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114화
거대한 둑도 조그마한 구멍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
뮤턴트가 아무리 강하고 숫자가 많았다고 해도 반세기 이상을 전쟁 준비만 해왔던 대한민국 전방 부대를 압도하기에는 분명 무리였다.
하지만.
“사…… 살려 줘!”
“살려주시오! 남조선 동무들! 제발 살려주시오!”
평생을 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구라는 세계에서 자신들과 가장 피가 이어진 혈족이라 여기고 있는 이들이었다.
동생을 때려도 내가 때려야지 남이 때리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인의 기본적인 기질이었다.
말썽부리고 짜증 나는 철없는 동생이었지만 그 철없는 동생이 눈앞에서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당장 쏴! 당장 쏘란 말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함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로 뮤턴트들이 몰려 있다.
자주포로 포격을 하든 기관포로 공격을 하든 피해가 발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우리도 다 죽어!”
한국군을 향해 도망치는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
그 사이에 있는 뮤턴트.
북한 주민들이 한국 군인들에게 도달하는 순간 뮤턴트 또한 한국군인들 앞에 도달한다는 의미였다.
압도적인 화력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소리였기에 북한 주민들을 학살하는 한이 있더라도 뮤턴트들을 제거해야만 했다.
“쏴! 명령이다!”
“제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도망치세요! 우리 쪽으로 오지 말고 도망치세요오!”
군인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목이 터지라 도망을 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것이 지금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목이 터지라 도망가라고 외치는 군인들 사이로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40mm 중구경 기관포의 포성이 울렸다.
최대한 북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파열탄이 아닌 철갑탄으로 쏘아진 굵은 포탄은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워 버렸다.
투우! 투우! 투우! 투우!
한 방에 맞은 부위가 지워지듯이 사라진다.
“상체를 노려! 상체를!”
“흐…… 흐윽! 흑!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인간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키도 큰 2형 뮤턴트였다.
그렇기에 인간의 키 너머의 상부를 겨누며 쏘아대는 포탄이었지만 마냥 정확할 수만은 없었다.
뮤턴트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몸이 사라지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죽는 순간까지 결코 잊히지 않을 죄책감이 될 것이다.
그렇게 뮤턴트들의 접근을 거부할 수 있었지만 모든 부대가 다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 * *
쿵!
K-21 보병 전투차.
중량 25톤의 거대한 무게와 덩치는 위압감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손으로 이 거대한 철갑의 마차를 저지하거나 넘어트리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것이었다.
750마력의 출력은 동 세대 최강의 무기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너…… 넘어간다! 조심해!”
보병 전투차에 달라붙은 2형 뮤턴트들은 전차를 뒤집었다.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두 눈으로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넘어가 버린 보병 전투차가 할 수 있는 것은 보기륜만 돌리는 것뿐이었다.
“아군과 너무 가깝습니다!”
“빌어먹을 괴물 자식들! 전차 애들로 깔아뭉개 버리라고 해!”
거리만 있었다면 사냥을 하듯이 처리해 버릴 수 있는 괴물들이었지만 접근해 버린 이상은 괴물들을 제압할 방법이 한정되어 버렸다.
드르륵!
결국 K-21 보병 전투차의 2배가 넘어가는 54톤 중량의 K1A1 전차가 2형 뮤턴트를 짓뭉개 버렸다.
“다 죽어 버려! 이 빌어먹을 괴물 놈아! 죽어! 죽어!”
나중에 청소할 때 꽤나 골치가 아프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런 사소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군 동료들이 뮤턴트의 커다란 손에 찢기고 살점이 물어뜯기는 모습에 눈이 돌아가 버린 전차병들이었다.
“3시 방향 뮤턴트!”
“동축으로 갈겨 버려!”
거리가 가까워 120mm의 활강포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동축기관총의 화력도 부족하지는 않았다.
타타타타타타타!
귀의 고막을 찢을 것 같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관총의 화망에 걸린 2형 뮤턴트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크어어어어!
허리가 잘려나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고도 살아있는 뮤턴트였다.
하지만 이내 전차의 무한궤도에 상대적으로 작은 뮤턴트의 머리가 으깨지며 더 이상 버둥거리지 않게 되었다.
휴전선 인근에서 처절한 생존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 게임에서는 살아남는 것과 죽는 것 단 두 가지뿐이었다.
그렇게 한국군은 훌륭하게 뮤턴트들의 남하를 막아냈다.
하지만 모두가 다 막아 내지는 못했다.
* * *
“다들 준비해! 온다!”
“후우! 후우! 후우!”
“정신 똑바로 차려!”
마침내 실전.
적을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발사를 하는 그것이 실전의 시작이다.
“뮤턴트다!”
“전원 조준! 머리를 노려라! 머리가 약점이다!”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커다란 덩치도 작아 보였다.
당연히 작아 보이는 덩치에 달랑 올려 있는 머리는 작은 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병사들은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사격!”
사격이라는 지휘관의 지시와 함께 가장 먼저 기관총과 무반동포와 같은 공용 화기들이 먼저 불을 뿜어냈다.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확률의 마법으로 수없이 쏟아낸 탄환들 중에 운 좋게 머리에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확률이 마법을 부렸다.
퍼억!
“좋았어! 김 상병! 잘했다! 나머지 놈들도 조져 버려!”
“예!”
상관의 칭찬에 고무된 기관총 사수인 김 상병은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기관총의 방아쇠를 움켜쥐었다.
탕! 탕! 탕!
마침내 보병 병사들도 사격을 시작했다.
최대한 머리를 노리고 있었지만 머리가 터져 죽는 뮤턴트는 많지는 않았다.
더욱이 뮤턴트는 겁도 없는 듯이 총알들이 빗발치는 곳으로 맹렬하게 달려왔다.
“빠…… 빠르다!”
상당한 거리였다.
그 상당한 거리를 달려오면 당연히 지칠 법도 했지만 조금도 지쳐 보이는 기색도 없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병사들 앞까지 도달할 것 같았다.
박격포도 아군과 너무 가까워진 뮤턴트에 침묵하게 되었다.
“퇴…… 퇴…….”
퇴각해야 했지만 자신들이 물러서면 뚫리게 된다.
뮤턴트들의 속도라면 바로 뒤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까지는 금방이었다.
누가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지을 생각을 한 것인지 기가 막히고 원망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원망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인근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대피시켰지만 아파트 단지가 있는 도시의 주민들 전부를 대피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결국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했다.
따다다다다다당!
“야! 이 새퀴야! 정확하게 조준하라고! 누가 연발로 갈기라고 했어!”
결국 겁에 질린 병사가 조종간을 연발로 변경하고서는 갈겨버렸다.
곧바로 공이가 허공을 치는 소리와 함께 가득 찼던 탄창은 텅 비어 버렸다.
당황한 병사는 텅 빈 탄창을 빼고 자신의 다른 탄창으로 교체하려고 했지만 덜덜 떨리는 손에 의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반 보병 무기로는 2형 뮤턴트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크게 유의미한 효과는 없었다.
“지…… 지원!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수류탄 투척 준비!”
수류탄을 던져야 할 만큼 가까워졌다.
뮤턴트의 속도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마지막 공격이나 다를 바 없을 수류탄 투척을 위해 다들 준비하고 있을 때 지원 사격이 가해졌다.
퉁! 퉁! 퉁!
일반 보병 소총과는 다른 묵직한 포탄의 소음소리와 함께 2형 뮤턴트의 커다란 몸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다.
“아…… 아군이다!”
저지선이 위험해 질 때 지원해 주는 뮤턴트 대응 중대였다.
단발이기는 하지만 수십 명이 쏘아대는 KM-2의 대구경 총탄에 뮤턴트의 몸이 터져 나가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다 죽여 버려!”
“수류탄 투척!”
지휘관의 외침에 따라 수십 개의 수류탄들이 달려오고 있는 뮤턴트의 몸 앞에 던져졌다.
이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리는 땅의 진동과 함께 뮤턴트의 몸이 터져 나갔다.
그렇게 수많은 뮤턴트들을 막아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뮤턴트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던 저지선을 넘어 버렸다.
“어?”
거대한 덩치.
광기 어린 포식자의 눈빛 앞에 군인은 피식자로 전락해야만 했다.
그냥 몸을 툭 하고 건드린 것 같았는데 건드린 부위의 뼈가 으스러졌다.
그와 함께 비현실적으로 몸이 허공으로 떠서는 십여 미터를 날았다.
아찔해지는 충격과 함께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통증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땅바닥에 처박힌 병사는 어찌어찌 몸을 일으키고서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교통사고가 나 본 적은 없었지만 교통사고가 난 사람과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군인이었다.
당연히도 몇 걸음 걷지 못하다가 땅바닥에 처박혀서는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별로 안 다친 것 같은데.’
별로 안 다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은 아득해지고 있었다.
한숨 자고 나면 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고통 없이 죽어가는 병사도 있었지만 다른 병사들은 자신의 몸이 반으로 뜯겨나가는 고통과 공포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보는 군인들은 절규를 했다.
“아! 아아!”
공포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대항할 수 없는 절망에 잠식되어 가려고 할 때였다.
탕!
지휘관들이나 사용하는 K-1 기관단총의 경쾌한 총성과 함께 뮤턴트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쿵!
별달리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2형 뮤턴트는 허무하게도 뒤로 몸이 넘어가 버렸다.
한 마리의 뮤턴트를 사냥한 군인은 익숙한 듯이 넘어가는 뮤턴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음 사냥감을 노렸다.
탕!
타탕!
탕!
맹렬하게 총탄을 쏟아낼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뮤턴트들이 단 한 명의 군인의 근접 사격에 죽어 나갔다.
군인들은 멍하니 뮤턴트들 사이에서 홀로 산책을 하는 듯이 움직이며 사격을 하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최 원사님?”
그 남자가 특전사령부에서 뮤턴트들을 상대하던 역전의 용사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군인이 왜 일반 보병 부대의 행정 부사관으로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 이유에 관해서 물어도 최 원사인 창수는 미소만 지어 줄 뿐이었다.
그런 창수가 공포에 질려 있는 병사들 사이를 산책하며 뮤턴트들을 사냥하는 것이다.
뮤턴트들도 창수를 인지하고서는 두꺼운 팔을 휘둘러대었지만 허공만을 스칠 뿐이었다.
탕!
그렇게 마지막 남은 2형 뮤턴트를 쓰러트린 창수는 쓰러진 뮤턴트들 사이로 죽어 있는 어린 병사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일반 병사들에게 뮤턴트는 아직 상대하기에 버거운 존재들이었다.
“부상자들을 빨리 옮겨!”
“위…… 위생병!”
창수의 외침에 그제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녀야만 했다.
평소 못되게 굴던 선임도 말을 안 듣던 후임도 지금은 가족보다 소중한 동료였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살 수 있어! 살 수 있다고!”
한 명이라도 더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병사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최 원사님! 3중대 쪽으로 이동하시랍니다!”
창수는 통신병의 외침에 몸을 돌려야 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