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33
제133화
133화
경험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받은 군인이나 소방관들도 실제 실전을 경험하는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군인들에게 충분한 실전 경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5시 방향 뮤턴트!”
특수부대원들처럼 즉각 즉각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이제 막 전입해 온 어리바리한 신병들은 여전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지만 그것도 두세 번의 전투로 베테랑은 되지 않더라도 노련한 군인은 되어 갔다.
그렇게 북한 땅을 장악해 가면서 수많은 뮤턴트들과의 전투를 경험해 대뮤턴트전에 있어서는 베테랑이 되어가는 한국군이었다.
탕!
“뭐야? 오발인가?”
“저격수다! 엎드려!”
“빌어먹을 북한 놈들!”
뮤턴트와의 전투에는 익숙해졌지만 오히려 북한군과의 전투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북한군이 한국군에 항복하거나 합류했지만 일부 북한군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미 대세가 넘어가 버린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저항을 해 오는 것이다.
“저격수 위치 어디야?”
“모르겠습니다!”
“빨리 알아내!”
뮤턴트와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의 군대는 인간을 상대하는 군대가 아닌 뮤턴트를 상대하는 군대로 완전히 전환이 되었다.
일부 북한군의 공격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턴트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버리지는 못했다.
“3시 방향! 3시 방향입니다!”
“거리!”
“야산 6부! 거리 1200!”
“포병 지원 요청해!”
신형 소총의 사거리는 길지 않았다.
파괴력과 저지력에 중점을 두다 보니 사거리는 포기해 버린 것이다.
평화 시기에는 수십 년 동안 전군의 총기가 바뀌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뮤턴트와의 전쟁이 벌어진 지 몇 달 되지 않아 거의 전군의 개인 화기가 변경이 될 정도였다.
콰쾅! 콰콰쾅! 펑!
넘쳐나는 포탄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뮤턴트에게나 인간에게나 포탄은 동일하게 죽음을 안겨준다.
단 한 명의 저격수에게 퍼부어진 포탄의 숫자는 백 발이 넘어갔다.
“죽었나?”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 말 하면 죽었던 저격수도 살아날지 모른다.”
“에이! 김 병장님 그거야 만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지요. 저런 거 실제로 못 봤으니 살 확률이 있니 마니 하는 거지.”
“하긴 정말 미친 듯이 쏴대네.”
저격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 전체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아무리 리얼한 영화 속의 광경도 실제만 못한 법이었다.
확인 사살을 한다고 한 차례 더 포격으로 쓸어버리고 난 뒤에야 장갑차량이 전진했다.
적에게는 절망적일 터였지만 아군에게는 매우 안심이 되는 전력이었다.
“산맥으로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멈춰!”
“북한 놈들이 산맥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들어가라지. 살아서 나올 수 있다면.”
“아!”
깊은 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안 군인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산속은 인간이 살아가기가 매우 가혹해져 가고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린다고 했는데 이제는 뮤턴트가 득실거리네.”
“남쪽에서는 벌써 장벽 설치 시작했다고 하던데요.”
“나도 들었어. 설악산 쪽도 앞으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아! 설악산도 말입니까? 와! 나 중학교 때 수학 여행 갔던 곳인데.”
“죽기 전에 금강산하고 백두산은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저도 말입니다.”
등산이 취미인 사람들에게는 절망적일 듯했다.
높이 20m짜리 거대한 방벽이 강원도 쪽에 세워지고 있었다.
이 방벽은 북한의 동북 방면에서 백두산과 함께 압록강과 두만강을 감싸게 될 터였다.
대륙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는 섬이 되어 버릴 예정이었다.
“긴장 풀지 말고 사주 경계 확실히 해! 언제 하피가 날아들지 모른다!”
북한군이나 뮤턴트가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 하피가 날아들어서는 자신이나 자신의 동료를 채 갈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경계병들은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 부대에서 거대한 하피에게 잡혀간 군인 아저씨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정말 옆 부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실제로 하피의 등장이 자주 보여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피에 대한 경계도 강화되면서 피해는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 * *
“망할 남조선 반동 놈들!”
자신의 조국을 침략한 남조선 괴뢰 반동분자들의 공격에 산속으로 숨어들어 가는 김석 상위는 자신의 병사들을 다 잃어야 했다.
한국군에 항복하자는 부하들의 주장에 분노해 즉결 심판까지 해가며 한국군에 한 방 먹여주려고 했지만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포탄의 비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사방으로 도망을 쳐 버린 부하들이었다.
김석 상위도 허겁지겁 도망을 치다가 어느덧 혼자만 남은 것이다.
이미 주둔지는 한국군에 의해 점령당한 뒤였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피양에서는 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평양의 지도부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서는 꿈에도 모르고 있는 그였다.
당성이 높은 그라도 만일 그 광경을 보았다면 욕이 절로 나왔을지 몰랐다.
김석 상위는 북조선에 나타난 뮤턴트들이 남조선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남조선이 자신의 조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뮤턴트가 되는 약을 퍼트렸고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침공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저항 중인 북한군도 대부분 김석 상위와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사실은 아니었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실을 알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그렇게 다른 저항군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그나마 산속으로까지는 남조선군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김석 상위도 산속에 뮤턴트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부대도 한국군에게 입은 피해보다 뮤턴트에게 입은 피해가 더 컸다.
간신히 물리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전력을 상실해 한국군과의 전투는 애초부터 가망이 없었다.
결국 그는 잘못된 신념으로 아군 병사들만 희생시킨 것이다.
뮤턴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이는 김석 상위였지만 점점 어두워져 가는 산속에서 김석 상위를 노리고 있는 뮤턴트가 있었다.
일반 인간보다 훨씬 감각이 예민한 뮤턴트는 산속을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군침 도는 인간을 가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뮤턴트 하피는 김석 상위의 뒤에서 날아들어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어깨를 움켜쥐었다.
“크윽!”
신화 속의 하피처럼 발톱에 독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것은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날아오르면 김석 상위의 목숨 또한 끊어지게 될 것이었다.
펄럭!
사실상 사냥을 끝내고 안전한 곳에서 식사를 하려던 뮤턴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노리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본래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된 뮤턴트. 네놈에게 원한은 없다. 단지 아직은 인간이 우리의 동료일 뿐.”
빅은 김석 상위를 붙잡고 있는 하피의 머리를 부숴 버렸다.
펄럭! 펄럭!
자신의 머리가 사라졌음을 모르는지 날개를 여전히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위로 날아오르지는 못한 채로 몸을 부르르 떨며 땅바닥으로 무너져 버렸다.
덕분에 김석 상위는 목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도와줄 이 하나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김석 상위가 날아 남을 확률은 한없이 낮았다.
아니 누군가 도와준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김석 상위의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망 없어 보이는군.”
빅은 자신이 조금 늦어서인지 이미 죽어가고 있는 김석 상위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주인인 창수라도 있었다면 회복 물약을 투약해 살렸을지도 몰랐지만 빅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빅은 죽어가는 인간을 그냥 놔두고서는 자기 갈 길을 가려고 했다.
“도…… 도와줘. 주…… 죽고 싶지 않아.”
김석 상위도 흐릿한 눈앞에서 보이는 강아지에게 도와달라고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사…… 살려줘.”
살려달라고 간청하는 김석 상위에 빅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쩝.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마음 약해지잖아.”
빅은 자신도 참 마음이 여리다는 생각을 하며 죽어가는 김석 상위에게 다가갔다.
거대한 하피 뮤턴트를 쫓고 있던 중에 우연히 일반 하피에게서 김석 상위를 구한 빅이었다.
“살고 싶은가?”
“아…… 악마?”
개가 말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개가 말을 할 수는 없을 터였으니 분명 악마와 같은 존재일 것이라 생각이 드는 김석 상위였다.
아니 악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석 상위는 설령 악마에게 영혼을 팔더라도 살고 싶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신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었다.
이기적인 인간이라 불러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의 김석 상위는 빅에게 살고 싶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살려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인간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괜찮은 것이냐?”
“내 영혼을 가져가도 좋아. 살고 싶다. 나는 아직 이대로 죽을 수가 없다.”
“이대로 죽을 수가 없다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건가? 뭐 인간들은 그런 식이기는 하지. 좋다. 살려는 주마. 대신 더 이상 인간이지는 않을 것이다.”
빅은 김석 상위의 앞에서 헛구역질을 했다.
이내 빅의 입안에서 검은 핏덩어리가 튀어나왔다.
혈액의 응고인지 아니면 빅의 고기조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먹어라. 살고 싶다면.”
꽤나 거북스러운 것이었지만 먹으면 살 수 있다는 빅의 속삭임에 김석 상위는 검은 핏덩어리를 입안에 넣고 삼켰다.
살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목구멍 안으로 넘어간 빅의 검은 핏덩어리는 빠르게 김석 상위의 몸 안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움찔!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움직일 힘도 없던 김석 상위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격렬하게 움직여졌다.
온몸이 뜨겁다는 느낌과 고통스럽다는 느낌이 느껴졌지만 내 몸이 아닌 다른 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신체와 자신의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건 신체가 느끼는 상상도 못 할 끔찍한 고통을 뇌가 차단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지금 김석 상위가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되었다면 바로 쇼크사를 했을 터였다.
김석 상위의 신체가 유전자 단위부터 바뀌는 중이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리는 김석 상위의 신체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 경고를 한다. 인간을 먹지 마라. 인간을 먹는다면 너는 나에게 먹힐 것이다.”
고작해야 작은 덩치의 강아지에 불과했지만 김석 상위는 아찔한 정신 속에서도 절대적인 악마가 자신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러면 무얼 먹어야 합니까?”
인간이 식인종이 아닌 이상 인간을 먹을 리는 없었고 당연히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김석 상위도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식욕을 느끼고 있었다.
싱싱한 피와 탱탱한 살덩어리에 대한 탐욕이 느껴지고 있는 김석 상위는 인간을 먹이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갈망에도 빅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는 절대적이어서 인간을 먹이로 삼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져 있었다.
“배고프면 저놈이나 먹어라. 사고 치지 말고.”
빅은 자신이 머리를 날려버린 하피를 주둥이로 가리키고서는 몸을 돌렸다.
개나 고양이가 아닌 인간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빅이 사라지고 나자 김석 상위는 참을 수 없는 허기짐을 이기지 못하고 하피의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피 냄새에 끌려온 것인지 산속에 있던 2형 뮤턴트 하나가 나타났다.
김석 상위는 자신의 식사를 방해하는 2형 뮤턴트를 향해 두려움이 아닌 적의를 드러내었다.