋은 것이 창수와 빅이었으니 남은 대원들은 서포트와 화력 지원 그리고 퇴로 확보를 맡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다.
“위험해지시면 바로 물러서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저도 걸어서 전역해 집에 갈 거니까요.”
“훗! 예. 알겠습니다.”
군인도 돌아갈 집은 있는 법이었다.
다들 뮤턴트 사태가 끝나면 자신들의 일은 끝났다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이었다.
물론 모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터였다.
그렇게 각자의 임무별로 준비하고서는 창수는 히로와 빅을 데리고 시부야의 지하 미궁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 *
현대의 지하도 던전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출입구는 하나가 아니었다.
많을 때는 열 개가 넘는 출입구가 있기도 했으며 규모가 큰 경우는 출입구의 끝과 다른 끝의 거리가 몇백 미터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시부야 역의 개찰구도 4개였고 도로가 아닌 건물을 통해 들어가는 곳도 있었다.
창수의 팀이 하치코 개찰구 방향의 미궁 입구에 있을 때 한미 연합팀은 다른 지하도로 들어가는 뮤턴트들을 목격하고 있었다.
“저곳이로군.”
“여기 시부야 역인 것 같습니다.”
“시부야 역?”
“예. 과거에 여기 자주 와 봤습니다.”
화랑 팀의 대원 하나가 시부야 역에 자주 와 봤다는 말을 하자 한미 연합팀의 대원들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후우! 여기 꽤나 복잡합니다. 마치 던전 같은 곳입니다.”
“던전?”
“예. 그래서 마더라는 놈이 여기에 있나 봅니다.”
미로 같은 던전이기에 브레인일 가능성이 큰 마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꽤나 위험하겠군.”
“위험해도 해야지요.”
“좋소. 그럼 해 봅시다.”
한미 양 팀은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기에 지하도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야시경 장비 작동 여부 확인하고 데빌탄으로 장비해.”
“오케이! 뮤턴트 놈들. 지옥을 보여주마.”
한미 양 팀의 대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신기술이라면 미국도 뒤떨어질 일은 없었다.
“데빌탄. 아군 오조준하지 않도록 해. 잘못 맞으면 녹아 버리니까.”
“걱정 마십시오. 야시경에 체온 감지되니까요.”
“체온 감지돼도 엔젤이나 강화 물약 먹으면 체온 올라가니까 조심하라는 말이야.”
“알겠습니다.”
단 한 발이면 그 강한 뮤턴트도 죽일 수 있었다.
철컥!
한국의 화랑팀도 미군의 데빌탄을 지원받았다.
“조종간 단발.”
“조종간 단발.”
아주 비싼 총알이었으니 특수부대도 마음대로 써 재낄 수 없었다.
그렇게 검은 복장을 한 악마들이 뮤턴트들이 득실거리는 지하 미궁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시작하지. 고주파 발생기 작동시켜.”
“고주파 발생기 작동 시작!”
인간이 들을 수 없는 15,000Hz 이상 대역대의 고주파가 한미 연합팀의 주변으로부터 시부야의 지하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라. 괴물들아. 우린 수만 년 이상을 이 땅에서 군림한 존재들이다.”
뮤턴트들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인간들은 더욱더 강한 무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